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 주장, 왜 위험한가

핵심 요약
집값은 인플레이션처럼 일정하게 우상향하지 않고,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자산입니다. 공급만 바라보는 단순 논리는 실제 시장에서 변하는 '수요'와 레버리지(대출)의 위험을 무시해 큰 손실을 부를 수 있습니다.
부동산과 인플레이션은 다른 그래프다
인플레이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가 비교적 완만하게, 요철은 있어도 대체로 꾸준히 올라가는 흐름을 보입니다. 반대로 부동산 가격은 몇 년간 폭발적으로 오르다가도, 그 이후 몇 년은 길게 하락하거나 횡보하는 식으로 출렁임이 매우 큽니다.
코로나 시기처럼 돈이 많이 풀리면 집값이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가팔리게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정기에 들어가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 인플레이션 수준보다 아래로 내려가는 구간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지니 집값도 계속 오른다"는 식의 단순한 연결은 현실의 가격 그래프를 무시한 위험한 생각입니다.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고 해도, 중간에 깊은 골짜기를 여러 번 지나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무조건 상승론'의 숨은 전제 깨보기
"집값 100%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계속된다 → 돈 가치가 떨어진다 → 실물 자산인 집값은 인플레와 함께 계속 오른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플레이션과 집값이 같은 모양의 곡선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는 앞서 말했듯 두 그래프는 모양이 전혀 다릅니다. 둘째, '중간의 하락 구간'을 사실상 부정합니다. 떨어질 수 있는 자산인데, 떨어지는 구간을 인정하지 않으니 논리 전체가 현실과 어긋납니다.
결국 이 논리는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오를 테니 지금 최대한 빚내서 사라"는 메시지로 귀결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이 전제가 틀릴 경우, 그 피해는 전적으로 빚을 낸 투자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말 중요한 건 '수요' 변화
부동산 공급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갑자기 크게 늘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도시 계획, 인허가, 공사 기간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 계획에 따라 비교적 일정한 흐름으로 공급됩니다.
반면 수요는 매우 빠르게, 크게 변합니다. 이를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거래량'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해 아파트 거래량이 어떤 해에는 1만 5천 건, 다음 해에는 천 건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었다면, 이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줄었다는 뜻입니다. 이때 공급 물량은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나지 않았는데도 가격이 떨어진다면, 원인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 감소'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따라서 집값을 이해할 때는 항상 "공급이 부족하다"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지역에서 실제로 사고자 하는 사람(수요)이 얼마나 있나?"를 먼저 봐야 합니다.
공급만 강조하는 논리의 문제점
공급만 보는 주장은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인구 × 가구수 = 적정 수요"를 대략적으로 계산해 놓고, 여기에 비해 신규 공급이 적으면 "공급 부족 → 집값 상승"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실제 시장의 수요는 단순히 인구 수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금리, 경기, 심리, 규제, 전세 시장, 투자 대안(주식, 코인 등) 등 다양한 요인으로 수요는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듭니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리가 현실과 안 맞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방도 2021년까지는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세종 등 이른바 '지방 강남'이 서울 못지않게 크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같은 지역들이 크게 하락했습니다.
만약 "지방은 인구가 줄어 항상 안 오른다"고 했다가, 상승기에는 설명이 안 됩니다. 반대로 "공급 부족이라 무조건 오른다"고 했다가, 하락기에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일관되게 설명이 안 되는 논리는, 투자 판단에 쓰기에는 매우 위험한 논리입니다.
지역 사례로 보는 수요·공급·가격의 실제
지방 도시들은 인플레이션과 유동성 장세가 강하게 펼쳐질 때, 서울과 함께 크게 올랐습니다. "지방이라서 안 오른다"가 아니라, 돈이 돌 때는 지방 유망 지역도 같이 튀어 올랐다는 얘기입니다.
이후 상승분이 과도해 거품이 낀 곳은 더 크게, 더 먼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많은 지방 도시들이 그런 조정기를 통과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 "지방이니까 떨어진다"가 아니라 "먼저 많이 오른 곳부터 먼저 크게 빠지는 패턴"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합니다. 그리고 이런 패턴은, 서울도 충분히 하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간접 사례이기도 합니다.
"서울은 다르다"라는 말은 상승기에는 기분 좋은 주문 같지만, 하락기를 무시하게 만드는 위험한 자기최면일 수 있습니다.
공공 중심 공급과 시장 수요의 엇박자
현 정부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공 주택 정책은 대체로 "모든 국민이 살 집은 있어야 한다"는 당위에 기반합니다. 그래서 임대주택, 공공분양 등 공공 중심 공급을 확대해 왔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실거주 수요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기적 수요'가 훨씬 크게 작용해 왔다는 점입니다. 즉, 시장의 실제 수요는 "집이 있느냐 없느냐"보다 "값이 오를 만한 집이냐 아니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공이 공급하는 집들은 대개 시세 차익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로는 LH 임대주택 같은 곳에 빈집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공급과 수요의 매칭이 제대로 되지 않는 비효율이 생깁니다.
이 비효율이 '물가와 집값을 더 자극한다'고 단순 연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 수요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 공급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레버리지(대출)와 집값 하락이 만나면 벌어지는 일
부동산 투자는 대부분 레버리지, 즉 대출이나 전세를 끼고 진행됩니다. 현금으로 10억을 온전히 들고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자본 5억에 대출 5억을 끼고 10억짜리 집을 샀다고 해봅시다. 이 집값이 30% 떨어져 7억이 되면, 자산 구조는 이렇게 됩니다.
집값: 7억
대출: 5억
순자산(집 – 대출): 2억
원래 가진 5억이 2억으로 줄어, 자기자본이 60%나 사라진 셈입니다. 집값은 30% 떨어졌지만, 내 재산은 60% 줄어든 결과가 됩니다.
주식시장에서 3배 레버리지 ETF가 큰 폭으로 떨어질 때 원금이 거의 증발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부동산은 금액이 훨씬 크고, 대부분이 레버리지라 한 번 방향을 잘못 잡으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무조건 오른다"는 말을 믿고 무리하게 레버리지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파멸 위험을 안고 있는 선택입니다.
인사이트
집값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직선'이 아니라 '롤러코스터'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투자나 내 집 마련을 고민할 때는 다음을 꼭 점검해야 합니다.
"무조건 오른다"는 말이 들리면, 그 논리가 수요 감소·거래 급감·지역별 하락 사례도 설명할 수 있는지 따져보기
인플레이션과 집값을 '같은 곡선'으로 보는 습관 버리기
공급 이야기만 반복하는 주장 대신, 실제 거래량과 체감 수요를 함께 보기
레버리지를 얼마나 쓰고 있는지, 집값이 20~30% 하락해도 버틸 수 있는 구조인지 계산해 보기
결국 살아남는 사람은, 그럴듯한 확신이 아니라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움직이는 사람입니다. 집값 전망은 누구도 100%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더 신중하고 안전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참고 :
이 노트는 요약·비평·학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저작권 문의가 있으시면 에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