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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건곤(乾坤)을 정하는 팔괘(八卦)

요약

팔괘도(八卦圖)는 중화민족이 문자를 갖기 전부터 존재했던 가장 오래된 문명의 기록이자, 역경(易經)을 이해하는 핵심 열쇠입니다. 대만 사범대학의 쩡스창(曾仕強) 교수는 팔괘가 어떻게 생성되었으며, 각각의 괘상이 무엇을 의미하고, 우주 만물의 변화가 어떻게 이 여덟 가지 괘 안에 모두 담겨 있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팔괘는 단순한 부호가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우주적 원리를 담고 있습니다.


1. 복희씨(伏羲氏)의 천지 개벽: 태극(太極)에서 팔괘(八卦)까지

중화민족은 특정한 신을 숭배하기보다 윤리 도덕을 공동의 신념으로 삼아왔습니다. 복희씨는 문자와 언어가 미숙했던 시대에, 우주의 자연 질서를 인간 사회의 윤리 도덕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심오한 의도를 가지고 "일화개천지(一畫開天地)"를 통해 태극(太極)을 제시했습니다.

태극은 우주의 자연적 질서를 상징하며, 이는 규칙적이고 변화하며 상호작용하는 음(陰)과 양(陽)의 기운으로 분화됩니다. 단순한 음양의 평형이 아닌, '동태적 평형(動態平衡)'이야말로 우주 만물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정체된 평형은 곧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동태적 평형 속에서 음양은 다시 분화하고 결합하여 사상(四象)을 이루고, 사상은 다시 음효(陰爻)와 양효(陽爻)가 겹쳐지면서 여덟 가지 기본 괘, 즉 팔괘(八卦)를 형성하게 됩니다. 역경의 육십사괘(六十四卦) 역시 이 팔괘의 중첩과 변화의 결과입니다.

06. 건곤(乾坤)을 정하는 팔괘(八卦) image 1


2. 팔괘(八卦):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여덟 가지 기본 요소

복희씨는 우주 만물의 현상을 관찰하고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여덟 가지 기본 요소를 추출하여 팔괘로 나타냈습니다. 이 여덟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천(天): 하늘. 모든 것의 근원이자 시작입니다. 하늘이 없으면 아무것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 지(地): 땅. 하늘과 더불어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입니다. 하늘이 있으면 반드시 땅이 있습니다.

  • 수(水): 물. 생명의 근원이며, 인간 생존에 필수적입니다.

  • 화(火): 불.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이자 문명의 상징입니다.

  • 풍(風): 바람. 하늘 아래에서 움직임을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한 영향력을 가집니다.

  • 뢰(雷): 천둥. 땅 밑에서 움직이는 기운처럼 느껴지며, 진동을 일으킵니다.

  • 산(山): 산. 우뚝 솟아 움직이지 않으며, 멈춤과 정지를 상징합니다.

  • 택(澤): 연못. 물이 모여 고이는 곳이자, 기쁨과 희열을 상징합니다. (때로는 바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 여덟 가지 요소는 서로 상호작용하며 우주 만물의 모든 현상을 설명합니다. 쩡스창 교수는 이를 두 가지 작은 시스템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즉, 천(天), 풍(風), 화(火), 택(澤)은 하늘과 관련된 괘이고, 지(地), 뢰(雷), 수(水), 산(山)은 땅과 관련된 괘입니다.


3. 팔괘(八卦)의 괘상(卦象): 자연 현상과 인간의 감각

복희씨는 이 여덟 가지 요소를 음효(끊어진 선, --)와 양효(연속된 선, ―) 세 개를 조합하여 괘상으로 그렸습니다. 괘상은 각 요소의 자연적 특성을 반영합니다.

  • 건(乾, ☰): 세 개의 양효로 이루어져 하늘을 상징합니다. 하늘은 '강건(剛健)'하며, 영원히 쉬지 않고 지속되는 특성을 가집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하늘의 강인함을 나타냅니다.

  • 곤(坤, ☷): 세 개의 음효로 이루어져 땅을 상징합니다. 땅은 '유순(柔順)'하며,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특성을 가집니다. 흙을 파거나, 흙 위에 무엇을 쌓거나, 생명체를 품거나 하는 모든 행위를 거부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받아들입니다.

  • 손(巽, ☴): 두 개의 양효와 아래 하나의 음효로 이루어져 바람을 상징합니다. 바람은 '입(入)'과 '제(齊)'의 특성을 가집니다. 어디든 파고들고, 고르게 작용하는 바람의 성질을 나타냅니다.

  • 진(震, ☳): 위 두 개의 음효와 아래 하나의 양효로 이루어져 천둥을 상징합니다. 천둥은 '진동(震動)'을 의미하며, 갑작스러운 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힘을 나타냅니다.

