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 사이언스 정말 끝난 걸까? AI 시대에 더 뜨거워진 이유

데이터 사이언스가 끝났다거나, 더 이상 유망하지 않다는 말이 자주 보입니다.
대규모 IT 해고, 줄어든 공고 수, 그리고 생성형 AI의 등장이 이런 불안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숫자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연구·통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일자리의 현재 상황, AI가 바꿔놓은 채용 구조, 필요한 기술 스택의 변화, 커리어 전략까지 한 번에 정리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가 사라지는 분야인지, 아니면 더 까다롭게 진화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살펴봅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정말 줄어들고 있을까?
먼저 관찰 가능한 현상부터 보겠습니다.
2023년 빅테크 해고가 한창일 때, 실제로 잘려나간 인력의 직군 비중을 보면 의외의 수치가 나옵니다. 주요 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인원 중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약 3%,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22%를 차지했습니다.
몸으로 느끼는 불안감과 달리, 통계상으로는 데이터 사이언스가 해고의 중심 타겟은 아니었다는 의미입니다.
일자리 수요 측면에서도 비슷한 역설적인 결과가 나옵니다. 한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데이터 사이언스 채용 공고는 2023년 7월 대비 2024년 7월에 약 130% 증가했습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의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직군은 2032년까지 약 3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2023년 임금이 한 차례 꺾인 이후, 데이터 사이언스 연봉은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체감 난도와 달리, 전체 시장만 놓고 보면 분야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기보다는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 먼저 확인됩니다.
왜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고 느껴질까?
아이러니하게도, 숫자는 성장인데 체감은 불황에 가깝습니다. 특히 입문자·주니어 입장에서는 채용 문이 더 좁아진 듯한 압박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괴리는 AI 도입이 채용 구조를 바꿔놓았기 때문입니다.
하버드 연구팀은 2015~2025년 사이 미국 내 약 30만 개 기업, 6,200만 명의 이력서 데이터를 분석해 생성형 AI 도입 효과를 추적했습니다.
2023년 이전까지는 향후 AI를 도입할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주니어 채용 추세'가 거의 동일하게 움직였습니다. 두 그룹 모두 비슷한 속도로 신입·초급 인력을 채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2023년 초, 고품질 생성형 AI 도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시점 이후부터 상황이 갈라집니다.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에서는 6분기(약 1.5년) 동안 주니어 고용이 AI 비도입 기업 대비 약 10%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감소가 해고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기존 주니어를 해고하기보다는, 새로 뽑는 속도를 늦춘 것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정제, 단순 코드 작성, 기본적인 문서 초안 작성처럼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업무가 생성형 AI로 상당 부분 대체되면서, 예전 같으면 "주니어 한 명 뽑자"라고 판단하던 영역에서 이제는 굳이 사람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된 것입니다.
AI 도입 이후, 어떤 데이터 인력을 원하고 있을까?
주니어 채용 속도가 줄었다고 해서 기업이 데이터 인력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원하는 인재의 조건이 크게 변경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생성형 AI 관련 스킬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 수는 2021년 1월 55건 수준에서 2025년 5월에는 거의 1만 건에 근접했습니다. 가장 큰 증가폭이 나타난 시점 역시 2023년 초, 생성형 AI 툴이 대중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생성형 AI 관련 키워드를 명시한 직무 중 상위권은 다음과 같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3,000건 이상
머신러닝 엔지니어: 약 3,000건
즉, 기업은 "데이터 직군이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AI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인력을 원한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요구 스킬의 폭도 과거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Python과 통계만 잘해서는 채용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고,
클라우드 플랫폼 활용
데이터 파이프라인 설계·운영
모델 배포 및 운영 환경 이해
같은 소프트웨어·인프라 영역까지 기본 소양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흥미로운 통계도 하나 있습니다. 채용 공고에서 Python을 명시하는 비율이 78%에서 57%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Python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Python은 기본 전제"라서 굳이 쓰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는 해석이 더 타당합니다. 즉, 코딩 역량은 이제 논의의 출발선이고, 그 위에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가 차별점이 되고 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인력은 남아도는데 왜 '인력난'일까?
체감상 취업은 어려워졌는데, 동시에 기업은 사람을 못 구한다고 호소합니다. 겉보기에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숫자를 보면 구조가 조금 더 명확해집니다.
현재 미국 내에서만 22만 개 이상의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포지션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또한 맥킨지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까지 데이터·분석 인력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약 50% 수준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수치는 두 가지를 암시합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는 규모가 줄어들고 있지 않다.
