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논란과 AI 인프라 투자, 무엇을 봐야 할까

핵심 요약
엔비디아를 둘러싼 회계·버블 논란은 상당 부분 과장됐지만, 성장 속도 둔화와 경쟁 심화 가능성은 현실적인 리스크다. 투자자는 "AI 인프라 장기 성장"과 "엔비디아·TPU·경쟁사 간 점유율 재분배"를 동시에 고려해 비중을 나눌 필요가 있다.
엔비디아를 둘러싼 논란의 배경
최근 미국 시장에서는 엔비디아를 둘러싸고 AI 버블, 회계 부정, 실적 왜곡 같은 강한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클 버리 등이 매출채권 증가, 감가상각 기간, 벤처 투자와 순환매출 등을 근거로 "지속 불가능한 성장"을 주장하며 공매도 논리를 펼친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해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공식 메모를 보내며 세부 항목별로 반박했다. 이 메모는 단순 홍보가 아니라, 시장이 집요하게 파고든 재무·회계 이슈를 정면으로 설명하는 방어 문서에 가깝다.
투자자는 이 논쟁을 "누가 맞냐"의 문제가 아니라, "팩트(과거·현재)와 전망(미래)을 어떻게 구분해 받아들일지"의 문제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매출채권과 현금 회수: 진짜 문제인가?
시장 의심 1번은 "외상 매출이 늘고, 돈을 늦게 받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다. 이는 곧 "고객이 GPU는 가져가는데, AI로 돈을 못 벌어서 대금 회수가 위험하다"는 서사로 이어진다.
엔비디아의 설명은 다음에 가깝다.
매출채권 회수기간(DSO)은 최근 분기 기준 54일 → 53일 → 52일로 오히려 단축되었다.
매출채권 절대액이 늘어난 것은, 매출 자체가 급증했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다.
클라우드 대형 고객들의 결제 조건은 과거와 비교해 특별히 느슨해지지 않았다.
즉 "돈을 못 걷고 있다"는 식의 위기론은 데이터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과거 숫자는 팩트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향후도 문제없을 것"은 전망이므로, 투자자는 고객들의 수익성과 AI 비즈니스 모델이 실제로 자리 잡는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재고 증가와 회전일수: 위험 신호 vs 신제품 준비
두 번째 쟁점은 재고와 재고 회전일수가 늘어난 것이다. 시장은 이를 "수요 둔화, 주문 취소, 재고 누적"로 해석하며 AI 사이클 피크아웃 가능성을 우려했다.
엔비디아의 논리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재고 증가의 70% 이상은 블랙웰(B100/B200)·루빈 등 차세대 제품 생산 준비 때문이다. 신제품 출시 전에 웨이퍼, 기판, 패키징 등 공정을 미리 돌리면 제공품·재고가 일시적으로 크게 잡힌다.
둘째, 차세대 제품은 기존보다 공정이 복잡하고 칩 집적도가 높아 제조 리드타임 자체가 길어졌다. 리드타임이 늘면 같은 매출을 내기 위해 필요한 "재공 중인 물량"이 자연스럽게 더 커진다.
셋째,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위해 일종의 완충 재고를 전략적으로 들고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상 밖 국가/기업 수요(예: 특정 국가의 대규모 주문, 수출 규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어느 정도 재고 버퍼가 필요하다.
핵심은 "이 재고가 실제로 팔려나가느냐"다. 따라서 투자자는 향후 몇 분기 동안 블랙웰·루빈 출하와 매출 반영 속도를 함께 보며 엔비디아 주장의 진위를 검증해야 한다.
벤처 투자·순환 매출·SPV 논란
또 다른 논쟁은 "엔비디아가 투자한 스타트업이 다시 엔비디아 GPU를 대량 구매해 매출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순환 금융 의혹이다.
엔비디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은 수백 개 규모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GPU 구매 비중은 전체 매출에서 극히 미미하다.
"투자 → 그 돈으로 우리 제품 구매"라는 구조는 사실이 아니며, 고객의 GPU 구매는 각 기업의 사업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또 일부에서는 과거 엔론 사태처럼 SPV(특수목적법인)를 통해 부채를 숨기거나 외형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우리는 SPV를 사용하지 않고, 모든 투자와 매출은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영역은 외부에서 100% 검증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최소한 현재 재무제표와 감사의견 범위 내에서는 대형 회계 부정이 확인된 바는 없다. 다만, "벤처 투자→생태계 조성→GPU 수요 자극"이라는 구조 자체는 분명 존재하므로, 향후 이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지 않는지 체크할 필요가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에 대한 의존과 결제 리스크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매출의 상당 부분은 소수의 하이퍼스케일러(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구글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자본적 지출(Capex)이 꺾이면 엔비디아 매출도 동반 급락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점은 두 가지다.
결제 리스크: 이 기업들은 시가총액, 현금창출력, 재무건전성이 대부분 국가급 수준이라 "돈을 떼일 위험"은 매우 낮다.
경기·전략 리스크: Capex 계획은 경기, 규제, AI 전략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고, 그때마다 엔비디아 매출 성장률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즉 신용 리스크는 작지만, "투자 사이클 리스크"는 본질적으로 존재한다. 더불어 소수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 자체는 구조적 리스크이므로, 엔비디아가 국가(소버린 AI), 제조·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으로 고객을 얼마나 빠르게 다변화하는지가 중요하다.
