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 교육 독서회 7차역사적 트라우마와 문학적 치유의 두 가지 길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차인표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을 읽고
우리의 근현대사는 깊은 상처들로 가득하다.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강제동원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두 역사적 비극을 마주하는 한강과 차인표, 두 작가의 문학적 접근은 흥미로운 대비를 이룬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역사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문학이라는 매개를 통해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이야기의 주체로 소환해낸다. 작가는 마치 영매처럼 희생된 영혼들의 목소리가 되어, 그들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누가 나를 죽였을까, 누가 누나를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닌, 역사의 책임을 묻는 절규가 된다. 특히 시체 냄새, 피의 이미지, 육체의 고통 등 감각적 묘사를 통해 독자들은 역사적 사건을 추상적 지식이 아닌, 생생한 체험으로 마주하게 된다.
반면 차인표의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위안부 강제동원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소재를 동화적 정서로 풀어낸다. 백두산 기슭의 호랑이 마을이라는 서정적 배경, 순이와 용이의 순수한 사랑,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의 인간적 면모를 통해 작가는 역사의 비극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인간성의 빛을 포착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양날의 검이 된다. 동화적 서사는 독자들, 특히 청소년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역사적 진실의 날카로움을 다소 무디게 만드는 한계를 보인다.
특히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는 타자성의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드러난다. 한강은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자신을 완전히 내맡김으로써, 그들의 경험을 가능한 한 왜곡 없이 전달하려 노력한다. 반면 차인표의 작품에서는 작가가 여전히 제3자의 시선을 유지하며, 이는 특히 가즈오라는 인물의 평면적 묘사에서 두드러진다. 가즈오의 회심이나 희생은 충분한 심리적 깊이나 개연성 없이 제시되어, 역사적 화해라는 중요한 주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룬다. 한강이 역사적 트라우마의 심연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고통의 진실을 폭로한다면, 차인표는 상처 입은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인간성의 희망을 찾으려 한다. 이는 결국 같은 목적지를 향한 다른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두 작가 모두 문학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현재화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화해와 치유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이 두 가지 접근 모두일지 모른다. 역사의 진실을 직시하는 용기와 함께, 그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따뜻한 시선. 한강과 차인표의 작품은 각자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서로 다른, 그러나 모두 필요한 문학적 길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