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M·DRAM 가격 폭등, 2026년까지 더 오를까? 소비자 선택지는?


RAM 가격이 몇 달 사이 두 배 수준으로 급등하면서 PC를 맞추려는 소비자 입장에서 부담이 크게 커졌습니다. DDR4와 DDR5 모두 영향을 받고 있고, 배경에는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 생산 축소, 공급 전환, HBM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어떤 흐름이 예상되고, 지금 메모리를 사는 것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핵심 내용을 정리합니다.
DDR5 메모리 가격, 1~2개월 사이 거의 2배 상승
최근 몇 달간 DDR5 메모리 가격은 1~2개월 사이 70~130%까지 뛰었습니다. 특히 32GB(16GBx2) DDR5-6000 CL30, DDR5-7200 같은 주류·고클럭 키트가 모두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9월 중순 뉴에그(Newegg) 기준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았을 때, 대표적인 DDR5-6000 32GB 키트는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G.SKILL Trident Z5 Neo RGB: $125 → $270, 한 달 만에 $145 인상
10일 남짓한 기간(10/28~11/13) 동안 13% 추가 상승, 하루 약 1%씩 오른 셈입니다.
Kingston Fury Beast: $137 → $267, 약 95% 상승
Corsair Vengeance: $135 → $230, 약 70% 상승
Teamgroup T-Create Expert: $93 → $250, 약 169% 상승
9월 이후 이 스펙의 DDR5 키트는 평균 약 100% 전후의 인상률을 보였고, 대략 130달러 정도가 통째로 더 비싸진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클럭인 DDR5-7200 32GB 키트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9월 평균 가격 약 $152 → 최근 약 $296
Corsair 키트: $105 인상, 약 62% 상승, 최근 2주만 떼어 보면 10% 상승
G.SKILL Z5 Royal: $130 인상, 약 81% 상승
G.SKILL Z5 RGB: $148 → $340, 130% 상승
Teamgroup 키트: $130 → $280, 115% 상승
결론적으로, 엔트리·메인스트림·고클럭 가리지 않고 DDR5 전 구간에서 비슷한 비율의 상승이 일어났고, 특정 속도만 피한다고 해서 가격 폭등을 회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DDR4는 더 심각하다: EOL+수요가 겹쳐 100~180% 폭등
DDR4는 이미 차세대 플랫폼에서 밀려난 구세대 규격이지만, AM4 시스템, 홈랩, 저렴한 구형 플랫폼 구축 등에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DDR4가 지금 생산 축소(EOL)와 가격 상승이 겹치는 이중 악재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DDR4-3200 CL16, 32GB(16GBx2) 키트 기준, 6월 1일~11월 13일 사이 가격 흐름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Corsair Vengeance RGB: $84 → $170, 약 102% 인상
Corsair Vengeance LPX: $55 → $150, $95 인상
G.SKILL Ripjaws V: $52 → $146, 약 180% 상승
Kingston Fury Beast: $55 → $145, 약 163% 상승
가격 그래프를 보면 DDR4는 2025년에 두 번 크게 움직였습니다.
6월 전후: 여러 DDR4 제품의 단종(EOL) 발표와 함께 1차 상승
10월: DDR5와 함께 2차 급등
DDR4는 여전히 서버와 소비자 모두에게 수요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생산이 줄고 있어, 퍼센트 기준으로는 DDR5보다 오름폭이 더 크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대로라면 재고가 소진될수록 DDR4가 DDR5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DRAM 현물(스팟) 가격이 말해주는 것: DDR4가 특히 비싸다
메모리에도 금·은처럼 스팟 가격(spot price)이 존재합니다. 실제 거래의 대부분은 계약을 통해 이뤄지지만, 이 스팟 가격은 시장의 단기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Nikkei Asia에 따르면, 스팟 거래는 전체 DRAM 시장의 10% 미만이지만, 가격 추세를 읽는 데는 유용합니다. DRAM 모듈 브랜드(Corsair, Kingston, G.SKILL 등)는 모두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서 칩을 사와 SMT 라인에서 기판에 실장하고, 테스트와 수율 선별(빙, binning)을 진행합니다. IC Insights의 2021년 자료 기준, 이 세 회사 외의 공급사는 점유율 6%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3사 체제입니다.
최근 스팟 가격 기준으로 보면:
DDR4 16Gbit: 평균 $24.55
DDR5 16Gbit (4800, 5600): 평균 $15.20
절대 용량과 스펙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동일 기간 내 변화율은 직접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흐름은 명확합니다.
DDR4 스팟 가격은 DDR5보다 훨씬 높은 수준
주당 변화를 보면, 특정 주에는 7.05% ~ 22.38%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TrendForce는 DDR5 스팟 가격이 30% 상승했다고 분석했습니다.
