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AI 칩 중국 불법 수출 의혹, DOJ 기소가 던지는 신호는?


미국 법무부가 엔비디아 파트너를 상대로 고성능 AI 칩의 대중국 불법 수출 혐의를 제기했습니다. 액수는 약 400만 달러 규모, 칩은 최대 350개, 여기에 HP 슈퍼컴퓨터 10대까지 포함됩니다.
이 사건은 단순 밀수 이슈를 넘어, 미·중 AI 패권 경쟁, 수출통제의 한계,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드러난 사례에 가깝습니다.
아래에서는 사건 개요부터, 기술·정책적 맥락, 그리고 향후 AI 인프라 비즈니스에 주는 시사점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미국 사업자와 엔비디아 파트너가 기소된 사건 개요
미국 앨라배마주 헌츠빌에 기반을 둔 브라이언 레이몬드(Brian Raymond)는 AI 인프라 기업인 BitWorks의 설립자이자, 엔비디아와 협력 관계를 맺고 서버와 GPU를 판매하는 파트너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 연방 대배심에 제출된 기소장에 따르면, 레이몬드는 3명의 공범과 함께 중국 고객사에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와 HP 슈퍼컴퓨터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 중국 고객사는 홍콩에 등록된 회사들로, 구체적인 사명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피고인 4명 중에는 중국 국적 2명과 홍콩 출생 미국 시민 1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함께 약 350개의 엔비디아 GPU와 10대의 HP 슈퍼컴퓨터를 거래한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보고 있습니다. 해당 거래 규모는 약 400만 달러로 추정됩니다.
현재까지 피고인 중 1명만 체포된 상태이며, 모두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이 적용됩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이나 레이몬드 본인과는 포브스 취재 시점 기준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고, BitWorks 역시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이유로 추가 코멘트를 거부했습니다.
엔비디아 H100·A100이 미국 대중국 통제의 중심이 된 이유
이번 사건의 핵심은 어떤 칩이 문제였는가에 있습니다. 기소장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엔비디아 H100, H200, A100 등 AI·슈퍼컴퓨팅용 GPU를 중국 업체에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칩들은 대규모 언어모델, 이미지·영상 생성, 과학 계산, 슈퍼컴퓨터 워크로드에 쓰이는 대표적인 고성능 GPU입니다. 현재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만큼 전략 기술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미국은 2022년, 인공지능 및 슈퍼컴퓨팅에 사용될 수 있는 고성능 칩 수출 시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의 허가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했습니다. 이 조치로 인해 엔비디아의 최고 성능 GPU 대부분은 중국으로 수출하기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또한 엔비디아는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을 일부 낮춘 H20 등의 제품을 설계했지만, 스크립트에 따르면 2024년 4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이 H20 칩의 수출조차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트럼프는 덜 강력한 칩의 수출은 허용하되, 엔비디아 매출에 15%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수출 통제가 중국 기업들을 더 우회적으로 만들 뿐이며, 자사에게는 거대 시장이 막힌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황은 미국과 중국 정상 간 논의에서 정책 완화를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이후 트럼프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강력한 칩의 대중국 판매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수출 통제 우회 시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가
기소장 내용을 보면, 피고인들은 단순한 개별 판매가 아니라 구조화된 우회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레이몬드는 BitWorks의 CEO로서 엔비디아 클라우드 파트너라는 지위를 내세우며, AI 스타트업, 국립 연구소, 특수효과 업체 등과 협업한다고 공개 프로필에 적어 두었습니다. 동시에 AI 클라우드 회사 Corvex의 CTO 직함도 명시했으나, Corvex 측은 레이몬드가 아직 합류하지 않았고, 채용 제안을 철회했다고 밝혔습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Han Ningho, Cham Lee, Jing Chen은 중국에서 엔비디아 GPU를 원하는 잠재 고객을 찾는 역할을 한 것으로 기소장에 적시됩니다. 이들은 수요를 모은 뒤 레이몬드로부터 칩을 공급받는 구조를 취했습니다.
