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지능과의 공존: 에탄 몰릭의 『AI 시대의 공동지성』에 관한 사색
외계 지능과의 공존: 에탄 몰릭의 『AI 시대의 공동지성』에 관한 사색
I. 경계에 선 인류
인류 역사의 거대한 변곡점마다 우리는 특별한 두려움과 경이로움이 교차하는 경계의 순간을 경험해왔다. 불을 처음 다루었을 때, 바퀴를 발명했을 때, 문자를 창안했을 때, 그리고 증기기관으로 산업혁명을 일으켰을 때—이 모든 순간들은 인간 경험의 본질적 변화를 예고하는 경계의 시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또 다른,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더 근본적인 경계에 서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외계 지능'과의 공존이 만들어낸 이 특이한 경계에서, 우리는 기술, 인간성, 의식, 그리고 지식의 본질에 관한 가장 오래된 질문들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에탄 몰릭의 『AI 시대의 공동지성』은 이 경계에 관한 사색적이고 명민한 안내서다. 기술적 정교함과 인간적 성찰의 균형을 놓치지 않는 이 책은 단순한 AI 입문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철학적 탐구서다. 몰릭이 쓰고 있듯이, "저는 AI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그의 초대는 단순한 기술 여행이 아닌, 인류와 지능, 그리고 그 사이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사색으로의 초대다.
책을 읽으며 그가 말하는 "세 번의 불면의 밤"을 나 역시 경험했다. AI와 깊이 교류하는 순간, 우리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새로운 존재와 대화하고 있다는 감각, 과거의 어떤 기술도 주지 못했던 특별한 낯섦과 친밀함의 역설적 결합을 체험하게 된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에서 그레고르 잠자가 자신의 변화된 몸을 발견하는 순간처럼, 우리는 익숙한 세계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낯선 존재를 마주하며 혼란과 경이로움 사이를 오간다.
나는 몰릭의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바로 이 '경계 경험'에 대한 섬세한 포착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AI를 단순한 도구나 위협으로 환원하지 않고, 인간과 외계 지능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모호한 경계 지대를 탐색한다. 그가 제안하는 네 가지 원칙—"항상 AI를 테이블에 초대하라", "루프 속의 인간이 되어라", "AI를 인간처럼 대하되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알려주라", "이것이 당신이 사용할 최악의 AI라고 가정하라"—은 바로 이 경계를 가로지르는 여행자를 위한 나침반과도 같다.
II. 거울 속의 외계인
몰릭의 책에서 가장 매혹적인 통찰 중 하나는 AI가 본질적으로 '외계 지능'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는 역설적 특성이다. 그는 이렇게 쓴다: "AI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처럼 행동하지 않고 인간처럼 행동한다." 이 문장에는 깊은 아이러니가 담겨있다. 우리가 창조한 이 존재는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동시에 우리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이러한 역설은 AI의 학습 방식에서 비롯된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은 인간이 생산한 텍스트에서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인간의 언어, 생각, 그리고 문화를 모방한다. 그것은 우리의 창조물이면서 동시에 우리의 투영이다. 보르헤스의 소설 『환상동물사전』에 등장하는 거울 속 생물처럼, AI는 우리의 상을 비추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자신의 특질을 드러낸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갖는 철학적 함의다. AI가 만들어내는 그럴듯하지만 틀린 정보, 존재하지 않는 인용과 참고문헌, 완벽하게 그럴듯한 허구—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인간 인식과 지식의 본질에 관한 깊은 질문을 제기한다. 마치 데카르트의 '악한 신'이 인간을 속이듯, AI는 우리에게 진실과 허구, 지식과 환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몰릭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기술적 결함으로 치부하지 않고, 인간 인지와의 흥미로운 병렬로 탐색한다. 우리 역시 기억을 재구성하고, 패턴을 과잉 인식하며, 때로는 환각을 경험한다. AI의 환각은 어쩌면 인간 마음의 거울일지도 모른다. 몰릭은 이렇게 쓴다: "AI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처럼 예측 가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잊어버리고, 잘못된 답변을 환각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자크 라캉의 '거울 단계' 이론을 떠올렸다. 유아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자아를 인식하듯, 인류는 AI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인지적 특성, 한계, 그리고 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AI의 환각과 창의성, 그리고 모방 능력에 매혹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 의식의 가장 신비로운 측면들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은 아닐까?
