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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느낌'만으론 부족합니다. 25년차 학원장이 말하는 컨텍스트 설계

달의이성
달의이성
조회수 971
요약

25년째 아이들과 씨름하며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달의이성입니다.

졸업한 아이들이 남기고 간 빛 바랜 '오답 노트' 를 살펴보다 보면 공통점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밑줄 그은 부분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완료' 시제

'to부정사'의 용법을 구분...

10년 전 아이와 오늘 제 앞에 앉은 아이가

같은 지점에서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최근 한 젊은 개발자가 쓴 글을 새벽에 접했습니다.

AI에게 단 두 번의 명령으로 30분 만에 웹사이트 하나를 완성했다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그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AI가 첫 15분 동안은 '설계도'를 그리고,

나머지 15분 동안은 그 설계도에 따라 한 치의 오차 없이 '시공'을 하는 모습.

그것은 더 이상 명령에 답하는 앵무새가 아니라,

명확한 지시와 신뢰를 받은 장인이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AI를 대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틀렸을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AI라는 이름의 똑똑한 녀석에게 "센스 좀 발휘해봐"라며

나의 생각을 대신하기를 기대하고 있었구나 라고 말이죠.

요즘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즉 모호한 느낌으로

AI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방식을,

마치 미래 시대에 꼭 필요한 역량처럼 가르치며,

많은 돈을 요구하는 캠프나 강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 또한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결과물을

마치 나의 코딩 능력인 양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바이브 코딩이 안개 속에서 돌멩이를 던져

희미한 파문을 일으키는 방식이어서는 안되고,

자신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도메인 지식의 암묵지를 바탕으로

명확한 '컨텍스트'를 설계하여,

자신이 만들고 싶은 교육적 솔루션의 구체적인 모습을

오랫동안 설계한 후에 이를 AI에게 전달하는 방식

그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왜 이 과정에서 약간의 '코딩 지식'이

우리 교육자들에게 상상 이상의 강력한 무기가 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바이브 코딩의 달콤함과 공허함

평소 AI에게 하던 부탁을 떠올려 봅시다.

"중학생들이 헷갈리지 않게 현재완료 퀴즈 10개만 만들어줘."

이것은 '바이브 코딩'의 가장 흔한 형태 아닐까 싶습니다.

속된 말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기'를 내심 바라면서 말이죠.

AI는 즉시 그럴듯한 결과물을 내놓을 겁니다.

  1. I ______ (finish) my homework. (힌트: 방금 끝냈어!)

  2. She ______ (live) in Seoul since 2010.

  3. Have you ever ______ (be) to Jeju Island?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25년간 영문법을 가르친 저의 눈에는,

'허접한' 문제로 보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문제의 탈을 쓴 가짜 문제일 뿐이죠.

맥락, 교육목표, 평가의 원리, 타당도, 다양성... 모든 것이 빠져 있습니다.

그저 통계적으로 가장 흔한 예문에 구멍을 뚫은 정도입니다.

현재완료의 용법, 과거시제와 차이점, 뉘앙스.... 등

핵심적인 부분을 반영하지 못한 의미없는 문항일 뿐입니다.

이것이 '바이브'의 한계 아닐까 싶습니다.

모양은 갖추었지만, 알맹이가 없는 것이지요.

AI에게 안개가 아닌,

별자리 지도처럼 명확한 설계도(Context)를 줘야 합니다.

저는 지금

바이브 코딩이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명작을 완성시키기 위해선,

스케치가 없어선 안되겠지요.

하지만

스케치에서 멈춰서는 안된다는 말씀입니다.

2.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을 개발이 아닌

제가 속해 있는 사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비유하면,

신입 강사를 교육할 때,

건네주는 메뉴얼을 만드는 일과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메뉴얼대로 가르쳐 주세요' 라고 말하며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메뉴얼을

AI에게 주는 것.

