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 4년 주기 끝났나? 2026년을 지배할 진짜 변수들

2026년 비트코인, 더 이상 '반감기 차트'로 설명되지 않는다
많은 투자자가 여전히 halving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두고 다음 불장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2026년 비트코인을 그런 방식으로만 바라보면 중요한 변곡점을 통째로 놓치게 됩니다.
마이클 세일러가 짚은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하루에 5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까지 거래되는 자산에서, 하루 2,250 BTC가 줄어드는 반감기의 현금흐름 영향은 대략 2천만 달러 수준에 그친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공급 감소가 시장 전체에 미치는 비중이 컸지만, 이제는 하루 거래 유동성에 비해 세 번째, 네 번째 단에 놓이는 요인으로 내려왔습니다. 결국 과거 차트를 겹쳐 놓고 "이번에도 이렇게 갈 것"이라고 가정하는 전략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대신 2026년 비트코인을 움직일 1순위 변수로 떠오른 것은 은행 시스템과의 결합입니다. 미국 대형 은행 절반가량이 이미 비트코인 ETF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기 시작했고, 슈왑이나 씨티 같은 플레이어는 직접 비트코인을 수탁하고 여신을 공급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격 차트보다 은행과 규제의 행보를 먼저 읽어야 하는 시대가 온 셈입니다. 차트보다 신용 창출의 속도가 가격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감기보다 중요한 '크레딧 레버리지'의 시대
세일러가 든 예시는 직관적입니다. 은행 시스템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500억 달러 규모의 크레딧을 풀면, 하루 2천만 달러에 불과한 반감기 효과를 단숨에 압도합니다. SEC가 파생상품 규제를 완화한 뒤 특정 비트코인 ETF의 선물·옵션 미결제약정이 100억에서 500억 달러로 급증한 사례도 언급됩니다. 수십억, 수백억 단위의 크레딧과 레버리지가 오가는 환경에서 공급량 감소만 붙잡고 있는 사고방식은 현실과 점점 어긋납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일부 증권사가 비트코인 관련 ETP를 통해 레버리지 노출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가 조금씩 풀리는 순간, 한국식 신용거래와 파생상품이 비트코인과 결합하는 속도는 미국 못지않게 빠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이번 반감기에는 몇 배 오르나" 같은 질문보다 "이 신용 구조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나"라는 질문이 훨씬 현실적인 리스크 관리 지표가 됩니다.
비트코인 가격을 움직이는 '구조적 수요'의 변화
세일러가 반복해서 강조한 표현은 구조(structure)입니다. 더 이상 개별 투자자의 감정이나 단기 매매가 비트코인 가격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은행의 담보 인정 여부, 바젤위원회의 위험가중치 규정, SEC의 파생상품 규제 완화, 이런 조각들이 맞물리며 장기적인 구조적 수요를 만들어냅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말은 곧, 정보 탐색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전처럼 온체인 지표, 고래 지갑 이동만 좇는다고 시장이 읽히지 않습니다. 어느 은행이 어떤 조건으로 디지털 자산을 담보 인정하는지, 어떤 회계 기준이 상장사의 보유 전략을 자극하는지, 어떤 법이 통과되면 어떤 유형의 플레이어가 새로 들어오는지 같은 거시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단기 가격 예측에는 도움이 안 되는 정보처럼 보이지만, 3년, 5년 단위로는 수익률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디지털 자본에서 디지털 크레딧으로, 비트코인의 역할이 바뀌는 순간
투자자 대부분은 여전히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 정도로만 인식합니다. 좋은 보관 수단이지만, 특별히 생산적인 무언가는 아니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세일러가 던진 메시지는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게 만듭니다.
그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자본(digital capital), 그리고 그 자본을 담보로 발행하는 디지털 크레딧(digital credit)이라는 두 층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2020년 이후 수많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재무제표에 올리기 시작한 흐름은 첫 번째 단계, 즉 디지털 자본 축적의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부 기업은 그 위에 고이율 채권, 예금성 상품 같은 크레딧 상품을 얹어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10% 이자 주는 예금'이 상식이 되는 구조
그가 제시한 그림은 매우 공격적입니다. 시장 금리가 4%일 때, 연 10%를 주는 디지털 크레딧 계좌가 나온다고 가정합니다.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부분 같습니다. "너무 좋은데, 사기가 아니냐"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구조가 중요합니다.
담보 자산이 장기적으로 연 50%씩 성장해온 비트코인이고, 그 가격 상승과 시장 유동성, 그리고 기관 수요를 전제로 설계된 크레딧 상품이라면, 전통적인 채권보다 600bp, 800bp 높은 이자를 제시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해집니다. 물론 가격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라는 뒷면이 존재하지만, 숫자만 놓고 보면 기존 은행 예금과 비교가 되지 않는 선택지가 열리는 것입니다. 한국의 고금리 특판 예금이 4% 초중반에서 줄다리기를 할 때, 글로벌 디지털 크레딧 상품이 10%를 외친다면 자금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동합니다.
한국 기업 재무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
세일러가 이끄는 회사는 이미 비트코인을 담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모 크레딧을 발행했다고 밝힙니다. 일본의 메타플래닛 같은 기업도 비슷한 시도를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소수이지만, 이 모델이 어느 정도 검증되면 후발주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속도는 매우 빨라질 수 있습니다.
