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미얀마 내전 심층 분석: 원인, 전황, 소수민족 역할, 인도적 위기와 국제사회의 대응
미얀마 내전은 2021년 2월 1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통칭 '탓마도')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민족민주동맹(NLD)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한 군사 쿠데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군부는 2020년 11월 총선에서 NLD가 압승한 것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쿠데타를 정당화하려 했습니다. 쿠데타 직후 미얀마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이 벌어졌으나, 군부는 이를 유혈 진압하며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켰습니다.
이러한 군부의 폭력적인 탄압에 맞서, 기존 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2021년 4월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구성되었고, 같은 해 5월에는 NUG 산하에 시민방위군(PDF)이 창설되어 본격적인 무장 저항이 시작되었습니다. NUG는 2021년 9월, 군부에 대한 '방어적 전쟁'을 공식 선포하며 전면적인 내전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미얀마의 오랜 숙제였던 소수민족 무장단체(Ethnic Armed Organizations, EAOs)들의 역할 또한 내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자치권 확대를 위해 중앙 정부 및 군부와 갈등을 겪어온 EAOs 중 다수가 쿠데타 이후 NUG 및 PDF와 연대하거나 독자적으로 군부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카렌족, 카친족, 친족, 카레니족, 샨족, 라카인족, 몬족 등 주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반군부 전선에 합류하면서 내전의 양상은 더욱 복잡하고 격화되었습니다. 이들 EAO는 오랜 기간 축적된 전투 경험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신생 저항 세력인 PDF에 훈련과 자원을 제공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황 및 군사적 상황
2025년 현재, 미얀마 내전은 군부가 상당한 영토 통제권을 상실하고 반군 세력이 우위를 점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석에 따르면, 군부의 실질적인 통제력은 미얀마 영토의 상당 부분에서 약화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5년 3월 글로벌 컨플릭트 트래커(Global Conflict Tracker)는 군사정부가 미얀마 영토의 약 21%만을 통제하고 있으며, 반군 세력과 소수민족 군대가 42%를 장악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BBC 역시 2025년 1월 기준 군부 통제 지역이 21%에 불과하다고 추정했습니다. 반면,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2025년 1월 기준 군부 점령지가 전체 330개 주 가운데 107개, 약 32%에 그친다고 발표했으며, 반군 조직은 144개 구역(44%)을 완전히 또는 일부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2023년 말 기준으로도 이미 저항 세력이 미얀마 영토의 절반 이상을 통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특히 사가잉(Sagaing) 지역, 마그웨(Magway) 지역, 친(Chin) 주 등은 저항 세력의 주요 활동 무대가 되고 있으며, 군부는 이들 지역에서 큰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2022년 저항군은 핀레부(Pinlebu)를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소수민족 무장단체 연합인 '삼형제 동맹'(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 타아웅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AA))이 2023년 10월 27일 개시한 '1027 작전'을 통해 샨(Shan) 주 북부에서 군부의 중요 거점들을 연이어 함락시키는 등 큰 전과를 올렸습니다. 이 작전의 성공으로 MNDAA는 2023년 8월 미얀마군 북동부사령부를 장악했고, 아라칸군(AA)은 2023년 12월 라카인(Rakhine) 주의 미얀마군 서부사령부를 점령하는 등 군사적 요충지를 빼앗았습니다. 라카인 주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된 중요 인프라가 위치한 곳으로, 이곳에서의 군부 패퇴는 전략적으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수세에 몰린 군부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습과 포격,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초토화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군부가 병원, 학교, 종교 시설까지 가리지 않고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포 미얀마(Data for Myanmar)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2024년 4월까지 약 83,746채의 민간인 재산이 불타거나 파괴되었으며, 릴리프웹(ReliefWeb)은 군부와 그 동맹 세력에 의해 약 53,000채의 민간 가옥이 파괴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유엔은 2023년 3월까지 55,000채 이상의 민간 건물이 파괴되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군부의 잔혹 행위는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으며, 민간인 피해를 더욱 키우고 있습니다.
