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먹기로 알아보는 성격 탐구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수박을 먹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다이스 모양으로 잘린 수박이었는데, 씨앗이 없는 부분만 골라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씨앗을 신경 쓰지 않고 먹다가 뱉어내는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씨앗 없는 조각을 집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더 지켜보니, 그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1초 안에 조각을 스캔하고 골라내고 있었다. 이기적이기보다 무의식적 선택에 가까워 보였다. 재미있어서 조금 더 깊이 관찰해 보았다.
수박을 나눠 먹은 8명 중, 흰 부분이 있는 조각 근처에는 포크를 대지 않는 사람, 큰 조각을 여러 번 나눠 먹는 사람, 먹을 조각을 고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 씨앗을 종이컵에 가장 많이 뱉은 사람 등 다양한 행동 패턴이 눈에 들어왔다.
이처럼 수박을 고르고 먹는 무의식적 행동에서도 성격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쉽게도 10분 만에 수박을 다 먹어 기록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다음에는 이를 연구로 이어 가고 싶다.
다양한 모양으로 잘린 수박을 테이블 위에 두고, 그 위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조각을 고르는 시간, 뱉은 씨앗의 수, 조각의 크기, 먹은 조각의 수 등을 컴퓨터 비전으로 측정해 성격을 분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름하여 '수박 먹기로 알아보는 성격 탐구'.
수박의 계절이 다시 찾아오면 이 노트로 돌아오기를...
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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