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은정 감정평가사가 말하는 지금 부동산·금리·시장 위험 구조 정리

핵심 요약
지금 부동산 시장은 거래는 거의 없는데 '호가'와 일부 거래만으로 가격이 오른 것처럼 포장되는, 정보 비대칭이 큰 시장이다. 감정평가·경매 가격·금리·유동성 구조를 함께 봐야 현재 집값이 얼마나 위험한 위치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감정평가액은 '객관 진리'가 아니다
감정평가 금액은 하나의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 평가 목적에 따라 허용 범위(레인지) 안에서 달라지는 숫자에 가깝다.
담보 평가처럼 은행 대출을 위한 평가는, 은행이 손해 보지 않도록 보수적으로 책정된다.
반대로 경매·공매 평가는, 채무자의 이익을 해치지 않기 위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가능한 한 높은 수준'을 반영하려고 한다.
즉 같은 물건도 "대출용"으로 평가하느냐, "경매 시작가"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감정가는 참고 지표일 뿐, 그 자체로 "실제 시장에서 당장 팔 수 있는 값"이라고 믿으면 오판하기 쉽다.
분양가·감정가와 실제 낙찰가의 괴리
예를 들어 12억 분양가로 나왔던 주택이 실제로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공매로 넘어갔다고 하자.
감정평가액이 분양가 근처인 12억으로 나오는 이유는, 거래 이력이 없을 경우 '소유자가 원래 받고 싶었던 가격'과 시장에서 형성된 유사 호가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입찰을 해보면 유찰이 반복되며, 3억대 후반까지 떨어져도 매수자가 안 붙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감정가를 처음부터 너무 낮게 잡으면 채무자에게 현저한 손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제도상 "높게 잡고, 시장에서 유찰을 통해 조정되도록" 설계된 면이 있다.
따라서 경·공매 물건을 볼 때 "감정가 대비 얼마나 싸냐"만 보지 말고, 주변 실거래·임대료·공실 가능성을 따져야 실제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
경매·공매 감정가가 요즘 유독 높게 느껴지는 이유
경매·공매로 나오는 물건은 통상 문제가 발생한 시점 이후 여러 절차를 거치면서, 실제 시장 상황보다 10개월~1년 정도 뒤늦게 등장한다.
가격이 가장 높았던 시기의 시세를 기반으로 감정평가가 진행된 뒤, 그 사이 시장이 식어버리면 '과거 고점 가격'이 감정가로 찍혀 올라온다.
그래서 최근에 나오는 경매·공매 물건들은, 체감 시세에 비해 감정가가 지나치게 높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럴수록 "감정가 기준 몇 % 저렴"이라는 말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 시점의 수익률·공실 위험·금리 수준을 반영해 스스로 적정가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
수익형 부동산: 명목 수익률보다 '실제 채워질 수익률'을 봐야 한다
상가, 집합상가, 오피스 등 수익형 부동산은 "표면 수익률" 숫자만 보면 괜찮아 보이기 쉽다.
예를 들어 150억에 팔려던 상가를 110억에 산다고 가정하고, 임대료 기준으로 연 6% 수익률이 나온다는 가정만 보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상권, 공실률, 실제 수요를 분석해보니 전체 면적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실제 수익률은 3%에 그칠 수 있다.
지금처럼 대출 금리가 6%대인 환경에서, '실제 수익률 3%'는 사실상 마이너스 레버리지에 가깝다.
수익형 부동산은 "임대료 시뮬레이션 상 수익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채워질 수 있는 임대율과 그에 따른 실제 수익률을 기준으로 가격을 재협상해야 한다.
금리가 오르는 구조: 모두가 돈을 원할 때 벌어지는 일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난지원금, 예산 조기 집행 등으로 시중에 돈을 뿌렸다.
그런데도 대출 금리는 6%대까지 올라가고, 예금·적금 금리도 3%대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는 "시중에 돈이 많다"는 것과 동시에 "그 돈을 원하는 수요는 더 많다"는 뜻이다.
주식, 금, 코인, 부동산, 국채 등 모든 자산 시장이 더 많은 유동성을 요구하지만, 공급이 그 욕구를 따라가지 못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끌어오려면 기존 고금리 예금을 지키고 새 자금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수신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고, 더 비싼 자금 조달 비용(코픽스)을 대출 금리에 반영하면서 대출 금리도 함께 오른다.