다만, 시장에 나와 있는 인재의 스킬셋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스킬셋이 잘 맞지 않는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도구들은 빠르게 고도화되는데, 교육·재교육 시스템이 그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가 없다"가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데이터 인력이 부족하다"에 가깝습니다.
AI 시대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진짜로 차별화되는 역량
생성형 AI 활용 능력은 이제 필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연구 데이터를 보면 AI를 쓸 줄 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차별화되기 어렵습니다.
대체되기 힘든 영역은 다음과 같은 부분에 모여 있습니다.
첫째, 비즈니스 인사이트와 임팩트 설계 능력입니다. 모델을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그 모델이 매출, 비용 절감, 리스크 관리 등 구체적 성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계하고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둘째, 도메인 지식입니다. 금융, 이커머스, 제조, 헬스케어 등 각 산업별 규제·관행·데이터 특성에 대한 이해가 있을수록 같은 모델을 만들어도 현실에 바로 적용 가능한 해석과 의사결정 지원이 가능해집니다.
셋째, 이해관계자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비기술 조직과 협의해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설득하며, 리스크를 조율하는 과정은 현재의 AI 도구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
이 세 영역은 생성형 AI 등장 후 오히려 가치가 높아진 부분이며, 시니어급 포지션이 계속 증가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로 진입하는 현실적인 경로 재설계
그렇다면 AI 도입 이후 데이터 사이언스로 진입하려면 전략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정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버드 연구 결과를 보면, AI 도입 기업에서 주니어 채용은 유의미하게 둔화되었지만, "완전히 막혔다"고 볼 수준은 아닙니다. 다만 예전에 비해 기본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쉽게 뚫기 어려운 시장이 되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요구되는 포트폴리오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단순 기술 시연이 아니라, AI 도구 활용이 구조에 녹아 있어야 한다.
분석 결과가 어떤 비즈니스 효과를 내는지까지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할 흐름은 데이터 분석가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내부 승진하는 경로가 더 자주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업은 외부에서 주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새로 뽑는 것보다 이미 내부에서 검증된 인력을 상위 직무로 승격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초반에는 데이터 분석가, BI, 리포팅 등 인접 직무로 조직에 들어간 뒤, 비즈니스 임팩트를 쌓고 내부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점진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역할로 확장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경력이 쌓인 경우에는 상황이 다릅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시니어 레벨 고용은 AI 도입 여부와 상관없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경험 많은 데이터 인력에 대해서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인력난이 이미 발생한 상태에 가깝습니다.
데이터 사이언스 일자리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제3자 관점에서 이 데이터들을 어떻게 보는 것이 합리적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데이터 사이언스가 감소하는 분야라는 주장은 통계와 맞지 않는다. 해고 비중, 채용 공고 증가율, BLS 성장 전망, 오픈 포지션 수, 인력 부족 예측까지 종합하면 이 직군은 축소가 아니라 구조 재편과 기술 스택 전환의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둘째, 주니어에게 유난히 가혹한 시장이라는 점은 사실에 가깝다. 생성형 AI 도입 이후, 반복적·루틴한 업무의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경력 초반에 맡게 되는 업무가 자동화 대상이 되었고, 이로 인해 "첫 직장 진입"의 난도가 높아진 것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됩니다.
셋째, 기업과 인재 사이의 미스매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AI, 클라우드, 데이터 엔지니어링, 도메인 지식, 커뮤니케이션까지 아우르는 인재를 단기간에 대량 양성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육 커리큘럼은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실무 기술 요구사항은 빠르게 변화하는 구조에서 수요는 급상승하는데 공급은 느리게 늘어나는 간극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넷째, AI 도구는 데이터 사이언스 직군의 종말이 아니라 역할 재정의에 가깝다. 단순 작업은 점점 자동화되겠지만, 비즈니스 문제 정의, 모델 활용 전략 설계, 이해관계자 조율 같은 영역은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현 세대 AI의 특성상 완전 자동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중간 단계에서 고급 인력의 수요가 강하게 유지될 소지가 큽니다.
마무리하자면, 데이터 사이언스는 사라지는 직업군이 아니라, 진입 장벽과 요구 스킬이 재편되는 직업군에 가깝습니다. 숫자와 연구 결과를 보면, 공포보다는 구조 변화에 대한 냉정한 이해와 스킬 전략의 조정이 더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및 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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