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에서 흑해까지: 냉전 시대 소련 해군의 전략적 작전과 영향력 분석
북극에서 흑해까지: 소련 해군의 역할과 주요 작전
소비에트 연방 해군(Военно-морской флот СССР, VMF)은 20세기 후반, 특히 냉전 시대 동안 세계 해양 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해군 강국이었습니다. 소련 해군은 단순한 연안 방어 세력을 넘어, 대양 해군으로 발돋움하며 미국 해군에 맞서는 전략적 균형추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소련 해군의 전략적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미국의 핵 억지력을 무력화하거나 상쇄하고, 둘째, 전 세계적으로 소련의 국익을 투사하는 것이었습니다 [1].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소련 해군은 북극해에서 흑해, 그리고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해역에서 다양한 작전을 수행했으며, 그 과정에서 함대 운용 교리와 해군 기술 발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본 보고서는 소련 해군의 북극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주요 작전들을 역사적 맥락과 함께 상세히 분석하고, 당시 해군의 역할과 전략적 중요성을 심층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소련 해군력의 부상: 냉전 시대의 해양 전략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소련은 육군 강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했지만, 해군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습니다. 초기 소련 해군은 연안 방어 중심의 소규모 함대로 구성되었으며, 대양 작전 능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부터, 특히 세르게이 고르시코프 제독의 지휘 하에 소련 해군은 대대적인 현대화 및 전력 증강 계획을 추진하게 됩니다 [2]. 고르시코프 제독은 "국가 해군력(State Naval Power)"이라는 개념을 주창하며, 해군력을 단순한 군사적 도구를 넘어 국가의 경제적 번영과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핵심 요소로 강조했습니다 [3]. 그의 주도 하에 소련 해군은 핵 추진 잠수함, 항공모함, 미사일 순양함 등 첨단 함정을 대량으로 건조하기 시작했으며, 해군 항공대 및 해병대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소련 해군력 강화의 배경에는 냉전이라는 국제 정치적 상황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과의 군사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소련은 핵 억지력 확보 및 대양 해군력 건설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핵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은 소련 본토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련은 자체적인 SSBN 전력을 구축하고, 대잠수함전(ASW) 능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4]. 또한, 소련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해군력을 이용하여 우호적인 국가들을 지원하고, 미국의 봉쇄 전략을 우회하는 해상 교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1960년대 쿠바 미사일 위기는 소련 해군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소련 해군은 쿠바까지 대규모 병력과 물자를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미국의 해상 봉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은 소련 지도부에 대양 해군력 건설의 시급성을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소련 해군은 공격 잠수함(SSN) 및 순항 미사일 잠수함(SSGN) 전력을 강화하여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을 견제하고, 대서양 및 태평양에서 미 해군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5]. 또한, 소련 해군은 인도양, 지중해 등 전략적 요충지에 함대를 상시 배치하여, 전 세계적인 해양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습니다.
북방 함대와 북극해 작전: 핵 억지력의 핵심 축
북방 함대(Северный флот)는 소련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북극해와 북대서양에서 소련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북방 함대는 콜라반도에 위치한 주요 해군 기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었으며, 핵탄도미사일 잠수함(SSBN) 전력의 핵심 기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북극해를 "바스티온(Bastion)" 전략의 핵심 지역으로 간주했으며, 이곳에서 SSBN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미국의 대잠수함전(ASW) 공격으로부터 SSBN의 생존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6].
북극해는 SSBN 운용에 유리한 자연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광활한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해는 잠수함의 은밀성을 보장해주며, 수중 음향 탐지를 어렵게 만드는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련 해군은 이러한 북극해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SSBN 전력을 은밀하게 운용하고, 미국의 감시망을 회피하고자 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소련 해군은 델타급 SSBN을 북극해에 집중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은 사정거리 8,000km 이상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을 탑재하여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었습니다 [7]. 북방 함대의 SSBN 전력은 소련의 핵 억지력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으며, 냉전 시대 동안 미-소 간의 전략적 균형 유지에 기여했습니다.
