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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파의 음유시인"(1)

"장판파의 음유시인"

서두: 피리 부는 자가 전쟁을 멈추리라

후한의 태양이 핏빛으로 저물어가던 그 시절, 천하는 이미 셋으로 쪼개져 서로의 살점을 뜯어먹고 있었다. 영웅들은 칼춤을 추었고, 백성들은 그 칼날 아래 스러져 갔다. 그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 한복판, 장판파 계곡 깊숙한 곳에 세상과 등진 채 숨겨진 마을 하나가 있었다. 이름하여 '음영촌(陰影村)', 그림자와 노래가 춤추는 예술가들의 유토피아였다.

음영촌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길 위에 지어진 수상 도시였다. 집집마다 붉고 푸른 등불이 걸려 밤이면 마치 별들이 지상에 내려앉은 듯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칼 대신 붓을, 창 대신 악기를 들었다. 그들은 전쟁의 광기에서 벗어나 그림과 시, 그리고 음악으로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 음영촌에서 나는 '청운(靑雲)'이라 불렸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나는 막내둥이에 불과했지만, 음영촌 최고의 풍류객으로 이름이 높았다. 거문고 타는 솜씨는 신선이 내려와 뜯는 듯했고, 피리 부는 가락은 슬픈 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눈물을 멎게 했다.

하지만 나의 진실된 모습은 마을 사람들에게 숨겨진 비밀이었다. 나는 천하를 어지럽혔던 황건적의 잔당, 그 중에서도 전설적인 전략가 '장각'의 핏줄이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예술가의 삶을 강요했지만, 내 핏속에는 여전히 전략가의 본능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어느 늦은 봄날, 소향(素香)이 내게 말했다.

"청운아, 네 운명의 수레바퀴가 곧 크게 굴러갈 것이다."

소향은 앞을 보지 못하는 눈먼 점쟁이였다. 하지만 그녀의 예언은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었다.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신묘한 재주를 지녔고,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내게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끼게도 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조조의 군대가 몰려온다. 저 북쪽의 늑대가 너의 거문고 소리를 쫓아 이 계곡까지 들이닥칠 것이다."

소향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눈이 먼 대신 미래를 보는 능력을 얻었지만, 그 미래는 언제나 어둡고 불길했다.

"조조라니요? 그 자가 여긴 어쩐 일로..."

"그 자의 목적은 너다, 청운. 아니, 네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너다."

그녀의 말은 수수께끼 같았다. 하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거대한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폭풍의 눈 한가운데 내가 서 있다는 것을.

점화: 조조의 그림자, 귀문(鬼門)의 등장

그날 밤, 음영촌은 여느 때처럼 등불 축제로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물 위에 띄운 연꽃 모양의 등에 소원을 적어 띄워 보내며 행복을 기원했다. 나도 거문고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내 연주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음악에 젖어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불화살 수백 개가 날아와 마을 곳곳에 꽂혔다. 순식간에 아름다운 등불은 화마가 되어 마을을 집어삼켰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혼란에 빠졌다.

혼란 속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무사들이 물 위를 달려 나타났다. 그들은 조조의 정예병, '호표기(虎豹騎)'였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기괴한 가면을 쓴 자가 서 있었다. 그는 조조의 그림자 군사라 불리는 '귀문(鬼門)'이었다.

"음영촌의 쥐새끼들아, 나와라!"

귀문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에서 울려 퍼지는 듯 섬뜩했다. 그는 한 손에는 붉은색 장검을, 다른 한 손에는 피 묻은 붓을 들고 있었다.

"나는 조 승상의 명을 받아 이곳에 왔다. 너희 중에 숨어 있는 역적을 잡으러 왔노라!"

귀문은 광기 어린 눈빛으로 마을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는 전쟁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미치광이였다. 그는 죽음과 파괴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자였고, 예술을 지극히 증오하는 자였다.

"누구냐! 누가 감히 조 승상께 반기를 든다는 것이냐!"

귀문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더 이상 숨어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거문고를 내려놓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바로 그 역적이다, 귀문."

내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광장 전체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경악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네놈이?"

귀문은 가면 속에서 조소했다.

"고작 꼬마 음유시인이 역적이라고? 네 녀석의 정체를 알고 있다. 장각의 핏줄, 네놈이 숨기고 있는 본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

"조 승상께선 자비로우시니, 내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 네 음악으로 나를 감동시켜 보아라. 만약 내 마음을 움직인다면, 네 목숨과 이 마을을 살려주마."

귀문은 붉은 장검을 내 쪽으로 겨누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그는 피 묻은 붓을 들어 허공에 획을 그었다.

"이 마을은 잿더미가 될 것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거문고를 집어 들었다. 이제 나의 운명은, 그리고 음영촌의 운명은 내 손끝에 달려 있었다. 나는 조용히 거문고 줄을 튕기기 시작했다.

장판파 전투의 서막은 그렇게, 피 묻은 붓과 거문고 줄의 대결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점차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었다.

[다음 편 예고: 눈먼 점쟁이의 배신, 그리고 유비의 등장]

과연 청운은 거문고 연주로 귀문을 감동시키고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유비는 이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려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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