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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위기 신호: 연준 독립성, 달러 신뢰, 유동성 위험

요약

미국 경제의 경고등: 연준의 독립성, 달러 신뢰도, 그리고 위험한 유동성의 시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은 마치 호떡을 뒤집듯 예측이 어렵고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그는 학자나 관료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유권자의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정책 결정의 핵심은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를 결집시키고, 이를 통해 중도층을 끌어들여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국내 정치적 계산에 깊이 뿌리박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가 내세우는 관세 정책은 단순히 무역 수지를 개선하려는 경제적 목표를 넘어섭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한 정치적 수단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는데요.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그가 지지를 얻으려 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입니다. 중국이 미국산 콩 수입을 중단하면서 해당 지역 농부들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했으며, 이는 기후 문제와 겹쳐 옥수수 및 콩 농업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역시 복잡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경합주인 미시간의 표심을 얻기 위해 자동차 관세를 주장했지만, 이는 오히려 조지아나 앨라배마, 인디애나 등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들에 역풍으로 작용하여 피해를 주게 됩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정책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장기적인 경제적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일관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흔들리는 연준의 독립성과 달러의 신뢰

미국 정책의 예측 불가능성은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조성하며, 이는 미국 자산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흔들고 있습니다. 특히, 통화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정책 방향이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합니다. 재정 정책과 무역 정책이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어떤 기준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미국 국채를 사도 되는가?",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해도 안전한가?"와 같은 의구심을 낳게 만듭니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가 통화정책의 독립성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는 달러를 발행하는 주체인 연준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제하려 하며,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금리 인하를 압박합니다. 이는 마치 통화정책 메커니즘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물가가 아직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인하하면 더 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경제적 논리보다는 "파월 때문에 금리가 높아 경기가 어렵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연준의 독립성 훼손 시도는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마저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보입니다.

미국 국가 부채, 규모의 문제인가 신뢰의 문제인가?

최근 미국이 부채 한도를 5조 달러가량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은 시장에 더 많은 국채 발행을 예고하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이미 달러의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채 발행량은 늘어나는데 매수세는 약해진다면, 미국 국채 시장은 극심한 불안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위험한 유동성'의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부채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합니다. 미국 부채 문제는 부채의 '규모' 자체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 달러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사실 달러의 위상에 대한 도전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 폐지를 선언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미국은 그때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밀 협약을 통해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하는 등 위기를 극복해왔습니다.

또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막대한 양의 돈을 풀었을 때도 공화당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예상과 같은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현대통화이론(MMT)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국가가 발행한 국채를 국민이 자산으로 보유하는 구조이므로, 물가만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국가 부채가 늘어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군사적, 정치적, 그리고 무엇보다 자본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한, 부채 규모만으로 달러 시스템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진짜 위험, 금리 급등과 구축 효과의 공포

그렇다면 진짜 위험은 어디에 있을까요? 바로 미국 국채 금리의 급등 가능성입니다.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때마다 시장은 미국 국채를 매도하고, 이는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급등으로 이어집니다. 가뜩이나 미국의 이자 상환 부담은 국방비 예산을 넘어설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 여기서 금리가 더 오른다면 재정은 파탄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축 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시중 금리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민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즉,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려 하지만, 정작 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며 경제의 선순환이 막히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진정으로 경제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구축 효과의 위험성을 모를 리 없습니다. 국채 금리가 솟구칠 때마다 그가 움찔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입니다. 정부의 재정 확대가 민간의 활력을 뺏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위험한 유동성' 시대의 가장 큰 딜레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험한 유동성의 시대와 채권 시장의 불안

현대 경제는 2000년대 이후 정보 기술 혁명 등을 거치며 과거의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밀턴 프리드먼의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화폐적 현상"이라는 명제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화량이 급격히 늘어도 과거처럼 즉각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현재 시장은 유동성이 매우 풍부한 상태이며, 이 유동성의 힘이 금리 인상기에도 주식 시장을 견조하게 받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풍부한 유동성은 언제든 채권 시장의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 채권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국채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중국이나 일본 같은 해외 투자자가 아니라, 미국 내 헤지펀드와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입니다. 이들이 미국의 물가와 금리 향방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느냐가 시장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지난 4월 상호 관세 인상 당시, 헤지펀드들이 "이건 미친 짓이다"라며 국채를 대거 매도하면서 금리 발작이 일어났던 것이 좋은 예입니다. 현재는 다소 진정된 상태이지만, 정치인인 트럼프는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계속해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연준은 2%라는 물가 목표를 지키기 위해 이를 방어하는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입니다. 이 아슬아슬한 힘겨루기 속에서 시장의 불안정성은 언제든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