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에이전트, 지금은 어디까지 왔고 10년 뒤 무엇이 달라질까?


AI 업계에서는 요즘 AI 에이전트와 에이전틱 AI가 핵심 화두입니다.
한쪽에서는 올해를 AI 에이전트의 해라고 말하고, 다른 쪽에서는 앞으로 10년 전체가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에이전트가 잘하는 일과 전혀 버거워하는 일을 나눠 보면 이 논쟁의 이유가 훨씬 또렷해집니다. 지금 당장 실무에 투입되는 영역, 데모에서는 멋져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직 불안한 영역, 그리고 10년 정도를 바라봐야 현실성이 생기는 영역이 확실히 갈립니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어디까지 실용 단계에 와 있는지, 그리고 향후 10년 간 어떤 방향의 진화를 요구받게 될지를 정리합니다.
코딩 보조 에이전트가 먼저 자리 잡은 이유
코드를 다루는 AI 에이전트는 이미 일상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GitHub Copilot, Cursor, Claude, ChatGPT 기반 코딩 어시스턴트 등은 개발자 워크플로우 안으로 깊게 들어와 있습니다.
이들이 잘 작동하는 이유는 현재 LLM/에이전트 기술의 강점과 코드라는 도메인의 특성이 거의 정합에 가깝게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코드는 우선 구조가 명확합니다. 문법이 있고, 컴파일 규칙이 있고, 스타일 가이드와 프레임워크 패턴이 있습니다.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인간 수준의 고차원 추론이 없어도, 수많은 코드 샘플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만으로도 상당수 작업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딩은 정답 판정이 비교적 쉽습니다. 코드가 컴파일되는지, 테스트를 통과하는지, 타입 체크를 통과하는지 등 바이너리한 피드백을 즉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즉각적인 피드백 루프 덕분에 에이전트는 잘못된 시도를 빠르게 교정할 수 있고, 사람도 에이전트의 제안을 검증하기 수월합니다.
컴퓨터 사용 관점에서도 환경이 단순합니다. 코딩 에이전트는 보통 IDE 내부라는 제한된 인터페이스 안에서 동작합니다. 수년간 크게 바뀌지 않은 구조화된 UI 위에서 코드 편집, 파일 탐색, 빌드, 테스트처럼 정형화된 액션만 수행하면 됩니다. 각종 웹사이트 UI를 뒤져야 하는 상황이 거의 없으니, 마우스 이동·클릭·스크롤 같은 불안정한 조작에 의존할 필요도 없습니다.
멀티모달 능력도 필수는 아닙니다. 코드는 텍스트이고, 오류 메시지도 텍스트이며, 문서와 커밋 메시지도 텍스트입니다. 텍스트 인·아웃만으로 실질적인 업무 가치가 발생하는 드문 영역입니다.
지식 업데이트 측면에서 봐도 비교적 유리한 환경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와 주요 프레임워크는 변하지만,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지는 않고, 공식 문서·RFC·오픈 소스 코드가 풍부하게 축적됩니다. 대형 언어 모델이 사전학습 단계에서 이미 방대한 오픈 소스 코드와 기술 문서를 흡수해 두기 때문에, 일반적인 코드 작성·리뷰·리팩터링에는 충분한 지식 기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코딩 보조 에이전트는 다음과 같은 조건이 맞아떨어지며 현재 기술 수준과 잘 호응합니다.
