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대학 학위의 가치가 흔들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대학 학위와 첫 직장의 관계가 눈에 띄게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사 학위만 있으면 신입으로 진입 가능한 일자리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전제가 무너지는 중입니다.
최근 미국 데이터를 보면 청년 실업은 높게 유지되는 반면, AI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올라가는데, 기업은 채용을 줄이거나 AI로 일부 업무를 대체하려 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흐름을 몇 가지 축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학위의 의미가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 정리해 봅니다.
AI가 정말로 학위의 가치를 '없애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학위의 쓰임새와 기준이 조용히 바뀌는 중인 것인지가 핵심 포인트입니다.
취업이 어려운 건 청년만의 느낌이 아니라는 데이터
겉으로 보면 미국 전체 노동시장은 아직 크게 붕괴된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전체 실업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시야를 좁혀 16~24세 젊은 층만 떼어보는 순간부터 나타납니다. 미국에서 이 연령대의 실업률은 2023년 4월 팬데믹 이후 최저점을 찍은 뒤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2025년 9월에는 10.4%에 이르렀습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최근 대학 졸업자 실업률 상승입니다. 통상 이 집단은 경제 위기 때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에 속했는데, 지금은 그 패턴이 뒤집히고 있습니다. 학사 학위를 가진 인력이 계속 늘고 있지만, 해당 학위를 요구하는 일자리의 증가세는 멈추거나 둔화된 상태입니다.
이 조합은 결국 하나의 그림으로 수렴합니다. 학사 학위 보유 인구는 과잉 공급, 수요는 정체라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고, 입직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AI 자동화와 줄어드는 신입 자리의 직접적인 충돌
AI가 이 상황을 얼마나 가속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지만, 엔트리 레벨 일자리에 타격이 집중되는 현상은 분명히 관측되고 있습니다.
몇몇 대기업은 이미 AI를 전제로 인력 구조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향후 10년 동안 미국 노동력의 6~7%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실제로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 도입 이후 채용을 줄이거나, 기존 인력을 감축하는 사례가 큰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술 직군에서는 변화가 더 빠릅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AI 시스템의 성능이 '주니어 수준'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정도로 올라오면서, 몇몇 테크 기업은 "이제는 많은 주니어 엔지니어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대학 졸업 직후 진입 가능한 자리의 수 자체가 줄어듭니다.
한편, 스탠퍼드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AI에 많이 노출된 직군에서 일하는 22~25세의 실업은 13% 감소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AI 노출이 높을수록 오히려 고용이 유지되는 것 아닌가'라는 역설적인 결과처럼 보입니다. 다만 이 데이터는 AI를 잘 활용하는 인력에 대한 선별적 수요가 키워졌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소수는 남고, 그렇지 못한 인력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구조에 가깝습니다.
팬데믹 채용, 구조조정, 그리고 사라지는 젊은 인력
이 상황을 오로지 AI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대형 기술 기업이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렸고, 그 여파가 몇 년 뒤 구조조정의 형태로 돌아오는 측면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2021년 전 세계 인력이 160만 명까지 늘어났다가, 2024년에는 150만 명 수준으로 줄었고, 2025년에도 감원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2025년에는 기업 구조조정과 생성형 AI 투자 집중을 이유로 약 1만4천 명의 사무직 감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감원이 "코로나 시기의 과잉 채용이 이제 조정되는 것"에 더 가깝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다른 쪽에서는 코로나 시기의 과잉 채용 문제는 이미 2023~2024년에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2025년 이후에는 "적은 인원으로 일하는 방식에 기업이 익숙해진 효과"와 "AI를 활용한 효율화"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봅니다.
이 와중에 젊은 기술 인력의 비중 감소도 두드러집니다. 보상 플랫폼 Pave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대형 상장 기술 기업에서 젊은 인력 비중이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비상장 기술 기업에서도 비슷한 방향의 감소가 관찰됩니다.
즉,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줄어든 수준을 넘어, 젊은 전문 인력이 아예 구조적으로 덜 뽑히는 방향으로 인력 구성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학 학위는 그대로인데, 요구 스펙은 AI로 이동 중
한편, 취업 포털 데이터는 다른 측면을 보여 줍니다. 학위 자체를 요구하는 채용 공고는 상대적으로 줄거나 정체된 반면, AI 사용 능력을 요구하는 공고는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의 대학생·졸업생 대상 플랫폼 Handshake에 따르면, 2023년 이후 AI 관련 스킬을 자격요건으로 명시한 채용 공고는 약 5배 증가했습니다. 인턴십 공고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며, 같은 기간 AI 기술 언급이 약 4배 증가했습니다.
