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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 혈액형 구조와 유전 원리, 검사 방법 완벽 정리

요약

혹시 수혈이 필요했던 경험이나, 주변 사람의 수혈 경험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수혈은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의료 행위이지만, 아무 혈액이나 받을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혈액형의 피를 수혈받으면 심각한, 때로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혈액 속에 존재하는 '혈액형 항원'과 '항체' 때문입니다. 수많은 혈액형 시스템 중에서도 ABO 혈액형 시스템은 임상적으로 가장 중요하며, 수혈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아니, 그냥 피는 다 똑같은 빨간색 액체 아니야? 왜 혈액형이 다르고, 그걸 꼭 맞춰야 하는 건데?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겉보기에는 같아 보여도, 우리 각자의 적혈구 표면에는 '항원'이라는 독특한 인식표가 붙어 있습니다. 마치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혈액형 항원의 종류에 따라 혈액의 '타입'이 결정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 몸은 자신의 적혈구에 없는 항원에 대해서는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할 준비를 하는데, 이 공격수가 바로 혈액 속 액체 성분(혈장)에 존재하는 '항체'입니다. 만약 다른 혈액형의 피가 들어오면, 이 항체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적혈구를 파괴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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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중요한 ABO 혈액형 항원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고, 이 구조를 결정하는 유전적 원리는 무엇이며, 유전 정보가 실제 혈액형(표현형)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병원에서 혈액형 검사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혈액형을 알게 되는지, 그 모든 과정을 기초부터 심층적인 내용까지 아주 상세하고 알기 쉽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복잡해 보이는 생화학적 구조와 유전 원리도 친절한 비유와 설명을 통해 확실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자, 우리 몸속 혈액의 비밀, ABO 혈액형의 세계로 함께 떠나볼 준비 되셨나요?

ABO 항원의 기본 구조: 무엇이 혈액형을 결정하는가?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 핵심은 바로 적혈구 표면에 있는 특정 '당(sugar)' 구조물, 즉 항원입니다. 이 항원들은 적혈구 막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나 지질에 여러 개의 당 분자가 사슬처럼 연결된 당사슬(glycan chain)의 끝부분에 위치합니다. 놀랍게도 A형, B형, O형을 구분 짓는 차이는 이 복잡한 당사슬 구조 전체가 아니라, 가장 끝에 붙는 단 하나의 당 종류에 의해 결정됩니다.

모든 ABO 항원의 기본 골격은 'H 항원'이라는 공통된 전구체(precursor)로부터 시작됩니다. 마치 레고 블록으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기 전에 기본 바닥판이 필요한 것처럼, H 항원은 A 항원과 B 항원이 만들어지기 위한 필수적인 바탕 역할을 합니다. O형 혈액형은 사실상 이 H 항원이 변형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H 항원의 구조는 다음과 같은 당들이 순서대로 연결된 형태입니다:

Galactose (Gal) - N-acetylglucosamine (GlcNAc) - Galactose (Gal) - Glucose (Glc) (이 기본 사슬은 적혈구 막의 단백질이나 지질에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슬의 끝에서 두 번째 Galactose에 Fucose (Fuc)라는 당이 곁가지처럼 붙어있는 구조, 이것이 바로 H 항원입니다 [1].

자, 이제 이 기본 H 항원 구조 위에 어떤 '마지막 레고 블록'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A 항원 또는 B 항원이 결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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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항원: H 항원의 끝부분에 있는 Galactose에 N-아세틸갈락토사민(N-acetylgalactosamine, 줄여서 GalNAc)이라는 당이 추가로 결합한 구조입니다. 즉, H 항원 + GalNAc = A 항원. 마치 기본 레고 바닥판(H 항원) 위에 '빨간색 블록(GalNAc)'을 하나 더 꽂은 모습이라고 상상할 수 있습니다.

  • B 항원: H 항원의 끝부분에 있는 Galactose에 갈락토스(Galactose, 줄여서 Gal)라는 당이 추가로 결합한 구조입니다. 즉, H 항원 + Gal = B 항원. 이번에는 기본 레고 바닥판(H 항원) 위에 '파란색 블록(Gal)'을 하나 더 꽂은 모습입니다.

  • O형의 H 항원: O형 적혈구에는 A 항원이나 B 항원을 만드는 추가적인 당이 결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H 항원 구조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즉, 레고 바닥판(H 항원) 위에 아무 블록도 추가하지 않은 상태인 셈입니다.

