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파일 논란으로 분열된 트럼프 지지층, 마가 내부 균열과 트럼프 정치적 위기 심화
최근 미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엡스타인 파일'(Epstein Files) 논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 곤경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과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지층을 결집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는 오히려 그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입니다. 법무부의 공식 발표와 트럼프 대통령의 진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내부 균열을 초래하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태는 단순한 음모론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의 투명성과 약속 이행에 대한 신뢰 문제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 그룹이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이면서, 그의 향후 국정 운영과 정치적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본 보고서는 '엡스타인 파일'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이 사안이 어떻게 트럼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적으로 기술하고자 합니다.
'엡스타인 파일' 논란의 배경과 핵심 쟁점
'엡스타인 파일' 논란의 중심에는 2019년 7월 미성년자 성매매 및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금융인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이 있습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그는 수십 명의 미성년 여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의 사망 이후, 그가 생전에 정계, 재계, 연예계 등 각계각층의 유력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의혹과 음모론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엡스타인이 성접대를 제공한 유력 인사들의 명단, 즉 '고객 리스트'(Client List)가 존재하며, 그가 이들을 상대로 한 불법 행위의 증거(영상 등)를 확보해 협박용으로 사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더 나아가 그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자신들의 범죄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유력 인사들이나 '딥 스테이트'(Deep State)로 불리는 그림자 정부 세력에 의한 타살이라는 음모론도 광범위하게 퍼져나갔습니다. 이러한 음모론은 특히 정부와 기성 체제에 대한 불신이 강한 보수 및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엡스타인 파일'은 단순한 성범죄 사건을 넘어, 미국 사회의 부패한 엘리트 권력층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 기관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응축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많은 이들은 이 파일이 공개되면 미국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고, 엡스타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약속과 현재 입장이 충돌하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입장 변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대선 과정과 집권 기간 동안 '엡스타인 파일' 이슈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장본인입니다. 그는 자신을 '딥 스테이트'와 부패한 정보기관의 희생양으로 규정하는 정치적 서사를 구축해왔으며, 엡스타인 사건을 그 대표적인 증거로 제시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습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엡스타인 파일'을 즉시 공개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며 지지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엡스타인의 사망 직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루 의혹을 제기하는 글을 리트윗하며 사건의 배후에 무언가 있다는 암시를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4년 6월 '폭스 앤 프렌즈'와의 인터뷰에서는 엡스타인 파일 기밀 해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네, 그렇게 할 겁니다(Yeah, I would)"라고 긍정적으로 답했습니다. 다만 "가짜 정보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공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지지자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2024년 9월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도 고객 리스트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에 "아마 공개될 겁니다(It probably will be)"라고 답하며 기대감을 더욱 부풀렸습니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습니다. 법무부가 '고객 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 문제에서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아직도 엡스타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느냐"며 "우리의 완벽한 정부를 이기적인 자들이 흠집 내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엡스타인에게 허비하지 말자"며 지지자들에게 음모론 제기를 멈춰달라고 직접 요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가는 한 팀"이라고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 했지만, 이러한 입장 변화는 오히려 지지자들의 배신감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법무부 발표와 마가(MAGA) 지지층의 격렬한 반발
논란의 불씨를 키운 것은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공식 발표였습니다. 이들은 최근 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제프리 엡스타인이 유력 인사들을 협박했거나 '고객 리스트'를 보유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그의 사망 원인은 자살이 맞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이러한 발표는 '엡스타인 파일'의 공개를 통해 거대한 부패 커넥션이 드러날 것이라 기대했던 마가 지지자들의 믿음을 정면으로 무너뜨리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지지자들의 분노를 증폭시킨 것은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의 태도 변화였습니다. 그녀는 지난 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내 책상 위에 '엡스타인 파일'이 놓여 있다"고 발언하며 파일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곧 공개될 것처럼 암시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 발표 이후에는 말을 바꿔 전체 사건 파일(overall case file)을 의미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으며, 리스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말 바꾸기는 지지자들에게 트럼프 행정부가 무언가를 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결국 억눌렸던 불만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젊은 마가 지지자 단체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 행사에서 폭발했습니다. 이 행사에서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불만을 품은 참석자들은 야유를 쏟아냈습니다. 마가 진영의 대표적 인플루언서인 로라 루머(Laura Loomer)는 "트루스소셜에 글 하나 올린다고 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감추려 할수록 논란이 더 커지는 '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코미디언 앤드루 슐츠는 "우리의 지성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행정부의 발표를 맹비난했고, 보수 팟캐스터 브랜든 테이텀은 "그들이 엡스타인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처럼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단순한 실망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며 행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보수 진영 내 균열과 정치적 파장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과 지지층 사이의 갈등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의 심각한 내부 균열로 번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조차 이 문제를 두고 심각한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팸 본디 법무장관, 카시 파텔 FBI 국장, 댄 본지노 FBI 부국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사건 처리 방식을 두고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본지노 부국장은 사임까지 고려하며 결근하는 등 내분이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균열은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전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중간선거에서 40석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수 진영의 분열을 부추기기 위해 '엡스타인 파일'의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추진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존 오소프(Jon Ossoff) 민주당 상원의원은 "엡스타인과 파티를 하던 성범죄자 대통령이 파일을 공개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행적과 이번 사태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비판했습니다.
여기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Elon Musk)까지 가세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천 명의 아이들이 학대당했는데 누구도 기소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대로 파일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엡스타인 파일'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딥 스테이트와의 전쟁' 서사를 무력화시키고, 오히려 그의 리더십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자충수'가 되고 있습니다. 지지층의 반발, 행정부 내분, 그리고 정적들의 공세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