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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로 떠받친 자산 시장과 중앙은행의 딜레마

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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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AI 클립으로 정리됨

출처 및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guMznG9GqZU

핵심 요약

실물 성장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난 부채와 금융이 자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렸고, 중앙은행은 이를 지키기 위해 시장의 '최종 보험자' 역할을 상시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버블을 연장시키지만, 레버리지가 쌓일수록 작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경제를 만듭니다.

금융의 본질: 실물을 돕는 조연에서 주연으로

원래 금융의 역할은 저축을 가진 사람의 돈을 새로운 기술·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연결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도록 돕는 것입니다. 즉, 실물 경제 활동을 뒷받침하는 '조연'이 금융의 본업입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부터는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국가의 실질 생산을 나타내는 GDP 성장보다 대출과 금융자산이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나며, 실물과 금융의 규모가 눈에 띄게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실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돈이 너무 많이 생기면, 그 돈은 결국 기업 설비나 생산이 아니라 주식, 부동산 같은 자산으로 흘러들어갑니다. 그 순간부터 경제는 '실물의 시대'가 아니라 '자산의 시대'로 넘어가게 됩니다.

부채와 자산 가격: 함께 움직이는 쌍둥이

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부채가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부채가 확대되는 시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자산 가격도 함께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람들은 자기 돈만으로 자산을 사지 않고, 빚을 내서 레버리지를 걸기 때문입니다. 연 3~5% 이자를 내더라도 부동산이나 주가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으면, 부채를 활용해 더 큰 규모로 자산을 매입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자산 가격은 '소득'이 아니라 '부채'라는 장작 위에 놓인 불꽃과 같습니다. 부채가 늘어나는 동안에는 불이 커지지만, 어느 순간 부채 확대가 멈추거나 자산 가격이 조금만 꺾여도 불이 급격히 약해지며 연쇄적인 파산과 매물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레버리지가 높게 쌓인 상태에서는 자산 가격이 5~10%만 조정돼도 시스템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중국의 최근 부동산 위기도 이런 구조 속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 통화량 관리에서 자산 가격 수호로

과거 중앙은행의 주요 임무는 통화량을 관리하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은행이 마음껏 대출을 못 하도록 '총량 규제'를 하며, 돈이 과도하게 풀리는 것을 제어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상황이 바뀝니다. 부채가 크게 늘고 자산 가격이 실물과 동떨어질 만큼 올라간 상태에서,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일은 곧 금융 시스템 위기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중앙은행은 통화량보다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정밀 조절하며 자산 시장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합니다.

금리를 낮추면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할 때 자산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상, 낮은 금리는 곧 자산 가격 띄우기와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이제 중앙은행은 경기·물가보다 자산 가격 안정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이 되었습니다.

'연준 풋'과 시장의 도덕적 해이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부터 등장한 개념이 이른바 '그린스펀 풋', 나아가 '연준 풋'입니다. 풋옵션이 가격이 떨어질 때 손실을 막아주듯, "시장이 크게 빠지면 연준이 반드시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굳어진 것입니다.

이 기대는 몇 번의 실제 행동을 통해 강화되었습니다. 금융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금리를 신속하게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심지어는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 ETF까지 사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은 '위기 때는 결국 중앙은행이 받쳐준다'고 학습했습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손실의 일정 부분은 결국 중앙은행(즉, 사회 전체)이 떠안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개별 투자자는 레버리지를 더 세게 밟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도덕적 해이입니다.

위험을 지는 사람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의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게 축적됩니다.

과잉 유동성과 양적완화: 위기를 덮고 더 큰 불씨를 남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시절부터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중앙은행은 단기 국채뿐 아니라 장기 국채, 회사채, 각종 금융자산까지 대량 매입하여 시장에 유례없는 수준의 유동성을 쏟아부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제로 금리와 막대한 자산 매입이 동시에 전개되면서, 통화 공급량은 과거 수십 년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단기간에 확대되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대규모 금융 붕괴를 막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자산 시장에는 거대한 버블과 "중앙은행이 언제든 도와준다"는 학습 효과를 남겼습니다. 위기의 대가를 충분히 치르지 않은 채, 부채와 자산 가격만 더 키운 셈입니다.