정리하면, A 항원과 B 항원의 차이는 H 항원 끝에 붙는 마지막 당 하나, 즉 GalNAc이냐 Gal이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매우 미세한 구조적 차이지만,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이 차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하여 다른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참고로, A형 혈액형에는 A1과 A2라는 아형(subtype)이 존재합니다. A1 항원은 A2 항원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항원 부위(epitope)를 가집니다. 이는 H 항원 구조가 약간 다르거나(분지형 H), A 항원을 만드는 효소의 활성 차이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임상적으로 대부분의 A형은 A1이지만, A2나 그보다 더 약한 A 아형도 존재하며, 때때로 혈액형 검사에서 판독의 어려움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ABO 유전 : 부모로부터 어떻게 혈액형이 전달될까?

그렇다면 우리 각자의 적혈구에 A 항원을 만들지, B 항원을 만들지, 아니면 아무것도 만들지 않을지는 무엇이 결정할까요? 바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gene)'입니다.

ABO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9번 염색체의 특정 위치(9q34.2)에 존재합니다 [3]. 이 유전자는 특정 효소, 즉 '당전이효소(glycosyltransferase)'의 설계도 역할을 합니다. 이 효소들이 바로 앞에서 설명한 H 항원 끝에 특정 당(GalNAc 또는 Gal)을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이 ABO 유전자 자리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대립 유전자(allele)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립 유전자란, 같은 유전자 자리에 올 수 있는 여러 버전의 유전자를 의미합니다. 마치 자동차 모델은 같지만 색깔이나 옵션이 다른 여러 버전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ABO 유전자에는 A 대립 유전자(A), B 대립 유전자(B), 그리고 O 대립 유전자(O)가*있습니다.

각 대립 유전자는 다음과 같은 효소를 만들도록 지시합니다.

  • A 대립 유전자:*알파-1,3-N-아세틸갈락토사민 전이효소 (α-1,3-N-acetylgalactosaminyl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듭니다. 이 효소는 H 항원 끝의 Galactose에 GalNAc을 붙여 A 항원을 만듭니다.

  • B 대립 유전자:*알파-1,3-갈락토실 전이효소 (α-1,3-galactosyltransferase)라는 효소를 만듭니다. 이 효소는 H 항원 끝의 Galactose에 Gal을 붙여 B 항원을 만듭니다.

  • O 대립 유전자:*기능이 없는(non-functional) 효소를 만듭니다. O 대립 유전자는 염기 서열에 약간의 변화(주로 결실 돌연변이, deletion)가 있어서 제대로 된 당전이효소를 만들지 못합니다 [4]. 따라서 이 효소는 H 항원에 아무런 당도 추가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H 항원 상태 그대로 남게 됩니다.

우리는 부모로부터 각각 하나씩, 총 두 개의 ABO 대립 유전자를 물려받습니다. 이 두 개의 대립 유전자 조합을 유전자형(genotype)이라고 합니다. 이 유전자형에 따라 실제로 나타나는 혈액형, 즉 표현형(phenotype)이 결정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우성/열성 관계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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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 대립 유전자와 B 대립 유전자는 서로에 대해 '공동 우성(codominant)'입니다.*즉, 한 사람이 AB 대립 유전자를 하나씩 모두 가지고 있다면(AB 유전자형), 두 효소가 모두 만들어져 적혈구 표면에 A 항원과 B 항원이 둘 다 발현됩니다. 이것이 바로 AB형 혈액형입니다.

  • A 대립 유전자와 B 대립 유전자는 O 대립 유전자에 대해 '우성(dominant)'입니다.*O 대립 유전자는 기능 없는 효소를 만들기 때문에, AB 와 함께 있으면 그 기능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즉,

    • AA 유전자형 또는 AO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기능적인 A-전이효소가 만들어지므로 A형 표현형을 갖습니다.

    • BB 유전자형 또는 BO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기능적인 B-전이효소가 만들어지므로 B형 표현형을 갖습니다.

  • O 대립 유전자는 '열성(recessive)'입니다.*오직 OO 유전자형을 가졌을 때만, 즉 기능적인 A-전이효소나 B-전이효소가 전혀 없을 때 비로소 O형 표현형이 나타납니다.