이것이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예시로 말씀드렸던

현재완료라는 문법 수업자료를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현재완료 교육자료 생성 컨텍스트 설계는

다음과 같아야 합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제 메시지는 방향이 이쪽이 맞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1단계: 교육 철학의 뼈대 세우기 (00_현재완료_교수법_개요.md)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드는지에 대한 '교육 철학'을 명확히 문서화합니다.

이것이 전체 프로젝트의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됩니다.

To: AI Assistant

Subject: '현재완료 정복기' 프로그램 기획안 (Master Plan)

  • 프로그램 철학: 단순 암기를 지양한다. 과거 시제가 '과거의 한 시점'에 찍는 점(Dot)이라면, 현재완료는 '과거에서 현재까지 이어지는 선(Line)'이라는 이미지를 학생의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모든 활동은 이 핵심 이미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 대상: 중학교 2학년, 현재완료 개념을 처음 배우거나 유독 어려워하는 학생.

  • 핵심 교수 전략 (3단계):

    1. 체험하기 (Immersion): 문법 용어 없이, 두 문장의 뉘앙스 차이를 느끼게 하는 시나리오 퀴즈로 시작한다.

    2. 훈련하기 (Drill): 용법(경험, 계속, 완료, 결과)에 따른 반복 드릴을 제공하되, 학생의 오답 유형에 따라 문제의 종류와 난이도를 동적으로 조절한다.

    3. 분석 및 회고 (Analysis & Reflection): 학생이 어떤 용법을, 왜 틀리는지 데이터를 기록하고 시각화하여 '개인별 문법 약점 리포트'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2단계: 수업 활동에 살 붙이기 (상세 모듈 설계)

이 뼈대에 구체적인 '수업 활동'이라는 살을 붙입니다.

개발자처럼 생각하는 '구조화' 능력이 필요합니다.

꼭 코드를 직접 짤 필요는 없습니다.

정보를 어떻게 '정리'하고 '연결'할지 상상하는 해보시죠.

모듈 1: 01_뉘앙스_체험_모듈.md (체험하기)

  • UI/UX: 두 가지 상황이 담긴 카드(A, B)를 보여주고,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고르게 한다.

  • 예시 문제:

    • 상황: 어제 잃어버린 열쇠를 찾고 있는 친구에게

    • A: Did you find your key? (과거 시제 - '어제'라는 과거 시점에 찾았는지에 대한 질문)

    • B: Have you found your key? (현재완료 - '그래서 지금' 열쇠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

  • 피드백 로직: 학생이 B를 고르면 "정답! 지금 열쇠를 찾았는지가 중요하니까요! 과거의 행동이 현재에 영향을 미쳤죠?"라고 피드백. A를 고르면 "좋은 시도예요! 하지만 지금 친구에게 중요한 건 과거에 찾았는지가 아니라, '그래서 지금 열쇠가 있는지 없는지' 아닐까요?"라고 힌트.

  • 데이터 구조 (json)

모듈 2: 02_오답_추적_및_분석_모듈.md (훈련 및 분석)

  • 핵심 기능: 모든 학생의 모든 오답을 기록하고, 패턴을 분석한다.

  • 데이터베이스 구조 (학생들의 성장 앨범):

    • student_id: 학생 고유번호 (예: 'Minsu_2025')

    • question_id: 문제 번호

    • usage_type: 틀린 용법 ('experience', 'continuous', 'completion', 'result')

    • error_pattern: 오답 패턴 (예: 'forgot_have', 'used_past_participle_incorrectly')

    • timestamp: 문제를 푼 시간

  • 분석 및 추천 로직:

    • IF student_id 'Minsu_2025'가 usage_type 'continuous'를 3번 이상 틀리면,

    • THEN 'for/since 집중 연습 문제 5개'를 자동으로 생성하여 다음 학습 세션에 제시한다.

    • IF error_pattern이 'used_past_participle_incorrectly'가 반복되면,

    • THEN '불규칙 동사 과거분사형 짝 맞추기 게임'을 추천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 분명히 for/since를 헷갈려 할 거라는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이렇게 로직으로 바꿔보는 연습을 해보세요.

