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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길위의 로켓

로켓이 내 손바닥 위에서 묵직하게 느껴졌다. 은빛 피리그리 문양이 새겨진 표면은 내 시선 아래서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 작은 시계태엽 무늬들이 표면을 스쳐 지나가다가 순식간에 녹아들어 새로운 모양으로 다시 태어났다. 수정 풍경이 울리는 듯한 가냘픈 선율이 로켓의 심장에서 흘러나왔다.

떨리는 손가락으로 로켓을 열었다. 왼쪽 장면에는 햇살 가득한 작업실에서의 내가 있었다. 물감과 붓이 흩어진 작업대는 생동감 넘치는 색채로 가득했다. 다른 나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며 캔버스 위에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구석에는 사라의 미완성 초상화가 놓여 있었다. 10년 전 의대 대신 미대를 선택했더라면 여전히 연락하고 지냈을 사라였다. 장면이 일렁이더니, 이제는 갤러리 오프닝에서의 내가 보였다. 관객 속에서 사라가 자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른쪽 장면이 반짝이며 살아났다. 깨끗한 병원 벽과 수술을 집도하는 흔들림 없는 내 손. 모니터의 규칙적인 신호음이 로켓의 수정 선율과 공명했다. 수많은 얼굴들, 내가 구한 생명들, 내가 두 번째 기회를 준 가족들이 보였다. 장면이 바뀌어 새로운 수술 기법을 개척한 공로로 상을 받는 내가 나타났다. 맨 앞줄에서 부모님이 환하게 웃고 계셨다. 그들의 꿈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틱. 틱. 틱.

로켓을 닫았다 열 때마다 장면은 진화했다. 예술가의 삶에서는 영감으로 가득한 고독한 밤과 순수한 창작의 기쁨으로 가득한 아침을 보았다. 외과 의사의 삶에서는 책임감의 무게와 치유할 때의 깊은 만족감을 목격했다. 수정 풍경 소리는 점점 커져갔고, 마치 피할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카운트다운하듯 시계 소리와 얽혀들었다.

로켓의 표면이 따뜻해졌고, 피리그리 무늬는 더욱 빠르게 소용돌이쳤다. 닫으려 하자 경첩이 저항했다. 두 장면은 가장자리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빗속의 수채화처럼 서로 번져들었다. 한순간, 병원에서 그림을 그리며 환자들의 치유를 돕는 내가 보였다. 또 다른 순간에는 르네상스 걸작들을 복원하는데 외과 의사의 정교함을 사용하고 있었다.

수정 풍경 소리가 절정에 달했다가 잠잠해졌다. 오직 시계 소리만이 남아, 내가 어떤 진실을 믿을지—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낼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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