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천히 부자되기와 '살아남는 투자'의 핵심 원리

핵심 요약
이 대화는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 꾸준히' 부자가 되는 투자법과, 그 철학을 실제 회사 운영과 자산운용에 어떻게 녹여 넣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핵심은 싸고 안정적인 자산, 특히 배당과 현금흐름에 집중하고, 좋은 거버넌스와 긴 호흡으로 "밥 먹듯이" 투자하는 것이다.
함께하게 된 배경: 회사의 유튜브 금지와 진로 선택
곽상준 대표는 다니던 증권사에서 갑작스럽게 유튜브 활동 금지 통보를 받으면서 위기와 전환점에 동시에 직면했다. 회사는 "이익보다 위험 제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곽 대표는 자신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험 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사실에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한편으로, 입을 다물고 회사를 다니면 3년 안에 평생 벌 돈을 벌 자신도 있었지만, 자유와 신념을 위해 결국 조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떠올린 사람이 바로 서준식 교수였고, "내 유튜브와 투자 철학을 누군가 제대로 이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함께 일을 제안하게 된다.
서준식 교수가 손을 잡은 이유: 간절함 + 거버넌스 실험
서준식 교수는 그동안 수차례 "같이 회사 하자""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대부분 거절해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본인이 직접 조직의 앞에 서서 아침부터 밤까지 뛰는 삶을 다시 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곽 대표에게서는 두 가지가 달랐다. 하나는 '간절함'이다. 진짜 뭔가를 이루고 싶고, 책임을 지고자 하는 눈빛을 보고 "이 사람은 목숨 걸고 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하나는, 서 교수 본인이 평소 강조해 온 '좋은 거버넌스'를 실제 회사에서 구현해보고 싶은 욕구였다.
한국 자본시장의 지배구조를 줄곧 비판해온 그에게, 직접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운용사"를 만들어보는 것은 일종의 실험이자 숙원 사업이었다. 곽 대표와 함께라면, 주주와 고객에게 떳떳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래서 드물게 손을 내밀게 된다.
매트릭스 투자자문 구조: 역할 분담과 거버넌스 설계
매트릭스 투자자문은 기존 자문사를 곽상준 대표가 인수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곽 대표가 최대주주(1대 주주), 서준식 교수 가족이 2대 주주가 되었고, 여러 주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원래 계획은 서 교수가 '사회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해 주주 관점에서 경영을 견제·조언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 상법상 '주요 2대 주주'는 독립된 사회이사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을 발견하면서, 이 방식이 막혔다.
대신 서 교수는 별도의 연구소를 세우고, 그 연구소를 통해
회사의 거버넌스 설계(정관, 규정, 의사결정 원칙)
자기자본 운용에 대한 자문 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곽 대표는 '현장의 경영·운용 책임자', 서 교수는 '주주이자 외부 감시자·조언자'라는 역할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거버넌스에 대한 생각: '법인 인격체'를 진짜로 대하는 회사
둘이 같이 회사를 설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바로 거버넌스다.
경영진(운용팀)은 필드에서 실무를 담당
주주는 감시자이자 방향 제시자
둘 사이의 역할과 권한을 정관·규정에 명확히 적어 두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곽 대표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 규칙까지 마음대로 만들면 욕심과 편향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교본(규정)'은 주주·외부 시각에서 만들고, 실무자는 "이렇게 해보니 안 맞는다"는 피드백을 통해 조금씩 수정해 나가는 구조를 선호한다.
이 구조에서는 단순 지출 하나, 법인카드 한 번 쓰는 것까지 "나중에 감사받아도 떳떳한가"를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곽 대표 표현 그대로, "법인 카드를 썼을 때 나중에 설명 가능한가?"를 항상 떠올리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매트릭스는 "대표 개인의 회사"가 아니라, 진짜로 '법인(법적 인격체)'로 운영되는 회사를 지향한다. 주주·고객·직원이 같은 배를 타고 있고, 리더는 사익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과 장기 경쟁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자기자본과 고객자산: 일부러 '같이 안 가는' 설계
서준식 교수는 특히 자기자본과 고객자산 운용을 '분리'하자고 강조한다. 한 사람이 같은 스타일로 두 자금을 모두 굴리면, 좋은 때는 수익이 폭발적으로 나겠지만 나쁠 때는 리스크가 배가된다.
고객자산이 안 좋아지면 환매·이탈이 생기고
동시에 회사 자기자본까지 같이 손실을 보면 회사의 존속 자체가 위험해진다.