AI 인프라 투자: CPU → GPU → TPU로 이어지는 구조적 전환
엔비디아와 강세론자들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큰 그림은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구조적 전환"이다. 기존 CPU 중심 컴퓨팅을 GPU 중심 가속 컴퓨팅으로 바꾸는 흐름이 이제 막 본격화됐고, 이 전환이 앞으로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관점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구글 TPU 같은 전용 행렬 연산 칩도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의 그림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CPU: 여전히 필수지만, "메인 연산 엔진"에서 "보조·제어 역할" 비중이 커질 가능성.
GPU: 범용 AI 학습·추론, 다양한 워크로드에서 주력 가속기 역할 유지.
TPU·기타 가속기: 특정 AI 연산(특히 대규모 행렬 연산, 추론)에 특화된 가성비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
즉 "CPU → GPU로의 단순 교체"가 아니라, CPU·GPU·TPU 등이 역할을 나누며 함께 커지는 구조다. 엔비디아는 여전히 핵심 축이지만, 과거처럼 거의 독점적인 위치를 유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AI 버블인가, 초기 성장인가: 어디쯤 와 있을까?
엔비디아는 "AI 인프라 투자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CPU → GPU 전환, 머신러닝 → 생성형 AI·멀티모달, 소프트웨어 중심 → 에이전트·물리적 AI로의 확장"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변화를 근거로 버블론을 부정한다.
반면 강세이지만 신중한 시각에서는 이렇게 본다.
완전한 초기는 이미 지났다. 엔비디아 분기 매출이 수백억 달러가 나온 시점은 "이성계 시대"가 아니라 최소 "세종 시대"쯤에 해당한다.
성장은 계속되겠지만, 연 60~70% 성장하던 초기 폭발 구간은 지나가고, 점차 20~30%대의 보다 완만한 성장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성장의 과실이 엔비디아 한 회사에 집중되던 단계에서, 경쟁사와 다른 아키텍처(예: TPU)로 일부 나누어지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즉 "AI 자체는 장기 성장, 엔비디아는 여전히 핵심, 다만 성장률·점유율은 과거만큼 화려하진 않을 수 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버블이냐 아니냐를 흑백으로 보기보다는, "성장은 맞지만 밸류에이션과 경쟁 구도를 어떻게 감안할 것인가"의 문제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엔비디아 vs TPU·기타 경쟁자: 독점 구도에서 경쟁 구도로
지금까지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려왔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빅테크의 주요 GPU 수요를 거의 엔비디아가 가져갔고, AMD나 맞춤형 칩(브로드컴, 마벨 등)은 주변부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구글의 제미나이 3 등 TPU 기반 모델이 성능 면에서 엔비디아 GPU 기반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일부 영역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메타 등 일부 빅테크는 2027년 이후 TPU 등 대체 가속기를 본격 도입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HBM, 패키징 등 메모리·부품 영역에서도 SK하이닉스 중심 구조에 삼성전자·마이크론 등이 본격적으로 따라붙고 있다.
이 변화는 단기간에 엔비디아를 무너뜨리진 않겠지만, "EGPU만으로 포트폴리오를 끝까지 끌고 가도 된다"는 단순한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는 "엔비디아 중심 + 경쟁자·대체 아키텍처 분산"이라는 시나리오를 기본값으로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AI 수요의 확산: 하이퍼스케일러에서 국가·제조·로봇으로
엔비디아는 AI 버블이 아니라는 근거로 수요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초기에는 주로 하이퍼스케일러와 빅테크가 AI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제는 다음과 같은 축들이 더해지고 있다.
소버린 AI: 국가 단위의 AI 인프라 구축 수요(중동, 한국, 유럽 등).
제조·자동차: 공정 자동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을 위한 GPU 수요.
에이전트·로보틱스: 사람 대신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트 AI, 물리적 공간을 인식·제어하는 로봇·공정 자동화 수요.
이런 확장은 "하이퍼스케일러 Capex가 다하면 AI 투자도 끝"이라는 단순한 시나리오가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각 섹터의 투자는 속도·규모·수익화 구조가 다르므로, 어떤 영역이 실제로 엔비디아 실적에 유의미한 비중으로 자리 잡는지는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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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를 둘러싼 회계·버블 논쟁에서 과거·현재의 숫자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앞으로의 성장 속도와 점유율, 경쟁 구도는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영역이다. 따라서 "엔비디아가 거짓말하느냐"에 집착하기보다, 공개된 데이터와 실제 출하·매출, 고객 Capex 추세를 분기별로 확인하며 자신의 가설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AI 인프라 투자는 장기적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엔비디아의 성장률과 점유율은 과거보다 완만해질 수 있다.
엔비디아 한 종목에 올인하기보다는, GPU(엔비디아·AMD), TPU/기타 가속기(구글·맞춤형 칩), 메모리·패키징(HBM 등), AI 수혜 빅테크(클라우드·플랫폼)로 노출을 나누는 전략이 리스크 관리에 유리하다.
매출채권·재고·Capex·고객 집중도는 "위험 신호"가 아니라 "초고성장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출렁이는 지표"일 수 있으므로, 숫자의 방향뿐 아니라 맥락(신제품 전환, 고객군 변화)을 함께 보아야 한다.
결국 핵심은 "AI는 장기 구조적 성장, 엔비디아는 여전히 중심, 다만 과거처럼 압도적 독점과 폭발적 성장에만 기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 관점을 기준으로, 자신의 위험 선호도와 공부 수준에 맞게 엔비디아와 경쟁주, 관련 생태계 전체에서 비중을 어떻게 나눌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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