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위기: 달러 기축통화의 한계와 국채 발행 지속가능성 분석
미국 경제를 뒤흔드는 재정적자 문제가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25년 2월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 달러를 넘어서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자 비용만으로도 연간 1조 달러에 육박하여 국방비를 넘어서는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정말로 무제한으로 국채를 발행하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독특한 경제적 지위를 이해해야 합니다. 미국은 달러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재정 운영 능력을 제공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은 자국 통화로 부채를 발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며, 전 세계가 그 통화를 필요로 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특권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요?
본 분석에서는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의 지속가능성을 다각도로 검토하겠습니다. 경제학적 이론부터 실제 데이터 분석, 역사적 사례 검토, 그리고 미래 전망까지 포괄적으로 다루어 이 복잡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특히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부채 위기 사례를 통해 국가부채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이 이러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와 그 한계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겠습니다.
국채 발행의 기본 개념과 메커니즘
국채 발행이란 정부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마치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유사하지만, 정부의 경우 국민들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빌리는 방식입니다. 국채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무증서로, 정해진 기간 후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습니다.
국채 발행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정부는 먼저 자금 소요를 파악한 후 재무부를 통해 국채를 발행합니다. 이때 투자자들은 경매를 통해 국채를 구매하게 되며, 정부는 이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합니다. 국채의 금리는 시장 상황과 정부의 신용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신용도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최고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국채의 만기 구조는 매우 다양합니다. 단기 국채는 1년 이하의 만기를 가지며, 중기 국채는 2-10년, 장기 국채는 20-30년의 만기를 가집니다. 이러한 다양한 만기 구조는 정부로 하여금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자율 위험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지속적인 재조달 압력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는 주요 목적은 재정적자를 메우는 것입니다. 재정적자란 정부의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상황을 의미하며, 이는 현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정부는 국방, 사회보장, 교육,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지출해야 하는데, 세금과 기타 수입만으로는 이를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국채 발행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채 발행이 무제한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채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정부의 부채 부담이 증가하며, 이는 결국 이자 비용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투자자들은 정부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게 되며, 이는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을 급격히 증가시킵니다.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면 결국 국가 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국 재정적자와 국가부채의 현황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정말로 천문학적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2025년 2월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6조 2,2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불과 1년 만에 2조 달러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0년 5조 6,000억 달러에 불과했던 부채가 25년 만에 약 6배 이상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증가세는 과연 지속 가능할까요?
미국 국가부채의 급속한 증가와 향후 전망을 보여주는 차트
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구조적 요인으로는 고령화 사회로 인한 사회보장비 증가, 의료비 상승, 그리고 인프라 노후화에 따른 투자 필요성 증가 등이 있습니다. 둘째, 경기 순환적 요인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대규모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지출이 있습니다. 셋째, 정책적 요인으로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과 지속적인 국방비 증가 등이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재정 구조를 분석해보면, 의무지출의 비중이 전체 연방정부 지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무지출이란 법적으로 지급이 의무화된 항목으로,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그리고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등이 포함됩니다. 이러한 의무지출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쉽게 줄일 수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 재정 건전성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자 비용의 급격한 증가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은 8,81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국방비 8,16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25년에는 이자 비용이 9,520억 달러로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정부가 실제 정책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정부의 이자 비용이 급속히 증가하여 국방비를 넘어서는 상황을 보여주는 차트
미국의 세수 구조도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듭니다. 2025년 기준으로 연방정부의 세수는 GDP 대비 17.1%에 불과하며, 이는 OECD 평균인 33.5%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입니다. 이론적으로는 증세를 통해 세수를 늘릴 수 있지만, 미국의 정치 문화상 증세는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특히 2017년 세제개편으로 인한 감세 효과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이를 연장하자는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부채 한도 문제도 정치적 리스크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법정 부채 한도는 31조 4,000억 달러로 설정되어 있으나, 실제 부채 규모는 이미 36조 달러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재무부는 특별 조치를 통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르면 2025년 8월부터 채무 불이행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2011년, 2013년, 2023년에 이어 또 다른 부채 한도 위기를 예고하는 신호입니다.
