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GPU 감가상각 6년, 누가 이득 보고 누가 뒤처질까

AI GPU 감가상각 연장, 숫자 뒤에 숨은 진짜 메시지
이미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은 서버와 GPU 감가상각 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렸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한 회계 조정처럼 보이지만, 이 변화는 기술 흐름과 투자 전략, 기업 IT 운영까지 한꺼번에 건드리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감가상각을 6년에 맞춘다는 것은 두 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서버와 GPU가 예전처럼 금방 고철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거대한 설비 투자 부담을 더 길게 나누어 인식하겠다는 회계적 선택입니다. 숫자만 보면 이익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장비를 최소 6년은 돌릴 자신이 있다"라는 기술·비즈니스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저라면 이 지점을 단순한 회계 꼼수로만 보지 않겠습니다. 감가상각이 길어진다는 사실은, AI 열풍이 꺼진 뒤에도 이 GPU들이 다른 용도로 계속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자신감이 모든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회계 숫자보다 중요한 질문, 정말 6년을 쓸 수 있나
많은 사람들은 "6년이면 너무 긴 것 아닌가"라는 직관적인 불안감을 느낍니다. AI 칩 세대 교체 속도만 봐도 그런 걱정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실제 서버 운용을 떠올리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웹 서버, 사내 시스템, 단순 저장용 서버 같은 장비는 이미 5년 이상 무리 없이 굴리는 환경이 흔합니다. 성능보다 안정성이 중요하고, 처리량만 맞으면 굳이 최신 장비를 쓸 이유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GPU도 처음 1~2년에는 초거대 모델 학습에 동원되지만, 이후에는 실시간 응답이 필요한 서비스로, 마지막에는 대량 배치 처리나 분석 작업으로 역할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가치 캐스케이드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이 흐름이 꽤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GPU 자체 수명보다, 이 GPU에 맞춰 설계된 서비스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이 6년 동안 유지될 수 있느냐입니다. 기술은 남는데, 수익을 내던 서비스가 먼저 수명을 다하는 상황이 오기 쉽기 때문입니다.
AI 버블과 감가상각, 어디까지가 과장인가
AI 버블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감가상각 연장을 "이익 부풀리기 수단"으로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실제로 감가상각 기간을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영업이익이 몇 퍼센트씩 좋아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다만 이 효과는 일회성에 가깝습니다. 감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추가로 늘릴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가상각 연장 자체를 AI 사기극의 핵심 증거로 보는 시각은 솔직히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처럼 공격적인 GPU 투자를 계속 유지하면서도, 6년 동안 GPU에 새로운 역할을 계속 물려줄 수 있을지, 그리고 AI 서비스 수요가 그 시간을 버텨줄지 여부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산업마다, 회사마다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GPU는 정말 6년째에도 돈을 벌 수 있을까
GPU가 6년 동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주장은 매력적으로 들리지만, 그 안에는 여러 전제가 숨어 있습니다. 단순히 "고장이 안 난다"는 수준이 아니라, "성능이 뒤처져도 쓸 곳이 남아 있다"는 가정입니다.
트레이닝에서 인퍼런스로, 그리고 뒤쪽 공정으로 밀려나는 칩들
AI 인프라에서는 가장 빠른 칩이 가장 어려운 일을 맡습니다. 거대한 언어 모델을 학습시키는 초기 단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구간은 1~2년이면 세대가 바뀌고, 이전 세대 GPU는 바로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갑니다.
다음 단계는 고급 실시간 인퍼런스입니다. 챗봇, 이미지 생성, 실시간 번역 같은 서비스가 여기에 들어갑니다. 반응 속도가 중요하지만, 최신 칩만큼의 성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아래에는 배치 처리와 분석이 있습니다. 이미지 수백만 장을 분류하거나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처럼, 몇 시간 더 걸려도 큰 문제가 없는 일들입니다. 이 단계까지 내려오면 GPU 성능이 조금 떨어져도 수익을 내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이 구조를 생각하면, 6년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숫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뒤로 밀려난 GPU를 받아줄 작업이 실제로 존재하느냐입니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질문, 우리에게도 '캐스케이드'가 있는가
국내 중견기업이나 스타트업의 현실을 떠올리면, GPU 가치 캐스케이드 구조가 깔끔하게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초거대 모델을 직접 학습하는 조직은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이미 학습된 모델을 빌려 쓰거나, 제한된 규모의 모델만 운용합니다. 이 상황에서 고가 GPU를 여러 세대 쌓아 올리며 역할을 나눠 쓰는 전략은 부담이 큽니다.