명확한 문법과 구조
자동화 가능한 반복 패턴
테스트로 검증 가능한 결과
안정적인 IDE 환경
텍스트 중심 작업
그래서 "올해는 AI 에이전트의 해인가?"라는 질문에, 코딩 도메인만 놓고 보면 이미 그렇다고 판단해도 무리가 크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행 예약 에이전트가 데모처럼만 동작하지 않는 이유
새로운 에이전틱 AI 모델이 나올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데모가 있습니다. "출발지와 목적지, 날짜만 말하면 AI가 알아서 비행기, 호텔, 일정까지 모두 예약해 주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론상으로는 조건이 단순합니다. 목표는 한 사람을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합리적인 비용과 일정으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정보만 보면 항공편 시간, 가격, 호텔 등급, 위치 같은 텍스트 데이터만 처리하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단순한 직항 + 평범한 호텔 조합에서는 에이전트가 꽤 그럴듯하게 작동합니다. 일부 상용 서비스는 이미 이런 수준의 자동화 예약을 제한된 범위에서 제공하고 있고, 원하는 날짜에 맞춰 가장 저렴한 항공과 평이 괜찮은 숙소 정도는 어느 정도 골라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제 여행 시나리오가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행은 예외 상황의 연속에 가깝습니다.
환승 시간이 애매하게 짧거나 지나치게 긴 경우
특정 환승 도시의 비자 요구 사항
유아 동반, 휠체어 탑승, 반려동물 동반 등 특수 조건
항공사/예약 사이트/호텔 간의 약관 차이와 환불 규정
이런 롱테일 edge case가 등장하는 순간, 현재 세대 에이전트는 사람 수준의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컴퓨터 사용 측면에서도 난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항공사마다, 온라인 여행사마다 UI가 다르고, 각 사이트는 자체 캡차, 로그인, 2단계 인증, 일부 자동화 방지 장치를 두고 있습니다.
API만으로 깔끔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아니라 실제 웹 UI를 직접 조작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클릭 위치가 조금만 바뀌어도 흐름이 깨지고, 예외 팝업 하나로 시나리오 전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멀티모달 이해도 요구됩니다. 호텔 지도에서 학회장까지 실제 도보 가능 거리를 판단하거나, 지하철·버스 환승 동선, 주변 환경 등을 평가하려면 단순 텍스트 이상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모델도 이미 이미지·지도 인식이 가능하지만, 여행 맥락과 결합된 공간적 추론에서는 아직 성능 편차가 큽니다.
연속 학습 차원에서는 개별 사용자의 선호 패턴을 장기적으로 추적해야 합니다. 단순히 "통로 좌석 선호", "체인 호텔 선호" 같은 정적 프로필 수준을 넘어, 요일·목적·동반자 유무에 따라 지불 의향과 일정 선호도가 변경되는 양상을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파악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제품화 수준에서 제한적으로만 구현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여행 예약 에이전트는:
데모에서 제시되는 단순 시나리오에서는 꽤 인상적인 동작을 보이지만
실제 복잡한 일정과 변수까지 전적으로 맡길 정도의 신뢰성에는 도달하지 못한 단계
에 머물러 있습니다.
완전 자율 IT 지원 에이전트가 먼 목표인 이유
세 번째 사례는 완전 자동화된 IT 지원 에이전트입니다. 단순히 헬프데스크 티켓에 상용구 답변을 붙이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PC에 원격 접속해 문제를 진단하고, 필요한 설정 변경·패치 설치·프로그램 삭제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는 형태를 상정합니다.
표면적으로는 IT 지원 업무가 반복적이고 패턴이 존재하므로, 에이전트 자동화에 적합해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운 요소가 여러 층위에서 나타납니다.
먼저 개별 PC 환경이 매우 이질적입니다. 하드웨어 구성, OS 버전, 정책,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보안 도구, 사내 정책 등 수많은 조합이 존재합니다. 같은 증상처럼 보이는 Outlook 오류도 어느 환경에서는 손상된 PST 파일 문제, 다른 환경에서는 프록시 설정, 또 다른 환경에서는 만료된 인증서가 원인일 수 있습니다. 현재 에이전트는 이런 조합 폭발 수준의 변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역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사용 관점에서 요구 사항도 훨씬 복잡합니다. 에이전트는 다음을 모두 다뤄야 합니다.