구분 | 2000년 | 2008년 | 2020년 | 2024년 | 2035년(전망) |
---|---|---|---|---|---|
국가부채 규모 | 5.6조 달러 | 10.0조 달러 | 26.9조 달러 | 35.7조 달러 | 59.2조 달러 |
GDP 대비 부채 비율 | 54.0% | 73.8% | 127.0% | 124.0% | 139.0% |
연간 이자 비용 | 362억 달러 | 451억 달러 | 345억 달러 | 881억 달러 | 1.8조 달러 |
달러 기축통화 지위와 '과도한 특권'
미국이 현재까지 천문학적인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있습니다. 기축통화란 국제 거래와 금융 결제에서 기본이 되는 통화를 의미하며, 현재 달러가 이러한 지위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프랑스 재무장관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이 처음 사용한 '과도한 특권'(exorbitant privilege)이라는 개념이 바로 이를 설명하는 핵심입니다.
과도한 특권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는 전혀 다른 경제적 이점을 누리고 있습니다. 첫째, 세뇨리지(seigniorage) 효과입니다. 미국은 100달러 지폐를 제작하는 데 약 15센트의 비용만 들이지만, 다른 국가들은 100달러를 획득하기 위해 그에 상응하는 실물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는 미국에게 실질적인 구매력을 제공하는 막대한 이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차입 비용의 절감 효과입니다.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57.4%가 달러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제 외환거래의 88%가 달러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압도적인 수요는 미국 국채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창출하여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쉽게 말하자면, 전 세계가 달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달러의 압도적인 기축통화 지위를 보여주는 세계 외환보유고 구성
셋째, 국제수지 제약의 완화입니다. 일반적인 국가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우나,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여 수입 대금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30년 넘게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다른 국가였다면 이미 외환위기에 직면했을 상황에서도 미국은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넷째, 금융 위기 시 안전 자산으로서의 역할입니다. 글로벌 금융 불안정이 증가할 때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안전 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을 보입니다. 이는 위기 시에도 미국의 차입 비용을 낮추는 역설적 효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기축통화는 변화해왔으며, 영국 파운드가 20세기 초 미국 달러에 그 지위를 넘겨준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 달러 지위를 위협하는 여러 요인들이 점차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첫째, 미국의 경제적 비중 감소입니다. 미국의 세계 GDP 대비 비중은 1960년 40%에서 현재 25%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중국의 경제 규모는 미국의 70% 수준까지 성장했으며, 무역 규모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습니다. 이러한 경제력 변화는 장기적으로 달러 수요의 구조적 감소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정학적 경쟁의 심화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BRICS+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간 결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미국 국채 보유액을 지속적으로 줄여왔으며, 러시아는 2022년 이후 달러 보유액을 대폭 감축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된다면 달러 수요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셋째, 디지털 통화의 등장입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암호화폐의 확산은 기존 통화 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제기합니다.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국제 결제에서 달러를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미국도 이에 대응하여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기존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국가부채 지속가능성의 이론적 기준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경제학적 지표는 부채 증가율과 경제성장률 간의 관계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ddt(DY)=ddt(DY)=D˙Y−D⋅Y˙Y2=D˙Y−DY⋅Y˙Ydtd(YD)=dtd(YD)=YD˙−Y2D⋅Y˙=YD˙−YD⋅YY˙
여기서 D는 국가부채, Y는 명목GDP, D˙D˙는 부채 증가율, Y˙Y˙는 GDP 증가율을 의미합니다.
이 공식을 더욱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부채의 지속가능성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r<g+PBDr<g+DPB
여기서 r은 실질 이자율, g는 실질 경제성장률, PB는 기초재정수지(primary balance), D는 부채 규모를 의미합니다.
이 공식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명확합니다. 국가부채가 지속가능하려면 실질 이자율이 실질 경제성장률과 기초재정수지의 합보다 낮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빚에 대한 이자보다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부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자율이 성장률을 상회하게 되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 나선'(debt spiral) 현상이 발생합니다.