TrendForce는 이 급등의 원인을 "심각한 사재기(hoarding)"에 따른 구매 러시로 설명합니다. 필요량 이상으로 재고를 확보해 두려는 움직임이 스팟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고, 이 흐름이 소매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DRAM 시장의 과거: 카르텔, 가격담합, 그리고 COVID 이후의 롤러코스터
DRAM 시장은 예전부터 공급·가격에 유난히 민감한 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가격 담합 사건이 여러 차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2006년 미국 법무부는 삼성 임원 2명, SK하이닉스 임원 1명을 DRAM 가격 담합 공모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2022년에도 또 다른 반독점 소송이 제기됐지만, 증거 부족으로 기각됐습니다.
이처럼 DRAM은 공급과 가격의 미세한 변화가 시장 전체에 즉각 파급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COVID 시기에는 재택 근무·원격 수업 확대로 PC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조사들이 공장 가동률과 생산량을 대폭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요는 짧게 피크를 찍고 급격히 꺼졌고,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재고가 쌓였습니다.
2022년 3분기, 글로벌 DRA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0% 감소라는 기록적인 하락을 겪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22년 말~2023년 초 사이에 대규모 감산이 이뤄졌고, 공급을 줄여 가격을 방어하는 전략이 이어졌습니다.
자연재해 또한 이 시장에 큰 변수를 줬습니다.
1999년 대만 지진
2018년 30분짜리 정전 사고로 4,300만 달러 규모 손실
2020년 한국 정전 사고로 수백만 달러의 웨이퍼 손실
이런 이력 때문에 DRAM은 평상시에도 불안정한 가격 사이클을 가지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여기에 AI 서버 수요라는 새로운 요소가 더해지면서 과거 패턴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서버와 HBM이 가져온 구조적 변화: "4년 사이클"이 깨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DRAM 가격은 3.5~4.5년 주기의 사이클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이익이 줄면 감산하여 가격을 회복하는 패턴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AI 서버 수요는 이 사이클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TrendForce와 Digitimes Asia 등은 현재 상황을 "비정상적인 AI 주기"로 표현합니다.
상승 국면이 기존 사이클보다 훨씬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핵심 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버 DDR5와 ECC RDIMM 수요 폭발
기업용 서버는 일반 데스크톱이 쓰는 UDIMM 대신 ECC RDIMM을 사용합니다.
TrendForce는 2025년 4분기 기준, 삼성의 RDIMM 계약 가격이 최대 50% 인상됐고, 주요 고객이 주문한 서버 DRAM의 70%만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TrendForce는 보고서에서 "서버 출하량과 시스템당 메모리 용량이 동시에 증가하면서 비트(용량) 기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HBM(High Bandwidth Memory)의 웨이퍼 소모 HBM은 고대역폭 메모리로, 최근 AI용 고성능 GPU에 집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HBM은 여러 메모리 다이를 수직으로 적층해 인터포저 위에 올리는 구조입니다.
TrendForce에 따르면 HBM은 일반 DRAM 대비 웨이퍼를 3배 이상 소모합니다.
동일한 웨이퍼 생산 능력으로 만들 수 있는 DRAM 전체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HBM 중심 구조로 전환될수록 일반 DDR4/DDR5에 돌아가는 자원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급 우선순위의 완전한 재편 Digitimes Asia는 현재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과거: 모듈 제조사들끼리의 물량 경쟁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 vs 나머지 고객의 경쟁
OpenAI의 예가 대표적입니다.
OpenAI는 삼성, SK하이닉스와의 파트너십 발표에서 "월 90만 장의 DRAM 웨이퍼 스타트"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Tom's Hardware는 이를 전 세계 DRAM 생산량의 약 40%에 해당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클라우드·AI 업체들이 일반 모듈 업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장기 계약을 잡으면서, 소비자용 메모리 공급은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6년 전망: DRAM·NAND 모두 구조적 가격 상승 예상
TrendForce의 2026년 메모리 가격 전망은 비교적 일관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핵심은 "구조적인 가격 급등"입니다.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AI 서버 인프라 확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CSP)의 AI 인프라 확장으로 DRAM과 NAND 주문이 장기적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TrendForce는 서버 DRAM에 우선 공급이 이뤄지면서, PC·모바일·소비자용 DRAM의 가격이 따라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제조사의 이익 우선 배분
제조사들은 마진이 높은 서버 DRAM과 HBM에 웨이퍼를 우선 배정합니다.
이는 곧 소비자용 DDR4/DDR5와 모바일, 임베디드용 DRAM 공급 축소로 이어집니다.