북방 함대는 SSBN 보호를 위해 강력한 수상함 및 잠수함 전력을 함께 운용했습니다. 키로프급 핵 추진 순양전함, 슬라바급 순양함, 우달로이급 구축함 등 대형 수상함들은 SSBN 작전 해역 주변에서 대공 및 대잠 방어 임무를 수행했으며, 공격 잠수함(SSN)들은 미 해군의 공격 잠수함을 견제하고, SSBN의 안전한 작전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또한, 북방 함대 항공대는 장거리 해상 초계기 및 대잠 헬기를 운용하여 북극해 상공에서 감시 및 정찰 활동을 수행하고, 필요시 대잠 공격 작전을 지원했습니다.
북극해는 소련 해군에게 있어 전략적 요충지였지만, 동시에 혹독한 환경 조건과 싸워야 하는 작전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북극의 극한의 추위, 해빙, 짙은 안개 등은 해상 작전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으며, 함정 및 장비의 운용에도 많은 제약을 가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이러한 북극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특수하게 설계된 쇄빙함 및 북극 운용 함정을 개발하고, 혹한기 훈련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원자력 쇄빙선은 북극해 항로를 개척하고, 북극 지역의 해군 작전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쇄빙선단을 이용하여 북극해 항로를 따라 군수 물자를 수송하고, 북극 기지를 건설 및 보급하는 등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습니다.
발트 함대와 발트해 작전: 유럽 전선의 해상 방패
발트 함대(Балтийский флот)는 소련 해군의 또 다른 중요한 함대로, 발트해와 유럽 전선에서 소련의 해상 방어 및 작전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발트 함대는 칼리닌그라드, 크론시타트, 발티스크 등 발트해 연안의 주요 해군 기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었으며, 발트해, 북해, 그리고 필요시 대서양까지 작전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발트해는 지리적으로 좁고 복잡한 해역이기 때문에, 대양 해군 작전보다는 연안 방어 및 상륙 작전, 그리고 발트해 봉쇄 작전이 발트 함대의 주요 임무였습니다 [8].
발트 함대는 냉전 시대 동안 나토(NATO)의 북해 함대에 맞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서독 해군 및 덴마크 해군 등 나토의 발트해 연안국 해군력은 소련에게 잠재적인 위협이었으며, 발트 함대는 이들을 견제하고, 발트해를 소련의 영향권 하에 유지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트 함대는 오사급 미사일 고속정, 나누츠카급 초계함 등 소형 전투함을 대량으로 배치하여 발트해 연안 방어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들 소형 함정들은 대함 미사일을 탑재하여 나토 수상함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발트해의 좁은 해역에서 효과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발트 함대는 또한 상륙 작전 능력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폴란드, 동독 등 바르샤바 조약 기구 국가들과 협력하여 대규모 상륙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했으며, 상륙함 및 해병대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발트해를 통해 나토 국가 연안에 상륙 작전을 감행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했으며, 이를 위해 대규모 상륙함대 및 공기부양정 전력을 발트 함대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냉전 시대 동안 발트 함대의 상륙 작전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주로 훈련 및 무력 시위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발트 함대는 발트해 봉쇄 작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발트해 입구를 봉쇄하여 나토 해군 함정의 발트해 진입을 차단하고, 발트해를 소련의 "내해(內海)"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칼리닌그라드와 발티스크에 배치된 해군 기지들은 발트해 봉쇄 작전의 핵심 기지였으며, 이들 기지에서 출격하는 수상함, 잠수함, 그리고 해군 항공대는 발트해 입구를 감시하고, 나토 함정의 접근을 차단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기뢰 부설함 및 잠수함은 발트해 해협에 기뢰를 부설하여 나토 함정의 항해를 방해하고, 봉쇄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발트해는 소련 해군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역이었지만, 동시에 나토 해군과의 잠재적인 충돌 위험이 높은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발트해는 나토 회원국인 덴마크, 서독, 노르웨이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었으며, 냉전 시대 동안 나토 해군 함정들의 활동이 빈번했습니다. 발트 함대는 나토 해군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경계 태세를 유지해야 했으며, 수많은 해상 감시 및 정찰 작전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트해에서는 소련 해군과 나토 해군 함정 간의 근접 조우 및 "고양이-쥐 게임(cat-and-mouse games)"이 빈번하게 발생했으며, 이는 냉전 시대의 긴장된 해상 대치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9].
