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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왜 다시 경제의 중심이 되었는가

책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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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AI 클립으로 정리됨

출처 및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sBMKqBHEcsg

핵심 요약

경제학 역사에서 토지·주택은 한때 이론의 핵심이었다가 20세기 거시경제학이 정교해지면서 주변부로 밀려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다시 '본진'으로 복귀했다. 특히 에드워드 리머의 "Housing is the Business Cycle" 같은 연구는 주택이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 자체를 움직이는 핵심 동학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토지·주택은 원래 경제학의 주인공이었다

고전파 경제학에서 생산의 기본 요소는 노동, 토지, 자본 세 가지였다. 여기서 토지는 곡물 가격, 지대(렌트), 계급 갈등과 불평등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였다.

리카도는 토지를 통해 곡물 가격과 지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분석했고, 헨리 조지는 토지 독점이 사회 갈등과 불평등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이 과정에서 '지대'와 '지대 추구'는 경제학의 굵직한 주제가 되었고, 토지는 단순한 땅이 아니라, 권력과 소득 분배를 설명하는 렌즈였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을 두고 "21세기의 지대 추구"라고 부르는 것도, 이 고전적 토지·지대 논의를 디지털 자산과 독점권으로 확장한 표현이다. 즉, 경제학의 긴 역사에서 토지는 오랫동안 '경제의 본질'을 설명하는 출발점이었다.

케인즈 이후: 토지가 생산함수에서 사라진 이유

현대 거시경제학이 케인즈 이후 정식화되면서 생산을 설명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표준적인 생산함수는 "산출 = 노동 + 자본 + 생산성(A)" 구조로 정리되었고, 여기서 토지는 독립 항목에서 빠졌다.

토지는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본(건물, 설비 등) 안에 흡수되거나, 단순 소비재로 다뤄졌다. 그 결과 주택·부동산은 "경기가 좋아지면 따라 오르는 결과 변수" 정도로 취급되고, 경기 변동을 만드는 동적인 핵심 요인으로는 보지 않는 흐름이 주류가 되었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생산, 자본 축적, 기술진보, 노동시장 같은 챕터는 풍부한 반면, '주택'은 부차적인 응용 파트 정도로 다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기 경제학의 암묵적 전제는 "경기 → 주택"이지 "주택 → 경기"가 아니었다.

인플레이션 시대와 포터바: '사용자 비용'으로 본 집값

1970~80년대 고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그리고 각국의 주택 세제(모기지 이자 공제, 재산세 공제 등)가 맞물리면서, 주택을 다시 진지하게 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명목금리가 오르면 이자비용도 늘지만, 동시에 이자·세금 공제 규모도 함께 커져 실질 부담이 줄어드는 구간이 생긴 것이다.

제임스 포터바는 1983년 논문에서 자가주택을 거대한 자산시장에 상장된 하나의 자산처럼 분석했다. 그는 집을 1년 보유할 때 발생하는 모든 실질 비용을 '사용자 비용(user cost)'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었다.

사용자 비용에는 감가상각, 유지보수비, 재산세, 이자 비용, 그리고 기대 자본이득(집값 상승 기대)이 모두 포함된다. 집값은 앞으로 얻을 주거 서비스의 흐름을 이 사용자 비용과 이자율·세율을 반영한 비율로 할인한 현재가치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이 틀에서는 인플레이션, 명목금리, 세율, 공제 제도 등이 모두 집값 결정 변수로 들어온다. 결국 세제와 인플레이션이 "실질 주거비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하면, 같은 소득이라도 더 높은 집값을 떠받칠 수 있다는 메커니즘을 정식화한 셈이다.

오늘날 학계에서 주택 가격을 분석할 때 포터바의 사용자 비용 모델을 인용하지 않고는 논의를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대와 비합리성: 케이스–슐러의 주택시장 연구

집값을 자산시장처럼 바라보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주택시장은 주식시장처럼 효율적일까, 아니면 사람들의 기대와 심리에 크게 휘둘릴까?"

케이스와 슐러는 같은 집이 반복 거래된 데이터를 모아, 주택시장이 '약형 효율시장'인지 검증했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에는 관성과 추세가 강하게 나타났고, 오른 지역은 계속 오르고, 내리는 지역은 계속 내리는 패턴이 관측되었다.

그들은 실제 주택 구매자에게 "집을 살 때 향후 가격을 어떻게 예상했는가"를 물었다. 많은 응답자가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 상승" 같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전제하고 매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슐러는 이를 '합리적 기대'와는 거리가 먼, 거의 투기적 열광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평가하면서, 주택 시장이 심리·스토리·군중 행동에 의해 크게 움직인다고 보았다. 이후 슐러는 거품과 과열, '내러티브 경제학'을 통해 기대와 스토리가 경제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장해 설명했다.

핵심은, 주택 가격은 단순히 소득·금리의 함수가 아니라, 사람들의 기대·심리·이야기와 깊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신용 팽창을 자극해 경기 변동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버냉키의 금융 가속기: 담보와 실물경제의 연결

벤 버냉키는 1999년 '금융 가속기(financial accelerator)' 이론을 통해 자산 가격과 실물경제를 연결했다. 핵심 아이디어는 "담보 가치가 변하면 신용 공급이 같이 흔들리고, 이것이 실물경기를 증폭한다"는 것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집값이 오르면 담보 가치가 늘어나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기업도 자산 가치 상승으로 자금조달 비용(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진다. 예를 들어 LTV 70%일 때 집값이 5억에서 10억으로 오르면, 최대 대출 가능액은 3.5억에서 7억으로 뛴다.