미국의 경우 이 조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회예산국(CBO)의 전망에 따르면 2045년 이후 평균 이자율이 경제성장률을 초과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 수준으로,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인 1.8%를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부채 지속가능성의 임계점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부채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은 재정 공간(fiscal space)입니다. 이는 정부가 추가적인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을 의미하며, 세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첫째, 세수 증대 가능성입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의 세수가 GDP 대비 17.1% 수준으로 OECD 평균보다 낮아 이론적으로는 증세 여력이 있습니다. 둘째, 지출 삭감 여력입니다. 하지만 의무지출의 비중이 높아 실질적인 삭감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셋째, 정치적 수용성입니다. 미국의 경우 증세나 지출 삭감 모두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하는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GDP 대비 부채 비율이 90%를 넘어서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현재 124%로 이미 이 기준을 넘어선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부채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인구 고령화입니다.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0년 16.9%에서 2050년 22.7%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지출의 급증을 의미하며, 동시에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로 인한 성장률 둔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부채 지속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지속가능성 지표 | 현재 상황 | 임계점 | 2035년 전망 |
---|---|---|---|
부채/GDP 비율 | 124% | 90% | 139% |
실질 이자율 | 2.1% | - | 2.8% |
실질 성장률 | 1.8% | - | 1.4% |
이자비용/세수 비율 | 18% | 25% | 30% |
현대화폐이론과 그 한계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은 미국의 재정 제약에 대해 완전히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MMT에 따르면 화폐 주권을 가진 국가는 자국 통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해 파산할 수 없으며, 재정 정책의 유일한 제약은 인플레이션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즉, 미국은 달러를 발행하여 언제든지 부채를 상환할 수 있으므로, 전통적인 부채 지속가능성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화폐이론(MMT)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MMT의 핵심 논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화폐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으로 다른 이해에 기반합니다. 주류 경제학이 화폐를 교환의 매개체로 보는 반면, MMT는 화폐 발행 목적을 조세 징수로 봅니다. 조세를 화폐로 납부함으로써 명목화폐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가치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화폐는 정부 재정지출로 창출되고 조세 징수에 따라 폐기된다는 시각입니다.
MMT의 정책적 함의는 매우 급진적입니다. 정부가 완전 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재정 정책을 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새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완전 고용에 이르렀을 때 당면하는 주된 위험은 인플레이션인데, 이는 세금을 인상하고 국채를 발행하여 초과 공급된 돈을 제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MMT의 논리가 부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째, 자국 통화로 표시된 부채에 대한 채무 불이행이 불가능합니다. 둘째, 세금이나 부채 발행의 형태로 돈을 징수할 필요 없이 재화, 용역 및 금융 자산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셋째, 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적은 저축을 두고 민간 부문과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러한 조건들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독특한 지위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MMT에 대한 비판도 상당합니다. 첫째, 무제한적 화폐 발행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1년 미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 급등은 MMT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됩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초기 MMT를 지지했으나, 2021년 인플레이션 급등 이후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며 전통적인 경제학 원칙으로 돌아갔습니다.
둘째, 화폐 주권의 절대성에 대한 의문입니다.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한다면 MMT의 전제 조건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기축통화는 변화해왔으며, 영국 파운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영구적인 것은 아닙니다. 중국의 부상과 탈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욱 현실적입니다.
셋째, 정치적 현실성의 문제입니다. 지속적인 재정적자는 정치적 갈등을 야기하며, 이는 정책 일관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부채 한도 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MMT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MMT의 컨셉은 "그냥 틀렸다"고 명확히 반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MMT는 미국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할 때 부분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현실적인 적용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인플레이션 억제가 세금 인상만으로 가능하다는 가정이나, 기축통화 지위의 영구성에 대한 가정은 지나치게 낙관적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MMT를 근거로 무제한적 국채 발행이 가능하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역사적 부채 위기 사례 분석
국가부채 위기의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부채 지속가능성의 한계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과도한 부채가 어떻게 국가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미국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리스 부채 위기는 유럽 국가부채 위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009년 10월 그리스에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재정 적자 은폐가 드러났습니다. 전통적으로 그리스의 재정 적자는 GDP의 4% 정도로 발표되었지만, 실제로는 13%에 가까웠으며 부채도 GDP의 113%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단순한 회계 조작을 넘어 국가 전체의 신뢰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리스 부채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GDP 대비 부채 비율 추이
그리스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해보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첫째, 유로존 가입 이후 환율 조정 기능을 상실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과거 유럽 국가들은 경쟁력 문제가 발생하면 평가절하를 통해 해결했으나, 그리스는 공통 통화를 사용하면서 이러한 옵션을 잃었습니다. 둘째,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경쟁력을 약화시켰습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독일의 물가가 16% 상승하는 동안 그리스는 32%나 상승했습니다.
