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병 교수의 연결된 고통, 공감과 연대의 치유 강연 요약
고통의 연결고리: 이기병 교수가 전하는 공감과 연대의 치유
연결된 고통,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이기병 교수님의 깊이 있는 이야기
안녕하십니까, 오늘 여러분께서는 특별한 강연을 통해 우리 삶 속 깊숙이 자리한 ‘고통’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 연결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낮은 자존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을 통해 오히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기병 교수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위로를 선사할 것입니다.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의 내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 연구자인 이기병 교수님은,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바탕으로 ‘연결된 고통’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기병 교수님은 밝은 미소와는 달리, 선천적인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남모를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구순구개열은 발음 문제와 양악 성장 문제를 동반하며, 잦은 수술과 언어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입니다. 교수님은 어린 시절, 수술 후에도 완벽하지 않은 발음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험을 했다고 회상하며, 이러한 경험들이 어린 시절 그의 자존감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겪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와 친구들과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은,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이지만, 특히 외모에 민감한 시기에 구순구개열을 가진 교수님에게는 더욱 큰 상처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낮아진 자존감은 청소년 시기에 더욱 심화되어,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는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당시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잠을 제대로 자지 않는 등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반복했으며, 심지어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낮은 자존감이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를 넘어, 삶의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스스로를 가치 없는 존재로 여기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청소년 시기의 중요한 발달 과제를 수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초래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연히 교회를 다니게 되면서, 교수님의 삶에는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갔지만, 교회에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안정감은 그에게 예상치 못한 위로를 주었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수련회에서 겪은 특별한 경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련회 마지막 날,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모습에서, 그는 처음으로 ‘사랑받을 수도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을 가치 없다고 여겼던 과거와 달리, 타인으로부터 받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은, 그의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된 교수님은, 이후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되고, 잃어버렸던 꿈과 비전을 다시 찾게 된 것입니다. 특히 친구의 진심 어린 편지는, 그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신을 싫어한다는 친구의 편지는, 처음에는 상처로 다가왔지만, 곧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진정한 우정의 표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자각은, 타인의 비판과 조언을 건설적으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병원에서 피를 토하고 두 달간 입원했던 경험은, 의사라는 꿈을 꾸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입원 기간 동안, 그는 환자들을 돌보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직업’으로서 의사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지만, 그의 학업 성적은 의대에 진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더욱이 어머니의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까지 어려워지면서, 그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학으로 공부에 매진하며, 의대 진학이라는 꿈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수학 성적이 41점(80점 만점)에 불과했던 그는, 재수 생활 동안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 끈기 있게 공부했습니다. 수학 성적 향상을 위해 수학 정석을 기본부터 차근차근 공부했으며, 엉덩이로 하는 공부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목표를 향한 강한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했습니다. 오랜 시간 앉아있는 탓에 골반염이라는 질병을 얻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끈기와 노력 덕분에, 그는 기적적으로 의대에 합격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의대 합격은 또 다른 시작이었지만, 어머니의 건강 악화라는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능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어머니가 자궁 종양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골반염과 장염까지 겹쳐,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 그는 하나님께 섭섭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지만, 교회에서 드린 기도회에서 그는 예상치 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과 기도 속에서, 그는 ‘달려갈 길을 다 달려왔다’는 하나님의 격려를 느꼈다고 합니다. 이 경험은 그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었고, 어머니의 종양이 양성으로 판정되면서, 그는 다시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의 약속 덕분에, 의대 합격은 가족에게도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평소 교회에 다니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아들이 의대에 합격하면 교회에 나가겠다고 약속하셨고, 실제로 합격증을 본 후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셨습니다. 물론 아버지의 교회 생활은 처음에는 듬성듬성했지만, 아들의 성공을 통해 시작된 아버지의 변화는, 그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이처럼 힘든 시기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한 결과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는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의과대학 졸업 후, 교수님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됩니다.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그리고 조선족 환자들과의 소통 과정에서 문화적 차이와 언어 장벽으로 인해 진료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환자들을 이해하고 돕겠다는 이상과는 달리, 현실은 환자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답답함을 느끼고, 환자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지 못한 채 자신의 기준만을 강요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소통의 어려움은 환자와의 신뢰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곧 진료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의사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조선족 환자들과의 진료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은, 그가 의료인류학을 공부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언어는 통하지만,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해와 갈등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조선족 환자들은 여러 증상을 한꺼번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는 한국 의료 시스템에서는 낯선 방식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처음에는 이러한 환자들의 호소에 당황하고 짜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의료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이러한 현상의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의료인류학 연구를 통해 그는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조선족 환자들의 증상 호소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정치적 불안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경험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somatization)’ 현상을 초래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게 되면서, 그는 조선족 환자들의 증상 호소 방식에 대한 자신의 오해를 깨닫고, 환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환자를 진료했던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고, 환자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지식뿐 아니라 인문학적 이해 또한 필수적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은 ‘연결된 고통’이라는 책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 그는 고통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하며, ‘고통받는 것만이 진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고통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또한, 에릭 울프의 연구를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구조적 고통에 주목하고, 중간 계층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고통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연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교수님은 폴 파머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좌절과 냉소주의에 압도당하지 않고 동력을 유지하는 비결은 ‘압도당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 유지’라고 말합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회가 과거 자신에게 해주었던 역할처럼, 한국 사회의 공동체가 서로의 고통을 나누고 함께 극복해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의료와 교회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콤비와 같다는 그의 말처럼, 의료는 육체의 고통을 치유하고, 교회는 마음의 고통을 치유하며, 함께 사회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합니다.
강연 말미에 교수님은 2019년에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내과 의사로서 아버지의 투병을 도왔지만, 결국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를 되돌아보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베풀어주신 헌신적인 사랑에 감사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며 아버지의 믿음을 확인했던 감동적인 순간을 회상합니다. 아버지는 임종 직전 예수님을 영접했고, 이는 교수님에게 큰 위로와 소망이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삶을 통해 그는 사랑과 헌신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고, 앞으로 의사로서 더욱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은 의대 지망생들에게 진정한 의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최근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단순히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로 의사를 선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진정한 의사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병든 자를 치유하는 사람이며, 돈과 명예가 아닌, 환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헌신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남들이 꺼리는 곳,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의사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대 지망생들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의사의 길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합니다.
이기병 교수님의 강연은 우리에게 ‘고통’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고,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의 개인적인 경험과 깊이 있는 통찰은,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하고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대할 때, 더 큰 희망과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듣는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이기병 교수님께서 ‘연결된 고통’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주시기를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