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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S INSIGHT] 매출 없이 수십억 기업가치, AI 인프라 해법을 노리는 페르미(Fermi Inc.)의 모든 것

https://www.nasdaq.com/market-activity/ipos/overview?dealId=1348115-115241

AI 산업의 빠른 진화가 거대한 전력 수요라는 현실적 한계와 맞닿으면서,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신생 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텍사스에서 설립된 페르미(Fermi Inc.) 이야기입니다. 아직 매출은 전혀 없지만, 페르미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와 발전소를 '원스톱'으로 통합 구축하는 혁신 모델로 AI 시대의 에너지 인프라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존재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페르미는 2025년 IPO로 월스트리트의 투자광풍을 일으켰고, '수직 통합 AI 인프라 기업'이라는 미래 비전을 공개 시장에서 당당히 어필했습니다. 오늘 그들의 놀라운 스토리와 투자 논리, 그리고 숨겨진 리스크까지 낱낱이 살펴보겠습니다.

가상과 현실 사이, AI 인프라의 전력 해법에 도전하다

페르미는 기존 전력망이 AI의 폭발적인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립니다. 방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인공지능 혁신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간파했죠. 그래서 데이터 센터와 발전소를 하나의 캠퍼스에 직접 결합하는 '비하인드-더-미터' 방식이라는 구조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 모델은 전력 생산과 소비를 한 곳에서 통제해, 전력망의 각종 제약과 협상, 그리고 공급 불확실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아이디어예요. 페르미의 '하이퍼리던던트' 시스템은 원자력, 가스, 태양광, 배터리 등을 동원해 24시간 두절 없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기존 데이터센터 리츠(REIT) 기업들은 전력망에 의존하지만, 페르미는 생산부터 소유, 운영까지 직접 수행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경쟁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데이터 센터 리츠(REIT) 구조의 혁신적 변주

페르미는 '수익형 부동산' 이미지가 강한 리츠(REIT)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츠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내는 건물이나 센터에 적용되어 왔죠. 페르미의 경우, 실제 매출은 없고 운영 이력도 희박한 개발 기업임에도 리츠라는 옷을 입힌 것은 훨씬 폭넓은 투자자 층의 신뢰를 얻으려는 재치 있는 전략입니다. 배당과 실물자산 이미지를 활용해 투기적 리스크는 가리고, 안정적으로만 보이는 포장을 더한 셈이죠. 이런 금융공학적 접근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수익'을 갖고 여러 투자자를 유혹합니다. 투자를 꿈꾼다면, 리츠의 안정성만 기대해서는 안 되고 본질적 리스크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페르미 IPO, 상장 당일 주가 폭등의 숨은 의미

2025년 10월 1일, 페르미는 나스닥과 런던증시에서 동시에 상장하며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공모가는 21달러로 시작해 첫날 32.5달러까지 무려 55% 뛰었습니다. 단 9개월 만에 두 창업자 가족이 보유한 지분 가치만 22억 달러에 달할 정도였죠. 이 현상은 아직 뚜렷한 실적이나 고객도 없는 회사가 'AI 인프라의 미래'라는 서사로 어마어마한 시장가치를 얻는 시대상도 보여줍니다. 어느새 IPO는 벤처캐피탈의 리스크를 광범위한 공개시장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현재의 '기업 실체'보다 AI가 이끌 미래에 '이야기'와 '비전'을 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프로젝트 마타도르, 텍사스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데이터+에너지 캠퍼스

페르미의 대표적 야심작 '마타도르(Matador)'는 무려 5,200에이커(약 21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학 부지를 임대해 조성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최종적으로 1,800만 제곱피트에 달하는 데이터센터와 최대 11GW 전력 생산, 미국 최대의 원자력발전 단지까지 한데 모으는 계획입니다. 천연가스, 태양광, 배터리로 시작해 최종적으로 AP1000 원자로 4기를 건설하겠다는 밑그림이 있는데, 여기서 11GW란 뉴욕시 전체 발전소 용량의 두 배에 해당되는 엄청난 수치입니다. 1단계는 2026년 말까지 1.1GW를, 원자력 발전소는 2032~2036년 순차 가동, 2038년에는 모든 스케일업을 완료한다는 장대한 로드맵입니다.