흑해 함대와 지중해 작전: 남방 해역으로의 진출
흑해 함대(Черноморский флот)는 소련 해군의 또 다른 중요한 함대로, 흑해와 지중해에서 소련의 해상 이익을 수호하고, 남방 해역으로의 진출을 담당했습니다. 흑해 함대는 세바스토폴, 노보로시스크 등 흑해 연안의 주요 해군 기지들을 중심으로 운용되었으며, 흑해, 아조프해, 그리고 지중해까지 작전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흑해는 소련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해역이었으며, 특히 보스포러스 해협과 다르다넬스 해협을 통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습니다 [10]. 터키 해협은 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의해 통제되었기 때문에, 소련 해군은 평시에는 함정 이동에 제약을 받았지만, 전시에는 흑해 함대의 지중해 진출이 소련의 남방 전략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였습니다.
흑해 함대는 지중해에서 미국 제6함대에 맞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미국 제6함대는 지중해에 상시 배치되어 나토의 남방 방어선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소련에게는 잠재적인 위협이었습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소련 해군은 지중해에 제5작전전대(5-я Оперативная эскадра)를 상시 배치하여 미국 제6함대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지중해에서의 소련 해군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습니다 [11]. 제5작전전대는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등 다양한 함정으로 구성되었으며, 지중해에서 항시 순찰 활동을 수행하고, 미국 제6함대의 움직임을 감시했습니다. 특히, 소련 해군은 키예프급 항공모함 및 모스크바급 헬기 항모를 지중해에 파견하여 제5작전전대의 항공 지원 능력을 강화하고,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 대한 견제 효과를 높였습니다.
흑해 함대는 중동 지역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소련의 영향력 확대에도 기여했습니다. 소련은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들과 군사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자 했습니다. 제5작전전대는 중동 지역 분쟁 발생 시, 해당 지역에 파견되어 소련의 우방국들을 지원하고,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특히,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및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당시, 제5작전전대는 지중해에 대규모 함대를 파견하여 소련의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의 개입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12].
흑해 함대는 또한 흑해 연안 국가들에 대한 해상 봉쇄 및 상륙 작전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냉전 시대 동안 흑해 연안에는 터키,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나토 및 바르샤바 조약 기구 국가들이 혼재했으며, 흑해 함대는 이들 국가들에 대한 해상 봉쇄 및 상륙 작전 능력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특히, 터키는 나토 회원국으로서 소련에게 잠재적인 위협이었으며, 흑해 함대는 터키 해군을 견제하고, 필요시 터키 연안에 대한 상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훈련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냉전 시대 동안 흑해 함대의 상륙 작전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주로 훈련 및 무력 시위 목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흑해는 소련 해군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해역이었지만, 동시에 터키 해협이라는 병목 지점을 통과해야 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터키 해협은 평시에는 상업 항로로 개방되었지만, 전시에는 터키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일 수 있었으며, 소련 해군의 지중해 진출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수 있었습니다. 소련 해군은 터키 해협을 우회하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으며, 육상 수송로를 이용하거나, 공중 수송을 통해 지중해에 해군력을 투사하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또한, 소련 해군은 터키 해협을 강제로 돌파하는 작전 계획도 수립했지만, 이는 정치적, 군사적 위험이 매우 높은 작전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주요 작전 사례: "오케안-70" 훈련과 지중해 작전
소련 해군은 냉전 시대 동안 수많은 훈련 및 실전 작전을 수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해군력 운용 교리를 발전시키고, 함대 작전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소련 해군의 대표적인 대규모 해상 훈련으로는 "오케안(Океан)" 시리즈 훈련을 들 수 있습니다. "오케안-70" 훈련은 1970년 4월에 실시된 소련 해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상 훈련으로, 북극해, 발트해, 흑해, 태평양 등 전 해역에서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13]. "오케안-70" 훈련에는 200척 이상의 함정, 800대 이상의 항공기, 그리고 수많은 육군 및 공군 부대가 참가했으며, 전 세계적인 규모로 해군력을 투사하고, 다양한 해상 작전 능력을 과시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오케안-70" 훈련의 주요 내용은 대잠수함전(ASW), 대수상함전(ASUW), 상륙 작전, 그리고 해상 봉쇄 작전 등이었습니다. 북방 함대는 북극해 및 북대서양에서 SSBN 보호 및 대잠수함 작전 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으며, 발트 함대는 발트해에서 상륙 작전 및 해상 봉쇄 훈련을 수행했습니다. 