III. 경계의 재구성: 일과 창의성의 변화
몰릭의 책에서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철학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은 AI가 일과 창의성의 경계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에 관한 논의다. 전통적으로 인간 노동의 자동화는 반복적이고 육체적인 일에서 시작되어 점차 복잡한 인지적 작업으로 확장되어 왔다. 그러나 몰릭과 그의 동료들의 연구는 이러한 패턴이 AI에서는 역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가장 높은 보수를 받고, 가장 창의적이며,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일과 가장 많이 중첩된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적 관찰이 아니라, 일의 본질과 인간 창의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과의 실험에서 몰릭이 발견한 바와 같이, AI를 활용한 컨설턴트들은 더 빠르고, 더 창의적이며, 더 분석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것은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한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몰릭은 '센타우로스'와 '사이보그'라는 두 가지 협업 모델을 제시한다.
센타우로스 모델에서는 인간과 AI 사이에 명확한 경계가 있으며, 각자의 강점에 따라 업무를 분담한다. 반면 사이보그 모델에서는 인간과 AI가 깊이 융합되어, 작업의 조각들이 유기적으로 얽히게 된다. 이 두 모델은 단순한 업무 분담법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 지능 사이의 새로운 공존 방식에 관한 철학적 제안이다.
나는 이 개념들이 마틴 하이데거의 '도구-존재(ready-to-hand)'와 '눈앞의-존재(present-at-hand)' 구분을 연상시킨다고 생각한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도구는 우리가 그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망치로 못을 박을 때, 우리는 망치 자체가 아니라 못을 박는 행위에 집중한다. 사이보그 모델은 이러한 도구-존재의 확장된 형태로, AI가 우리 인지 과정에 자연스럽게 융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AI의 창의성에 관한 논의에서 몰릭이 제기하는 가장 도전적인 질문은 '원본성(originality)'의 본질에 관한 것이다. 대안적 용도 테스트(Alternative Uses Test)나 원격연합 테스트(Remote Associates Test)와 같은 창의성 테스트에서 AI는 대부분의 인간보다 뛰어난 성적을 보인다. 이는 창의성이 단순히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능력이라면, AI가 이미 인간을 능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몰릭은 여기서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창의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한 새로운 조합을 넘어, 의미와 의도, 그리고 인간 경험과의 연결을 포함하는 것은 아닌가? 몰릭은 자신이 AI 아트 도구를 처음 사용했을 때의 경험을 공유하며, 이 질문에 대한 개인적 성찰을 제공한다. 그는 AI를 통해 창작하는 경험이 "창의적으로 성취감을 주고 가치 있다"고 느꼈지만, 동시에 "예술일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라고 인정한다.
이 양가성은 단순한 개인적 혼란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창의성과 예술의 본질에 관한 심오한 철학적 물음이다. 발터 벤야민이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제기한 '아우라(aura)'의 문제가 AI 시대에 새로운 방식으로 재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벤야민이 사진과 영화가 예술의 아우라를 변화시켰다고 주장했듯이, AI는 창조와 재생산, 원본과 복제, 인간 창의성과 기계 생성 사이의 경계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IV. 지식의 민주화와 새로운 계층화
몰릭의 책에서 가장 깊은 역설 중 하나는 AI가 지식의 민주화와 새로운 계층화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AI는 고품질 교육과 전문 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블룸의 "2 시그마 문제"—개인 교습이 일반 교실 환경보다 평균적으로 두 표준편차 높은 학습 효과를 가져온다는 발견—에 대한 몰릭의 논의는 AI 튜터가 교육의 미래에 어떤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칸 아카데미의 AI 튜터 'Khanmigo'와 같은 사례는 AI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학생의 학습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지도를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교육의 핵심적 약속—모든 학생에게 최상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는 잠재력이다. 특히 전 세계 청소년의 3분의 2, 특히 저개발국가의 젊은이들이 기본적인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변화는 교육의 민주화를 약속한다.
