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작가 인터뷰: 자기계발 비판과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의 삶
책 읽지 마라” 이원석: 자기계발 비판과 ‘서로 개발’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이원석 작가, 과연 그는 누구인가? - 책 읽기를 멈추고 진정한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
오늘 우리는 특별한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인데요, 바로 “책을 읽지 말라”고 주장하는 이원석 작가님입니다. 그는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책을 통해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과연 그는 왜 책 읽기를 멈추라고 외치는 것일까요? 이원석 작가님을 모시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겠습니다.
이원석 작가는 누구인가? - 자기소개 및 책에 대한 논란
이원석 작가님, 안녕하세요? 새롭게하소서에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원석입니다. 생경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엘리야처럼, 까마귀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며 살아가는 심정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글감을 통해 글을 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님, 첫인상이 참 좋으신데요, ‘거대한 사기극’이라는 책 제목이 매우 도발적입니다. 책에서 “책을 읽지 말라”고 주장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릴 적부터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었습니다. 노먼 빈센트 필 목사님의 ‘적극적 사고방식’, 로버트 슐러의 ‘불가능은 없다’와 같은 책들을 탐독했죠. 집안 분위기 또한 책 읽기를 권장했고, 특히 마음 수양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모두 선생님이셨거든요. 그래서 부모님 말씀을 잘 따라 초등학생 때부터 자기계발서를 읽고, 중학생 때는 재테크, 주식 투자 공부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천 권이 넘는 자기계발서를 읽었지만, 돌이켜보니 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기계발서를 그렇게 많이 읽었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하셨다니 의외인데요.
IMF 외환위기 이후 많은 사람들이 자기계발서를 읽고 부자가 되기를 갈망했지만, 저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렇게 망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기계발서의 문제점을 문화 이론적으로 해부하여, 왜 책을 읽어도 삶이 바뀌지 않는지, 오히려 망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자 했습니다.
자기계발서의 문제점 -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구조
작가님께서는 자기계발서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자기계발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립니다. “네가 부족해서”, “네가 노력이 부족해서” 와 같이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죠. 하지만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사람 인(人)’자처럼, 서로 기댈 때 비로소 설 수 있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공동체 속에서 존재 의미를 찾고 성장하는 존재인데, 자기계발서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간과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기계발서가 사회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기계발서가 넘쳐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사회가 개인을 지탱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홀로 생존해야 하는 불안한 사회 속에서, 자기계발서는 ‘스스로 노력하면 된다’는 메시지로 개인적인 위안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자기계발서의 유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자기계발서 대신 ‘서로 개발’을 주장하신 점이 인상적인데요, ‘서로 개발’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자기계발(Self-help)은 스스로 돕는다는 의미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개인이 노력하면 하늘도 돕는다는 사고방식이죠. 하지만 저는 이러한 자기계발 방식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오히려 ‘스스로만’ 돕는 자를 돕는 하늘이라면, 너무 율법적이고 냉정하지 않나요? 제가 믿는 하나님은, 스스로 돕는 자만이 아니라, 연약하고 소외된 자를 먼저 돌보라고 가르치십니다. ‘서로 사랑하라’, ‘약한 자를 돌보라’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개인의 발전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성장, 서로를 돌보는 ‘서로 개발’이 필요합니다.
공동체의 회복과 인문학 공부의 중요성 - 개인을 넘어 함께 성장하는 사회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서로 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는 건강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정, 교회, 마을, 국가 등 다양한 공동체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합니다. 공동체 속에서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 약자를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기르기 위해 ‘인생 공부’, ‘마음 공부’, 즉 인문학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을 ‘문학계의 악동’, ‘인문학 전도사’라고 부르는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학계의 악동’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저는 ‘인문학 전도사’라는 별명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제 책 제목이 다소 도발적이고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저는 인문학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합니다. 인문학 공부는 개인의 성장을 넘어, 한국 교회와 사회의 변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족하지만 저 또한 인문학 공부를 통해 사회 변혁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신학을 공부한 작가, 인문학으로 세상을 향하다 - 학문적 배경과 작가의 길
작가님께서는 인문학뿐만 아니라 신학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독서를 통해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전도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우연히 기독교 서점에 들러 책을 읽다가 예수님을 믿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후, 기독교 서적을 탐독하며 신앙을 키웠고, 신학 대학에 진학하여 더욱 깊이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신학을 공부하시고 목회자의 길 대신 작가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학대학 재학 시절, 선교 활동과 교회 봉사를 하면서 교회 공동체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아이들의 단점과 부족한 면이 더 잘 보이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괴로웠습니다. ‘내가 목사가 되면, 비판적인 설교만 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목회자의 길을 포기했습니다. 대신 ‘비판적 은사’를 활용하여, 세상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세상과 싸우는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문화 이론을 공부한 것도, 세속의 정신을 분석하고 비판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작가로서 글을 쓰시면서, 하나님께 서운함을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2년 전부터 ‘톨레레게’라는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통해, 저의 부족한 말에도 귀 기울여주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나의 양’이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작은 독서 모임이지만, 이 또한 저에게 주어진 작은 목회라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과의 만남, 그리고 영적 스승을 찾아서 - 신앙적 여정과 고난
작가님께서 본격적으로 하나님을 뜨겁게 만난 시기가 있으신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시한부 종말론이 휩쓸던 시기에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유명하다는 교회와 목사, 부흥회를 찾아다니며 종말론에 심취했지만, 점점 더 미혹되어, ‘진짜 복음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혼란과 좌절 끝에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눈앞에 지옥의 불이 보이는 환상을 보았습니다.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이제 나는 지옥에 가는구나’ 체념했을 때, 문득 성경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 (잠언 16:9)
그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말씀을 묵상하는 순간, “내가 너를 인도할 테니 걱정하지 마라”는 음성이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 후, 삶이 극적으로 변화된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그 말씀처럼, 하나님께서 저를 복음의 길로 인도해 오셨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좌충우돌했지만, 참다운 복음을 깨닫고, 믿음 위에 설 수 있도록 인도하신 것입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깊은 신앙적 고민을 하셨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교회 공동체 생활은 어떠셨나요?