요약하면, 가능한 유전자형과 그에 따른 표현형(혈액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전자형 (Genotype)만드는 효소적혈구 항원 (Phenotype)혈액형
AAA-전이효소A 항원A형
AOA-전이효소 (O는 비활성)A 항원A형
BBB-전이효소B 항원B형
BOB-전이효소 (O는 비활성)B 항원B형
ABA-전이효소 및 B-전이효소A 항원 및 B 항원AB형
OO비활성 효소H 항원 (A, B 항원 없음)O형
여기서 잠깐! H 항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합니다. ABO 유전자가 아무리 AB 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바탕이 되는 H 항원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A 또는 B 항원을 만들 수 없습니다. H 항원을 만드는 데는 19번 염색체에 있는 FUT1 유전자 (H 유전자)가 필요합니다. 이 유전자는 H 항원의 필수 구성 요소인 Fucose를 붙여주는 효소(fucosyltransferase)를 만듭니다.

만약 부모 양쪽으로부터 기능이 없는 h 대립 유전자*을 물려받아 hh 유전자형을 가지게 되면 (매우 드문 경우), H 항원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ABO 유전자형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적혈구에 A, B, H 항원이 모두 없게 됩니다. 이를 '봄베이 표현형(Bombay phenotype)', 또는 Oh 표현형이라고 부릅니다 [5]. 이들은 혈액형 검사상 O형처럼 보이지만, 실제 O형 혈액(H 항원 있음)을 수혈받아도 심각한 용혈성 수혈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반드시 봄베이 혈액형끼리 수혈해야 합니다. 이는 ABO 항원 발현에 H 항원이 얼마나 필수적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시입니다.

유전자에서 표현형으로: 혈액형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유전자형에 따라 적혈구 표면에 특정 ABO 항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했습니다. 이제 이것이 실제 우리 몸에서 혈액형 표현형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왜 이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한지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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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 혈액형 시스템의 가장 독특하고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적혈구가 가지고 있지 않은 ABO 항원에 대한 항체(antibody)를 혈장(plasma) 속에 '자연적으로(naturally occurring)'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이를 '란트슈타이너의 법칙(Landsteiner's rule)'이라고 하며, 1900년 ABO 혈액형을 처음 발견한 칼 란트슈타이너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6].

이 항체들을 '동종응집소(isoagglutinin)'라고 부르며, 보통 생후 몇 개월 이내에 장내 세균이나 음식물 등에 있는 A 또는 B와 유사한 항원 구조에 노출되면서 생성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각 혈액형별 항원과 항체 보유 현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 A형: 적혈구에 A 항원을 가지고 있으며, 혈장에는 Anti-B 항체 (B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 B형: 적혈구에 B 항원을 가지고 있으며, 혈장에는 Anti-A 항체 (A 항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 AB형: 적혈구에 A 항원과 B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혈장에는 Anti-A 항체와 Anti-B 항체가 모두 없습니다. (자신의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 O형: 적혈구에 A 항원과 B 항원이 모두 없으며 (H 항원만 있음), 혈장에는 Anti-A 항체와 Anti-B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혈 시 혈액형을 맞춰야 하는 이유입니다.

  • 만약 A형인 사람에게 B형 혈액을 수혈하면, 환자의 혈장에 있는 Anti-B 항체가 수혈된 B형 적혈구의 B 항원에 결합합니다.

  • 만약 B형인 사람에게 A형 혈액을 수혈하면, 환자의 혈장에 있는 Anti-A 항체가 수혈된 A형 적혈구의 A 항원에 결합합니다.

  • 만약 O형인 사람에게 A형, B형, 또는 AB형 혈액을 수혈하면, 환자의 혈장에 있는 Anti-A 및 Anti-B 항체가 수혈된 적혈구의 A 또는 B 항원에 결합합니다.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면, 적혈구들이 서로 엉겨 붙는 응집(agglutination) 현상이 발생하고, 면역 시스템의 다른 구성 요소들(보체 등)이 활성화되어 결국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hemolysis)이 일어납니다. 이를 '급성 용혈성 수혈 부작용(Acute Hemolytic Transfusion Reaction)'이라고 하며, 발열, 오한, 혈압 강하, 호흡 곤란, 혈뇨, 급성 신부전 등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7].

항체의 종류: ABO 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Anti-A와 Anti-B 항체는 주로 IgM이라는 종류의 항체입니다. IgM은 분자 크기가 커서 태반을 잘 통과하지 못하지만, 적혈구를 응집시키고 보체를 활성화하는 능력이 매우 강력하여 수혈 부작용의 주원인이 됩니다. 하지만 일부, 특히 O형 혈액형인 사람에게는 IgG 형태의 Anti-A, Anti-B (또는 Anti-A,B) 항체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IgG 항체는 크기가 작아 태반을 통과할 수 있으므로, 임신 중 태아와 산모의 ABO 혈액형이 다른 경우(예: 엄마 O형, 아기 A형 또는 B형) '신생아 용혈성 질환(Hemolytic Disease of the Fetus and Newborn, HDFN)'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다만, ABO HDFN은 Rh 혈액형 부적합에 의한 HDFN보다는 증상이 훨씬 경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8].