이는 집값이 단순히 '부자의 장부상 평가이익'이 아니라, 당장 현금 유동성과 소비·투자를 확대하는 통로가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집값이 떨어지면 담보 여력이 줄면서 대출이 위축되고, 소비와 투자가 동시에 얼어붙는 악순환도 설명할 수 있다.

금융 가속기 이론은 이후 주택가격 변동이 왜 경기 국면을 크게 키우거나 꺼뜨리는지 이해하는 기본 프레임이 되었다. 주택은 이때부터 "신용을 매개로 실물과 금융을 연결하는 레버"로 본격적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이아코비엘로와 DSGE 모형: 주택을 집어넣은 현대 거시경제

현대 중앙은행과 연구자들이 즐겨 쓰는 거시 모형 중 하나가 DSGE(동태적 확률 일반균형) 모형이다. 이는 개별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 등)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시간이 지나며 경제가 어떻게 조정되는지를 시뮬레이션하는 틀이다.

마테오 이아코비엘로는 이 DSGE 모형에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가계"를 명시적으로 집어넣었다. 그는 가계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보았다. 비교적 여유가 있어 저축을 하는 가구와, 담보를 활용해 차입을 늘리는 가구다.

집값이 오르면 후자의 차입 여력이 커지고, 이는 소비와 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 충격을 '증폭'시킨다. 금리 변화 같은 통화정책이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실물경제에 얼마나 크게 파급되는지,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아코비엘로의 블록은 현재 많은 중앙은행 DSGE 모형에서 사실상 표준 파트가 되었다. 이는 "주택·가계부채를 빼고는 통화정책과 경기전망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도권이 인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에드워드 리머와 "Housing IS the Business Cycle"

주택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인물이 통계학자 에드워드 리머다. 그는 2007년 미국 연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Housing is the Business Cycle"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리머는 1900년대 이후 미국의 주요 경기침체 10번 중, 한국전쟁·국방지출 관련 침체(1953년)와 IT 버블 붕괴(2000년)를 제외한 8번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침체 직전에 항상 주택 착공과 주택투자 지표가 먼저 크게 꺾였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GDP에서 주택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2%로 크지 않다. 그러나 그 변동 폭은 경기 사이클과 놀랍도록 정확히 맞물려 있었고, 실질 GDP 성장률과 함께 그린 그래프에서 주택투자 성장률은 '경기파동의 그림자'처럼 움직였다.

리머의 주장 요지는 단순하다. "주택은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경기 순환 그 자체를 가장 잘 드러내는 핵심 변수이며, 경우에 따라 경기의 동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과서, 특히 맨큐의 거시경제학에서 주택이 거의 무시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거시경제 분석에서 주택의 위상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가 있은 후, 실제로 미국 주택시장은 급락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리머는 주택거래량이 가격보다 앞서 위축된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거래량이 먼저 급감하고 1~2년 뒤에 가격 조정과 경기침체가 뒤따랐다. 2000년대 중반에도 미국 거래량이 먼저 꺾였고, 그 후 리먼 사태로 이어진 흐름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 예측력 덕분에, 그는 일종의 '노스트라다무스'처럼 회자되었고, 이후 학계와 정책 당국에서 주택시장을 경기선행 지표로 보는 시각이 훨씬 강화되었다.

2008년 이후: 주택·부채·소비를 잇는 새로운 정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시장 붕괴에서 촉발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소비와 고용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방대한 실증 연구가 등장했다.

아티프 미안 등은 미국 가계의 지역별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해, 집값 하락 → 담보 여력 감소 → 소비 위축 →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연쇄를 추적했다. 이는 "주택과 부채를 무시한 채 경기와 실업을 설명할 수 없다"는 현실을 수치로 확인해준 작업이었다.

이제 주류 거시경제학에서 주택은 더 이상 부록이 아니다. 통화정책, 금융안정, 가계부채 관리, 불평등 분석에서 주택·부동산은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경제학의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고전파: 토지 = 경제의 본질 → 케인즈 이후: 노동·자본·생산성 중심, 주택은 주변부 → 1970년대 이후: 세제·인플레·자산시장 관점에서 주택 재부상 → 2008년 이후: "주택·부채 없이는 경기 설명 불가"라는 새로운 합의.

인사이트

주택은 단순히 개인 자산의 한 종류가 아니라, 경기의 방향과 강도를 읽는 데 가장 중요한 창 중 하나다. 소득·금리뿐 아니라 세제, 기대, 신용, 담보 제약까지 주택과 얽혀 있기 때문에, "집값"을 본다는 것은 사실상 "경제의 복합 신호"를 읽는 일에 가깝다.

실무적으로는 몇 가지를 염두에 둘 만하다. 첫째, 주택 거래량·착공·인허가 같은 실물 지표는 가격보다 선행해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 장기 투자자라면 가격만 보지 말고, 거래와 공급의 변화를 꾸준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둘째, 주택 가격 급등기에는 단순히 "소득도 늘고 금리도 낮으니 당연히 오른다"는 식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들의 비합리적 기대와 스토리가 얼마나 과열되어 있는지, 대출과 레버리지 비율이 얼마나 늘고 있는지 함께 봐야 한다.

셋째, 정책 측면에서는 금리정책만으로 경기와 금융안정을 동시에 잡기 어렵고, 주택·가계부채 규제(LTV, DTI 등)와 세제가 사실상 '거시건전성 정책'의 핵심 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주택을 단순한 부동산 시장 이슈로 별도 분리해서 볼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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