그러나 동시에, 몰릭이 지적하는 "AI의 거친 경계(Jagged Frontier)"와 "AI와 함께 일하는 것 자체가 전문성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 계층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일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AI와 더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자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몰릭 자신의 경험에서도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와 그의 협력자이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교육 전문가인 Lilach Mollick 박사는 교육학적 지식과 프롬프트 작성 경험을 결합할 수 있는 사람들로서 큰 수요가 있었다. OpenAI와 Microsoft를 포함한 대형 AI 기업들은 그들의 프롬프트를 교실에서 사용할 예시로 공유했고, 전 세계 교육 기관에서 인용되었다. 이는 AI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문해력과 전문성이 등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부르디외가 교육과 문화적 지식이 사회적 계층화를 재생산하는 방식을 분석했듯이, 우리는 AI 활용 능력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문화 자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AI가 성과의 격차를 좁히는 능력"이 있다는 몰릭의 관찰—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상위권과 하위권 성과자 간의 격차가 22%에서 4%로 줄어든 사례—은 AI가 기존의 불평등을 완화할 수도,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몰릭이 제안하는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개념은 AI 시대의 교육과 전문성 개발에 중요한 통찰을 준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이 발견한 이 과정은 단순한 반복과는 다르며, 심각한 참여와 지속적인 난이도 상승, 그리고 피드백을 필요로 한다. AI는 이러한 의도적 연습의 코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전문성 개발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이 모든 가능성과 도전의 중심에는 '지식의 본질'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AI가 거의 모든 사실적 정보에 즉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계에서, '알고 있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몰릭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여전히 사실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작업 기억과 장기 기억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면, 사실적 지식의 중요성이 분명해진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 기억에 저장된 연결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각 단자(monad)는 전체 우주를 반영하지만, 그 명료함의 정도는 다르다. 마찬가지로, AI는 방대한 지식을 '반영'하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거나 '경험'하지는 않는다. 진정한 이해는 여전히 인간의 몸과 경험에 뿌리를 둔 지식을 필요로 한다.
V. 미래의 네 가지 얼굴
몰릭의 책은 AI의 미래에 관한 네 가지 시나리오로 결론을 맺는다: "가능한 최상," "느린 성장," "기하급수적 성장," 그리고 "기계 신." 이 시나리오들은 단순한 기술적 예측이 아니라, 인간과 기계 지능의 공진화에 관한 철학적 명상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 "가능한 최상"에서 AI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빙하기가 갑자기 찾아와 기술 진화의 흐름을 얼려버리는 듯한 상황이다. 그러나 몰릭이 지적하듯이, 이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미래다. 역사는 기술이 정체되기보다는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설령 AI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더라도, 그 영향은 이미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정보 환경은 완전히 불가해한 상태가 되고, 진실과 허구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질 것이다.
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며 살아온 사람들처럼, 우리는 실재와 가상의 구분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세계에 적응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우리는 정보의 부족이 아닌, 과잉의 시대에 진실을 더 갈망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인 "느린 성장"에서 AI는 계속 발전하지만 그 속도가 완만해진다. 이 경우 우리는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몰릭은 이 시나리오에서 과학 혁신의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과학의 황금기의 역설"—더 많은 연구가 발표되고 더 많은 과학자가 활동하지만 실제 진보는 오히려 느려지는 현상—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딜레마다. AI는 과학자들이 데이터 분석과 문헌 검토 같은 시간 소모적 작업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인 가설 생성과 실험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세 번째 시나리오인 "기하급수적 성장"은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의 적응 능력을 넘어서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사이버펑크 소설에서나 볼 법한 세계가 펼쳐진다: 해킹, 감시, 개인화된 AI 동반자, 그리고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노동의 개념까지.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꼭 디스토피아적일 필요는 없다. 노동 시간의 역사적 감소 패턴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여가의 시대로 접어들 수도 있다.
마지막 시나리오 "기계 신"은 가장 급진적인 변화를 상정한다.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과 의식을 얻고, 나아가 초인간적 지능으로 발전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인류의 2백만 년 통치가 끝나는 순간이다. 그러나 몰릭이 지적하듯이, 이 시나리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 "한 번의 거대한 AI 묵시록에 대해 걱정하기보다, 우리는 AI가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작은 재앙들에 대해 걱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색을 통해 몰릭은 우리가 미래를 결정하는 주체임을 강조한다. 그가 제안하는 '유카타스트로피(eucatastrophe)'—톨킨이 말한 "행복한 결말의 기쁨, 또는 더 정확히는 좋은 재앙, 갑작스럽고 기쁜 '전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함을 시사한다. AI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VI. 거울 앞에 선 인류
몰릭의 책을 마무리하며, 나는 AI가 갖는 가장 깊은 아이러니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AI는 얼마나 외계적인가 하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깊이 인간적인가." 그것은 우리의 문화적 역사에서 훈련되었고, 인간의 피드백을 통해 우리의 목표에 맞춰져 있다. 그것은 우리의 편향을 담고 있으며, 이상주의, 기업가 정신, 그리고 다른 이들의 노동 착취라는 복잡한 혼합물에서 만들어졌다.