그래서 자기자본은 더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고객자산은 그보다 한 단계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서 교수는 이 부분에서 자기 툴(채권·배당형 운용 노하우)을 제공해, 자기자본은 특히 안정적인 '안전판' 역할을 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요약하면,
고객 돈: 장기 수익을 위해 위험을 적정 수준까지 감수
회사 돈: 회사의 생존을 위해 훨씬 더 안전한 포트로 구성 이 두 층을 나눠 "회사가 오래 버티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채권형 주식'과 배당 성장 전략
둘의 공통된 투자 콘셉트는 "채권형 주식"이다. 채권처럼 비교적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주지만, 주식이라서 성장 옵션까지 달려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기본은 시가배당률이 충분히 높은 기업
매출·이익이 꾸준히 성장해 배당도 함께 커질 수 있는 기업
앞으로 배당성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
예를 들어, 지금은 배당수익률 2~3%이지만,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등 제도가 바뀌면 배당을 2~3배로 늘릴 수 있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미래의 배당 성장률이 곧 "주가 상승의 옵션"이 된다.
서 교수는 이미 자신의 자산을 이런 배당·채권형 주식 위주로 운용하고 있고, 곽 대표도 자문·랩 운용에서 전체 포트의 절반 정도를 이런 종목들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나머지 절반에서는 성장성을 조금 더 보는 종목을 담되, 그마저도 "밸류에이션이 미친 상태는 절대 사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엄격히 필터링한다.
실제 포트폴리오 사고방식: 예시 몇 가지
곽상준 대표는 사업자가 된 이후 투자 자세가 "더 엄격해졌다"고 말한다. 회사의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다소 거칠게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이 울타리가 되어야 하기에 '대충'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가 설명한 예시들은 이런 식이다.
전력 관련 성장 산업
섹터 전체 밸류에이션은 비싸지만,
PBR(장부가 대비 주가)을 조금 포기하면
PER(이익 대비 주가)는 적정, 배당은 안정적인 전력주를 발견 → 성장 + 배당 + 가격 모두 어느 정도 맞아, 매수
대형 우선주 사례
시가배당률이 5% 이상이고, 분기 배당을 한다
6개월만 보유해도 두 번 배당을 받아 연 환산 수익률 10% 이상 가능
회사 자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데 시장에서 저평가 → "6개월 보유 후 가격이 그대로만 유지돼도 충분히 수익"이라는 관점으로 매수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한 '베팅'
제도 개편이 되면 배당 투자 환경이 확 좋아질 것이라 보고
해당 수혜 종목들의 단기 가격 변동(10% 정도 하락)은 감수
1년 안에 배당으로 회복될 거라는 시간 프레임으로 승부
이 모든 사례에서 공통은 "현금흐름 기준, 밸류에이션 기준, 성장 가능성"을 동시에 체크하고, 감당 가능한 리스크와 시간 축을 명확히 설정한 뒤 투자한다는 점이다.
'천천히 부자되기'가 실제로 더 세다: 데이터와 깨달음
곽 대표는 과거 자신이 운영한 랩 계좌와, 고객들에게 "그냥 편하게 하세요"라고 추천했던 퇴직연금·ISA 계좌의 성과를 비교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퇴직연금 등에는 이렇게 조언했었다.
어차피 10년 이상 가져갈 돈이니,
배당 많이 주는 ETF(은행, 보험, 건설, 증권, 지주, 반도체 등)를 꾸준히 담아두라
중간 중간 시장을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자동 납입처럼 쌓아라
그 결과,
2020~2021년부터 적립한 계좌들의 누적 수익률이 70% 수준
비중 조절을 운 좋게 잘한 경우 100% 이상도 나왔다. 반대로, 매일 시장을 보며 공들여 운용한 랩 계좌는 마음고생은 훨씬 심했는데,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뒤처진 사례도 나왔다.
이 경험은 "빨리 부자되려는 조급함보다, 느리지만 꾸준한 배당·가치투자가 실제로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시켜 준 셈이다. 워런 버핏의 "나는 천천히 부자가 되기로 했다"는 말이, 한국 시장에서도 현실적인 투자 전략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사막을 건너는 차: 푸르공 비유
서준식 교수는 투자를 "사막 여행"에 비유한다. 몽골 사막 여행에서 많이 쓰는 러시아 군용 밴 '푸르공'은 에어컨도 없고, 좌석도 딱딱하고, 최신차와 비교하면 너무 불편하다.
