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시대 유동성과 원‧달러 환율 대반전 시나리오

핵심 요약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을 가르는 핵심 축은 "미국 vs 한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 차이"와 "트럼프 재집권 시 연준의 성향 변화"다. 트럼프‧헤셋 조합이 강한 달러 약세와 초완화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 안정(하락)을 부르지만, 동시에 인플레이션·장기금리·국채시장 불안이라는 '위험한 유동성' 리스크도 함께 커진다.
원‧달러 1,600원 vs 1,350원: 왜 갈라지나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안팎의 높은 구간에 머물러 있고, 시장의 시각도 크게 둘로 갈린다. 하나는 지정학 리스크·무역수지·한국 성장 둔화 등을 더 크게 보는 쪽으로, 이 경우 1,600원까지도 열어둬야 한다는 시나리오다.
다른 하나는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달러 약세 전환, 유동성 확대를 더 중시하는 시각으로, 이 경우 1,350원대까지의 하락 가능성을 본다. 이 영상은 후자, 즉 "유동성 공급 속도와 달러 약세 전략"에 더 무게를 두며 원‧달러 환율의 대반전 가능성을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강달러의 큰 흐름은 유지되더라도 박스권이 "1,350~1,450원 중심"으로 재조정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환율의 숨은 핵심 변수: '유동성 공급 속도(M2)'
환율에는 무역수지, 금리 차, 성장률, 지정학 등 수십 가지 변수가 얽혀 있다. 하지만 이 콘텐츠가 특히 강조하는 축은 "누가 돈을 더 빨리 풀고 있느냐"라는 유동성 공급 속도, 특히 M2 증가율이다.
팬데믹 직후 미국은 유례없는 돈 풀기로 M2 증가율이 20% 중후반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양적긴축과 금리 인상으로 증가율이 4~5%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은 확장 재정, 금리 인하, 각종 지원책 등으로 9%대에 달하는 M2 증가율을 보여 왔고, 미국보다 유동성이 더 빨리 늘어난 시기가 길었다.
요지는 간단하다. 과거에는 "한국이 더 많이 풀고, 미국은 조이는" 구도가 원화 약세·달러 강세를 뒷받침했다. 그런데 앞으로 "미국이 다시 더 빠르게 푸는 국면"으로 바뀌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여지가 커진다는 것이다.
트럼프와 케빈 헤셋: '물 먹은 비둘기' 연준의장 시나리오
트럼프가 차기 연준의장 유력 인물로 거론한 인물이 케빈 헤셋이다. 헤셋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AEI) 출신의 경제학자로, 백악관 선임 경제고문이자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까지 지낸, 말 그대로 "트럼프의 경제 브레인"이다.
그의 통화정책 성향은 강력한 완화·금리 인하 쪽에 가깝다. 스스로도 "연준 의장 제안이 오면 수락하고, 0.5%p 정도의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정도로, 공격적인 인하에 우호적이다.
문제는 파월 현 의장의 임기가 2026년 5월까지인데, 2026년 초부터 트럼프가 "차기 의장은 헤셋"이라고 못 박는 순간부터다. 시장은 헤셋을 '그림자 연준의장'으로 보기 시작하고, 연준 내부도 차기 의장의 눈치를 무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파월 체제의 긴축·강경 기조는 급속히 힘을 잃고, 완화로의 선회 압력이 커진다.
핵심 포인트는 트럼프와 헤셋의 조합이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보다 경기 부양과 선거 전략"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경우 미국 금리·유동성·달러 방향성이 통째로 바뀌는 계기가 된다.
아서 번스 vs 폴 볼커, 그리고 파월과 헤셋
헤셋의 성향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 두 명의 상징적 연준 의장이 자주 비교된다. 인플레이션을 사실상 방치하며 과도한 완화로 악명 높은 아서 번스, 그리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대까지 끌어올렸던 초강경 매파 폴 볼커다.
파월은 2022년 잭슨홀 연설에서 "2% 물가 목표"를 반복하며 사실상 볼커를 롤 모델로 언급했다. 실제로 그는 기준금리를 0.25%에서 5.5%까지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반대로 헤셋은 번스를 존경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고, "고용·경기 부양이 우선, 물가는 어느 정도 희생해도 된다"에 가까운 완화론에 서 있다. 그래서 시장은 헤셋을 '살찐 비둘기(초완화주의자)', 번스의 후계자로 보는 것이다.
매파(볼커·파월)에서 비둘기파(번스·헤셋)로 연준의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것은, 곧 "미국이 다시 강력한 돈 풀기 모드"로 방향을 틀 수 있음을 뜻한다. 이게 바로 달러와 환율, 자산시장에 '대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다.
미국의 달러 약세 전략과 '변형 플라자 합의'
달러 강세는 미국 입장에서도 장단점이 있다. 수입 물가 안정과 자본 유입에는 유리하지만, "미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 수출"하려면 달러 강세는 오히려 부담이다.
재무장관이 일본에 "엔저가 과도하니 금리 인상을 통해 엔화 약세를 해소하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내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는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회의실에서 조용히 조율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엔화를 강하게 만들어 달러를 약하게 끌어내리자"는 요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엔화는 달러 인덱스를 구성하는 중요한 통화고, 유로와 함께 비중이 크다. 일본이 금리를 올리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달러 인덱스는 내려가고 자연스럽게 달러 약세가 유도된다. 원화가 제자리라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구도라면 원‧달러 환율은 안정 혹은 하락 쪽으로 힘을 받기 쉽다.