  • 감(坎, ☵): 위아래 음효 사이에 하나의 양효가 끼어 있는 형태로 물을 상징합니다. 물은 위험과 어려움을 뜻하는 '함정(坎)'과 같으면서도,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물이 흙을 파고들어 험난한 지형을 만드는 것과도 같습니다.

  • 리(離, ☲): 위아래 양효 사이에 하나의 음효가 끼어 있는 형태로 불을 상징합니다. 불은 '화려함(麗)'과 '분리(離)'의 특성을 가집니다. 아름답게 타오르지만, 모든 것을 태워 없앤 후 스스로도 사라져 분리되는 속성을 나타냅니다.

  • 간(艮, ☶): 위아래 음효 사이에 하나의 양효가 끼어 있는 형태로 산을 상징합니다. 산은 '멈춤(止)'을 의미합니다. 만물 중 유일하게 멈춰 있는 존재이며, 멈춤을 통해 자신을 수양하고 욕망을 절제하는 지혜를 가르칩니다.

  • 태(兌, ☱): 위 하나의 음효와 아래 두 개의 양효로 이루어져 연못을 상징합니다. 연못은 '기쁨(悅)'을 의미합니다. 물이 모여 만물을 양육하는 즐거움과 풍요로움을 나타냅니다.

06. 건곤(乾坤)을 정하는 팔괘(八卦) image 2


4. 팔괘(八卦) 정건곤(定乾坤): 변화 속 불변의 지혜

팔괘는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인간 사회의 원리와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건곤이 정해진다(乾坤定矣)'는 것은 천지가 제자리를 잡고 질서를 이루었음을 의미하며, '건곤이 뒤바뀐다(顛倒乾坤)'는 것은 세상이 혼란에 빠졌음을 나타냅니다.

모든 학문은 인간이 주도하고 '인본(人本)'을 바탕으로 합니다. 길흉화복은 사람 때문에 나타나고, 순리(順理)와 역리(逆理), 동(動)과 정(靜)도 사람 때문에 의미를 가집니다. 동식물과 광물에 대한 분류와 가치 부여 역시 인간의 기준에서 비롯됩니다. 팔괘는 이러한 '인본' 사상을 기반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공동의 인식'을 제공합니다.

역경은 '변화'를 강조하는 학문입니다. 육십사괘의 각 괘는 6개의 효(爻)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효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괘로 전환됩니다. 이는 우주 만물과 인간의 운명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태적'임을 보여줍니다. "삼일구이변(三日舊而變)"이라는 말처럼, 하루하루가 새롭고 끊임없이 발전해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것을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유연한 사고로 변화에 대응해야 합니다. 역경은 우리에게 '정지된 상태'는 곧 죽음이며,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동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삶의 본질임을 가르칩니다. 이 단순한 여덟 개의 괘 안에 우주의 모든 비밀과 인간 삶의 지혜가 담겨 있으며, 이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변치 않는 가치를 제공합니다.

영상 URL: https://www.youtube.com/watch?v=mqcSkCx0i-4

부록~

역경(易經)의 변화와 수(數): 천지(天地)의 움직임을 읽는 법

역경(易經)의 지혜는 단순히 팔괘(八卦)와 같은 상징(象)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 깊은 곳에는 우주의 모든 변화를 '수(數)'로 풀어내는 정교한 철학 체계, 즉 상수철학(象數哲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숫자들은 단순한 양(量)의 표시가 아니라, 음양(陰陽)의 상태와 변화의 가능성을 담고 있는 동태적인 언어입니다. 쩡스창(曾仕強) 교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역경이 어떻게 숫자를 통해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는지 심도 깊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1. 천지(天地)의 수: 음양(陰陽)에 깃든 네 가지 숫자

역경에서 모든 변화는 음효(陰爻, --)와 양효(陽爻, ―)의 움직임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모든 음과 양이 동일한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경은 음양을 각각 '젊은(少)' 상태와 '늙은(老)' 상태로 구분하며, 여기에 고유한 숫자를 부여합니다. '젊음'은 안정된 상태를, '늙음'은 기운이 극에 달해 곧 반대 성질로 변화하려는 불안정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 양(陽)의 수: 하늘의 수(天數)인 홀수 1, 3, 5의 합은 9입니다. 이는 양의 기운이 가득 찬 상태를 상징합니다.

    • 소양(少陽): 숫자 7. 안정된 양의 상태. 변하지 않는 긍정적 힘을 나타냅니다.

    • 노양(老陽): 숫자 9. 양의 기운이 극에 달한 상태. 곧 음으로 변화하려는 강력한 동력을 가집니다.

