
메타 광고, 다음 무대는 랜딩페이지가 아니라 WhatsApp이다

메타가 진짜로 밀고 있는 것은 '클릭'이 아니다
페이스북 광고 관리자에 들어가면 여전히 대부분 사람은 트래픽이나 구매 전환 캠페지만 만집니다. 그런데 메타 내부에서는 이미 다른 판이 깔리고 있습니다. 광고 클릭 이후 고객을 웹사이트가 아니라 WhatsApp 대화창으로 보내는 구조, 이쪽이 앞으로 중심이 될 것이라는 신호가 꽤 노골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클릭이 아니라 '대화를 최적화'하는 알고리즘
지금까지 메타 광고는 클릭, 랜딩페이지 뷰, 구매 같은 정형 이벤트에 최적화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WhatsApp을 목적지로 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광고를 누른 사람이 바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고, 이 대화 열린 수 자체를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리드 캠페인은 "대화를 최대화"라는 목표를, 세일즈 캠페인은 "전환 최대화"를 선택해 WhatsApp 안에서 이뤄지는 구매까지 추적하려는 그림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상담 채널 하나 추가하는 수준이 아니라, 메타가 "광고 → 대화 → 구매"라는 폐쇄 생태계를 완성하려는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클릭 이후 고객이 웹사이트에서 튕겨 나가는 리스크를 줄이고, 자사 메신저 안에서 모든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밀어 넣는 셈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방향이 광고 효율뿐 아니라 데이터 수집 측면에서도 메타에게 훨씬 유리한 판이라고 보입니다.
국내 환경에서는 카카오톡이 워낙 강해서 WhatsApp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 브라질 같은 국가에서 개인과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이 거의 전부 WhatsApp으로 굴러가는 것을 보면, 메타 입장에서는 이 채널을 광고의 기본값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동기가 충분합니다. 저라면 "한국은 카톡이니까 상관없다"라고 단정하기보다, 글로벌 타깃 비즈니스라면 지금부터라도 실험용 파이프를 깔아 두겠습니다.
이메일·랜딩페이지보다 WhatsApp이 유리한 지점
전통적인 퍼널은 광고로 사람을 랜딩페이지로 보내고, 폼을 작성하게 하고, 이메일로 후속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갑니다. 문제는 이 퍼널의 각 단계에서 이탈률이 너무 크다는 데 있습니다. 랜딩에서 한번 떨어지고, 폼 입력에서 또 떨어지고, 이메일 오픈율은 20%도 버겁습니다.
WhatsApp은 구조가 다릅니다. 광고를 누르는 순간 이미 대화창이 열리고, 고객은 단 두세 단어만 적어도 상담이 시작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복잡한 폼보다 훨씬 부담이 적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응답률이 극단적으로 높은 채널을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 됩니다. 특히 질문이 많고, 제품 비교가 필요한 서비스, 단가가 높은 B2C나 교육 상품은 이 점에서 큰 이득을 봅니다.
반대로 완전 저가형, 설명이 거의 필요 없는 단순 재고 판매형 이커머스라면 WhatsApp 전환형 캠페인은 오히려 비효율일 수 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는 최대한 마찰 없이 바로 결제로 보내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이 채널이 게임 체인저가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괜한 인력 낭비가 되기 쉽습니다.
WhatsApp + AI, '상담 조직'의 형태가 바뀐다
상담 채널을 하나 더 연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인력입니다. 문의가 늘수록 사람이 더 필요하고, 그러면 곧 비용 문제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메타가 WhatsApp 비즈니스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AI 상담 에이전트가 만드는 '개인화된 세일즈 스크립트'
메타가 준비 중인 비즈니스 AI는 단순 FAQ 챗봇을 넘어서, 제품 추천, 가격 안내, 배송 및 할인 조건 설명까지 모두 WhatsApp 안에서 처리하려고 합니다. 고객이 "곱슬머리인데 어떤 샴푸가 좋냐"라고 묻는 순간, AI가 제품 특성과 재고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골라 제시하고, 장바구니 수량까지 제안하는 식입니다.
이 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개인화된 세일즈 스크립트가 채팅 수준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된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할인 한 번이 전환의 마지막 고비일 수 있습니다. AI는 이런 차이를 사람보다 빠르게 감지하고, 각각 다른 대화를 펼칠 수 있습니다. 저라면 이걸 "상담 인력을 줄이는 도구"라기보다 "사람이 하기엔 과도하게 세밀한 퍼스널라이제이션을 맡기는 장치"로 이해하겠습니다.
