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캘리포니아 vs 트럼프, '저항 주(state)'는 어디까지 정치의 무대가 될까?

민주당에 남은 몇 안 되는 '전면전 플레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뒤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와의 정면 충돌입니다. 팟캐스트 대화는 이 갈등을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니라, 미국 정치의 권력 구조가 재편되는 하나의 축으로 다룹니다. 특히 개빈 뉴섬을 민주당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는 인물로 묘사합니다. 다른 민주당 주지사들도 트럼프 정책에 반대합니다. 다만 전국 단위의 주목을 받으며 싸움을 설계하는 사람은 뉴섬에 가깝습니다.
뉴섬은 이미 두 번째 임기인 캘리포니아 주지사입니다. 더는 같은 자리에 머물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2028년 대선 출마설이 따라옵니다. 바이든 시절에는 충성스러운 우군으로 보였지만, 트럼프 재등장 이후에는 아예 '대항마' 역할을 스스로 맡아 버린 정치인으로 변했습니다. 트럼프가 워싱턴과 플로리다의 정치적 중심을 대표한다면, 뉴섬은 캘리포니아라는 거대한 경제·문화 플랫폼의 얼굴이 됩니다. 이 둘의 충돌은 한 사람의 기싸움이 아니라, 두 개의 권력 축이 충돌하는 형식에 가까워졌습니다.
'트롤링'까지 동원된 정치 커뮤니케이션 전쟁
이 싸움이 눈에 띄는 이유는 내용 못지않게 방식이 압도적으로 '미디어 지향적'이기 때문입니다. 뉴섬 팀은 트럼프의 트위터 스타일을 노골적으로 따라 합니다. 대문자 남발, 합성 이미지, 공격적 표현을 일부러 흉내 냅니다. 뉴섬은 이것을 두고 "광기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거울처럼 비춰준다"고 설명합니다. 일종의 정치적 트롤링입니다.
여기에 굿즈 상점('패트리엇 샵')까지 열어, 트럼프에 굴복한 대학과 로펌에 바치는 것처럼 꾸민 '무릎 보호대'를 파는 식의 퍼포먼스도 합니다. 수치만 보면 이 전략의 공세 강도가 드러납니다. 트럼프가 복귀 후 낸 보도자료 수가 1200건대라면, 뉴섬이 같은 기간에 낸 보도자료는 800건을 넘습니다. 주지사가 현직 대통령을 3:2 수준으로 추격하는 발신량을 유지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자체 팟캐스트까지 얹어 전국 단위의 스토리텔링을 설계합니다.
이 모든 활동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캘리포니아를 넘어서는 정치인'으로 보이려는 시도입니다. 워싱턴에서는 전통적으로 캘리포니아 출신 정치인을 이방인처럼 대하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캘리포니아는 이미 대통령을 둘이나 배출했고, 최근만 봐도 카멀라 해리스, 낸시 펠로시 등 굵직한 인물이 있습니다. 뉴섬은 이 계보에 합류하려는 사람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너무 '캘리포니아적'이어서 중서부 유권자에게 거부감을 줄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저항 주'가 된 캘리포니아, 정책 충돌에서 소송 공화국으로
갈등의 핵심은 상징 싸움보다 정책과 소송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오랜 기간 자신을 '사실상의 국가(nation state)'처럼 다뤄 왔습니다. 미국 50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고, 경제 규모는 세계 4위권입니다. 환경, 이민, 교육, 차량 배출 규제 같은 분야에서 연방 기준보다 훨씬 앞선 기준을 스스로 정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자율성을 견제하는 쪽에 서 있습니다.
이 충돌은 법정으로 직행합니다. 트럼프 측은 캘리포니아의 이민자 보호(소위 '보호 도시'·'보호 주' 정책)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세 건의 법률 중 두 건은 유효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한 건에 대해 대법원은 심리를 거부했습니다. 반대로 캘리포니아는 트럼프의 이민 단속, 교통 예산을 이민 집행과 연계하려는 시도, 출생 시민권 제한, 관세 부과 권한, 환경 규제 완화를 각각 문제 삼아 연달아 소송에 들어갑니다. 환경 분야에서는 특히 전기차, 대형 트럭 배출가스, 해상 석유·가스 시추 허용 문제에서 갈등이 깊습니다. 연방 해역을 열어도 육상 파이프라인은 캘리포니아 땅을 지나야 하니, 주정부가 인허가 단계에서 사실상의 거부권을 쥐고 있습니다.
문화 전쟁 이슈도 예외가 아닙니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참가를 제한하라는 연방 측 서한에 대해 캘리포니아 검찰이 맞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은 캘리포니아를 '리버럴의 과잉'을 상징하는 사례로 사용합니다. 홈리스, 치솟는 집값, 재정 적자를 들어 "번영의 상징이 쇠락의 사례가 됐다"는 프레임을 반복합니다. 뉴섬은 같은 숫자를 두고 홈리스 감소 추세와 정책의 효과를 강조합니다. 데이터와 해석이 정반대 방향으로 소비됩니다.
현실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들
이 갈등을 기술 시각으로 보면, 캘리포니아는 단순한 한 주가 아니라 거대한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실리콘밸리와 콘텐츠 산업, 농업, 아시아와 맞닿은 지정학까지 한 몸에 안은 구조입니다. 트럼프는 이 플랫폼을 정치적 대척점으로 활용합니다. 뉴섬은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언론·소셜·소송을 결합한 정치 운영 모델을 실험합니다. 이 모델은 민주당 내부 권력 공백을 메워 주지만, 동시에 몇 가지 리스크를 내포합니다.
첫째, 미디어 친화적 전투 방식이 곧 국정 능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셜에서 트럼프를 능숙하게 트롤링하는 역량과, 캘리포니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은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홈리스 비율, 주택 비용, 재정 적자 같은 지표는 여전히 뉴섬의 약점입니다. 전국 무대에 오를수록 이 지점은 대표적인 공격 포인트가 됩니다.
둘째, 소송 중심의 저항 전략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 정책과 맞지 않는 지점마다 집단 소송을 거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런 구조가 길어지면, 규제와 정책이 법원 판단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사법 정치화'가 심해질 수 있습니다. IT 업계에서도 연방·주 규제 충돌이 잦은데, 캘리포니아가 매번 선두에서 소송을 주도하면 기업들은 정책 예측 가능성을 잃습니다.
셋째, '캘리포니아 모델'의 전국 확장 가능성입니다. 환경, 이민, 인권에서 비교적 진보적인 캘리포니아 기준이 미국 전체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중서부와 남부는 경제 구조와 문화가 다릅니다. 트럼프가 이 간극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해 온 것처럼, 뉴섬이 전국 정치인으로 성장하려면 자신이 '반(反)트럼프'라는 이미지 이상을 보여야 합니다. 실질적인 성과, 중도층과의 접점, 연방 단위에서 통용될 설명력이 필요합니다.
이 팟캐스트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 정치가 점점 주 단위 플랫폼과 인물 중심 브랜딩의 결합으로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여전히 2028년을 향해 인물 풀이 얕습니다. 그 공백을 뉴섬이 채우는 구도는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캘리포니아라는 강력한 자산이, 동시에 전국 무대에서는 강한 편견과 반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역설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이 지점이 앞으로 몇 년간 미국 정치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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