아직 매출은 제로,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계획'의 재무실체

재무를 보면 현실은 냉정합니다. 2025년 6월 기준, 페르미의 자산은 174만 달러에 불과하고, 현금은 23만 달러뿐이죠. 부채는 351만 달러, 자본은 마이너스 177만 달러로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매출은 아직 없지만, IPO로 조달한 6억8,250만 달러로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됩니다. 시가총액 120억~170억 달러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만을 반영할 뿐, P/E, P/S, EV/EBITDA 같은 전통적 지표에서는 설명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 투자자들은 비유동적인 벤처투자자와 동급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상장주식의 유동성에 속해 있는 셈이죠.

전략적 파트너십과 '정치적 자산'의 힘, 그리고 창업진 면면

페르미는 미국과 한국의 주요 기술·건설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에너지·설계·원자력 분야의 전문성을 끌어옵니다. 텍사스공과대학교 부지 임대, 웨스팅하우스와의 원자력 협력,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 등 EPC 파트너까지, 글로벌 협업이 돋보입니다. 특히 공동창업자 릭 페리(전 텍사스 주지사 및 에너지부장관)의 존재는 미국 내 에너지 프로젝트에 필수적인 각종 인허가, 정책 지원, 자금 조달 과정에서 결정적 전략 자산입니다. 실제로 캠퍼스 이름에 '도널드 J. 트럼프'까지 잠정적으로 넣으며, 정치적 연대를 기업 운영 전략의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경쟁사와 시장 포지셔닝, 페르미가 만든 새로운 인프라 유형

페르미는 단순한 데이터센터 리츠도 아니고, 순수 에너지 유틸리티 기업도 아닙니다. 에퀴닉스, 디지털 리얼티 같은 기존 업체들은 안정적 임대와 전력망 의존에 기반하지만, 페르미는 직접 발전(원자력, 가스, 태양광, 배터리→자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임대를 번들로 선보입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들과 비교해도 직접 기술 개발이 아닌, 이미 검증된 기술을 적용해 통합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플레이어예요. 이처럼 산업 경계를 뛰어넘는 모델은, 비교 대상이 적어 확실한 평가가 쉽지 않지만 결국 첫 시장 선점의 강력한 기회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투자 논리, 장밋빛 기회와 엄혹한 리스크가 공존

페르미의 투자 가치에서 주목할 점은 AI 산업의 '단일한 거대한 에너지 수요'라는 불가피한 근거입니다. 프로젝트의 압도적인 규모, 기술과 정치적 해자, 우호적 국내 정책 환경 등이 기회를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원전 건설 지연·비용 초과, 수백억 달러의 추가 자금 조달 불안, 도전적인 인허가 절차, 아직 확정 고객 계약 부재, 기술·시장 불확실성(만약 AI 전력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등, 상당한 리스크가 내재해 있습니다. 투자자는 장기전(10년 이상)을 생각해야 하고, 원금 손실까지 담보할 수 있어야 하기에 단순한 리츠 투자처럼 접근하면 곤란하죠.

페르미 인프라 투자, 성공의 관건은 무엇일까?

앞으로 페르미의 미래를 가름할 핵심 포인트는 다음 네 가지입니다. 우선 구속력 있는 장기 계약 체결(현재는 단순 LOI 수준), 두 번째는 2026년까지 1단계 발전+데이터센터 완공, 세 번째는 NRC의 원자력 인허가 진전, 네 번째는 후속 대규모 자금 조달 성공입니다. 단기 주가는 시장 심리 따라 요동칠 수 있지만, 실질적 운영성과가 나올 때 비로소 투자 가치가 실현될 수 있습니다.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 계획'이 실제 수익을 내는 운영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장대하고 험난합니다. AI 혁신의 에너지 병목을 뚫겠다는 페르미의 비전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리스크 또한 그에 못지않게 거대합니다. 단기적 수익이나 안정성보다, 미래 인프라의 본질을 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감한 도전을 꿈꾼다면, 페르미의 다음 행보를 꼭 주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