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T 종료와 유동성, 환율 변화를 한눈에 이해하기

핵심 요약
미 연준의 양적 긴축(QT) 종료는 "긴축의 속도를 줄이고, 향후 완화로 넘어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유동성 공급 속도가 다른 나라보다 빨라지면 달러 강세가 꺾이며 원·달러 환율도 점진적 하락(원화 강세) 쪽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QT와 QE: 수도꼭지·진공청소기 비유로 이해하기
양적 완화(QE)는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뿌리는 정책이고, 양적 긴축(QT)은 이미 풀어놓은 돈을 다시 빨아들이는 정책입니다.
강의에서는 QE를 "수도꼭지를 여는 행위", QT를 "수도꼭지를 잠그고,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는 행위"에 비유합니다. 즉, QE는 통화량을 늘려 소비·투자를 자극하고, QT는 통화량을 줄여 소비·투자를 눌러 경기와 물가를 식히는 역할을 합니다.
핵심은, QT가 진행되면 시장에 돌던 돈이 서서히 회수되면서 "돈의 숨통"이 조여지는 느낌이 들고, QE가 진행되면 반대로 "돈이 넘쳐나는 파티"에 가까운 환경이 된다는 점입니다.
QT의 작동 메커니즘: 대차대조표 → 시중은행 → 실물경제
QT가 실제로 어떻게 경제를 조이는지 단계별로 보면 구조가 명확해집니다.
먼저 중앙은행(연준)이 보유한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를 더 이상 재투자하지 않거나, 아예 매각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되면 연준의 자산 규모, 즉 대차대조표가 줄어들고, 그만큼 시중은행에 쌓여 있던 지급준비금(중앙은행에 예치된 은행의 예금)도 감소합니다.
지급준비금이 줄어든 은행은 기업과 가계에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고, 자기자본으로 하는 투자도 보수적으로 바꿀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대출·투자가 줄어들면서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이 과정이 누적되어 경기 둔화와 물가 안정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점에서 QT는 "금리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방향의 효과"를 내는 정책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금리를 올려도, 유동성을 회수해도, 둘 다 경제에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연준 대차대조표의 역사: 위기 때는 급팽창, 이후엔 축소
연준의 자산 규모를 시간 순으로 보면 위기와 정책 전환이 눈에 잘 드러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팬데믹 때 연준의 자산은 가파르게 늘어났습니다. 이는 국채·MBS 등을 대량 매입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던, 전형적인 양적 완화(QE) 국면입니다.
반대로 2022년 이후에는 초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양적 긴축(QT)이 본격화됐습니다. 중간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금융 불안이 커졌을 때는, 일시적으로 다시 유동성을 공급하며 대차대조표가 잠깐 불어나는 모습도 나왔습니다.
중요한 포인트는, "만약 지금이 진짜 금융위기라면 연준은 다시 자산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강력한 QE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직 QT를 유지하다가 이제야 종료하는 단계이니, 현재 상황을 강의자는 "경제·금융위기라기보다는 저성장 국면" 쪽에 가깝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번 QT 종료의 의미: '긴축 멈춤'이지, 곧장 '완화 시작'은 아니다
연준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더 이상 대차대조표를 줄이지 않고, 사실상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를 주고 있습니다.
이 말은, 지금까지처럼 국채·MBS를 적극적으로 줄여 나가며 돈을 회수하진 않겠다는 뜻입니다. 즉, 에어컨(양적 긴축)을 돌려 방을 계속 식히던 상황에서 "이제 에어컨은 끄고, 선풍기(높은 금리)만 돌리겠다"에 가까운 조치입니다.
QT 종료 자체가 당장 QE(양적 완화)로 전환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적어도 "더 조이진 않겠다, 나중에는 완화 쪽으로도 갈 수 있다"는 방향 전환의 준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강의자는 QT 종료를 "향후 양적 완화를 위한 포석, 통화정책 기조 전환의 초입" 정도로 해석합니다.
통화정책 3대 도구와 '선풍기·에어컨·보일러' 비유
중앙은행의 대표적인 통화정책 도구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가 기준금리 조정입니다. 금리를 올리면 냉각, 내리면 가열 효과가 나기 때문에 강의에서는 이것을 "선풍기 강도 조절"에 비유합니다. 둘째가 양적 완화/양적 긴축(QE/QT)입니다. 이건 "에어컨을 켜고 끄는 것"에 가깝습니다. 에어컨을 켜면 방 전체가 빨리 식듯, 대규모 자산 매입·매각이 유동성을 크게 움직입니다. 셋째가 지급준비율 조정인데, 은행이 중앙은행에 얼마나 돈을 묶어둬야 하는지 비율을 바꿔 대출 여력을 직접 조정하는 수단입니다.