흑해 함대는 지중해에서 제5작전전대와 함께 대수상함전 및 대공 방어 훈련을 실시했으며, 태평양 함대는 태평양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에 대한 가상 공격 훈련을 수행했습니다. "오케안-70" 훈련은 소련 해군의 전 세계적인 작전 능력을 과시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당시 서방 정보 기관들은 "오케안-70" 훈련의 규모와 수준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소련 해군력의 급성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련 해군의 실전 작전으로는 1967년 및 1973년 중동 전쟁 당시의 지중해 작전을 들 수 있습니다. 제3차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소련 해군은 제5작전전대를 증강하여 지중해에 대규모 함대를 파견했습니다. 당시 제5작전전대는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그리고 상륙함 등 50척 이상의 함정으로 구성되었으며, 미국 제6함대에 맞서는 억지력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소련 해군은 지중해에서 이스라엘 해군을 봉쇄하고, 아랍 국가들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미국의 중동 지역 개입을 억제하고자 했습니다. 1973년 제4차 중동 전쟁 당시에도 소련 해군은 제5작전전대를 더욱 증강하여 지중해에 파견했으며, 이번에는 키예프급 항공모함 "키예프"를 포함하여 80척 이상의 함정으로 구성된 대규모 함대를 파견했습니다 [14]. 소련 해군은 지중해에서 미국 제6함대와 대치하면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아랍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소련 해군의 지중해 작전은 중동 지역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개입을 견제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소련 해군 해체 이후: 유산과 러시아 해군의 부활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소련 해군은 해체되었으며, 그 자산을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들이 분할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소련 해군의 대부분의 전력과 기지를 승계받아 러시아 해군(Военно-морской флот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VMF RF)을 창설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소련 해군의 전통과 유산을 계승했지만, 경제난과 군비 축소로 인해 1990년대에는 심각한 전력 약화를 겪었습니다. 소련 해군 시대의 주력 함정들은 노후화되었고, 신규 함정 건조는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1990년대 동안 재정난, 훈련 부족, 그리고 장비 노후화 등 삼중고에 시달렸으며, 대양 해군으로서의 위상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러시아 경제가 회복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강력한 군사력 강화 정책 추진에 힘입어 러시아 해군은 재건 및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새로운 함정 건조 계획을 추진하고, 기존 함정들의 현대화 개량을 진행했으며, 해군 항공대 및 해안 방어 부대 역시 전력 증강에 힘썼습니다. 특히, 러시아 해군은 핵 잠수함 전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두었으며, 보레이급 SSBN, 야센급 SSN 등 최신형 핵 잠수함을 개발 및 배치하고 있습니다 [15]. 또한, 러시아 해군은 수상함 전력 현대화에도 노력하고 있으며, 고르쉬코프급 호위함, 아드미랄 그리골로비치급 호위함 등 신형 수상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흑해 함대를 중심으로 크림 반도 재병합 이후 흑해 및 지중해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으며, 시리아 내전 개입 등 실전 작전 경험을 통해 해군력 운용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소련 해군의 유산을 계승하여 북극해, 발트해, 흑해, 그리고 태평양에서 여전히 중요한 해군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북극해에서 북방 함대를 중심으로 핵 억지력 임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발트해에서는 발트 함대를 중심으로 발트해 연안 방어 및 해상 봉쇄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나토의 발트해 진출에 대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흑해에서는 흑해 함대를 중심으로 흑해 및 지중해에서의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으며, 시리아, 리비아 등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해군력을 투사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에서는 태평양 함대를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상 안보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 및 일본 해군에 대한 억지력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소련 해군의 역사는 냉전 시대 해양 전략 및 해군력 발전에 있어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소련 해군은 제한적인 경제력과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고르시코프 제독의 리더십과 전략적 비전 하에 대양 해군으로 발돋움했으며, 미국 해군에 맞서는 강력한 해군 강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소련 해군의 북극해, 발트해, 흑해, 그리고 태평양에서의 작전 경험은 현대 해군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하며, 특히 핵 억지력,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그리고 상륙 작전 등 다양한 해상 작전 분야에서 소련 해군의 경험은 깊이 연구되고 분석될 가치가 있습니다. 러시아 해군은 소련 해군의 유산을 계승하여 21세기 해양 강국으로서의 부활을 꿈꾸고 있으며, 앞으로 러시아 해군의 발전과 행보가 세계 해양 질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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