3단계: 완성된 설계도 전달하기

이제 우리는 3개의 잘 짜인 컨텍스트 파일(00_개요, 01_모듈1, 02_모듈2)을 갖게 되었습니다.

To: AI Code Generator

Attached: 00_...개요.md, 01_...모듈.md, 02_...모듈.md

Subject: '현재완료 정복기' 프로그램 제작 실행

첨부된 3개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사용할 웹 기반 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줘. 모든 기능과 로직은 설계도의 내용을 완벽히 따라야 해. 특히 오답 추적 및 분석 로직이 정확하게 구현되어야 해.

3. 우리 학원 홈페이지 직접 만들기

이제 이러한 컨텍스트 설계 방식을

학원 홈페이지 만들기에 응용해 보겠습니다.

1단계: 교육 철학 세우기 (00_학원_홈페이지_기획.md)

  • 웹사이트 목표: 단순 정보 나열이 아닌, 우리 학원의 교육 철학("영어는 언어답게, 즐겁게!")을 학부모와 학생들이 '체험'하게 하는 공간.

  • 타겟 고객: 초등 고학년 ~ 중학생 자녀를 둔, 자녀의 영어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

  • 핵심 메뉴: 우리 학원 소개 (철학 중심), 커리큘럼 (레벨별 로드맵), 생생 수강 후기, 상담 신청.

  • 전체적인 톤앤매너: 따뜻한 아이보리색 배경, 신뢰감을 주는 굵은 고딕체 제목, 아이들의 웃는 사진(가상 이미지), 전문적이면서도 친근한 문체.

2단계: 각 공간의 '설계' 그리기 (01_커리큘럼_소개_페이지.md)

  • 페이지 구조:

    1. 상단: "결과보다 과정을 즐기는 아이로 키웁니다"라는 핵심 슬로건.

    2. 중단: 'Seed반(초5~6)', 'Sprout반(중1~2)', 'Tree반(중3)' 3개의 탭(Tab) 인터페이스.

    3. 탭 내용: 각 반을 클릭하면 상세 내용이 나타남.

  • 상세 내용 구조 (개발자처럼 생각하기!): 각 반의 정보는 다음의 구조를 따라야 함.

    • 반 이름: (예: Sprout반)

    • 대상 학년: (예: 중학교 1~2학년)

    • 수업 목표: (예: "문법의 뼈대를 세우고, 원어민과 두려움 없이 대화하는 자신감 배양")

    • 주요 교재: (표지 이미지와 교재명)

    • 주간 학습 계획: (월/수/금으로 나누어진 테이블 형태)

3단계: '건축' 명령하기

To: AI Code Generator

Attached: 00_...기획.md, 01_...페이지.md (다른 페이지 기획안도 첨부)

Subject: '달의이성 영어 학원' 공식 홈페이지 제작

첨부된 기획안에 따라 학원 홈페이지를 제작해줘. 반응형 디자인으로, 모바일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해. 특히 커리큘럼 소개 페이지의 탭 인터페이스가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신경 써줘.

이제는 웹사이트 제작 대행업체에 전화해서,

"깔끔하고 전문적인 느낌으로요"라고 의뢰하지 마세요.

내 머릿속에 있던 학원의 모습을

한 장 한 장의 설계도로 옮겨내고,

엔터를 누르면,

잠시 후에

여러분이 원했던 홈페이지가

나타날 것입니다.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서

모든 교육자가 당장 파이썬이나

자바스크립트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이브'만으로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온전히 활용할 수 없으며,

나의 교육 철학을 논리적이고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컨텍스트 설계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질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라는 따뜻한 바이브에서 멈추지 마시고,

실제로 학생의 실력을 향상시켜줄 앱의

구체적인 컨텍스트를 설계해보세요.

그러면,

암묵지의 형태로 자고 있던 수십 년의 교육 경험이 깨어나,

멋진 로봇 태권브이로 깨어나 하늘을 날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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