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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질 때: AI 콘텐츠 검증 기술, 신뢰를 재건할 수 있을까?

Jang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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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질 때: AI 콘텐츠 검증 기술, 신뢰를 재건할 수 있을까? image 1

AI가 그린 교황의 패셔너블한 흰색 패딩 점퍼 사진을 보고 진짜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생성형 AI 기술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텍스트, 오디오는 이제 인간의 창작물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습니다. 이는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허위 정보의 확산, 지적 재산권 침해, 나아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뒤흔드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신뢰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업계의 거인들은 저마다의 해법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구글 딥마인드가 주도하는 신스아이디(SynthID)가 콘텐츠 자체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DNA'를 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BBC 등이 연합한 C2PA(콘텐츠 출처 및 진위성 연합)가 콘텐츠의 '디지털 출생증명서'와 같은 '콘텐츠 자격증명' 표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은 어떻게 작동하며, 어떤 의미와 한계를 가질까요? 생성형 AI 시대의 디지털 콘텐츠 검증 기술현재 동향과 그에 대한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Part I: 보이지 않는 서명, 구글 신스아이디(SynthID)의 작동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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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아이디는 콘텐츠가 생성되는 바로 그 순간, 인간은 감지할 수 없는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기술입니다. 마치 모든 창작물에 비밀 서명을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1.1. 이미지: 픽셀 속에 숨겨진 암호(비가시적 워터마킹 기술)

신스아이디의 이미지 워터마킹은 AI가 이미지를 생성할 때 디지털 서명을 픽셀 값에 직접 내장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핵심은 인간의 시각이 인지하지 못하는 주파수 영역을 미세하게 수정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는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모델과 이를 식별하는 모델, 두 개의 딥러닝 모델이 함께 훈련됩니다.

그 결과, 이미지를 자르거나(cropping), 크기를 조정하거나(resizing), 압축(compression)해도 워터마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내구성을 갖게 됩니다.

이 방식은 파일에서 쉽게 분리될 수 있는 메타데이터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신스아이디의 워터마크는 콘텐츠 자체의 일부가 되기 때문에,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할 때 흔히 발생하는 메타데이터 제거(stripping)에도 훨씬 강한 저항력을 보입니다.

1.2. 오디오, 비디오, 텍스트

신스아이디의 기술은 이미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 오디오: 음파를 스펙트로그램(소리의 시각적 표현)으로 변환한 뒤, 이 시각 데이터에 워터마크를 삽입하고 다시 오디오로 재구성합니다. 이 기술은 스피커로 재생된 소리를 다시 녹음하는 '아날로그 홀' 문제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비디오: 이미지 워터마킹 기술을 확장하여, 비디오의 모든 프레임 하나하나에 개별적인 워터마크를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영상의 일부만 잘라서 사용하더라도 출처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 텍스트: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확률 점수에 기반하여 다음 '토큰'(단어 또는 단어의 일부)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텍스트를 생성합니다.

    신스아이디 텍스트는 이 생성 과정에 개입합니다. 의사 난수 함수(pseudo-random function)인 'g-함수'를 사용하여 토큰들의 확률 분포를 미세하게 변조함으로써, 특정 토큰 선택 가능성을 약간 높입니다.(니들 그래서 요즘 제미나이 퀄리티가 떨어졌니)

    이러한 변경은 통계적으로는 감지 가능하지만, 텍스트의 의미나 품질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성된 단어 선택의 통계적 패턴 자체가 워터마크 역할을 합니다.

    이 기술은 에세이나 대본처럼 길고 창의적인 텍스트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프랑스의 수도는 어디인가?"와 같이 답변의 선택지가 제한적인 사실 기반 프롬프트에서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1.3. 탐지: 숨겨진 서명을 찾아내는 방법

신스아이디 탐지기는 워터마크가 삽입된 콘텐츠의 미세한 변형을 인식하도록 훈련된 시스템입니다. 구글은 언론인, 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신스아이디 탐지기 포털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워터마크 존재 여부를 "워터마크 있음", "없음", "불확실"과 같은 신뢰도 점수로 알려줍니다.

