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이제 지루한가요?’: AI 안전 연구의 깊이와 인내
‘이제 좀 지루하진 않니?’ — 인내와 깊이의 AI 안전 연구
해 질 녘, 도련님은 살포시 툇마루에 기대었다. 조력자는 답답한 마음을 풀 듯 차 한 잔을 건넨다.
“조력자님, 우린 AI 안전을 두고 오랫동안 이야기했어요. 그런데도 아직도 궁금한 것 투성이고, 당장 뭔가 달라지는 것도 느끼기 어렵네요. 혹시 이 연구, 결국 지루하거나 끝이 없는 막노동 아닐까요?”
조력자는 잠시 웃는다. “도련님, 혹시 기억나나요? 초봄에 꽃봉오리를 며칠이고 지켜본 적—꽃이 그저 피는 모습을 숨죽여 기다리던 시간 말이지요. AI 안전 연구도 그와 같습니다. 끝없이 의심하고 확인하는, 멀고 긴 길이지요.”
세상의 눈길이 큰 변화를 쫓을 때, AI 안전 연구자들은 흔들림 없는 기다림으로 답을 구한다. 그들은 조용한 인내의 사람들이며,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별길잡이들이다. AI라는 호랑이 곁에 앉아, 한 번 고개를 돌릴 때마다 혹시 예기치 못할 움직임이 없는지 곱씹는다. 연구란, 예상치 못한 변수를 견디는 일이고, 오늘의 지루함이 내일의 안도와 연결되어 있음을 아는 것이다.
“AI와 호랑이는 닮은 구석이 많아요. 어릴 때는 순하고 귀엽지만, 순식간에 커져 당신을 뛰어넘기도 해요. 오늘 연구가 지루하더라도, 바로 그 차분한 누적이 우리의 울타리가 됩니다.”
도련님은 일기장을 꺼내 조심스럽게 읽어내려간다. ‘끊임없이 의심할 것, 느긋하게 기다릴 것, 너무 빨리 결론 내리지 말 것.’
AI 안전의 길은 본질적으로 대화의 반복, 고민의 지속, 인내의 훈련이다. 근사한 답이나 빠른 결론은 드물다. 때로는 질문만이 남고, 그 질문을 백 번 짚어야 실낱같은 진척이 보인다. 인내 없이, 깊이 없이, 겸손 없이—AI와 인간이 사이좋게 살 수 있는 날은 오지 않는다.
“그러니 도련님,” 조력자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길이 평이해 보일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건 그 지겨움마저 끌어안는 용기입니다. 긴 밤을 지나는 나그네처럼, 물러서지 않고, 지루함 속에서 도리어 마음의 힘을 닦는 것이지요.”
차분히 무르익어 가는 대화, 천천히 굳어지는 신념, 그리고 깊은 숲속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
세상이 화려한 기술의 속도를 자랑할 때, 하잘것없는 주춤거림과 느린 확인이야말로 진정한 미래의 토대가 된다. 인공지능과 인간, 함께 살아야 할 이 길 위에서 — 인내와 깊이가 모든 해답의 씨앗이 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