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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하락에도 달러 자산이 필수인 이유: 원화 약세와 한국 경제 구조 변화 대응 전략

요약

환율이 떨어져도 달러 자산을 고집해야 하는 이유: 원화의 미래와 생존 전략

미국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히 미국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믿음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달러라는 기축 통화 자산을 보유하고, 그 가치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절실함이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오히려 국내 주식 시장이 더 좋은 흐름을 보일 때면 많은 분들이 의문을 가집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달러를 사고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까요? 오늘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환율의 본질적인 의미를 통해 깊이 있게 파헤쳐 보고자 합니다.


환율의 본질: 국가의 가치와 화폐량의 함수

환율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원리를 아는 것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입니다. 모든 국가는 자국의 화폐를 발행할 권리를 갖지만, 그 가치는 결코 마음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화폐의 총가치는 그 나라가 가진 총자산, 즉 시장이 평가하는 그 국가의 경제적 가치에 의해 결정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원달러 환율이 1,360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모든 화폐의 총량(M2 기준)은 약 4,234.8조 원인데,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약 3.1조 달러가 됩니다. 이는 시장이 대한민국의 경제적 가치를 3.1조 달러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환율이란 한 나라의 총 화폐 발행량을 그 나라의 경제적 가치로 나눈 값입니다. 4,234.8조 원을 3.1조 달러로 나누면 1달러당 약 1,366원이 되는 것이죠. 따라서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는 바로 ‘경제적 가치의 변화(경제 성장률)’와 ‘화폐 발행량의 변화’ 이 두 가지입니다. 만약 미국이 1년에 5% 성장하는 동안 한국이 10% 성장했다면, 한국의 경제적 가치는 5%만큼 더 커집니다. 그러면 원화의 가치도 5% 상승하여 환율은 하락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화폐 추가 발행입니다. 만약 한국이 경제가 5% 성장하는 동안 원화를 5% 더 발행한다면 환율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하지만 경제 성장률을 초과하여 화폐를 발행하는 순간, 그 나라 화폐의 가치는 희석되고 환율은 상승(화폐 가치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환율이 움직이는 근본적인 원리입니다.


정부의 손쉬운 세금, 인플레이션의 비밀

국민을 잘 살게 하려면 결국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경제가 2% 성장했을 때 화폐도 정확히 2%만 늘리면 물가 변동 없이 국민의 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는 경제 성장률보다 더 많은 화폐를 찍어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통상 2~3% 수준이지만, 통화량(M2) 증가율은 6~7%에 달합니다. 바로 이 3~4%의 차이가 정부가 아무도 모르게 걷어가는 ‘인플레이션 세금’이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바로 짐바브웨입니다. 이 나라는 경제 성장은 전혀 없이 오직 무제한으로 통화를 발행했습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율이 2억 3,100만%에 달했고, 돈의 가치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돈을 수레에 싣고 다니다 강도를 만나면 돈은 버리고 수레만 훔쳐 갈 정도였으니까요. 이는 화폐 발행이 경제적 가치(성장)에 기반하지 않을 때 어떤 끔찍한 결과를 낳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부유한 국가의 비밀: 고부가가치 산업과 낙수 효과

그렇다면 국가 간의 임금 격차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한국의 하루 임금이 70달러일 때 베트남은 10달러에 불과합니다. 똑같은 신발을 만들어도 부가가치가 동일한데 왜 이런 차이가 날까요? 그 비밀은 바로 고부가가치 산업의 존재와 그로 인한 낙수 효과에 있습니다.

한국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한 번에 수천, 수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강력한 수출 기업들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면, 그 돈을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 원화로 환전합니다. 이때 한국은행은 그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게 되므로, 그에 상응하는 원화를 발행해도 시장은 이를 인정해 줍니다. 즉,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 압력 없이 시중에 돈을 공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풀린 돈은 삼성전자 직원들의 보너스가 되고, 그 직원들은 쇼핑을 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돈을 씁니다. 그 돈은 다시 상점 주인, 서비스직 종사자, 납품업자들에게 흘러 들어가 결국 사회 전체의 돈의 양을 늘려줍니다. 국민 1인당 가진 돈은 늘어났지만 환율은 그대로 유지되니, 이것이 바로 실질적인 구매력 상승이자 국가가 부유해지는 과정입니다. 반면 이런 고부가가치 산업이 없는 나라들은 돈을 찍어내는 순간 환율이 폭락하기 때문에 저임금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원화의 위기: 구조적 문제와 미래 전망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경제와 원화의 가치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 위기는 여러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첫째, 2018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인 58년 개띠 세대가 대거 은퇴하며 돈을 버는 세대에서 돈을 쓰는 세대로 전환된 반면, 이들을 대체할 90년대생의 인구는 너무나도 적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면서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미국에 역전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보다 경제 성장률이 낮은 국가는 가만히 있어도 통화 가치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방어하려면 통화량 증가율이라도 미국보다 낮게 유지해야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이들을 부양하기 위한 복지 자금은 더 많이 필요해졌고,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는 계속해서 돈을 풀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성장은 멈췄는데 돈은 더 많이 찍어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RP 매입액을 보면, 2021년 4조 원 수준이던 것이 2024년에는 1년 동안 무려 106조 원을 찍어냈습니다. 26배나 늘어난 것입니다. RP 매입은 시중에 직접 돈을 뿌리는 행위입니다. 한국은행이라고 통화량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하지만 당장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일단 돈을 풀어 심폐소생술이라도 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인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수출 기업들마저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가져오지 않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의 한계가 명확해지자,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대기업들은 수출로 번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대신 그대로 해외 공장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일과 정확히 일치하며, 국내로 유입되어야 할 부(富)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생존을 위한 투자 전략: 왜 달러 자산인가?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원달러 환율의 장기적인 방향은 우상향, 즉 원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과거 2005년 1,000원 수준이던 환율이 현재 1,360원이 된 것처럼, 돈의 발행량을 제외한 실질 가치를 보여주는 실질실효환율(RER) 지수조차 2018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힘이 약해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이미 움직이고 있는 대기업들처럼, 원화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자산의 일부를 달러로 바꿔 해외에 두는 것입니다. 단기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거나 코스피가 더 오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근본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는 시장이 어디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미국은 2100년까지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며, 미래 산업의 핵심인 AI 분야에서도 가장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인구 구조, 수출 경쟁력, 통화량, 글로벌 자산 흐름 등 모든 요소가 장기적으로 달러의 강세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환율이 조금 떨어졌다고 해서 달러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달러 자산에 익숙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자신의 부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