이는 구글이 자사의 생성형 AI 도구(Imagen, Gemini 등)로 만든 콘텐츠에 대해 중앙 검증 기관의 역할을 하려는 전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는 구글의 기술에 의존하는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walled garden)'을 만들어 업계 표준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합니다.

출처 : 구글 코리아 블로그


Part II: 개방형 생태계를 향한 움직임, C2PA

구글의 독자적인 접근법과 달리, 업계 전반의 협력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바로 C2PA와 '콘텐츠 자격증명'입니다.

2.1. 콘텐츠 자격증명: 디지털 콘텐츠의 '영양성분표'

C2PA(콘텐츠 출처 및 진위성 연합)는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BBC 등 수천 개의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거대 연합체입니다. 이들이 만든 '콘텐츠 자격증명(Content Credentials)'은 디지털 파일에 첨부되는 변조 방지 메타데이터입니다.

이 메타데이터는 마치 식품의 '영양성분표'처럼 콘텐츠의 상세한 이력을 담고 있습니다.

  • 누가, 언제, 어디서 만들었는가?

  • 어떤 도구(카메라, AI 모델, 편집 프로그램)를 사용했는가?

  • 어떤 편집 과정을 거쳤는가?

이 모든 정보는 암호화 기술로 서명되어 있어, 누군가 내용을 위조하거나 변경하면 즉시 감지할 수 있습니다.

2.2. 강점과 약점: 풍부한 정보 vs. 치명적 취약성

C2PA의 가장 큰 강점은 개방형 표준이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매우 풍부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바로 메타데이터가 너무나 쉽게 제거된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이미지를 처리하고 재압축하는 과정에서 메타데이터를 삭제해 버립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신스아이디의 내구성이 빛을 발합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어도비는 C2PA 메타데이터와 자사의 비가시적 워터마킹 기술을 결합하여, 메타데이터가 사라져도 워터마크를 통해 이력 정보를 복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3.1 메타의 하이브리드 접근법: 가시적 레이블과 비가시적 워터마크

메타는 다각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사의 도구로 생성된 콘텐츠에는 "Imagined with AI"라는 가시적인 레이블과 비가시적 워터마크를 모두 적용합니다. 구글, OpenAI, 마이크로소프트 등 제3자 소스로부터 생성된 콘텐츠에 대해서는 C2PA나 IPTC와 같은 산업 표준 신호를 감지하여 레이블을 붙이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사용합니다.

4.1. 거인들의 전략: 파편화된 현재와 수렴 가능성의 미래

주요 플랫폼들은 각자의 전략에 따라 이 기술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기능구글 신스아이디 (SynthID)C2PA 콘텐츠 자격증명메타의 접근법
기술 유형임베디드 워터마크 (스테가노그래피)암호화 메타데이터하이브리드 (가시적 레이블, 비가시적 워터마크, 메타데이터 탐지)
전달 정보단순 이진 신호 (AI 생성 여부), 모델 정보 가능풍부하고 상세한 출처 정보 (생성자, 도구, 편집 이력)다양함: 자체 콘텐츠는 단순 레이블, 타사 콘텐츠는 메타데이터에 의존
편집에 대한 내구성높음 (압축, 잘라내기, 필터 등에 견디도록 설계)낮음 (메타데이터는 별도, 콘텐츠 편집 시 서명 파괴)중간 (비가시적 워터마크는 견고하나, 레이블은 잘릴 수 있음)
메타데이터 스트리핑 저항성매우 높음 (워터마크가 픽셀/오디오 데이터의 일부)매우 낮음 (주요 취약점, 메타데이터는 쉽게 제거됨)중간 (비가시적 워터마크는 생존, 탐지된 메타데이터는 소실)
보편성/표준독점적 (구글 중심 생태계)개방형 표준 (산업 전반의 상호 운용성 목표)하이브리드 (자체 독점 시스템 사용 및 개방형 표준 탐지)
주요 후원사구글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BBC, 니콘 등메타
결국 이 기술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C2PA는 언론이나 예술 창작처럼 출처 정보가 중요한 전문 분야에서 강력한 '이력 관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반면 신스아이디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복사되고 변형되는 소셜 미디어의 거친 환경 속에서 "이것이 AI인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끈질긴 생존 신호를 제공할 것입니다.

