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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하반기 경제 전망: 위험한 유동성의 본질과 시장을 뒤흔드는 4대 리스크 분석

요약

2025년 하반기를 맞이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위험한 유동성'이라는 새로운 경제 국면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것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이번에는 '위험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고 공급되는 이 유동성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자산 시장을 전망하고 대응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왜 다가오는 유동성 장세가 위험한지, 그 구조적인 배경과 특징에 대해 심도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과거의 시장 흐름을 복기하며 현재의 위치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에서 2021년까지는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으로 인해 극심한 경제 위기가 찾아왔던 시기입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대대적인 금리 인하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실물 경제는 셧다운과 거리두기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시장에는 돈이 넘쳐나는 이른바 '완화의 시대'가 열렸던 것입니다. 그 결과, 경기는 최악인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하는 전형적인 유동성 장세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2024년까지의 시장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2년 초에 발발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불러왔고, 이는 이미 풀린 막대한 유동성과 맞물려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극단적인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습니다. 2022년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를 기록했을 때 시장은 엄청난 충격과 긴장감에 휩싸였습니다. 이 시기 시장의 유일한 화두는 단연 '물가'였습니다.

이때부터 시장은 '긴축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전까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돈을 풀었다면, 이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이 전면에 나선 것입니다. 시장의 성격도 '역유동성 장세'로 바뀌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모든 경제 지표가 물가와 금리라는 필터를 통해 해석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용 지표가 좋게 발표되면 이는 경기가 여전히 뜨거워서 물가가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따라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우려감에 주식 시장은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좋은 소식이 나쁜 소식(Good is Bad)'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개막: 관세가 시장을 지배하다

그렇다면 2025년 하반기부터 펼쳐질 시장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 시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트럼프 2.0 시대'이자 '관세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물가나 금리가 아니라 바로 '관세'가 되었습니다. 관세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는지, 아니면 완화되는지에 따라 시장이 일희일비하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데이터를 살펴보면 미국의 대중 관세율이 급격히 올라가던 시기에는 주가가 하락하고, 관세율이 정점을 찍고 안정되는 구간에서는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뚜렷한 역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최근 발표된 물가 지표에 대한 반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6월 CPI가 예상보다 높게 발표되었을 때, 과거 긴축의 시대였다면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물가가 반등하자 시장은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해 강력한 관세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기승전 '관세'라는 새로운 공식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얻고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입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초인플레이션과 그로 인한 고금리로 인해 서민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관세 전쟁을 무작정 격화시키기 어렵습니다. 관세는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으름장'이자 협상 카드일 뿐, 실제로 미국 경제에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전면전으로 끌고 가기는 힘든 것입니다. 따라서 2025년 하반기로 갈수록 관세에 대한 공포감은 점차 완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채와 규제 완화가 만든 '위험한 유동성'의 네 가지 원천

이제 본론으로 돌아와, 왜 2025년 하반기의 유동성 장세가 '위험한' 것인지 그 구체적인 이유를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는 과거 2020년의 유동성 공급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적인 불안정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천은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과 감세안 통과입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는 국가가 더 많은 빚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한 것입니다. 동시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감세안이 통과되면서 정부의 세금 수입은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수입은 주는데 써야 할 돈은 많으니, 정부는 그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발행된 국채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것이 바로 첫 번째 위험 신호입니다. 만약 국채 발행량이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경우, 국채 가격은 폭락하고 금리는 급등하는 등 국채 시장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2025년 8월경에 국채 발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시장의 매입 의지가 약하다면 이는 공급된 유동성이 오히려 금융 시스템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유동성 공급입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고 활성화하는 데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국채 매입의 새로운 창구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단기 국채 물량의 일부를 스테이블코인이 사주게 함으로써, 국채 발행에 따른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입니다. 이는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찍어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새로운 방식의 유동성 공급 장치입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부채를 떠받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즉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 규제 완화입니다. SLR은 은행이 보유한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핵심적인 건전성 규제입니다. 이를 완화한다는 것은 은행이 더 적은 자기자본을 가지고도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게 풀어준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낮추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100만 원을 예금으로 받으면 과거에는 30만 원을 남기고 70만 원만 대출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10만 원만 남기고 90만 원을 대출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시중에 더 많은 돈이 돌게 하므로 분명 강력한 유동성 공급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건전성을 담보로 한 매우 위험한 도박입니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은행이 외부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하려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할 경우, 완화된 규제 아래에서는 은행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에 이를 위험이 커집니다. 즉,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희생하는 셈이므로, 이를 통해 공급되는 유동성은 '위험한 유동성'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입니다. 2025년 상반기에는 금리 인하가 없었지만, 하반기에는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습니다. 만약 실제로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이는 전통적인 방식의 유동성 공급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 요인, 즉 국채 발행, 스테이블코인, SLR 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가 결합되어 2025년 하반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한국 역시 추가경정예산을 통한 확장적 재정 정책,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 절차 진행,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유인하기 위한 상법 개정 논의, 그리고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등 미국과 매우 유사한 형태의 유동성 공급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동시에 국가 부채 증가와 잠재적인 금융 불안이라는 위험을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2025년 하반기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험한 유동성'이 시장을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 유동성은 건전한 경제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 부채의 증가와 금융 규제 완화라는 다소 위태로운 기반 위에서 공급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히 유동성이 풀린다는 사실에 안도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인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잠재적인 금융 시장의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