"만능 공혈자"와 "만능 수혈자" 개념

  • O형은 적혈구 표면에 A 항원과 B 항원이 없으므로, 이론적으로 O형 적혈구는 어떤 혈액형(A, B, AB, O)을 가진 사람에게 수혈해도 항체 반응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O형 적혈구'만능 공혈자(Universal Donor)'라고 부릅니다. (단, O형 혈액 전체를 수혈할 때는 O형 혈장에 있는 Anti-A, Anti-B 항체가 수혜자의 적혈구와 반응할 수 있으므로, 대량 수혈 시에는 주의가 필요하며 가급적 같은 혈액형을 수혈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 AB형은 혈장 내에 Anti-A 항체와 Anti-B 항체가 모두 없으므로, 이론적으로 어떤 혈액형(A, B, AB, O)의 적혈구를 수혈받아도 즉각적인 항체 반응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AB형인 사람'만능 수혈자(Universal Recipient)'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응급 상황 등 특수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으며, 가장 안전한 수혈 원칙은 항상 동일한 ABO 혈액형의 혈액을 수혈하는 것입니다.

혈액형 검사 : 내 혈액형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 이제 마지막으로 병원 검사실에서 우리의 ABO 혈액형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혈액형 검사의 핵심 원리는 바로 앞에서 설명한 항원-항체 반응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응집(agglutination) 현상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마치 특정 모양의 열쇠(항원)와 자물쇠(항체)가 딱 맞아 결합하는 것처럼, 특정 항원과 그에 맞는 항체가 만나면 눈에 보이는 응집 덩어리를 형성합니다.

ABO 혈액형 검사는 크게 두 가지를 동시에 확인하여 교차 검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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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혈구형 검사 (Forward Typing / Cell Typing)

  • 목적: 환자 적혈구 표면에 어떤 항원(A 또는 B)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 방법: 환자의 적혈구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한 부유액을 준비합니다. 이 적혈구 부유액을 시험관이나 카드에 '미리 알고 있는 항체 시약', 즉 표준 Anti-A 혈청 (A 항원과 반응하는 항체)과 표준 Anti-B 혈청 (B 항원과 반응하는 항체)과 각각 섞어줍니다.

  • 결과 판독:

    • 만약 Anti-A 혈청과 섞었을 때만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적혈구에 A 항원이 있다는 뜻 → A형

    • 만약 Anti-B 혈청과 섞었을 때만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적혈구에 B 항원이 있다는 뜻 → B형

    • 만약 Anti-A 와 Anti-B 혈청 모두에서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적혈구에 A 항원과 B 항원 모두 있다는 뜻 → AB형

    • 만약 Anti-A 와 Anti-B 혈청 어디에서도 응집이 일어나지 않으면 → 환자 적혈구에 A 항원과 B 항원 둘 다 없다는 뜻 → O형

    비유: 환자의 적혈구라는 '열쇠'를 가져와서, 'A 자물쇠(Anti-A 시약)'와 'B 자물쇠(Anti-B 시약)'에 각각 꽂아보는 것과 같습니다. 열쇠가 맞는 자물쇠에서만 '찰칵'하고 잠기는(응집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2. 혈청형 검사 (Reverse Typing / Serum Typing / Back Typing)

  • 목적: 환자 혈장(또는 혈청) 속에 어떤 항체(Anti-A 또는 Anti-B)가 있는지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이는 혈구형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란트슈타이너의 법칙에 부합하는지 교차 검증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 방법: 환자의 혈액에서 적혈구를 제외한 액체 성분, 즉 혈장이나 혈청을 분리합니다. 이 혈장/혈청을 '미리 알고 있는 항원을 가진 표준 적혈구', 즉 표준 A1 세포 (A 항원을 가진 적혈구)와 표준 B 세포 (B 항원을 가진 적혈구)와 각각 섞어줍니다.