결국 "돈이 많이 풀렸으니 금리는 떨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는, 모든 경제주체가 동시에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는 요즘 구조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국가·채권 시장까지 포함된 '유동성 전쟁'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도 엄청난 재정 지출을 위해 국채를 계속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 기대하며 국채를 사는데,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국채 발행이 급증하면 상황이 바뀐다.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느끼면, 기존에 들고 있던 채권을 팔고 떠나게 되고, 국채를 팔아야 하는 국가는 새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미국은 특히 단기 국채를 많이 찍어 팔면서, 단기 자금(MMF, 레포 시장)에 있던 유동성을 빨아들였고, 그 결과 은행들이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요약하면, 개인·기업뿐 아니라 국가도 모두 "돈을 더 많이, 더 빨리" 원하면서, 유동성은 점점 희소 자원이 되어 가고 있다.
부동산·주식·코인: 조정이 '눈에 보이는 시장'과 '가려진 시장'
주식·코인 시장은 가격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거래가 잦다.
그래서 과열 후 조정이 오면 즉시 차트에 반영되고, 투자자들이 손절·매도를 선택할 수 있는 타이밍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반면 주택 시장은 거래가 드물고, 실제 성사된 가격보다 "팔겠다고 올려둔 호가" 정보가 훨씬 많이 보인다.
거래가 거의 없는데도, 몇 건의 고가 거래나, 내려오지 않는 호가만 보고 "아직 안 떨어졌네"라고 느끼기 쉽다.
그 사이 레버리지(대출)를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은, 시장이 실제로 얼마나 조정되고 있는지 체감하지 못한 채, 장기간 높은 위험을 떠안게 된다.
즉, 조정이 차트와 거래량으로 즉시 드러나는 시장보다, '거래 없는 고가 호가'만 떠 있는 주택 시장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왜 지금 집값이 특히 위험한 구조인가
최근 몇 년간 부동산은 다른 자산보다 훨씬 긴 기간 과열을 지속했다.
주식·코인 같은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큰 조정을 거쳤는데, 부동산은 거래가 줄어든 상태에서도 가격 통계상으로는 크게 꺾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대출 금리가 6%대까지 올라가면서, 이미 주택담보대출만 1,900조 원을 넘긴 상황에서 추가 금리 상승은 곧바로 상환 부담과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 바닥 같다""이 정도 빠졌으면 됐다"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과열의 기간이 길고, 조정이 지연되며, 금리·유동성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점이라고 생각한 지점 아래로 더 내려갈 여지가 열려 있는 시장이라는 점을 전제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 규제의 역할
토지거래허가제는 집값을 직접적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과열된 투기 심리를 식히는 '브레이크' 역할에 가깝다.
고소득층조차 과도한 레버리지를 감수하며 집을 사는 "초연결·초레버리지 시대"에서, 허가제와 대출 규제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사되, 빚으로 무리해서 뛰어드는 건 막겠다"는 신호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출을 이미 쥔 상태에서, 또 다른 대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연명에 가깝다.
정책의 방향은 "대출을 더해서 집을 사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부채 의존을 줄이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흐름에서는 현금 여력이 충분한 일부 현금 부자만이 시장에 선택적으로 참여하고, 다수는 관망하거나 청약·전세 등으로 주거 전략을 바꾸게 된다.
호가·소량 거래 통계에 속지 않는 법
요즘 "어느 구가 몇 % 올랐다"는 기사 중 상당수는, 극히 적은 거래 건수 또는 한두 건의 고가 거래를 기반으로 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구의 한 달 거래가 한두 건에 불과한데, 그중 고가의 특수 거래가 하나 끼어 있으면 통계상 상승률이 5~6%로 찍힐 수 있다.
또, 실제 거래는 없는데, 집주인들이 매물을 높은 가격에 올려놓은 호가만으로 "가격이 버틴다""오름세다"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호가는 "팔렸으면 하는 희망 가격"일 뿐, 시장이 실제로 인정한 가격이 아니다.
부동산은 단기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주간 단위 통계를 가지고 '방향을 확신'하기보다는 최소 분기·반기 단위의 흐름과 거래량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내 집 마련이나 투자 결정을 할 때는, ① 거래량이 충분한지, ② 실거래가가 어떤 흐름인지, ③ 대출·금리·공실 위험을 감안한 실질 부담이 어떠한지 를 직접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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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장은 "정보가 잘 보이지 않는 부동산"과 "유동성이 빨려 들어가는 금융시장"이 동시에 위험 신호를 내고 있는 시기다.
감정가, 분양가, 호가, 언론 통계는 모두 참고용일 뿐, 곧바로 "지금 이 가격이 맞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대출 금리가 높고, 유동성 경쟁이 심해지는 환경에서는 레버리지에 기대어 '언젠가 또 오르겠지'라는 기대를 걸기보다, – 내 소득으로 감당 가능한 대출 한도, – 공실·수익률·금리 인상 시나리오, – 거래량과 실거래 흐름 을 냉정하게 따져 보는 것이 최우선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의 범위 안에서, 시간이 지나도 후회하지 않을 구조인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만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이, 지금 같은 국면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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