그 후유증은 시간이 지나며 인플레이션 압력, 자산 양극화, 세대 간 격차 등의 형태로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경제와 취약한 사회구조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 가계·기업 부채를 합친 비율은 GDP 대비 200%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이는 실물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초과한 규모이며, 경제 전체가 부채에 의존해 돌아가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조에서는 자산 가격이 단지 '투자 수단'이 아니라 '체제 유지 장치'가 됩니다. 자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순간, 레버리지를 기반으로 한 가계·기업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어, 정책 당국은 자산 가격 하락에 극도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사회 전체가 "부채의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 같은 상태에 놓입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파도가 조금만 세게 쳐도 금방 전복될 수 있는 불안정한 균형입니다.

이 구조 속에서 특히 젊은 세대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이미 부풀려질 대로 부풀려진 자산 가격 앞에서, 노동 소득만으로 집이나 자산을 마련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젊은 세대의 조급함과 '투자 강박'

기성세대가 청년 시절에는 "본업에 충실하면 언젠가 자산은 따라온다"는 말이 그나마 현실성이 있었습니다. 자산 가격과 소득의 괴리가 지금만큼 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20~30대는 출발선 자체가 다릅니다. 월급을 아무리 모아도 내 집 마련은커녕, 자산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기조차 벅찬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가 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젊은 세대는 본업보다 '재테크'를 생존 전략으로 받아들입니다. 주식, 코인, 각종 투자에 몰입하며, 빠른 계단식 상승을 좇는 단기 거래를 반복합니다. 통계에서도 20대 남성의 과도한 매매 빈도와 낮은 실질 수익률이 확인되곤 합니다.

이건 단순한 투자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사회 구조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 평생 뒤처진다"는 압박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구조는 세대 간 갈등, 상대적 박탈감, 장기적인 생산성 저하(본업 집중도 하락)라는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구조 개혁이 어려운가: 부분준비제도와 글로벌 공조의 딜레마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부분지급준비제도'를 쓰고 있습니다. 은행은 실제 예금보다 훨씬 많은 대출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통화와 부채가 팽창합니다.

이 제도를 "실제 저축이 있는 만큼만 대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려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대수술이 필요합니다. 한 나라가 혼자 바꾼다고 해결되지 않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촘촘하게 연결된 상황에서 주요국이 동시에 합의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하지만 국가 내부 정치에서조차 합의를 만들기 어려운 개혁을, 국가 간 공조로 추진하기란 매우 난이도가 높습니다. 게다가 단기적으로는 강한 반발(성장 둔화, 자산 조정, 기득권 손실)이 불가피하기에, 정상적인 시기에는 정치적으로 추진 동력을 얻기 힘듭니다.

역사적으로 이런 대변환은 대개 큰 위기, 전쟁, 심각한 정치적 혼란 이후에야 논의가 본격화되었습니다. 현재 구조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사이트

현재의 자산 시장과 부채 구조는 단순한 경기 국면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간 누적된 '부채 기반 자산 체제'의 결과입니다. 이 체제에서는 자산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일찍 진입한 세대와 늦게 진입한 세대 간 격차가 자연스럽게 확대됩니다.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입니다. 다만 최소한 다음의 관점은 유효합니다. 자산 가격 상승을 "노력의 보상"으로만 보지 말고, 통화·부채·중앙은행 정책이 만든 구조적 결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더라도, "중앙은행이 결국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한 베팅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합니다. 본업·역량·지식이라는 '휴먼 캐피탈'을 완전히 포기한 채 단기 투기에 올인하는 전략은, 구조적으로 불리한 세대일수록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부채 확대에만 의존하지 않는 금융 시스템, 자산 가격이 아닌 생산성과 혁신을 중시하는 성장 패턴으로의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구조가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어 왔는지 이해하는 것이 그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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