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이 몸과 뇌에 하는 일, 그리고 현명하게 거리두는 법

핵심 요약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간·뇌·장·심혈관 등 거의 전신에 걸쳐 손상을 일으키며, 그 핵심에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활성산소, 지방 대사 교란, 장-간 축 붕괴, 미토콘드리아 손상이 있다. 완전 금주가 아니더라도 양과 빈도, 마시는 방식만 조절해도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운동·정돈·관계 재정비 같은 "술 밖의 삶"을 돌보는 것이 술과 건강하게 거리 두는 핵심 전략이다.
술이란 무엇인가: 에탄올과 술의 종류
술의 본질은 효모가 당(포도당·과당 등)을 발효하면서 만든 에탄올이 섞인 음료다.
맥주·와인·막걸리·사케처럼 곡물·과일을 그대로 발효한 것을 발효주, 이것을 끓여 알코올만 농축한 위스키·소주(전통 증류식)·보드카 등을 증류주라 부른다.
와인에 브랜디 등을 섞어 도수를 올린 포트 와인 같은 것은 강화주, 우리가 흔히 마시는 초록병 소주는 정제한 알코올에 물·감미료를 섞은 희석식 소주다.
알코올이라는 화학 범주에는 마실 수 없는 물질(메탄올 등)도 포함되며, 사람이 마시는 것은 에탄올 하나뿐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에탄올이 몸에 들어온 뒤의 기본 경로
입으로 들어온 술은 식도를 지나 위를 거쳐 소장에서 대부분 흡수된다.
흡수된 에탄올은 문맥 정맥을 타고 곧장 간으로 들어가고, 간이 1차 해독 공장 역할을 한다.
간에서 에탄올은 여러 효소 시스템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과정에서 독성이 없는 물질로 완전히 제거되기도 하고, 중간 단계에서 강한 독성 물질들이 대량으로 생겨나 문제를 만든다.
간에서의 해독 시스템: ADH, ALDH, CYP2E1, FAE
간에서 에탄올을 처리하는 핵심 축은 두 단계다.
먼저 알코올 탈수소효소(ADH)가 에탄올을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바꾸고, 그다음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ALDH)가 이것을 비교적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꾼다.
문제는 중간 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매우 독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술을 자주·많이 마시면 ADH만으로 감당이 안 되어 CYP2E1이라는 '비상 엔진'이 가동되는데, 이 효소는 에탄올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활성산소를 쏟아낸다.
또한 에탄올이 지방산과 반응해 지방산 에틸 에스테르(FAE)라는 독성 지질을 만들고, 이것이 간·췌장·심장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 막에 끼어들며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활성산소 폭증과 세포 구성 요소 파괴
에탄올 대사 과정과 CYP2E1 활성화로 인해 활성산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세포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미토콘드리아는 과부하에 걸려 전자가 새고, 이 "누전"이 곧 활성산소라는 스파크로 나타난다.
활성산소는 세포막의 지방(특히 불포화지방산)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지질 과산화를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4-HNE, MDA 같은 또 다른 독성 알데하이드를 생산한다.
이들 독성 물질은 단백질·지방·DNA에 달라붙어 구조를 망가뜨리고 기능을 떨어뜨리며, 장기간 반복되면 간세포 손상·염증·괴사·섬유화·간경변·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방 대사 교란과 지방간, 췌장·심장 손상
에탄올을 분해하는 과정에서는 NADH라는 "충전된 에너지 운반체"가 과도하게 쌓인다.
NADH가 너무 많아지면 지방을 태워 없애는 베타 산화가 억제되어, 지방 연소는 줄고 저장은 늘어나는 방향으로 몸이 세팅된다.
그 결과 혈중 중성지방이 올라가고,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어 지방간이 진행된다.
동시에 에탄올과 지방산이 결합해 만든 FAE는 간·췌장·심장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 막에 파고들어 막을 느슨하고 새게 만들며, 칼슘 이온 유출, ATP 생산 감소, 활성산소 증가로 악순환을 만든다.
이 과정이 축적되면 알코올성 지방간·췌장염(췌장이 자기 자신을 녹이는 상태), 심근 손상과 부정맥 같은 심장 문제로 이어진다.
