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무료 컴퓨터 살리기 대작전: 조카들을 위한 삼촌의 도전

고장난 컴퓨터와의 만남
얼마 전 중학교때부터 알고 지낸 친한 친구 모임이 있었다. 나까지 총3명이고 큰 모임은 아니지만 이야기 할 때마다 재미있고 친구끼리지만 배우고 도전도 되고, 만나는 날은 업무 이외에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 나에게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친구가 문득 제안했다.
"컴퓨터 본체 하나 있는데 전원이 안 들어와. 파워만 바꾸면 된다고 하던데 너 가져갈래?"
보통 사람이라면 고장난 컴퓨터를 왜 가져가냐고 했겠지만, 나는 달랐다. 우리집에서 친구 집까지 왕복 3시간이라는 거리였지만 받고 싶었고,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냥 받기는 미안해서 아이들 물놀이 용품을 사서 선물을 주었다. 이상하게도 자신감이 있었다.
컴퓨터 전문가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진짜 오래간만에 15~20년 전 컴퓨터를 직접 조립했던 추억이 있어서인지 그것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스타크래프트 등 게임 세대의 공감
사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우리 조카들, 남자아이 둘이 컴퓨터 하나로 게임하느라 트러블이 좀 있는 듯했다.
중학교 때부터 스타크래프트와 디아블로2, 피파, 위닝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그 마음이 너무나 잘 이해됐다.
PC방 자리 잡으려고 수업 끝나자마자 뛰었던 그 시절... 이 컴퓨터를 살려서 조카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스펙
본체를 열어보니 의외로 준수한 사양이었다:
CPU: i7-9700 (음 생각보다 준수하군!), M/B: B365m pro4
RAM: 16GB (다소 아쉽지만... 램은 나중에 쉽게 추가가 가능하니)
GPU: GTX 1650 (이 정도면 충분)
조카들이 하는 발로란트 정도는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사양이었다. (사실 나는 발로란트를 안 한다.)
삽질의 시작
초기 진단 계획:
CMOS 배터리(수은 전지) 교체
파워 서플라이 상태 확인
메인보드 상태 확인
전원 케이블 확인
자신만만하게 1번에서 끝날 줄 알았다. CMOS 배터리 문제로 부팅 안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공짜로 받은 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왼쪽이 기존 메인보드(B365), 오른쪽이 새로 교체할 메인보드(ASRock Z370)
트러블슈팅
1차 시도: CMOS 배터리 교체
새 배터리로 교체하고 전원 버튼을 눌렀다. 조용했다. 너무나 조용했다. 실패.
2차 시도: 메인보드 교체
"메인보드가 죽었나?" 당근마켓에서 호환되는 메인보드를 3만원에 구매했다. 조심스럽게 CPU와 RAM을 옮겨 달고, 인터넷에서 메인보드 매뉴얼을 보며 케이블을 연결했다. 전원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조용했다. 또 실패.
3차 시도: 파워 서플라이 테스트
유튜브를 긴급 검색했다. 클립을 'ㄷ'자로 구부려 파워 서플라이의 초록색 선과 검정색 선을 연결하면 파워를 독립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다고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전원을 켰더니... 팬이 돌았다! 파워는 멀쩡했다.
4차 시도: 진짜 범인을 찾아서
막막했다. 그때 유튜브에서 신박한 방법을 발견했다. 메인보드의 전원 스위치 핀에 드라이버를 직접 대서 쇼트시켜 보라는 것. 반신반의하며 시도했더니...
컴퓨터가 켜졌다!
알고 보니 케이스의 전원 버튼 케이블이 고장이었다. 리셋 버튼 케이블을 전원 핀에 연결하고, 이제부터 리셋 버튼이 전원 버튼이 되었다.
보게 된 유튜브는 아래와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XU0jOwcrVJQ
값진 경험
돌이켜보니 진단 순서가 완전히 잘못됐다:
이상적인 순서:
파워 서플라이 테스트 (가장 간단)
전원 케이블 확인 (의외의 복병)
CMOS 배터리 교체
메인보드 교체 (최후의 수단)
3만원과 수많은 시간을 들여 배운 교훈: 가장 간단한 것부터 확인하라. 그리고 유튜브로 검색해보기
각종 소프트웨어 설치가 남아있지만
일단 큰 고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