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기회

여름의 마지막 밤이었다. 석양이 한강 위로 붉게 물들어가는 순간, 지민은 공항으로 향하는 지하철에 앉아있었다. 내일이면 그녀는 3년간의 해외 유학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무거웠다. 6개월 전부터 매일 같은 카페에서 마주치던 준호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들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눈빛으로만 전했을 뿐, 한 번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멈추려는 순간, 지민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지민씨... 저... 준호입니다."

지민은 숨을 멈췄다.

"카페 주인에게 연락처를 받았어요. 지민씨가 내일 떠난다는 걸 방금 알았습니다. 지금 공항으로 가시는 길이죠?"

"네..."

"제가... 지금 달려갈게요.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이라도,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직접 전하고 싶습니다."

지민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음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열차가 멈추고 문이 열렸다. 플랫폼 끝에서 준호가 숨을 가쁘게 쉬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이 순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준호가 지민 앞에 멈춰 섰다. 그의 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지민씨... 저... 당신을 사랑합니다."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때로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가장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오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