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손길: 사랑과 희생"
어머니의 손
서울 변두리의 작은 반지하 방. 낡은 형광등 아래에서 김순자 씨는 밤늦게까지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다. 손은 거칠어져 있었지만, 움직임만큼은 여전히 섬세했다. 옷 수선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아들 민호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 또 늦게까지 일하세요?"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돌아온 민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이제 곧 끝나." 순자 씨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그녀의 허리는 이미 뻐근해져 있었다.
민호는 어머니의 굽은 등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혼자서 그를 키우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다. 낮에는 식당 일을, 밤에는 옷 수선 일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 제가 아르바이트를 구해볼까요?"
"안 돼. 넌 공부에만 전념해. 나중에 훌륭한 의사가 돼서 아픈 사람들 살리는 게 네 할 일이야."
순자 씨는 아들이 의대에 합격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날 밤 혼자 울면서 기뻐했던 순간이. 남편이 살아있었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했을까.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민호는 어머니를 대학병원으로 모시고 갔다.
"어머니, 제가 첫 월급으로 어머니 관절 수술을 예약했어요.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돌볼 차례예요."
순자 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참아왔던 통증보다도, 아들의 마음씨가 더 뜨겁게 느껴졌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재활 기간 동안 민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어머니께 영양식을 만들어드렸다. 병원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어머니의 물리치료를 도왔다.
"민호야, 이제 그만해도 돼..."
"어머니, 제가 이만큼 자랄 동안 어머니께서 해주신 게 얼마나 많은데요. 이제는 제가 효도할 차례잖아요."
순자 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손에는 이제 의사가 된 아들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나는 네가 이렇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해."
창 밖으로 따스한 봄볕이 들어왔다. 순자 씨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반짝였다. 그것은 기쁨의 눈물이었다. 아들의 효심이 만든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세월이 흘러 민호는 자신의 병원을 열었다. 진료실 한켠에는 낡은 재봉틀이 장식처럼 놓여있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것이었다. 환자들을 돌볼 때마다 민호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다.
이제는 순자 씨가 손주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녀의 거칠었던 손은 이제 손주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데만 쓰인다. 민호는 매주말 가족들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뵙는다.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그들의 모습은, 효도가 단순한 의무가 아닌 사랑의 실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