인도주의적 위기와 민간인 피해
미얀마 내전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ACLED(Armed Conflict Location & Event Data Project)는 2025년 4월 27일 기준으로 내전으로 인한 총 사망자가 79,169명 이상에 달한다고 집계했습니다. AAPP(정치범지원협회)는 2024년 12월 31일까지 민간인 6,087명이 사망하고 28,051명이 체포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 제노사이드 워치(Genocide Watch)는 2025년 2월까지 민간인 사망자가 6,000명을 넘었으며, 군 구금 중 처형된 사람만 2,000명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최소 365명이 머리에 총을 맞았고, 215명이 산 채로 불태워지는 등 끔찍한 사례들을 언급했습니다. 2025년 5월에는 사가잉 지역의 한 학교가 폭격을 당해 학생 20명과 교사 2명 등 총 2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실향민(IDP)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025년 3월 기준으로 미얀마 내 국내 실향민이 350만 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으며, 이는 미얀마 전체 인구의 약 6%에 해당합니다. 2024년 12월 유엔은 국내 실향민을 320만에서 348만 명, 국외 난민을 14만 9천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일부 보고서는 2025년 5월 기준으로 최근 두 달 동안에만 50만 명 이상이 추가로 피난길에 올랐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 3월 유엔은 이미 176만 명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하며, 160만 명이 국내 실향민 상태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간인 재산 피해도 극심합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수만 채의 가옥과 건물이 군부의 공격으로 파괴되었습니다. 식량 위기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2023년 3월 유엔은 1,520만 명의 미얀마 국민이 식량 불안정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BBC 버마어판은 미얀마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분쟁과 자연재해로 인해 인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내전의 격화와 함께 2025년 발생한 지진과 홍수 등 자연재해는 민간인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구호 활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의 반응과 지정학적 역학 관계
미얀마 내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복합적이며,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내전 상황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중국은 군부와 소수민족 무장단체 양측 모두와 관계를 유지하며 자국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군부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지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국경 지역의 안정을 위해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도 소통하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자국이 투자한 인프라와 자원 개발 사업의 안정을 중시하며,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군부와 일부 소수민족 무장단체 간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기도 했습니다.
태국은 역사적으로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맺어왔으며, 군부 정권 붕괴 시 대규모 난민 유입을 우려하여 군부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인도는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안보 및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군부에 무기를 공급하고 유엔 등 국제 무대에서 군부를 지지하는 등 노골적으로 군사정권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2021년 4월 폭력 중단, 모든 당사자 간 대화 등을 포함한 5개 합의사항을 발표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군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내부에서도 미얀마 사태 해결 방식을 두고 회원국 간 이견이 존재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군부 인사 및 관련 기업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영국 또한 금융 제재 등을 통해 군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다른 국제 분쟁에 가려 미얀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얀마 내전의 장기화 전망과 해결 과제
현재 미얀마 내전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 어려운 교착 상태에 빠져 있으며,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군부는 2025년 총선을 실시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으나, 국내외적으로 선거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존재합니다. 아세안조차 현재 미얀마 상황에서는 총선보다 휴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군부는 국가비상사태를 반복적으로 연장하며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군 세력 또한 다양한 배경과 목표를 가진 수백, 수천 개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어 통일된 지휘 체계와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ACLED는 2021년 쿠데타 이후 2,600개 이상의 저항 단체가 생겨났다고 추산했습니다. NUG가 중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나 PDF 분파들이 NUG의 통제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분열은 군부에 대항하는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내전 해결의 근본적인 걸림돌 중 하나는 헌법 문제입니다. 군부는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보장하는 '2008년 헌법'을 고수하려 하지만, 민주 진영과 소수민족 세력은 이를 폐기하고 모든 민족의 자치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연방민주주의' 체제 수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간극이 매우 커서 실질적인 대화나 타협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이상적인 목표 달성 이전에 군사적·행정적 역량을 갖춘 민족들이 독립적인 자치권을 갖는 공화국 연합(united states) 형태를 우선 모색하는 단계적 접근법도 제안되고 있습니다.
군부가 비록 영토 통제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지만, 핵심 지역에서의 저항 능력과 내부 결속력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군부의 즉각적인 붕괴를 예상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설령 군부가 붕괴하더라도, 이후 권력 공백 상태에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각자 영역을 장악하고 미얀마 중심부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결국 미얀마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미얀마 내부의 포괄적인 대화와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