채용 담당자들은 이제 엔트리 레벨 인력에게도 AI 도구 활용 능력, 여러 생성형 AI 시스템을 비교해 적재적소에 쓰는 감각, 프롬프트 설계 능력 등, 새로운 종류의 "기본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공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아는 수준을 넘어, 지식과 AI 도구를 결합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역량을 요구하는 구조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학사 학위는 여전히 필요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있으면 거의 자동으로 취업 문이 열린다"는 입장에서는 한 단계 내려온 자격증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학위가 기본 전제라면, 실제 경쟁력을 가르는 변수는 AI 활용 능력, 포트폴리오, 인턴 경험, 네트워크 등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AI 시대 초기 커리어 전략: 학위 이후의 추가 설계
이 구조에서 새로 시작하는 인력에게 중요한 것은 학위를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 전환입니다. 특히 엔트리 레벨에서 사라지는 역할이 늘어날수록, 학위만으로는 입구에 서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 축은 AI 리터러시 확보입니다. 특정 도구 한두 개의 사용법을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작업에 어떤 생성형 모델이 더 유리한지, 코드 생성·문서 작성·데이터 분석·요약 등에서 "사람이 해야 할 판단"과 "시스템에 위임해도 되는 작업"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이해가 핵심입니다.
두 번째 축은 실제 협업 경험과 네트워크입니다. 많은 커리어 코치들은 인턴십 경험과 현업 인맥을 가장 중요한 차별 요소로 간주합니다. 한 번이라도 함께 일해본 기억이 있는 현업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력서보다 훨씬 강한 신호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축은 전통적인 전공 지식과 AI를 결합한 사례 기반 포트폴리오입니다. 예를 들어 경영학 전공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시장 리서치 리포트 작성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컴퓨터 공학 전공자가 코드 생성 모델을 검증·보완해 어떤 품질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지 등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면,학위가 단순 지식 증명에서 실제 퍼포먼스를 예측하는 단서로 확장됩니다.
AI 확산과 청년 실업, 그리고 불평등 구조에 대한 해석
AI 확산이 청년층의 학위 가치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지만, 그 자체로 완결된 설명으로 보기에는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합니다. 데이터를 조금 더 떨어져서 보면 다른 변수가 크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업의 전반적인 신규 채용 축소가 중요한 배경입니다. 연준과 노동시장 전문가들 다수는 현재의 높은 청년 실업이 AI 활용 여부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새 인력을 들이지 않는 시기"라는 구조에서 크게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 경우 AI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인력 축소 시기에도 유지되는 한정된 채용 자리의 성격을 바꾸는 요인에 가깝습니다.
둘째, 고학력화 자체가 학위의 희소성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과거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현재 젊은 세대의 대학 진학률은 훨씬 높습니다. 그 결과, 노동시장 전체에서 대학 졸업자는 더 이상 소수집단이 아니라 "평균적인 인력"에 가까운 집단이 되었고, 학위가 가진 차별화 기능은 자연스럽게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소득 및 자산 불평등의 장기 추세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옥스팜 자료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상위 1%는 중위 가구보다 약 101배 많은 부를 추가로 축적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동일한 학위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정 배경, 초기 자본, 사회적 네트워크에 따라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이 격차를 더 벌릴 수도, 반대로 일부는 줄일 수도 있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넷째, AI 도입의 효과는 직군과 산업에 따라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중입니다. 스탠퍼드 연구에서 AI에 많이 노출된 직군의 젊은층 실업률이 13% 감소했다는 점은, 단순히 "AI=일자리 파괴"로 보기 어려운 면을 보여 줍니다. AI를 활용해 성과를 내는 인력에 대한 집중된 수요가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종합하면, AI는 대학 학위의 "자동 취업 보증서" 기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배경에는 과잉 공급된 학위, 기업의 채용 축소, 장기적인 불평등 구조, 산업별 재편이 동시에 얽혀 있습니다.
이제 학위의 가치는 "있냐 없냐"보다는 "어떤 맥락에서, 무엇과 결합해 쓰느냐"로 평가되는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AI 도입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학위는 출발선의 역할로 축소되고, 도구 활용 역량과 실제 성과를 보여 주는 증거가 핵심 지표로 올라오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마무리하자면, AI는 대학 학위의 상징적·경제적 가치를 조정하는 강력한 변수입니다. 동시에 이 변화는 팬데믹 이후의 채용 사이클, 고학력화, 자산 불평등 심화와 겹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학위의 의미를 과거 방식으로 해석할수록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는 학위를 기초 자산으로 두되, AI 활용 능력·실제 프로젝트 경험·인간 네트워크를 별도의 축으로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AI가 학위를 죽인다"기보다는, "AI가 학위 이후의 게임 규칙을 다시 쓰고 있다"는 표현이 현실과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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