  • 결과 판독: (란트슈타이너 법칙을 생각하며 해석합니다)

    • 만약 표준 B 세포와 섞었을 때만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혈장에 Anti-B 항체가 있다는 뜻 → 환자는 A형

    • 만약 표준 A1 세포와 섞었을 때만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혈장에 Anti-A 항체가 있다는 뜻 → 환자는 B형

    • 만약 표준 A1 세포와 표준 B 세포 어디에서도 응집이 일어나지 않으면 → 환자 혈장에 Anti-A 와 Anti-B 항체 둘 다 없다는 뜻 → 환자는 AB형

    • 만약 표준 A1 세포와 표준 B 세포 모두에서 응집이 일어나면 → 환자 혈장에 Anti-A 와 Anti-B 항체 모두 있다는 뜻 → 환자는 O형

    비유: 이번에는 환자의 혈장이라는 '자물쇠 용액'을 가져와서, 'A 열쇠(표준 A1 세포)'와 'B 열쇠(표준 B 세포)'를 각각 넣어보는 것입니다. 용액 속 자물쇠(항체)와 맞는 열쇠(항원 세포)가 만나면 서로 엉겨 붙는(응집하는) 현상을 관찰합니다.

매우 중요: 정확한 ABO 혈액형 판정을 위해서는 혈구형 검사(Forward Typing) 결과와 혈청형 검사(Reverse Typing) 결과가 반드시 일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혈구형 검사에서 A형으로 나왔다면, 혈청형 검사에서는 반드시 Anti-B 항체만 검출되어야 합니다. 만약 두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ABO discrepancy), 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해결한 후에 최종 혈액형을 판정해야 합니다. 원인으로는 아형(subtype), 고령이나 신생아에서 항체 생성 미약, 특정 질환 상태, 검사 오류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ABO 혈액형 검사는 RhD 혈액형 검사와 함께 이루어지며, 검사 방법으로는 전통적인 시험관법 외에도 미세원주응집법(컬럼 응집법, Gel card), 고체상법(Solid phase) 등 더 자동화되고 표준화된 방법들이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모두 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응집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생명의 비밀을 담은 혈액형

지금까지 ABO 혈액형 항원의 구조부터 유전, 표현형 발현, 그리고 검사법에 이르기까지 그 핵심 원리들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ABO 혈액형은 적혈구 표면 H 항원 끝에 붙는 단 하나의 당(GalNAc 또는 Gal) 차이에 의해 결정되며, 이는 9번 염색체의 ABO 유전자(A, B, O 대립 유전자)가*만드는 당전이효소의 종류에 따라 결정됩니다. 유전적으로 ABO에 대해 우성이며, 서로에 대해서는 공동 우성입니다. 이 유전자형은 적혈구 항원 표현형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없는 항원에 대한 항체(Anti-A, Anti-B)를 혈장 내에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란트슈타이너 법칙으로 이어집니다. 혈액형 검사는 바로 이 항원(혈구형 검사)과 항체(혈청형 검사)를 응집 반응을 통해 동시에 확인하여 정확한 혈액형을 판정하는 과정입니다.

이처럼 미세한 분자 구조의 차이가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을 결정하고, 수혈이나 장기 이식, 임신 과정에서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은 실로 놀랍습니다. ABO 혈액형 시스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안전한 수혈을 위한 필수적인 지식이며, 생명 과학의 정교함과 신비로움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1. Watkins WM. Biochemistry and genetics of the ABO, Lewis, and P blood group systems. Adv Hum Genet. 1980;10:1-136, 379-385.

  2. Yamamoto F, Clausen H, White T, Marken J, Hakomori S. Molecular genetic basis of the histo-blood group ABO system. Nature. 1990;345(6272):229-233. doi:10.1038/345229a0

  3. Ferguson-Smith MA, Aitken DA, Turleau C, de Grouchy J. Localisation of the human ABO: Np-1: AK-1 linkage group by regional assignment of AK-1 to 9q34. Hum Genet. 1976;34(1):35-43. doi:10.1007/BF00284713

  4. Yamamoto F, Marken J, Tsuji T, White T, Clausen H, Hakomori S. Cloning and characterization of DNA complementary to human UDP-GalNAc: Fuc alpha 1----2Gal alpha 1----3GalNAc transferase (histo-blood group A transferase) mRNA. J Biol Chem. 1990;265(19):11462-11465. (Note: This reference discusses the A transferase, related work identified the O allele deletion).

  5. Bhende YM, Deshpande CK, Bhatia HM, Sanger R, Race RR, Morgan WT, Watkins WM. A "new" blood group character related to the ABO system. Lancet. 1952;1(6714):903-904. doi:10.1016/s0140-6736(52)90776-1

  6. Landsteiner K. Zur Kenntnis der antifermentativen, lytischen und agglutinierenden Wirkungen des Blutserums und der Lymph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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