국내 환경을 기준으로 보면, 카카오 상담톡이나 챗봇보다 메타의 WhatsApp AI가 더 뛰어나다기보다는, "광고 시스템과 완전히 붙어 있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광고가 만들어내는 트래픽의 질, 전환 데이터, 대화 로그가 하나의 모델에 학습되면서 점점 더 잘 팔리도록 튜닝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WhatsApp 리스트는 '이메일보다 뜨겁고, SMS보다 세련된 자산'
또 하나 흥미로운 축은 WhatsApp 마케팅 메시지입니다. 클릭 투 WhatsApp 광고로 한 번이라도 대화가 열린 고객에게, 적절히 동의를 받았다면 이후 프로모션, 장바구니 리마인드, 생일 쿠폰 같은 메시지를 정기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메일 리스트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체감 온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이메일은 오픈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고, SMS는 너무 직설적이라 스팸에 가깝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WhatsApp은 지인과 대화하는 공간이면서, 사진과 링크, 버튼을 자연스럽게 섞어 보낼 수 있어 상업적 메시지도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들어갑니다. 실제로 "생일 축하합니다, 오늘만 15% 쿠폰 드린다" 수준의 메시지는 고객 경험과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장치가 됩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동의 받기 절차를 허술하게 가져가거나, 메시지 빈도를 과하게 올리면 카카오 채널처럼 빠르게 피로도가 쌓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자주 보내는 것보다, 보낼 만한 이유가 있을 때만 뚜렷한 오퍼와 함께 보내는 것"이 WhatsApp 리스트를 길게 가져가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시작 전에 반드시 짚어볼 것들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는 의미가 없는가
클릭 투 WhatsApp 기반 메타 광고는 모든 광고주에게 만능 해답이 아닙니다. 고객이 질문을 많이 던지는 업종, 상담과 설득 과정이 구매의 핵심인 업종, 재구매와 관계 유지를 중시하는 비즈니스에게 특히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고가 교육 과정, 맞춤형 서비스, 여행·뷰티처럼 선택 과정이 복잡한 카테고리라면, WhatsApp 채널 하나만 잘 깔아도 기존 랜딩페이지 퍼널 대비 전환율 상승 폭이 꽤 크게 나올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체 웹사이트 UX가 잘 다듬어져 있고, 구매 과정에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으며, 마진이 낮은 단가 위주의 비즈니스라면 이 구조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담 한 번에 드는 인건비와 시간을 회수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내 환경에서는 카카오 상담·톡 채널을 이미 운영 중이라면, 두 채널을 어떻게 병행할지, 어느 쪽을 글로벌용으로, 어느 쪽을 국내용으로 쓸지부터 전략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저라면 한국 내수 비즈니스라면 우선 카카오 인프라를 정돈한 뒤, 해외 고객 비중이 20%를 넘는 시점부터 WhatsApp을 본격적인 실험 대상으로 올리겠습니다. 반대로 처음부터 글로벌을 겨냥한 브랜드, 특히 인도나 남미를 타깃으로 한다면 WhatsApp을 퍼스트 클래스 채널로 보고 설계하는 편이 더 합리적입니다.
현실적인 제약과, 첫 번째로 해야 할 행동
현실적으로 이 전략에는 몇 가지 제약이 분명합니다. 우선 WhatsApp 비즈니스 계정 세팅과 메타 비즈니스 매니저 연동, 픽셀 및 CAPI 설정까지 모두 깔끔하게 맞춰야만 전환 최적화 캠페인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에는 AI 에이전트가 완전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 스크립트와 자주 묻는 질문, 핸드오버 기준을 사람이 직접 설계해야 합니다. 이 작업을 건너뛰면 고객은 "봇이든 사람이든 답이 느리고 애매한 채널"이라는 인상을 먼저 받게 됩니다.
여기서 첫 행동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광고 예산의 일부만 떼어 소규모 클릭 투 메시지 캠페인을 만들고, WhatsApp에 들어온 문의 유형을 2주 정도만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질문이 반복되는지, 어느 지점에서 대화가 끊기는지, 대화 후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만 정리해도, 이 채널이 자신에게 맞는지 아닌지 감이 옵니다. 그다음에야 자동화 도구, AI 에이전트, 마케팅 메시지까지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입니다.
궁극적으로 WhatsApp은 메타가 만들고 있는 "광고와 대화가 붙어 있는 상점"의 핵심 조각입니다. 이 흐름이 과장인지, 진짜 판이 바뀌는 전조인지는 각자의 비즈니스 데이터로 판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확실한 것은, 이 변화를 무시한 채 기존 랜딩페이지 퍼널에만 머무르는 선택에는 분명 기회비용이 붙어 있다는 점입니다. 그 비용이 감수할 만한 수준인지 아닌지, 이제는 각자가 직접 계산해 볼 차례입니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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