현재 상황을 비유로 풀면, 아직 선풍기(금리)는 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에어컨(QT)은 이제 끄려는 중입니다. 향후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미국의 경우 약 3% 추정)까지 내려가고, 그 아래로 더 내리면 선풍기도 끄고 보일러(완화)까지 켠 셈이 됩니다. 여기에 QE까지 시작되면 난로와 보일러를 동시에 켠 것처럼, 유동성 '파티'에 가까운 환경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금리 인하와 '피벗': 긴축에서 완화로 넘어가는 여정
"피벗(pivot)"이라는 표현은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국면, 즉 긴축에서 완화로의 턴을 의미합니다.
지금도 기준금리 인하가 조금씩 거론되지만, 절대 수준이 여전히 높은 이상 "긴축은 맞지만, 강도만 낮아진 상태"라고 보는 게 타당합니다. 선풍기 세기를 3단에서 2단, 1단으로 줄인 것뿐, 아직 완전히 끈 것은 아니라는 비유가 그것입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수준(약 3%)까지 내리고, QT도 종료한 뒤, 필요하다면 그 아래로 더 낮추거나 QE까지 동원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완화 모드"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의자는 2025~2026년을 이런 유동성 완화와 추가 금리 인하가 겹치는 "유동성 파티" 시기 가능성이 큰 구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리·유동성 사이클 차이
최근 금리 인하 사이클을 보면, 미국보다 다른 나라들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스위스, 스웨덴, 유로존, 캐나다, 한국 등은 미국보다 앞서 금리 인하를 시작했고, 특히 한국은 기준금리가 낮은 편이라 추가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미 다수 국가가 중립금리에 근접해 있거나 그 부근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앞으로 해 봐야 1번 정도 조심스럽게 추가 인하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미국은 아직 기준금리가 중립금리(3%)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앞으로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여기에 정치 일정(미국 대선, 중간선거 등)을 감안해 자산가격을 떠받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강화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합치면, 향후 몇 년은 "다른 나라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와 유동성 공급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 구조가 바뀌는 시점이 바로 달러 가치와 환율 방향이 바뀌는 중요한 분기점이 됩니다.
유동성과 원·달러 환율: 왜 미국이 더 풀면 원화가 강해질 수 있을까
환율을 볼 때 강의자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변수는 "각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 차이"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가 미국보다 더 빨랐습니다. 즉, 한국은 더 많이, 더 빨리 돈을 풀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약해졌고, 원·달러 환율이 더 빠르게 상승(원화 약세, 달러 강세)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기준으로 미국 M2 유동성 증가율은 약 4.8%, 한국은 약 9.1% 수준으로, 한국 쪽이 더 빠르게 풀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이 QT를 끝내고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 미국의 유동성 공급 속도가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한국은 이미 중립금리(약 2%) 부근까지 내려와 있어, 추가로 풀 수 있는 폭이 크지 않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렇게 "미국이 더 빠르게 유동성을 푸는 구조"로 바뀐다면, 달러 가치는 약해지고 원화는 상대적으로 강해지는 방향으로 힘이 실릴 수 있습니다. 강의자는 이런 전제 아래, 원·달러 환율이 1450~1600원으로 치솟기보다는 오히려 1300원대 방향으로 내려갈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일 뿐, "환율은 신의 영역"에 가까운 만큼 언제든 빗나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합니다.
달러 인덱스와 환율: QT 종료와 금리 인하 기대가 주는 신호
달러 인덱스는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최근 달러 인덱스가 100을 넘어서며 강세를 보이던 구간에는 원·달러 환율도 함께 강하게 상승했습니다. 그 이후 다시 달러 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오면서, 달러 강세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움직임도 관찰되었습니다.
여기에 12월 QT 종료와 더불어 "12월에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커지면서, 달러 가치를 누르는 힘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초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던 시장이 11월 후반부터는 금리 인하 확률을 80% 이상으로 높여 잡으면서, 주가 반등과 위험자산 선호 회복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금리 인하·유동성 기대는 달러 강세를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 국내 이슈 등 다른 변수도 개입하므로 단선적으로 보진 말고, "유동성 큰 방향은 달러 약세 쪽 힘이 커지고 있다" 정도의 중장기 그림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인사이트
큰 흐름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QT 종료는 유동성 '폭발'이 당장 시작된다는 뜻이 아니라, "더 이상 조이진 않고, 나중엔 풀 준비를 하겠다"는 정책 방향 전환의 전조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앞으로 몇 년은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달러 강세·원화 약세 구조"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수 있습니다.
셋째,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적어도 유동성 방향과 속도 차이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막연한 감이 아니라 논리적인 시나리오를 세울 수 있습니다.
미국이 더 세게·더 빨리 풀면 → 달러 약세 쪽 힘이 강해짐 →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 확대
한국이 계속 더 세게 풀면 → 원화 약세 지속 → 환율 상승 압력 유지
실천 측면에서는,
투자자는 "금리 인하·QT 종료·달러 인덱스 흐름"을 함께 보며 위험자산 비중을 조절하고
실물 비즈니스 종사자는 "환율이 급등 일변도라기보다, 중기적으로는 하락 전환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원가·수출입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결국 핵심은, 단기 시세가 아니라 "통화정책 방향과 유동성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환율과 자산가격 변동을 한 박자 앞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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