  • 음(陰)의 수: 땅의 수(地數)인 짝수 2, 4, 6의 합은 12이며, 10을 제외하면 2, 4, 8 등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음의 기운을 상징하는 숫자가 도출됩니다.

    • 소음(少陰): 숫자 8. 안정된 음의 상태. 변하지 않는 수용적 힘을 나타냅니다.

    • 노음(老陰): 숫자 6. 음의 기운이 극에 달한 상태. 곧 양으로 변화하려는 강력한 동력을 가집니다.

상태명칭숫자의미
안정된 양소양(少陽)7변하지 않는 양(陽)
변화하는 양노양(老陽)9음(陰)으로 변하려는 양(陽)
안정된 음소음(少陰)8변하지 않는 음(陰)
변화하는 음노음(老陰)6양(陽)으로 변하려는 음(陰)
이 네 가지 숫자는 역경의 괘(卦)를 해석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열쇠가 됩니다.

2. 대연지수(大衍之數): 변화를 계산하는 방법

그렇다면 이 숫자들은 어떻게 얻어낼 수 있을까요? 고대에는 시초(蓍草)라는 식물의 줄기 50개를 사용하여 복잡한 계산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를 '대연지수(大衍之數)'라고 합니다.

  1. 준비: 50개의 시초 중 하나를 빼내어 태극(太極)을 상징하며 옆에 둡니다. 나머지 49개를 사용합니다.

  2. 분리: 49개의 시초를 임의로 두 무더기로 나눕니다. 이는 음양(兩儀)을 상징합니다.

  3. 계산: 두 무더기를 각각 4개씩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나머지를 구합니다.

  4. 반복: 이 과정을 총 세 번 반복하여 하나의 효(爻)에 해당하는 숫자(6, 7, 8, 9)를 얻습니다.

  5. 완성: 위의 과정을 총 여섯 번 반복하여 여섯 개의 효로 이루어진 하나의 괘(卦)를 완성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은 점을 치는 사람의 사사로운 감정이나 의도를 배제하고, 오직 자연의 이치와 우연의 법칙에 따라 현재 상황을 상징하는 괘를 얻기 위함입니다. 현대에는 시초 대신 동전이나 주사위 등을 사용하여 간소화된 방법으로 숫자를 얻기도 합니다.


3. 변효(變爻)와 지괘(之卦): 변화의 방향을 읽다

숫자를 통해 괘를 얻었다면, 이제 그 의미를 해석할 차례입니다. 여기서 '변화'의 비밀이 풀립니다.

  • 본괘(本卦): 현재의 상황

    여섯 번의 계산을 통해 얻은 여섯 개의 숫자(효)로 이루어진 괘를 '본괘(本卦)'라고 합니다. 이는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의 전체적인 모습을 상징합니다.

  • 변효(變爻): 변화의 핵심 동력

    본괘의 여섯 효 중에서 숫자가 9(노양) 또는 6(노음)인 효를 '변효(變爻)'라고 합니다. 이 효들은 기운이 극에 달해 곧 변화하려는 상태이므로,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의 동력이자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지괘(之卦): 변화의 결과와 미래

    변효는 그 성질이 곧 반대로 바뀝니다. 즉, 9(노양, ―)는 음(--)으로 변하고, 6(노음, --)은 양(―)으로 변합니다. 본괘에서 모든 변효를 이렇게 바꾼 후의 새로운 괘를 '지괘(之卦)'라고 합니다. 이 지괘는 현재 상황이 변화하여 나아갈 미래의 모습, 즉 결과를 상징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황에 대해 점을 쳐서 아래와 같은 본괘를 얻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본괘 (현재 상황)

6효: ⚊ (7, 소양)

5효: ⚋ (8, 소음)

4효: ⚊ (9, 노양, 변효)

3효: ⚋ (8, 소음)

2효: ⚋ (6, 노음, 변효)

1효: ⚊ (7, 소양)

이 경우, 2효와 4효가 변효가 됩니다. 따라서 해석은 다음과 같이 진행됩니다.

  1. 본괘 전체의 의미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합니다.

  2. 특히 변화의 핵심인 2효와 4효의 효사(爻辭, 효의 의미를 설명한 글)를 주의 깊게 읽어 현재 상황의 구체적인 문제점이나 변화의 동력을 파악합니다.

  3. 변효인 2효(노음)를 양으로, 4효(노양)를 음으로 바꾸어 지괘를 만듭니다.

  4. 새롭게 만들어진 지괘 전체의 의미를 통해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 결과를 예측합니다.

이처럼 역경의 숫자는 현재(본괘)와 미래(지괘)를 연결하고, 그 변화의 핵심(변효)을 짚어내는 정교한 시스템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운명을 점치는 것을 넘어,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됩니다.

영상 URL: https://www.youtube.com/watch?v=Iztq4XWEG6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