Windows, macOS 등 서로 다른 운영체제의 설정 화면
수많은 애플리케이션별 고유 설정 UI
기업용 관리 도구와 보안 솔루션
가끔은 불완전하게 동작하는 시스템 상태 자체
이 모든 작업이 실제 업무용 프로덕션 환경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문제를 키웁니다. 현재의 컴퓨터 조작 능력으로는 잘못된 클릭 하나, 오해한 팝업 하나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제거하기 어렵습니다.
멀티모달 측면에서는 사용자가 보내는 스크린샷, 음성 설명, 애매한 텍스트가 동시에 들어옵니다. "그 오류창 또 떠요", "아이콘이 이상해졌어요" 같은 표현은 구조화된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화면 이해와 자연어 해석을 결합한 높은 수준의 추론이 필요합니다.
지속 학습도 쉽지 않습니다. OS 패치, 앱 업데이트, 네트워크 구조 변경이 있을 때마다 기존 해결책의 유효성이 바뀌고,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에이전트는 수천, 수만 건의 지원 작업 결과를 기반으로 어떤 해결 절차가 실제로 효과적이었는지 장기적으로 재학습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LLM 파인튜닝을 넘어, 환경별 정책·보안 이슈·규제 요구사항을 포함한 복합적인 피드백 루프 구성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보안과 권한 관리 차원에서, 사용자는 "모든 권한을 가진 비인간 행위자"에게 시스템 제어권을 넘기는 것에 매우 높은 심리적·제도적 저항을 갖게 됩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부분 자동화 + 사람 검증 구조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한선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완전 자율 IT 지원 에이전트는 향후 10년을 바라보고 설계해야 할 장기 과제로 보는 편이 타당합니다.
AI 에이전트의 현재와 10년 전망에 대한 기술적 해석
"올해의 AI 에이전트"와 "10년의 AI 에이전트"라는 두 표현은 사실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현 시점의 모델과 도구만으로도 좁고 구조화된 환경에서는 상당 수준의 자동화가 가능하지만, 현실 세계의 복잡성과 롱테일을 포괄하는 일반화된 에이전트를 만들기에는 여러 계층의 한계가 분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술은 다음 조건에서 특히 강합니다.
입력과 출력이 텍스트 중심
규칙과 피드백이 명확
UI가 안정적이고 변동이 적음
예외 상황이 상대적으로 적고 패턴화 가능
코딩 보조 에이전트가 빠르게 자리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여행 예약이나 자율 IT 지원처럼 환경 변동성이 크고, UI가 제각각이며, 롱테일 예외가 지배적인 영역에서는 아직 신뢰 가능한 완전 자동화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AI 에이전트 연구·제품화에서 중요한 축은 다음과 같이 예상됩니다.
모델 수준: 희귀한 edge case에 대한 강인성, 불확실성 추정, 자기 검증 능력
환경 수준: UI 표준화, 자동화 친화적인 API 제공, 보안·권한 관리 체계 재설계
시스템 수준: 에이전트 행동에 대한 추적 가능성, 롤백 가능성, 책임 귀속 구조
즉, 문제는 단순히 더 큰 모델을 학습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에이전트가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환경 전체를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까지 확장됩니다.
현재 관점에서 합리적인 판단은 다음에 가깝습니다.
코딩, 문서 작업 등 구조화된 도메인: 이미 연간 단위의 가시적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는 구간
여행 예약, IT 지원 등 복잡한 도메인: 10년 정도의 시간축에서 점진적 자동화와 사람-에이전트 협업 구조가 정교해질 구간
따라서 에이전트 도입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현재 기술이 잘 맞는 협소하고 구조화된 업무부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반면, 완전 자율 IT 운영이나 전면적 비즈니스 자동화 같은 시나리오는 중장기 로드맵 상의 연구·파일럿 대상으로 두고, 안전 장치와 책임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무리하면, 지금 시점의 AI 에이전트는 일부 영역에서는 이미 실무형 도구, 다른 영역에서는 10년을 내다보고 설계해야 할 잠재적인 인프라 기술로 나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떤 업무를 어느 쪽에 배치할지 구분하는 작업이, 향후 몇 년간 AI 전략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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