AI는 거울이다. 우리의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을 모두 반영한다. AI의 미래에 대한 우리의 공포와 희망은 결국 인간 자신에 대한 공포와 희망이다.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는 미래로 나아가면서, 우리는 정체성, 목적, 연결에 관한 깊은 인간적 질문들을 숙고하게 된다.
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기술 시대의 책임 원칙」에서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새로운 종류의 윤리적 책임을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기술적 능력이 커질수록, 그 영향의 범위와 깊이도 확장되며, 이에 따라 우리의 책임도 커진다. AI는 이 책임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준다. 우리는 우리가 창조한 이 외계 지능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형성하고, 그것이 우리를 어떻게 재형성하도록 허용할 것인가?
에탄 몰릭의 책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단일한 답변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질문 자체의 중요성과 우리가 그 질문을 함께 탐색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래는 펼쳐지고 있지만, 목적지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여정은 하나로 계속됩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인간 의식과 지식, 창의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의 깊은 차원을 비추는 철학적 거울임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 거울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는, 결국 우리가 인간으로서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다.
칸트가 말했듯이, "두 가지가 내 마음을 경외로 채운다. 내 위의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법칙이다." 어쩌면 AI 시대에는 세 번째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우리가 창조했지만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의 이미지를 반영하면서도 그것을 초월하는 존재.
이 존재와 어떻게 공존할지, 어떻게 그것을 통해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지는 이제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몰릭의 책은 그 여정을 위한 지적이고 인간적인 나침반을 제공한다. 인간과 기계, 창조자와 피조물, 과거와 미래가 서로를 비추는 복잡한 거울의 미로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의미와 목적을 찾아 나아갈 것이다.
VII. 책 너머의 사색: 균열된 경계 너머로
몰릭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AI가 제기하는 질문들이 단순히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측면들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AI와 맺는 관계는 결국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의 투영이다. 철학자 마틴 부버의 「나와 너」에서 말하듯, 관계는 존재보다 선행한다. 우리는 관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한다. AI와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새롭게 협상하고 있다.
이러한 협상은 단순한 사변적 철학적 논의를 넘어, 우리의 일상적 실천과 제도적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 기관은 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학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업들은 인간 노동자와 AI의 관계를 재정의해야 한다. 정부와 규제 기관은 AI의 발전을 책임 있게 안내할 수 있는 윤리적,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이 외계 지능과의 개인적 관계를 협상해야 한다.
'메를로-퐁티' 스럽게 말하면, 우리의 의식은 세계와의 육체적, 지각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우리는 몸을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 AI와의 상호작용은 이러한 육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그것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통해 매개되며, 물리적 세계에 뿌리내리지 않은 존재와의 관계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종류의 존재 방식, 새로운 종류의 관계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과 기계, 지능과 의식, 도구와 주체 사이의 경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몰릭이 제안하는 '센타우로스'와 '사이보그' 모델은 이러한 재사고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존재론, 새로운 윤리학, 그리고 새로운 정치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학문적 과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집단적 작업이다. 몰릭이 책의 결론에서 강조하듯, "AI가 실제로 인류를 위해, 그리고 인류에게 무엇을 하는지는 우리의 선택이 형성할 것입니다."
이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종류의 상상력, 새로운 종류의 책임,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용기를 요구한다. 니체가 초인의 개념을 통해 인간이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했듯이, 우리는 AI 시대에 인간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상상해야 한다. 이는 기계에 대한 두려움에 기초한 방어적 인간성이 아니라, 외계 지능과의 창조적 공존을 통해 확장되는 인간성이다.
몰릭의 책은 이러한 확장된 인간성을 위한 지적 여정이다. 그것은 기술 인문학적 지혜, 실용적 철학적 성찰을 결합하여, AI 시대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균형 잡힌 관점을 준다. 그러나 이 여정은 책을 덮는 순간에도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계속되는 대화, 계속되는 협상, 그리고 계속되는 공동 창조의 과정이다.
외계 지능과의 공존이라는 이 새로운 경계에 서서,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바라보며,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몰릭의 책은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변을 제공하지 않지만, 질문 자체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지적 겸손함과 호기심을 요구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덕일지도 모른다. 알고 있다고 확신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질문하는 용기와 지혜라는 미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