부동산 거품도 위기를 악화시키는 요인이었습니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독일의 주택 가격이 13% 하락하는 동안 그리스의 집값은 53%나 뛰었습니다. 이는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크게 증가시켜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켰습니다. 또한 권력과 결탁한 기득권 집단의 부패도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그리스 위기의 전개 과정은 부채 지속가능성 악화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국채 금리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다가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는 자기강화적 악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높은 금리는 이자 부담을 증가시켰고, 이는 재정적자를 악화시켜 추가적인 금리 상승을 야기했습니다. 결국 그리스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IMF 구제금융을 받았으며, 채권자들에게 상당한 손실을 강요하는 채무 재조정을 실시했습니다.
Long-term government bond interest rates in European countries from 2009 to 2017, highlighting the Greek debt crisis with a sharp spike in Greece's rates around 2012 wikipedia
아르헨티나는 현대사에서 가장 빈번하게 부채 위기를 겪은 국가입니다. 1820년 이후 아르헨티나는 9차례에 걸쳐 부채 위기를 겪었으며, 가장 최근에는 2001년과 2020년에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 위기는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르헨티나 부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포퓰리즘 정책과 경제 구조의 취약성에 있습니다. 1946년 집권한 후안 페론 대통령 이후 아르헨티나는 지속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관대한 연금 제도, 무상 교육, 생활보조금 등으로 재정 지출이 급증했으나, 이에 상응하는 세수 확보나 생산성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944년부터 2023년까지 아르헨티나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은 190%에 달했으며, 이는 화폐 가치의 지속적 하락을 의미합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는 고정환율제의 붕괴와 함께 발생했습니다. 1991년부터 실시된 페소-달러 고정환율제는 초기에 인플레이션 억제에 성공했으나, 경제 구조 개선 없이 높은 임금 수준이 유지되면서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일차 상품 수출 의존도가 높아 국제 상품 가격 변동에 취약했던 것도 위기를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2001년 1,320억 달러 규모의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으며, 이후 15년간 국제 금융시장에서 배제되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이 미국에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첫째, 지속적인 재정 적자는 결국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정치적 포퓰리즘은 단기적으로는 지지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기반을 약화시킵니다. 셋째, 구조적 경쟁력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상황은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와 근본적으로 다른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자국 통화로 부채를 발행하므로 환율 위험이 없으며, 기축통화 지위로 인해 지속적인 자본 유입이 가능합니다. 또한 세계 최대 경제 규모와 가장 발달된 금융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도 상당한 완충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과도한 부채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미국의 구조적 재정 문제
미국의 재정 문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의무지출의 급속한 증가입니다. 의무지출은 법적으로 지급이 의무화된 항목으로, 사회보장연금,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그리고 국가부채 이자 등이 포함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의무지출은 전체 연방정부 지출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사회보장연금 지출의 급증은 가장 예측 가능하면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회보장연금 지출은 2025년 GDP 대비 5.2%에서 2055년 6.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와 기대 수명 증가, 그리고 출산율 감소로 인한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보장연금 신탁기금이 2033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입니다. 현행법상 신탁기금이 고갈되면 자동으로 24%의 급여 삭감이 이루어지게 되어 있으나, 이는 정치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습니다.
