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개석의 윤봉길 의거 찬양 발언, 진실일까? 역사 속 숨겨진 이야기

언론과 기념사업회를 통해 만들어진 신화

장개석이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의거를 극찬하며 "중국 백만 대군도 해내지 못한 일을 조선 청년 윤봉길이 해냈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발언은 사실일까요? 독립운동사를 다룬 논문은 물론, 대중매체에서도 흔히 인용되는 이 유명한 발언은 안타깝게도 역사적 근거가 희박한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중국 언론과 국민당 정부의 반응

1932년 윤봉길 의거 직후, 중국 언론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습니다. 상해일보는 윤 의사의 의거를 '가거'라고 칭하면서도 조선 독립운동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면 해방보는 윤 의사의 의거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애국심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당 정부의 속내는 달랐습니다. 당시 중국은 일본과 상해 사변 휴전을 협상 중이었고, 윤봉길 의거가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의거 하루 전날, 중일 비공식 회의에서 협상 타결이 임박한 상황이었기에, 국민당 정부는 의거를 정전 협상에 부정적인 요소로 여겼습니다.

장개석과 김구의 만남, 숨겨진 이야기

윤봉길 의거 1년 후인 1933년, 김구는 장개석을 만나 독립운동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김구는 100만 원의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2년 안에 일본, 조선, 만주에서 대대적인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장개석의 반응은 예상외였습니다. 그는 "천황을 죽여도 또 다른 천황이 나타나고, 대장을 죽여도 또 다른 대장이 나타날 것"이라며, 단기적인 테러 공작보다는 장기적인 군사력 양성을 강조했습니다. 즉, 장개석은 윤봉길 의거와 같은 특무 작전보다는 군관학교를 설립하여 독립군을 양성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던 것입니다.

장개석의 속마음, 중화주의적 야망

장개석이 임시정부를 지원하게 된 배경에는 윤봉길 의거에 대한 감탄보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에 빼앗긴 동북 4성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 조선, 대만, 류큐, 오키나와까지 중화민국의 영토로 편입시키려는 야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1934년 장개석은 "조선, 대만 등을 회복하여 중화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연설하며, 이는 손문의 유지를 잇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백만 대군' 발언의 출처를 찾아서

그렇다면 '백만 대군' 발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놀랍게도 이 발언과 가장 유사한 문구는 윤봉길 의거 직후인 1932년 5월 2일자 사해화보의 칼럼에서 발견됩니다. 칼럼은 "수많은 군인과 애국자를 자처하는 혁명 청년들도 윤봉길 한 사람만 못하다"고 개탄하며, 윤봉길 의사의 용기를 극찬했습니다.

이 칼럼의 문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과장되고 윤색되어 "장개석의 발언"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1950년 윤봉길 의거 기념식 관련 기사에서 처음으로 장개석 발언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1967년 윤봉길 기념사업회 회장의 컬럼을 통해 "4억 인민이 못한 일을 윤 의사가 해냈다"는 표현으로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역사 왜곡과 민족주의적 서사

결국 "장개석의 백만 대군 발언"은 역사적 사실이라기보다는 독립운동의 의미를 강화하기 위한 민족주의적 서사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기념사업회나 보훈 기관에서 이러한 서사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1968년 윤봉길 기념사업회의 요청으로 장개석이 보낸 찬양시** 역시, 의거 당시의 평가가 아니라 후대에 만들어진 친선적인 제스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 왜곡에서 얻는 교훈

가짜 뉴스와 역사 왜곡은 때로는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채 만들어진 신화는 오히려 역사 속에서 얻어야 할 중요한 교훈을 놓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윤봉길 의거에 대한 과장된 찬양 이면에는, 중국 국민당 정부의 복잡한 정치적 셈법과 중화주의적 야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과거를 통해 미래를 통찰하는 진정한 역사 공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