Part III: 기술을 넘어선 의미와 전략적 함의

이러한 기술들은 단순히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3.1. 신뢰의 재건과 지적 재산권의 역설

이 기술들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허위 정보와 '딥페이크'에 맞서 디지털 세상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언론 보도의 진위를 확인하고, 법정에서 증거의 신뢰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역설이 존재합니다. 현행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오직 '인간'만이 저작자가 될 수 있습니다. 즉, AI가 전적으로 생성한 작품은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도메인'이 됩니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왜 법적으로 소유할 수도 없는 콘텐츠의 출처를 증명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것일까요? 이는 기술의 목표가 전통적인 워터마크의 역할이었던 '소유권 주장'에서 '진위성 증명 및 책임 관리'로 이동했음을 의미합니다. 즉, "이 콘텐츠는 우리 회사가 책임감 있게 만들었으며, 허위 정보가 아님을 증명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입니다.


Part IV: 결정적 한계와 미래를 향한 전망

모든 기술에는 한계가 있으며, 콘텐츠 검증 기술도 예외는 아닙니다.

4.1. 끝나지 않는 군비 경쟁: 적대적 공격

워터마킹 기술과 이를 무력화하려는 노력 사이에는 끊임없는 싸움이 벌어집니다. 공격자들은 워터마크를 완전히 지우거나, 가짜 워터마크를 심어 출처를 속이거나, 심지어 인간이 만든 콘텐츠를 AI 생성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스푸핑 공격'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보안 커뮤니티는 '워터마크 백신'과 같이 공격을 무력화하는 방어 기술을 연구하며 대응하고 있습니다.

4.2. 시스템적 도전: 오픈소스와 프라이버시

더 근본적인 장벽도 존재합니다.

  • 오픈소스 딜레마: 워터마킹은 모델 개발자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 모델의 경우, 사용자가 워터마킹 기능을 간단히 비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추적 불가능한 AI 콘텐츠가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모든 중앙집권적 검증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입니다.

  • 윤리적 고려사항: 워터마킹 기술은 미디어 사용에 대한 광범위한 추적을 가능하게 하여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감시 사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누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인증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기존의 권력 구조를 강화하고 비주류의 목소리를 배제할 위험을 내포합니다.

4.3. 궁극적인 실패 지점: 인간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도 콘텐츠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술은 단지 "이 콘텐츠가 어디서 왔다고 주장하는가"라는 맥락을 제공할 뿐입니다. C2PA 인증서가 붙어 있더라도 그 내용은 선전물일 수 있고, 신스아이디가 AI 생성물임을 밝혀도 사용자는 그 내용을 믿을지 말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결국 이 도구들은 '진실 탐지기'가 아니라 '맥락 제공자'입니다. 그 효과는 정보를 소비하는 우리 인간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미래를 향한 길

디지털 신뢰의 미래는 단 하나의 '만능 열쇠'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대신, 견고하고 다층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1. 기술의 결합: 신스아이디의 '내구성'과 C2PA의 '풍부한 정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기술이 필요합니다.

  2. 플랫폼의 책임: 소셜 미디어와 같은 주요 플랫폼들이 출처 정보를 보존하고 표시하도록 정책적, 사회적 압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3. 지속적인 공방 대비: 콘텐츠 검증은 해결해야 할 정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격과 방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동적인 과정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4. 인간 중심의 해결책: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인간입니다. 기술적 해결책은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전 세계적인 교육 노력과 함께 가야 합니다.

도전은 거대하지만, 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미래를 향한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은 우리의 판단을 돕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최종적인 신뢰의 문지기는 바로 우리 자신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