의료비 증가도 재정 압박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입니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포함한 의료 지출은 2025년 GDP 대비 4.0%에서 2055년 5.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고령화뿐만 아니라 의료비 상승률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약 개발과 첨단 의료기술 도입으로 인한 비용 증가는 의료 지출 증가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의무지출 증가의 이면에는 재량지출의 상대적 감소가 있습니다. 재량지출은 국방, 교육, 사회기반시설, 연구개발 등 정책적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 가능한 지출 항목입니다. 2025년 기준으로 재량지출은 전체 연방정부 지출의 약 30%를 차지하지만, 이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입니다. 이는 정부가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방 지출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 GDP 대비 3.0%에서 2055년 3.1%로 소폭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는 지정학적 긴장 상황과 기술 발전에 따른 무기 체계 현대화 필요성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러나 의무지출 증가로 인한 재정 압박이 심화되면 국방 지출에 대한 압력도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비국방 재량지출은 더욱 큰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기타 지출은 2025년 GDP 대비 7.9%에서 2055년 6.8%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교육, 연구개발,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장기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세수 구조도 지출 증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2025년 연방정부 세수는 GDP 대비 17.1%로 OECD 평균인 33.5%를 크게 하회합니다. 이는 미국의 연방정부가 상대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의무지출 증가로 인해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개인소득세는 연방정부 세수의 약 50%를 차지하는 주요 세원입니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 심화와 고령화로 인해 개인소득세 기반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2017년 세제개편으로 인해 개인소득세율이 낮아졌으며, 이 법안의 연장 여부가 향후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현재 하원을 통과한 감세 연장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향후 10년간 4.5조 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됩니다.
법인세 수입은 더욱 불안정한 양상을 보입니다. 2017년 법인세율이 35%에서 21%로 인하된 이후 법인세 수입은 GDP 대비 1-2%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1950년대 4-5%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감소한 것입니다. 급속한 기술 발전과 글로벌화로 인해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가 용이해진 것도 법인세 수입 감소의 한 원인입니다.
지출 항목 | 2025년 (GDP 대비) | 2055년 전망 | 변화율 |
---|---|---|---|
사회보장연금 | 5.2% | 6.1% | +17.3% |
메디케어 | 3.2% | 4.1% | +28.1% |
메디케이드 | 2.0% | 2.2% | +10.0% |
이자비용 | 3.1% | 4.1% | +32.3% |
국방비 | 3.0% | 3.1% | +3.3% |
기타 지출 | 7.9% | 6.8% | -13.9% |
금리 상승과 이자비용 급증
2022년부터 시작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은 미국의 부채 서비스 부담을 급격히 증가시켰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는 제로금리 수준에서 현재 4.5-4.75% 수준으로 상승했으며, 이는 국채 금리 전반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상승했으며,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경제 정상화 과정에 있습니다. 2021년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초기에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되었으나, 공급망 차질과 노동시장 경직성 등으로 인해 지속되면서 연준의 적극적 대응을 촉발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구조적 인플레이션 압력입니다. 탈세계화, 인구 고령화, 기후 변화 대응 등은 모두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금리의 구조적 상승을 의미합니다.
재정적자 자체도 금리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정부의 국채 발행 증가는 채권 시장에 공급 과잉을 초래하며, 이는 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이 2015년 50%에서 현재 30%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금리에 대한 상승 압력을 더욱 가중시킵니다.
미국 국채의 평균 만기는 약 6년 수준으로, 매년 상당한 규모의 국채가 만기를 맞아 재조달되어야 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약 11조 달러의 국채가 1년 내에 만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고금리 환경에서 재조달되어야 합니다. 만약 현재의 금리 수준이 지속된다면, 재조달 과정에서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입니다.
부채 재조달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됩니다. 현재 미국 국채의 상당 부분이 과거 저금리 시기에 발행되었으나, 이들이 만기를 맞아 재조달되면서 평균 차입 금리가 상승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평균 차입 금리는 3.32%이지만, 신규 발행 국채의 금리는 4-5% 수준입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향후 5-10년간 평균 차입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만기 구조의 변화입니다. 재정적자 증가로 인해 국채 발행 규모가 급증하면서, 재무부는 상대적으로 발행이 용이한 단기 국채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금리가 상승하면 단기 국채의 재조달 부담이 장기 국채보다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차입 증가는 민간 부문의 자금 조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크라우딩 아웃 효과를 야기합니다. 정부가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면 채권 시장에서 정부와 민간 기업이 자금을 놓고 경쟁하게 되며, 이는 전반적인 금리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높은 금리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감소시키고,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둔화시킵니다.