장-간 축 붕괴: 장 누수와 전신 염증
술을 자주 마시면 장내 미생물 생태계부터 흔들린다.
유익균은 줄고 염증을 잘 일으키는 균들이 늘어나며, 장벽을 이루는 세포 사이의 '타이트한 연결'이 헐거워져 틈이 생긴다.
이른바 "장 누수" 상태가 되면, 원래 장 안에만 있어야 할 내독소(LPS)가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유입된다.
LPS는 바로 간으로 흘러들어가 간의 대식세포(쿠퍼세포)를 자극하고, 이 세포는 강력한 염증 물질(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를 대량 분비한다.
이미 에탄올 해독으로 힘겨운 간에 사방에서 불이 번지는 격이라, 간염·섬유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전신적인 만성 염증 상태도 강화된다.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피로·비만·암 위험
활성산소·FAE·염증은 모두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공격한다.
미토콘드리아 막과 내부 단백질, DNA가 손상되면 ATP 생산 능력은 떨어지고, 대신 활성산소 생산은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긴다.
에너지를 못 만드는 세포는 쉽게 죽거나 기능이 떨어져 만성 피로, 근력 저하, 기초 대사량 감소, 쉽게 살이 찌는 몸 상태로 이어진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와 DNA는 암 발생의 중요한 토대가 되며, 알코올이 여러 암(간·식도·구강·유방 등)의 위험을 높이는 기전 중 하나다.
뇌 위축과 신경 전달 물질 교란
장기간 음주는 뇌 구조 자체를 바꾼다.
MRI 연구에서 하루 한두 잔 수준의 중등도 음주만으로도 뇌의 회백질·백질 용적이 줄어드는 것이 관찰되며, 마시는 양이 늘수록 "뇌 나이"가 수년씩 더 늙은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위축된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위축되면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술은 가바(브레이크)·글루탐산(엑셀)·도파민(보상)·세로토닌(기분) 같은 신경 전달 물질 시스템을 강제로 자극하고, 뇌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용체 숫자와 민감도를 바꾼다.
그 결과 술이 없을 때는 불안·초조·짜증·불면이 기본값이 되고, 기분과 동기를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우울과 중독에 취약해진다.
심혈관·소화기·면역·호르몬에 미치는 영향
에탄올과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혈관 안쪽 벽을 손상시키고, 활성산소와 염증을 통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혈압을 올리는 방향으로 교감신경을 자극해 고혈압·뇌졸중·심근경색 위험을 높이고, 심장 근육을 직접 손상시켜 심근병증·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식도에서는 하부 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들어 위산 역류와 식도염, 나아가 식도암 위험을 키우고, 위·소장 점막을 자극해 위염·궤양·영양 흡수 장애를 일으킨다.
면역계는 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반응이 둔해져 감염에 잘 걸리고 회복이 느려지며, 암에 대한 감시 기능도 떨어진다.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생산과 뇌-고환 호르몬 축이 억제되어 성욕·근육·자신감이 줄고, 발기부전과 정자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에서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리듬이 깨지며 생리 불순·생리통·조기 폐경·유방암·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한다.
통계로 보는 술의 위험량
연구들을 묶어 보면 "생각보다 적은 양"에서도 리스크는 분명히 올라간다.
주당 에탄올 100g(대략 소주 2병, 작은 맥주캔 8~9캔 수준)을 넘으면, 모든 원인 사망과 심혈관 사망 위험이 의미 있게 증가한다.
하루 한두 잔 수준의 음주만으로도 고혈압 위험은 약 1.2배, 세 잔 이상이면 1.5~1.7배까지 오른다는 데이터가 있다.
암의 경우, 하루 소주 반잔~한 잔 이하의 "적은 음주"에서도 구강·인두·식도·유방암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상승하며, 하루 소주 4잔 이상 수준에서는 일부 암에서 2~5배 이상까지 위험이 뛴다.
끊으면 얼마나 좋아지는가: 시간대별 변화
희망적인 점은, 손상 상당 부분이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술을 끊고 1~3일이 지나면 알코올이 대부분 빠지고, 수분·전해질 균형이 조금씩 회복되며 두통·피로가 줄어든다.
