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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속 이별의 아픔과 새로운 시작을 그린 이야기

바보처럼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오후, 카페 창가에 앉아 있던 민서는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모습이 마치 자신의 눈물 같았다. 테이블 위에는 차가워진 아메리카노와 그와 찍은 마지막 사진이 놓여있었다.

"우리, 여기까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일주일 전, 준호가 했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했던 사랑이 이렇게 끝나버린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민서는 처음 준호를 만났던 그날을 떠올렸다. 대학교 음악동아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던 준호의 모습에 첫눈에 반했었다. 그의 따뜻한 미소와 진중한 목소리는 민서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랑이 뭔지 알려줘서 고마워요."

처음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날, 민서가 했던 말이었다. 준호는 그저 웃으며 민서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때는 이 사랑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각자의 꿈을 위해 다른 길을 걸어야 했고, 점점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준호는 해외 유학을 결심했고, 민서는 국내 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싶었다.

"이렇게 끝내면 너무 아쉽지 않나요?"

헤어지던 날, 민서가 마지막으로 건넨 말이었다. 준호는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고개를 저었다.

"우리 둘 다 각자의 길이 있잖아..."

비가 조금씩 그치고 있었다. 민서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준호와 함께 했던 마지막 공연에서 부른 노래의 가사였다.

'Now and then, there's a fool such as I...'

그래, 나는 바보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는 바보. 하지만 이런 바보같은 사랑도 있는 거겠지. 민서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창밖으로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민서는 천천히 일어났다.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와 함께했던 아름다운 순간들을 작은 꿈처럼 간직하기로 했다.

테이블 위의 사진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민서는 생각했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은 영원히 남을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는 이 아픔도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카페를 나서는 민서의 발걸음은 어제보다 조금 더 가벼웠다. 봄비 내린 뒤의 공기처럼 상큼한 새로움이 느껴졌다.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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