의회예산국(CBO)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2025년 2.1%에서 2055년 1.4%로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증가율 둔화가 주요 원인이지만,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한 크라우딩 아웃 효과도 중요한 요인입니다. 경제성장률 둔화는 세수 기반을 약화시키고, 이는 재정적자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높은 금리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 부담도 가중시킵니다. 미국 가계의 부채 규모는 GDP의 약 75% 수준이며, 기업 부채는 GDP의 약 80% 수준입니다. 금리 상승은 이들의 이자 부담을 증가시켜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킵니다. 이는 경제 성장률을 더욱 둔화시키고, 세수 감소로 이어져 재정적자를 악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합니다.
만약 평균 채권 금리가 4.5%에 도달한다면, 10년 후 미국의 연간 이자 비용은 약 2.5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현재 국방예산과 메디케어 예산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국은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폰지 구조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연도 | 평균 금리 | 이자 비용 | GDP 대비 비율 | 국방비 대비 |
---|---|---|---|---|
2020 | 1.9% | 345B | 1.6% | 59% |
2024 | 3.3% | 881B | 3.2% | 108% |
2030 | 4.0% | 1.4T | 4.1% | 171% |
2035 | 4.5% | 1.8T | 4.1% | 220% |
정책적 대응방안과 한계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책 옵션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 적용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세수 증대 방안입니다. 현재 미국의 연방정부 세수는 GDP 대비 17.1%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증세 여력이 있습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법인세율 인상, 자본이득세 강화, 부유세 도입 등이 검토 가능한 옵션입니다.
하지만 증세의 정치적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미국의 정치 문화는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와 낮은 세율을 선호하며, 특히 공화당은 증세에 강하게 반대합니다. 2017년 세제개편 이후 감세 연장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증세와 정반대 방향입니다. 또한 주 정부 간 세금 경쟁과 국제적 조세 경쟁도 연방정부의 증세 여력을 제약합니다.
둘째, 지출 삭감 방안입니다. 이론적으로는 국방비 삭감, 농업 보조금 축소, 기타 재량지출 삭감 등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재량지출은 이미 전체 지출의 30% 수준으로 축소되어 있으며, 추가 삭감 여력이 제한적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 사회보장연금과 메디케어 같은 의무지출에 있다는 점입니다.
의무지출 개혁은 정치적으로 극도로 어려운 과제입니다. 사회보장연금 수급 연령 상향 조정, 급여 산정 방식 변경, 고소득층 급여 삭감 등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이는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메디케어 개혁 역시 의료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큽니다. 이러한 개혁들은 대부분 장기적인 효과를 가지므로 정치인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셋째, 경제성장률 제고를 통한 간접적 해결 방안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세수 기반이 확대되고,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상대적으로 개선됩니다. 이를 위해 생산성 향상, 기술 혁신, 교육 투자, 사회기반시설 확충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수반되며,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미국 재무부는 부채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금융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국채 발행 전략의 개선입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만기 구조를 조정하고, 인플레이션 연동 국채(TIPS) 발행을 확대하며, 부동금리 국채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리 변동 위험을 분산시키고,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둘째, 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국채 수요 확대입니다. 대형 은행들의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를 완화하여 은행들이 더 많은 국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는 국채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금리 상승 압력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셋째,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입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양적완화(QE) 정책을 통해 국채를 직접 매입함으로써 정부의 자금 조달을 지원해왔습니다. 비록 현재는 양적긴축(QT) 정책을 실시하고 있지만, 재정 위기 상황에서는 다시 QE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사실상 화폐 발행을 통한 재정 적자 보전으로, MMT의 실무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 혁신들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합니다. 부채 관리 전략의 개선은 단기적으로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지만, 부채 증가 자체를 막지는 못합니다. 또한 중앙은행의 과도한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형태의 경제적 비용을 수반합니다.