그런데도 현지인들은 사막에 들어갈 때 푸르공을 선택한다. 도요타, 현대차 같은 최신차를 타고 들어갔다가 고장 나면, 연락도 안 되고 수리도 안 돼서 그대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푸르공은 구조가 단순해,
고장 나면 기사들이 철사·돌멩이로 어떻게든 고친다
엔진이 물에 잠겨도 분해해서 말렸다가 다시 조립해 달린다
투자도 이와 같다고 그는 말한다.
'고속도로용 슈퍼카' 같은 화려한 성장주·단기 투기 전략보다
고장이 나도 다시 고쳐서 갈 수 있는, 단순하고 튼튼한 배당·가치투자가 사막 같은 시장을 오래 건너는 데 훨씬 적합하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지루하고 느리고, 남들이 부러워하지도 않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차가 진짜 좋은 차"라는 메시지다.
시장 고점? 지금 우리가 봐야 할 진짜 위험
지수가 4,000포인트를 넘어가고, 삼성전자 10만 원 이야기가 식당에서 오가는 시점에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무조건 반도체 풀베팅"을 말한다. 이때 서준식 교수와 곽상준 대표가 보는 진짜 위험은 '가격' 그 자체다.
서 교수의 정리처럼, 가치투자자에게 위험은 단 하나다.
싸면 위험이 작고
비싸면 위험이 크다
특히 배당투자자 입장에서는
내가 5% 배당수익률을 보고 샀던 주식의 시가배당률이
주가 상승으로 2%까지 떨어져 버리면 그 시점부터는 위험의 신호가 켜졌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같은 회사 현금흐름인데
주식(위험자산)이 채권·예금(안전자산)과 같은 수준의 이자만 주는 가격이 되어버린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PER(주가/이익)의 역수, 즉 이익 수익률과도 비교해야 한다.
이익 수익률이 시장 금리 대비 충분히 높은지
아니면 이미 '너무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지 이 기준으로 안전마진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주가가 올라서 기분 좋은 것과
그 가격에서 새로 들어가는 것의 위험 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지금은 후자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라는 경고다.
투자 태도: '밥 먹듯이' 하는 장기 생활
서준식 교수는 주식투자를 "가끔 하는 만찬"이 아니라 "매일 하는 식사"에 비유한다. 평생 이어갈 일상의 일부라는 뜻이다.
그는 자신의 경험상,
10년 중 2~3년만 좋고
나머지 7~8년은 고통스럽거나 지루한 시기였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남들 종목이 폭등할 때 내 포트는 잠잠할 수도 있고, 주위 사람이 자랑하는 수익률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때도 많지만, 그 모든 것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냥 견디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목표 수익률도 그렇게 설정한다. 그는 책 '투자의 태도' 인터뷰에서 연 15%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는데, 업계에서 이조차 "생각보다 낮다"고 평가받았다. 하지만 복리 15%면 10년 뒤 4배다. 그는 "마이너스 안 나는 해를 만드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 때문에,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매트릭스 투자자문 고객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디를 가든 "밥을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주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 이 회사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목표다.
인사이트
이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이다. 단기 수익률 경쟁에서 이기려 하기보다, 10년, 20년 후에도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을 자신만의 방식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실천을 위해 기억할 포인트는 이 정도다.
비싼 자산을 두려워하라
지수, 주가의 높낮이보다 "이 가격에서 시가배당률과 이익수익률이 합리적인가"를 먼저 본다.
안전자산(예금, 채권)과 비슷한 수익률까지 떨어진 주식은 위험 신호로 본다.
배당과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삼아라
배당을 꾸준히 주고, 늘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기업을 고른다.
제도 변화(배당소득 분리과세 등)가 배당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같이 생각한다.
자기자본과 투자자금은 성격을 나눠 운용하라
퇴직연금·ISA처럼 장기 자금은 배당 ETF 위주로 "신경 안 쓰는 투자"를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기 변동이 마음을 너무 흔들어놓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거버넌스와 투명성을 투자 기준에 포함시켜라
회사 내부에서도,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도 "이 구조가 주주에게 공정한가?"를 질문한다.
리더의 사익 추구가 체계적으로 막혀 있는지, 의사결정이 투명한지 살펴보면 큰 사고를 피할 확률이 높아진다.
마음의 속도를 늦춰라
"언제까지 몇 배" 같은 조급한 목표 대신,
"10년 뒤에 내 경제적 자유는 어느 정도일까"를 상상해 보며 계획을 세운다.
사막을 건너는 여행에서 필요한 것은 가장 빠른 차가 아니라, 끝까지 버티는 차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화려하고 시끄러운 이야기보다, 불편해 보여도 고장 나도 고쳐가며 끝까지 가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살아남는 투자"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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