이런 구조 변화는 DRAM에만 국한되지 않고 NAND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파이슨(Phison) CEO 푸와 캉수난은 2025년 10월, 2026년에 심각한 NAND 공급 부족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최근 몇 년간의 투자 부족과 데이터센터 저장장치 수요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향후 10년간 공급은 계속 빡빡할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실제 가격 변동도 이미 시작됐습니다.
2025년 7월: 1TB TLC NAND 가격 약 $4.80대
2025년 11월: $10.70 수준으로 상승 → 6개월 이내 100% 이상 상승
SanDisk는 11월 계약 가격을 한 달 만에 50% 인상했고, 삼성도 2026년 해외 NAND 공급 가격을 20~30%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RAM과 SSD 모두 2026년까지 가격 압력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여러 분석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GPU·완제품 PC까지 줄줄이 영향: 소비자용 그래픽카드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DRAM과 NAND 가격 상승은 그래픽카드·노트북·게임기·콘솔·스마트폰 등 거의 모든 전자제품의 원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줍니다. GPU에는 VRAM(그래픽 메모리)가 들어가고, 이 또한 DRAM/기타 메모리 공정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관측도 나왔습니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슈퍼(SUPER)" 리프레시가 연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이유 중 하나로, 엔비디아가 더 높은 밀도의 GDDR7 모듈과 DRAM 공급을 워크스테이션·데이터센터용 제품에 우선 배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ASUS는 메모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그래픽카드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바 있습니다.
GPU 시장은 이미 암호화폐 채굴 붐과 AI 서버 수요로 고가·고마진 제품 중심 구조가 자리 잡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금 DRAM·NAND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소비자용 PC 전반의 가격 구조가 상향 고착될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타이밍, 중고, 그리고 플랫폼 전략
이 상황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메모리 가격은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좌우하는 글로벌 공급 구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를 나눠 보면 다음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살까, 기다릴까? 현재 데이터와 주요 리포트의 공통된 메시지는 2026년까지 가격이 유지 또는 상승 쪽에 가깝습니다. 단, AI 버블 붕괴, 대형 기업 회계/사기 스캔들과 같은 예측 불가 사건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단기 이벤트(예: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은 현재 급등한 가격의 일부를 돌려받는 수준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세일을 해도 몇 주·몇 달 전 가격보다 여전히 비쌀 수 있는 상황입니다.
DDR4/DDR5 선택 전략
이미 AM4·구형 인텔 플랫폼을 갖고 있다면: 현재 보유 중인 시스템에 메모리를 추가하는 것이, 완전 신규 DDR5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여전히 저렴할 수 있습니다. 다만 DDR4는 단종 영향으로 퍼센트 기준 상승률이 더 크다는 점을 의식해야 합니다.
신규 조립을 계획 중이라면: "당장 필요 여부"가 제일 중요합니다.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면, 최소한 극단적인 급등 구간을 피하는 것이 심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덜 부담될 수 있습니다.
중고 메모리 활용 저장장치(SSD/HDD)는 보안·수명 문제로 중고 매입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쓰기량을 알 수 없고, 이전 사용자의 데이터 흔적도 애매합니다. GPU도 사용 이력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반면 DRAM(메인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중고 구매에 위험이 적은 편입니다.
단순 고장 여부만 체크하면 되고, 내구성 이슈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실제로 NAS나 테스트 시스템 등에 중고 메모리를 활용해도 문제가 없는 사례가 많습니다.
물론,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와 간단한 메모리 테스트(예: MemTest) 정도는 필수입니다.
이 상황의 의미와 한계: 소비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볼 점
현재 DRAM·NAND 가격 급등은 소비자에게 거의 아무런 교섭력도 없는 시장 구조를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습니다. 공급사 3곳,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몇몇 초대형 클라우드·AI 기업, 그리고 그 사이에 끼어 있는 모듈·완제품 제조사들로 구조가 굳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한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또는 인하 가능성은 낮고, 세일 역시 "체감 할인"은 있어도 절대 가격 기준으로는 여전히 고가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기적으로는: AI 서버·클라우드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제조사가 굳이 가격을 낮출 동인이 크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공정, 경쟁사 진입, AI 투자 피로감, 버블 조정 등이 발생해야 의미 있는 가격 하락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언제, 어떤 형태로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입니다.
결국 지금 소비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은 "내가 지금 이 성능이 꼭 필요한가?", "얼마나 오래 쓸 시스템인가?", "중고·기존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각자 타협점을 찾는 것입니다.
RAM 가격 폭등과 DRAM 시장 구조 변화는 한 번에 끝날 이슈가 아닙니다. 당분간은 "고가가 뉴노멀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고, 업그레이드·신규 조립 계획을 조금 더 전략적으로 세우는 편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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