수출 통제 회피 방식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됩니다. 피고인들은
선적 서류에 허위 정보를 기재해 제품 종류와 실제 수령자를 숨기고
제3국을 경유해 중국으로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대금은 플로리다의 위장 부동산 회사 계좌나 레이몬드 회사 계좌로 이체받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이러한 방식이 수출허가 제도를 우회해 엔비디아 칩을 중국 측에 전달하려는 조직적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사건 시점은 2023년부터 2024년 11월 초까지 이어진 것으로 기재되어 있어, 규제가 이미 강화된 이후에도 시도가 계속되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데이터센터와 엔비디아 입장에서 본 밀수 리스크
엔비디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비교적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변인 존 리조(John Rizzo)는 밀수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밝히며, 인용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방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밀수도 극도로 어렵고 위험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엔비디아 측 설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데이터센터 수준의 인프라는 대량의 서버, GPU, 네트워크, 전력·냉각 시스템이 긴밀하게 연동되므로, 공식 지원 없이 운영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점.
회사는 규제 대상 제품에 대해 지원이나 수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밀수품은 장기 운영 관점에서 유지비·장애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입니다.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입장에서도 이 논리는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고성능 GPU 수십~수백 개가 들어가는 클러스터에서, 한 부분이라도 지원이 끊기면 전체 워크로드 안정성에 영향을 주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급망 추적이 점점 정교해지는 환경에서 불법 경로로 조달한 장비는 규제 당국 조사, 금융 제재, 고객사 신뢰 하락 등 추가적인 비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큽니다.
즉, 단기적으로는 고성능 칩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 운영과 규제 리스크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미·중 AI 경쟁과 수출통제, 이번 기소가 주는 의미
미국 법무부는 기소장에서 중국 정부가 AI를 군 현대화와 무기 설계, 특히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첨단 감시 시스템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 문장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상거래 법규 위반이 아니라 국가안보 정책의 일부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편, 이런 강경한 통제 정책이 실질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상반된 관점이 존재합니다.
한쪽에서는, 이번 사건처럼 우회 거래 시도가 적발되고, 관련자가 기소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억제 효과가 일정 수준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규제가 없다면 이런 거래는 굳이 숨길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다른 쪽에서는, 젠슨 황의 주장처럼 고성능 칩 통제가 중국 기업의 기술 개발 경로를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쪽은
자체 GPU·AI 가속기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거나
제3국을 활용한 우회 경로, 클라우드 기반 접근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만으로 어느 쪽 해석이 더 타당한지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규제 강도와 우회 시도 간의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규제가 촘촘해질수록, 공급망과 금융 흐름은 더 세밀하게 감시되지만, 동시에 규제 회피를 위한 구조 설계 역시 점점 정교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인프라·클라우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제약이 예상됩니다.
제품 성능·가격만으로는 사업 전략을 짤 수 없고, 각국 수출입 규제와 제재 리스트 구조를 상세히 이해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 요건이 되고 있습니다.
파트너나 리셀러 구조를 활용할 경우, 공급망 상의 모든 참여자에 대한 KYC·컴플라이언스 검증 비용이 높아집니다.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AI 인프라 서비스 제공 자체가 정치·외교 변수에 의해 단기간에 뒤집힐 수 있는 리스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DOJ 기소 건은 한 기업인과 몇몇 공범의 불법 거래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배경에는 국가 간 전략 기술 경쟁, 수출통제 정책의 실효성, 그리고 글로벌 AI 인프라 시장의 재편이라는 큰 흐름이 함께 얽혀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재판 결과와 추가 자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으나, 현재 시점에서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고성능 AI 칩은 이미 단순 IT 부품이 아니라, 국가 전략과 기업 전략이 동시에 교차하는 지점이 되었고, 이 지점을 둘러싼 규제와 대응은 한동안 더 복잡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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