저라면 한국 기업에서는 GPU를 "트레이닝 전용 자산"이 아니라, 처음부터 "트레이닝과 인퍼런스, 분석까지 순환시키는 공용 자산"으로 설계하겠습니다. 그래야 3년 후에 신형 GPU를 들여와도, 기존 GPU를 버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뒤쪽 공정으로 밀어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런 구조를 만들 자신이 없다면, 온프레미스 GPU 투자보다 클라우드 기반 GPU 대여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리프레시 주기, 이제는 '교체'보다 '수리'가 중요한 시점
한동안 기업 IT에서 리프레시 주기는 일종의 관성처럼 굴러갔습니다. 3년마다 노트북을 새로 지급하고, 서버도 비슷한 주기로 싹 갈아버리는 방식입니다. 장비 가격이 내려가고, 성능 향상이 가팔랐던 시기에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성능 향상 둔화와 하드웨어 수리의 재등장
CPU 성능 향상 속도가 둔화되고, 메모리와 저장장치도 일정 수준 이상에서는 체감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5년 넘은 노트북이나 서버를 여전히 문제 없이 쓰는 사례가 빠르게 늘어납니다. 여기에 공급망 리스크와 관세, 지정학 이슈까지 겹치면서, 새 장비를 들여오는 비용과 리스크가 동시에 올라가는 중입니다.
이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기존 장비를 더 오래 쓰기 위한 수리와 부품 교체입니다. 과거에는 기업 내에서 메모리를 교체하거나 SSD를 갈아끼우는 정도만 해도 예외적인 풍경이었습니다. 이제는 메인보드 수리나 부품 재활용까지 다시 고민할 시점입니다. 특히 GPU와 같은 고가 장비는 작은 결함으로 전체를 버리는 순간 손실이 너무 큽니다.
제 기준에서는 2020년대 기업 IT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역량이 바로 하드웨어 수리 능력이라고 봅니다. 개발자 채용에만 예산을 몰아주고, 장비를 직접 만지는 사람을 줄여왔던 조직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리프레시 주기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이유
리프레시 주기를 무조건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핵심 서비스나, 보안 요구 수준이 높은 영역은 여전히 짧은 주기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백오피스 업무용 PC, 로그 수집 서버, 테스트용 장비 등은 5~6년까지 끌고 가도 업무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산 전체를 일괄적으로 3년, 5년처럼 정해놓고 움직이지 않는 태도입니다. 장비의 역할과 비즈니스 중요도, 교체 비용과 수리 가능성을 함께 놓고 나눠 보는 작업이 먼저입니다. 그 다음에야 일부 영역은 리프레시를 늦추고, 그 대신 수리 인력을 늘리거나, 부품 재고를 확보하는 전략이 의미를 가집니다. 이 과정이 없이 감가 기간만 숫자로 늘리면, 회계 장부와 실제 인프라 상태가 완전히 따로 놀게 됩니다.
누구에게 유리한 전략인가, 시작 전 점검해야 할 것들
GPU 감가상각 6년, 리프레시 주기 연장, 하드웨어 수리 강화 같은 키워드는 매력적인 비용 절감 아이디어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모든 조직에 똑같이 적용되는 해답은 아닙니다. 시작 전에 냉정하게 따져볼 지점이 여러 곳 있습니다.
이 전략이 맞는 조직, 그리고 오히려 위험한 조직
우선 유리한 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AI든 일반 서비스든 장비를 다양한 용도로 돌려 쓸 수 있는 조직입니다. GPU가 트레이닝에서 인퍼런스로, 다시 분석 작업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면, 감가상각을 5~6년으로 잡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수리 인력을 두고 부품을 재활용할 수 있다면, 리프레시 주기를 늘릴수록 투자 효율이 좋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한국에서 흔한 소규모 스타트업이나 SI 중심 조직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프로젝트 단위로 장비를 들였다가, 계약이 끝나면 활용처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GPU를 비싼 돈 주고 사놓고, 2년 뒤에는 거의 놀리는 상황도 자주 발생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감가 기간을 길게 잡는 회계 선택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장부상으로는 여전히 감가 중이지만, 실제로는 수익을 못 내는 장비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이런 조직에서는 과감하게 온프레미스 GPU 구매를 줄이고, 클라우드 GPU 임대나 매니지드 서비스 활용을 먼저 검토하겠습니다. 감가상각 기간을 길게 가져가며 버티는 전략은, 장비 활용 계획이 명확하고, 내부에 운영과 수리 역량이 갖춰진 조직에만 어울리는 선택입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
복잡한 전략보다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작은 행동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현재 보유 장비 목록과 실제 사용 패턴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입니다. 어떤 서버는 CPU와 메모리가 항상 바닥인데, 어떤 장비는 10퍼센트도 안 쓰이고 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편차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로, 장비를 "3년마다 교체할 대상"이 아니라, "고장 날 때까지 쓰고 수리할 수 있는 대상"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대상"으로 나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 구분이 끝나면 감가상각 기간 조정, GPU 투자 방식 선택, 하드웨어 수리 인력 확보 같은 결정을 훨씬 덜 위험하게 내릴 수 있습니다. AI 버블 논쟁과 별개로, 장비 하나하나를 더 오래, 더 똑똑하게 쓰려는 태도 자체가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를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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