1~2주가 지나면 장 상태와 염증이 서서히 안정되고, 수면의 질·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한다.
3~4주 정도가 되면 불안과 우울이 확 줄어들고, 깊은 잠을 자는 날이 늘고 아침이 훨씬 상쾌해지는 경우가 많다.
3~6개월을 유지하면 지방간·장 누수·만성 염증이 크게 호전되고, 기억력·집중력·감정 조절 능력이 돌아오며, 건강검진 수치(간 수치, 혈압, 혈당, 중성지방)에 실제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년 이상을 유지한다면 거의 "다른 사람, 다른 삶"에 가깝게 몸·정신·생활 패턴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금주·절주를 위한 전략: "끊는 것"보다 "채우는 것"
술을 끊거나 줄이는 일은 단순히 의지 문제라기보다 생활 전체의 재구성에 가깝다.
먼저 "왜 줄이거나 끊고 싶은지"를 분명히 적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 가족, 경제, 일, 자존감 등 이유가 선명할수록 유지가 쉽다.
다음으로 나 자신의 음주 패턴을 점검한다. 언제, 어떤 감정일 때, 누구와 마시는지 기록해 보면 '트리거 상황'이 보인다.
이 틈을 대체할 활동으로 채워야 한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취미, 공부, 산책, 글쓰기 등 "심장을 뛰게 하되 망가지지 않는 자극"을 일부러 집어넣는 것이 핵심이다.
집·방·책상·냉장고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통제감이 올라가고, "이 몸과 공간을 더 잘 대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술에 손이 덜 간다.
관계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술이 있어야만 유지되는 관계보다는, 물 한 잔만 있어도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들과 시간을 늘리는 편이 결국 정신 건강과 금주·절주 모두에 유리하다.
완전 금주가 힘들 때, 더 안전하게 마시는 요령
당장 완전 끊는 것이 어렵다면, 위험을 줄이는 원칙부터 적용할 수 있다.
한 번 마실 때 자신의 상한선을 정하고(예: 소주 2~3잔, 맥주 1잔 등), 이 선을 넘지 않는 연습을 한다. 단, 한 잔 시작하면 늘 폭주하는 사람이라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마시는 날과 날 사이의 간격을 길게 둔다. 이상적으로는 1~2주 간격, 최소한 5일 이상 쉬는 패턴을 만들면 간과 뇌에 회복 시간을 줄 수 있다.
술과 설탕·단 음식은 가능한 한 같이 먹지 않는다. 설탕과 과당은 식욕과 보상 회로를 자극해 제어를 어렵게 하고, 간에서 에탄올과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되어 간독성을 더한다.
공복 음주는 피하고, 탄수화물 과다·달달한 과일 안주보다는 해산물·채소·단백질 위주의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편이 좋다.
가능하면 이른 시간(점심·이른 저녁)에 마시고, 잠자는 시간에는 알코올 농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가 되도록 한다. 이렇게 해야 수면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시는 날과 다음 날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중간중간 물 한 잔씩), 소금도 조금 보충해 탈수·전해질 불균형을 줄인다. 다음 날 카페인을 과하게 마시는 것은 오히려 탈수와 불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인사이트
술은 "스트레스를 잠깐 잊게 해 주는 마취제"일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간·뇌·장·심혈관·호르몬·정신 건강을 동시에 갉아먹으면서 미래의 나와 가족에게 큰 비용을 떠넘긴다.
반대로, 술을 줄이거나 끊는 선택은 생각보다 빠르게 보상을 준다. 수면이 좋아지고,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안정되고, 몸이 가벼워지며, 시간과 돈이 생긴다. 이 변화는 대개 "몇 달 안"에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분명하다.
현실적으로 가장 강력한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정한다(예: 한 달에 1~2번, 한 번에 두 잔 이하 등). 둘째, 술을 빼고 난 자리에 운동·정돈·좋은 관계·의미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채운다.
의지로만 버티기보다, "술 없이도 괜찮은 삶"을 하나씩 설계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훨씬 수월하다. 필요한 경우 전문 상담·의료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훌륭한 선택이다.
출처 및 참고 :
이 노트는 요약·비평·학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