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연애편지로 전하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
마음을 전하는 편지
서울의 늦가을, 창밖으로 노란 은행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지은은 낡은 원목 책상 앞에 앉아 오래된 가죽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20년 전 할머니가 남겨주신 편지들이 고이 접혀 있었다.
"사랑하는 내 손녀에게..."
할머니의 단정한 글씨체가 담긴 첫 번째 편지를 펼치자, 옅은 장미향이 번졌다. 지은은 할머니가 즐겨 쓰시던 장미 향수 냄새를 기억했다. 편지들은 1950년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 주고받은 연애편지였다. 전쟁으로 헤어져 있던 시절, 두 사람은 편지로만 사랑을 이어갔다.
"오늘도 당신의 편지를 받았소. 전장의 고단함도 당신의 글자 하나하나를 읽으며 잊게 되오. 이 편지를 베개 삼아 잠들 때면, 마치 당신 곁에 있는 것만 같소..."
지은은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만은 더욱 깊어져 갔던 두 사람. 할머니는 생전에 이 편지들을 지은에게 주시며 말씀하셨다.
"진정한 사랑은 시간과 거리를 초월한단다. 네 할아버지와 나는 편지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며 더 깊은 사랑을 키워갔어. 때로는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전해지는 법이야."
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물들어가는 동안, 지은은 편지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읽어내려갔다. 비록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 편지들을 통해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마지막 편지를 다 읽은 지은은 조용히 편지들을 다시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마지막 말씀을 떠올렸다.
"사랑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얼마나 진실되게 전하느냐에 달린 거란다. 네 인생에서도 그런 순수한 사랑을 찾길 바라."
창밖에는 어느새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은은 창가에 서서 눈송이들이 춤추듯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할머니의 편지처럼,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