즉 미국은 "자국 금리 인하 + 일본 금리 인상"이라는 비대칭 정책 조합을 통해, 의도적으로 달러 약세를 설계할 유인을 가지고 있다.
미국 vs 한국 M2: 유동성 판도가 바뀌는 시점
현재 미국 M2 증가율은 약 4.5% 수준인 반면, 한국은 9%대 증가율을 기록해 왔다. 최근까지는 "한국이 더 많이 푼다 →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다 → 원화 약세·달러 강세"라는 구조가 작동하기 쉬웠다.
그러나 2026년을 전후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한국은행이 재정·통화 양쪽 모두에서 속도를 줄이고, 반대로 트럼프‧헤셋 체제가 미국에서 강력한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밀어붙인다면, 미국 M2 증가율이 한국을 상회할 여지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더 빠르게 돈을 푼다 →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빨리 떨어진다 → 원‧달러 환율은 위에서 눌리는 힘이 커진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즉, 유동성 공급 속도의 상대적 역전이 원‧달러 환율의 방향을 뒤집는 핵심 기점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스테이블코인과 '사적 양적완화'까지: 새로운 유동성 경로
향후 유동성 확대에는 기존의 양적완화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새로운 메커니즘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제도화가 시행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미국 국채(특히 단기물)를 대규모로 사들이는 구조가 공식화된다.
그렇게 되면 – 장기 국채는 연준이 사주는 전통적 양적완화, – 단기 국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사주는 '사적 양적완화' 라는 이중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재무부가 국채를 발행하면, 한쪽에서는 연준이, 다른 한쪽에서는 민간 크립토 발행사가 동시에 매입해주는 셈이어서, 전체 유동성 공급 속도는 과거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 헤셋과 같은 초완화 성향 의장이 이 구조를 방치 혹은 장려한다면, "유동성 파티"의 강도는 과거보다 한 단계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때 달러 가치는 더 빨리 희석되고, 전통 자산(주식, 채권 일부),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이 동반 랠리를 보이는 전형적 '유동성 장세'가 재연될 수 있다.
필립스 곡선 관점: 실업률 vs 물가의 교환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이 낮아질수록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고전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증가해 실업률은 떨어지지만, 동시에 소비·투자가 늘며 물가를 자극하기 쉽다.
문제는 미국 물가가 이미 2% 초반으로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다시 3% 근처로 올라가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치적 이유로 강한 금리 인하·유동성 확대를 밀어붙이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트럼프·헤셋식 통화정책은 "고용·자산시장은 좋게 보일 수 있지만, 물가를 다시 끓게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시장 친화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채권시장·환율·실질 구매력에 부담을 키운다.
장단기 금리 스티프닝과 국채시장 발작
기준금리는 단기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고, 인플레이션 기대는 장기금리에 더 큰 영향을 준다. 정치적 압력으로 기준금리를 빠르게 내리는 상황을 가정해보면, 단기금리는 빠르게 떨어지지만, 시장이 "이러다 물가 다시 튀는 것 아니냐"를 우려하면 장기금리는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
이때 장·단기 금리차가 다시 벌어지는 현상을 '스티프닝'이라고 부른다. 스티프닝은 단순한 금리 움직임이 아니라,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물가를 통제할 의지가 약해졌다"는 신호로 시장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미국 국채 가격은 크게 흔들리고, 수급이 꼬이면서 '국채시장 발작(채권 금리 급등, 가격 급락)'이 발생할 수 있다. 유동성을 과하게 풀어 자산시장 랠리를 만들었지만, 어느 순간 채권·인플레이션 우려로 큰 조정을 맞는, 이른바 '위험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는 구조다.
원‧달러 환율에 대한 종합적인 그림
이 모든 변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큰 그림이 그려진다.
파월 체제의 긴축·강달러 국면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의 고환율이 뉴노멀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트럼프‧헤셋 체제가 들어서고, 미국이 유동성 공급 속도를 높이며 달러 약세 전략을 펼친다면, 원‧달러 환율은 1,350원까지 내려갈 수 있는 대반전 시나리오가 열린다.
다만 한국 경제 구조,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달러 수요 등을 감안하면 "과거처럼 1,100원 이하 저환율 시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도 강조된다. 즉, 구조적인 강달러 환경은 유지되되, 그 안에서의 중심 밴드가 1,350~1,450원으로 재형성되고, 나쁜 경우 1,600원까지 스파이크가 날 수 있는 박스형 구도로 보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미국이 얼마만큼, 얼마나 빠르게 돈을 풀 것인가"와 "그 과정에서 인플레·장기금리·국채시장 리스크가 얼마나 크게 표출될 것인가"다.
인사이트
앞으로 환율과 시장을 볼 때, 단순히 '한국이 약하다' 같은 감각적 접근보다, "미국 vs 한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와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 여부"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관점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 모드로 들어가고, 달러 인덱스가 추세적으로 꺾이는 모습이 확인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1,350원대까지 하향 안정화될 수 있다고 보는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 있다.
다만 그 유동성이 물가·장기금리·국채시장 불안을 동반하는 '위험한 유동성'인지도 동시에 체크해야 한다. 단기 랠리에만 올라타기보다는, "유동성 파티 → 인플레·채권 발작 → 조정"의 사이클을 전제로, 환율과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기회와 위험 둘 다로 준비해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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