한국 상장사 중에서도 현금성 자산을 들고만 있는 기업들이 점차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5%대 채권만 발행하고, 50% 성장하는 디지털 자산은 안 담느냐"라는 질문이 투자자와 이사회에서 동시에 나오기 시작하면, 국내 재무 전략의 기준선 자체가 바뀝니다. 다만 한국의 엄격한 회계 규정과 보수적인 금융감독 환경을 고려하면, 그대로 복제되기보다는 규제 사다리를 타는 느린 방식으로 변형 도입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해외 사례와 규제 흐름을 조기에 파악하는 쪽이 구조적인 우위를 쥐게 됩니다.
규제, IPO, 그리고 '디지털 금융'과 '디지털 자본'의 갈라지는 길
요즘처럼 규제 뉴스가 쏟아질 때마다 무엇이 기회이고 무엇이 함정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 코인, 각종 알트코인 ETF까지 뒤섞이면서 전체 지형을 한 번에 그리기가 더 어려워졌습니다.
세일러의 구분법은 의외로 명확합니다. 하나는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본과 디지털 크레딧 영역입니다. 다른 하나는 스테이블 코인, 토큰 증권, 밈코인 등을 포괄하는 디지털 금융 영역입니다. 전자는 금, 부동산, 주식 같은 자본 자산과 경쟁하고, 후자는 카드 네트워크, 은행 결제 시스템과 경쟁합니다. 한국 투자자가 이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않으면, 성격이 전혀 다른 리스크를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의 무기, 비트코인은 자본의 대체재
스테이블 코인 성장 때문에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일러는 두 시장이 애초에 다른 문제를 풀고 있다고 봅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국경과 수수료, 속도에 막힌 결제 시스템을 디지털로 재설계하는 도구입니다. 최종 승자는 그 위에 올라탄 특정 프로젝트가 아니라, 달러라는 기축통화 자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비트코인은 "모든 자산을 팔고 국채나 달러로만 들고 가는 부자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처럼", 현금이 아니라 자본 자산과 경쟁하는 쪽에 서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이 대비를 받아들이면, 포트폴리오 설계 방식이 달라집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원화 예금, 체크카드와 경쟁하는 도구로 보게 되고, 비트코인은 국내 부동산, 금, 글로벌 주식 ETF와 같은 칸에서 비중을 조절하는 대상이 됩니다. 같은 '코인'이라는 이유로 동일한 변동성 자산으로 묶어 버리는 방식은 점점 현실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알트코인 ETF와 토큰 경제, '기술주 투자'라는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알트코인 ETF 상장이 잇따르면서, 일부에서는 "ETF로 나왔으니 안전하다"라는 잘못된 안도감을 갖기 쉽습니다. 세일러는 이 부분을 상당히 냉정하게 봅니다. 다수 알트코인은 지분증명(PoS) 기반의 경쟁 네트워크이고, 토큰화, 밈, 브랜드 실험 등 디지털 금융의 실험장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기술주와 비슷한 성격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이 말은, 알트 ETF를 담을 때 비트코인을 사는 마음이 아니라, 특정 L1, L2 체인을 클라우드 플랫폼이나 앱스토어에 투자하듯 평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규제 역시 이를 뒷받침합니다. 미국에서 논의 중인 'Clarity Act' 같은 법안이 토큰 발행과 거래소 상장을 어떻게 구분하고 허용하는지에 따라, 살아남을 네트워크와 사라질 네트워크가 갈립니다. 비슷한 논의는 이미 한국에서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과 토큰 증권 규제 체계를 통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기술·규제 복합 관점에서 따라가는 것이, 단순 시세 추종보다 훨씬 현실적인 방어 전략이 됩니다.
이 흐름이 나와 맞는지부터,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것들
새로운 자산, 새로운 금융 구조 얘기를 듣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마음이 동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움직이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비트코인을 여전히 "단기 트레이딩 상품"으로 보고 있다면 세일러가 말하는 디지털 자본과 디지털 크레딧의 내러티브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신용과 레버리지 구조가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국면에서는, 변동성도 함께 확대됩니다. 이 환경을 감당할 여유 자금과 멘털이 있는지, 한국 부동산과 주식 비중을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지 같은 현실적인 한계를 먼저 인정해야 합니다. 기관과 기업은 장기 자본으로 접근하지만, 개인이 월급과 대출을 끌어다 똑같이 따라 하면 구조적 리스크가 훨씬 크게 누적됩니다.
둘째, 규제 뉴스를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의 비트코인과 디지털 자산 시장은 차트보다 법과 회계, 은행 규제가 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SNS 루머나 가격 캔들 패턴에만 의존한다면, 구조적 변화를 남들보다 늦게 인지하게 되고, 반대로 규제 리스크에는 가장 먼저 노출됩니다. 최소한 어떤 법이 통과되면 어떤 플레이어에게 유리한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는 수준까지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첫 번째 행동, 구조를 하나 정해 두는 일
완벽하게 이해한 뒤에 움직이겠다는 태도는 겉으로는 신중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첫 행동은, 적어도 스스로의 프레임을 하나 정해 두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부동산, 금과 같은 자본 자산 칸에 넣고, 스테이블 코인은 현금성 자산 칸에, 알트코인과 관련 ETF는 고위험 기술주 칸에 넣는 식의 개인 기준을 명확히 만드는 것입니다.
그 프레임을 만든 다음에는 각 칸에 허용할 최대 비중과 손절 기준을 평소에 적어 두고, 규제와 은행, IPO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어느 칸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으로 연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구조를 먼저 세워 두면, 2026년이 와서 또 한 번 시장이 요동칠 때, 적어도 어떤 리스크를 감수하고 어떤 기회를 노리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4년 주기를 믿든 믿지 않든, 이제는 차트가 아니라 구조를 먼저 보는 사람이 유리한 게임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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