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의 표적 항암제
표적 항암제의 개념과 작용 원리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하는 약물로, 기존 항암제와 달리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항암제입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뿐 아니라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 세포인 피부, 점막, 혈액세포도 공격하여 탈모, 설사, 백혈구감소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반면 표적 항암제는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공격해 암을 억제하므로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표적 항암제의 시초는 만성골수성백혈병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BCR-ABL 유전자를 공격하는 이매티닙(글리벡)으로, 이 약물의 개발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골수이식을 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에서 하루 한 번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변화했습니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다양한 표적 항암제가 개발되었으며, 특히 폐암 치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폐암의 종류와 표적 항암제의 적용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됩니다. 비소세포폐암은 폐암 중 약 80%를 차지하며,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약 15-20%를 차지하며, 악성도가 높고 공격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소세포폐암에서는 EGFR, ALK, ROS1 등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며, 이러한 돌연변이 유형에 따라 적합한 표적 항암제가 선택됩니다. 따라서 폐암 진단 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표적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치료 방향 결정에 매우 중요합니다.
주요 표적 항암제 종류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억제제
이레사(제피티닙), 타세바(엘로티닙), 지오트립(아파티닙), 비짐프로(다코미티닙)
내성 발생 시 사용하는 3세대 약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렉라자(레이저티닙)
주로 비흡연자, 여성, 선암 환자에게 효과적
ALK(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 억제제
젤코리(크리조티닙), 자이카디아(세리티닙), 알레센자(알렉티닙), 알룬브릭(브리가티닙)
내성 발생 시: 로비큐아(로를라티닙)
ALK 유전자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에게 효과적
ROS1 억제제
젤코리(크리조티닙) 등
ROS1 유전자 재배열이 있는 폐암 환자에게 효과적
기타 표적 치료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혈관내피성장인자(VEGF)를 차단하여 암세포로 가는 혈관 생성을 저해
MET, RET, TRK, FGFR 등 다양한 표적에 대한 치료제
항암약물접합 항체(ADC, Antibody Drug Conjugate)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HER2 돌연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약제
알파벳 Y 모양의 항체 양쪽 머리에 폐암 표적을 붙이고 꼬리에 항암제를 달아 미사일처럼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
TROP2, HER3 등을 타겟으로 하는 항체 치료도 임상시험 중
표적 항암제의 효과와 한계
표적 항암제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 항암요법으로 사용 시 재발 위험을 80% 가까이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ALK 표적 항암제의 경우 4기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이 5년 이상인 데이터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LASER301 연구에서는 렉라자(레이저티닙)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이 20.8개월로, 게피티닙 투여군의 9.6개월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특히 EGFR 돌연변이 중 19DEL을 가진 환자군에서는 PFS가 23.3개월로 게피티닙 투여군(12.3개월)보다 10개월 이상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나 표적 항암제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내성 발생: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합니다. 내성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치료제가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해도 암세포가 다른 신호 경로를 찾아내 세포증식을 지속하기 때문입니다.
완치의 어려움: 표적 항암제를 사용할 경우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두 배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백혈병이나 림프종을 제외하고는 완치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부작용: 기존 항암제보다는 부작용이 적지만, 표적 항암제마다 고유한 부작용이 있으며, 낮은 빈도이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약제유발 폐장염, 간염 등)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표적 항암제의 부작용과 관리
표적 항암제는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지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EGFR 억제제: 피부 건조, 가려움, 구내염, 설사, 식욕부진, 오심, 피부 발진, 손발톱 주위염 등
ALK 억제제: 오심, 구토, 설사, 간효소 수치 상승, 피로 등
항체-약물 접합제(ADC): 피로, 근골격통증, 간효소 수치 상승, 혈구수 감소, 탈모 등. 특히 엔허투 투여 환자의 10~15%에서 간질성 폐질환/폐렴 발생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표적 항암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의사에 의해 처방되어야 하며, 치료 중 예기치 않은 부작용에 대처할 수 있는 여러 전문가가 다학제 협력을 통해 협조하는 의료기관에서 처방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신 치료 동향과 미래 전망
폐암 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표적 항암제 분야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내성 극복을 위한 새로운 약제: 세리티닙(ALK 억제제), 오시머티닙(EGFR 억제제) 등은 첫 번째 표적 항암제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다시 치료 효과를 보이는 약제들입니다.
항암약물접합 항체(ADC) 치료: 암세포에만 항암제가 집중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항체에 암 표적과 항암제를 결합시킨 차세대 항암제로, 기존 약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내성 극복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상시험의 중요성: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들에게 임상시험은 다양한 치료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중요한 통로입니다. 신약 개발뿐 아니라 기존 약제의 새로운 활용법을 찾는 임상시험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20-30년 전만 해도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전이성 폐암 환자의 기대 여명은 6개월 수준이었으나,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의 도입으로 폐암 생존율은 1990년대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폐암 치료의 가이드라인이 1년에 10번 업데이트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