미국의 재정 문제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미국 국채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며, 달러는 국제 결제의 88%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미국의 재정 위기는 즉시 글로벌 금융 위기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국제기구들은 미국의 재정 안정성을 지원할 유인이 큽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위기 때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달러 스와프 라인을 통해 미국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일본, 독일, 영국 등 주요 동맹국들은 대규모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 미국의 재정 위기 시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됩니다.
하지만 국제 공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 같은 경쟁국들은 오히려 미국의 재정 약화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유럽연합도 자체적인 재정 문제를 안고 있어 미국을 지원할 여력이 제한적입니다. 셋째, 개발도상국들은 미국의 재정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고 있어 협력 의지가 낮을 수 있습니다.
주요국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비교 - 일본이 가장 높고 한국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
임계점과 미래 시나리오
미국의 재정 위기가 언제 현실화될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경제학적 이론과 역사적 사례를 통해 몇 가지 위험 신호를 식별할 수 있습니다. 첫째, 부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상황입니다. 의회예산국의 전망에 따르면 2045년 이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채의 지속가능성이 훼손되는 시점입니다.
둘째, 이자 비용이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임계 수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자 비용이 총 세수의 20-25%를 넘어서면 재정 운용의 경직성이 심화되고, 다른 정부 기능에 대한 지출이 제약받게 됩니다. 현재 미국의 이자 비용은 총 세수의 약 18%를 차지하며, 2035년에는 22%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의향 감소입니다.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보유 비중은 30% 수준으로, 2015년 50%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추세가 가속화되어 20% 이하로 떨어진다면, 미국 국채 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넷째, 정치적 불안정성의 증가입니다. 부채 한도 위기의 빈발, 정치적 양극화 심화, 재정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부족 등은 모두 재정 위기의 트리거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채 한도 위기가 실제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진다면, 미국의 신용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약화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탈달러화 움직임이 가속화되거나, 새로운 국제 통화 시스템이 등장한다면, 미국의 세뇨리지 효과가 감소하여 재정 부담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점진적인 과정이지만,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래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 '연착륙' 시나리오입니다. 이 경우 미국은 2050년대까지 부채 비율이 GDP의 150% 수준에 도달하지만,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와 강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위기 없이 이를 관리합니다. 이는 일본의 사례와 유사한 경로로, 높은 부채 비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둘째, '점진적 조정' 시나리오입니다. 재정 압박이 심화되면서 의회가 초당적 합의를 통해 사회보장연금 개혁, 메디케어 개혁, 점진적 증세 등을 추진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초 재정적자 위기 때와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셋째, '급격한 조정' 시나리오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국 국채 이탈, 달러 가치 급락, 금리 급등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하여 재정 위기가 현실화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미국은 IMF 구제금융은 받지 않더라도, 긴축 재정과 구조조정을 통해 급격한 경제적 조정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증거를 종합하면, 미국이 무제한으로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은 절대적이고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미국의 경제력, 정치적 안정성, 국제 정세 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러한 조건들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2040년대 후반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시점에서 부채 지속가능성의 기본 조건이 위배되고, 이자비용이 총 세수의 25%를 넘어서며, 의무지출이 전체 지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재정 운용이 질적으로 다른 단계로 진입함을 의미하며, 그 이후의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이며, 미국이 가진 특권도 무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선제적인 재정 건전성 회복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정치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습니다.
시나리오 | 확률 | 시점 | 주요 특징 |
---|---|---|---|
연착륙 | 40% | 2050년대 | 높은 부채 비율 유지하며 안정적 관리 |
점진적 조정 | 35% | 2030년대 | 정치적 합의 통한 구조 개혁 |
급격한 조정 | 25% | 2040년대 | 외부 충격으로 인한 위기 현실화 |
결론적으로, 미국의 재정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지속가능성을 묻는 구조적 도전입니다. 이에 대한 해답은 미국의 정치적 의지, 국제 사회의 협력, 그리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등장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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