교회 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싶었고, 다양한 지식을 탐구하고 싶었습니다. 예수님을 믿은 후, 가장 먼저 읽은 책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였습니다. 그 후, ‘천로역정’과 같은 기독교 고전들을 탐독하며 영적 갈증을 해소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집회와 강연을 찾아다니며 영적 스승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영적 스승’은 누구였나요?
20대까지 영적 스승을 찾아 방황했습니다. 따르는 목사님과 전도사님도 있었지만, 성경의 가르침과 어긋나는 부분들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마태복음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스승은 복음서에 계시는 예수님이시다.’ 예수님이야말로 권세 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참 스승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을 참 스승으로 깨달은 후에는 어떻게 변화되었나요?
예수님을 스승으로 받아들인 후, 사도 바울의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는 말씀을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사 속 위대한 스승들, 영적 고전 속 스승들의 가르침에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영적 고전을 통해 믿음의 선배들의 지혜를 배우고, 삶의 지침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복음서와 영적 고전을 읽으라고 권면하게 되었습니다.
영적 고전을 통해 만난 스승 - 십자가의 성 요한과 디트리히 본회
작가님께서 영적 고전을 통해 만난 스승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분은 ‘십자가의 성 요한’입니다. 그의 저서 ‘어두운 밤’에서 제시된 ‘영혼의 어두운 밤’이라는 개념은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나를 인도하는 밤이여
새벽보다 더 사랑스러운 밤이여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는 자를
한 묶음으로 묶어 주는 밤이여
‘영혼의 어두운 밤’은 영적인 시련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기도해도 응답받지 못하고, 성경을 읽어도 무미건조하게 느껴지는 영적 침체기를 말합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바로 그 어두운 밤이야말로, 진정으로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강조합니다. 어두운 밤을 거쳐야만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또 다른 영적 스승이 있다면?
두 번째는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님입니다.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이 침묵하고 굴종했을 때, 본회퍼 목사님은 홀로 “고백교회”를 외치며 저항했습니다. ‘값싼 은총’이 아닌, ‘값비싼 은총’, 즉 십자가를 지는 제자의 길을 강조했습니다. 그의 저서 ‘나를 따르라’는 제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진정한 은총이란 값싸게… 믿기만 하면 아무나 해도 구원받는 거 진짜요? 좋네요. 이사야… 이렇게 말합니다. 무슨 헛소리. 진정한 은총은 너를 바쳐야 돼. 진정한 은총은 너가 십자가를 져야 돼. 진정한 은총은 살아계신 예수님을 네가 직면해야만 하는 거야.
본회퍼 목사님의 삶과 가르침은,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신앙
작가님의 저서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공부하는 그리스도인’에서 말하는 ‘공부’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존재를 변화시키는 전인격적인 수련을 의미합니다. 무도가가 쿵후 수련을 통해 무술 전문가가 되듯이, 그리스도인은 신앙 공부를 통해 신앙의 전문가, 즉 제자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그리스도인이 되지만,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끊임없는 공부, 즉 훈련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전통적으로 신앙 공부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스승’입니다.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믿음의 선배들과 영적 고전을 통해 스승의 가르침을 배워야 합니다. 둘째는 ‘도반’입니다. 교회 공동체, 소그룹 모임에서 함께 공부하고 교제하며 서로 격려해야 합니다. 혼자만의 공부가 아니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공동체적 공부가 중요합니다.
함께하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혼 생활은 어떠신지요?
늦게 결혼했지만, 아내 또한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어서 가치관이 비슷합니다. 가난한 작가이지만, 소박하게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그리고 하나님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자녀를 갖게 된다면, 어떤 자녀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자녀에게 바라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온유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언제 어디서든 책을 통해 길을 찾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벌이나 성공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지혜를 얻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하고 계신 책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마르틴 루터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는 칼뱅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루터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루터는 단순한 종교개혁가를 넘어, 진정한 교양인이자 영성가였습니다. 그의 교양과 영성이 종교개혁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루터의 삶과 사상을 통해, 한국 교회 갱신에 대한 영감을 얻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드리고 싶은 기도 제목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말씀처럼, “이 세상이 주와 그 그리스도의 나라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재능과 은사를 통해,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용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작가님의 기도처럼, 이 세상이 하나님의 나라로 변화되기를 소망하며,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는 “공부하는 그리스도인” 이원석 작가님을 만나, 그의 삶과 신앙, 그리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는 자기계발서의 한계를 지적하며, 공동체의 중요성과 인문학 공부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영적 고전을 통해 만난 스승들의 가르침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제시했습니다. 이원석 작가님의 이야기가,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어두운 밤바다의 등대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의 불빛을 따라 살아가는 한 주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새롭게하소서, 오늘 여기서 인사드리고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