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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년이 온다] 현학적인 문학비평가들의 가상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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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긴 이 가상토론은 claude 와 chatgpt o1-preview 를 사용하여, 직접 만든 비평 프롬프트를 적용하여 생성하였습니다. 의도적으로 문학비평 이론과 그에 대한 해설을 생성하도록 실험하였습니다.


[1장 '어린 새'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1장 '어린 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김현우 교수님부터 전반적인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우: '어린 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면서도 매우 독특한 시점과 서술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2인칭 시점의 사용이 눈에 띕니다. *"너는 시위대 뒤쪽에 서 있다"*로 시작하는 이 장은 독자를 직접 현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리얼리즘의 전통적 기법을 넘어서는 실험적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2인칭 시점의 사용은 독자를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강력한 효과가 있죠. 하지만 저는 이 기법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성을 강화한다고 봅니다. *"네 귓속에 총소리가 울린다"*와 같은 구절은 독자로 하여금 그 순간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는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전형성'의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특수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 보편적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해설]

게오르그 루카치(Georg Lukács, 1885-1971)는 헝가리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로, 그의 '전형성(Typicality)' 개념은 문학에서 개별 인물의 특수한 경험이 사회의 보편적 진실과 모순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문학은 현실의 사회적 구조와 갈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상호: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장의 가장 큰 특징이 시간성의 파괴라고 봅니다. *"네 귓속에 총소리가 울린다"*라는 현재형 서술은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끌어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월터 벤야민이 말한 '역사의 파편화'와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를 연속적이고 선형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현재와 과거가 서로 교차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 말입니다.

[해설]

월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 그는 역사를 선형적인 진보로 보지 않고 '지금-여기(Jetztzeit)'의 관점에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역사의 파편화'를 강조했습니다. 이를 통해 역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되고, 과거의 사건은 현재의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최미란: 저는 이 장에서 사용된 감각적 묘사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비가 올 것 같아. 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메를로-퐁티현상학적 접근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체를 통한 세계 경험을 강조하는 그의 관점이 이 작품의 서술 방식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는 프랑스의 현상학 철학자로, 그는 신체를 통한 지각이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현상학적 접근은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 신체와 세계가 상호 연관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의견을 들어보니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인정할 만하네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이런 실험적 기법들이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네 눈에 독한 최루가스가 들어찬다"*와 같은 구절은 매우 감각적이지만, 이것이 실제 5.18 당시의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감각적 묘사가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봅니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말했듯이, 역사는 단순히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부재하는 대의'로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이 작품은 그 '부재'를 감각적 경험으로 채워 넣음으로써, 오히려 더 생생한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해설]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 1934- )은 미국의 문학비평가이자 마르크스주의 이론가로, 그는 역사적 현실이 직접적으로 재현될 수 없으며, 문학은 '부재하는 대의(absent cause)'를 통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문학이 역사적 맥락을 반영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재현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새'의 이미지입니다. *"어린 새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새'는 희생된 젊은이들을 상징합니다. 이는 한강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에서도 반복되는 모티프입니다. 이런 상징의 사용이 역사적 사실을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시지 않나요?

[해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도 '나무''날개'와 같은 자연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억압된 욕망을 표현합니다. '새'는 자유와 희생을 동시에 상징하는데, 이는 역사적 맥락에서 젊은이들의 열망과 비극을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덧붙이자면, '새'의 이미지는 단순히 희생자를 상징하는 것을 넘어서,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5.18의 본질적 의미, 즉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새'의 이미지는 한국의 문화적 맥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의 민요나 고전 문학에서 '새'는 종종 억압받는 자들의 영혼을 상징하곤 했죠. 이런 문화적 맥락을 고려할 때, '어린 새'라는 제목은 5.18의 희생자들을 한국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위치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정태영: 문화적 맥락에서의 해석은 흥미롭네요. 하지만 여전히 제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이런 상징적, 은유적 접근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할 위험은 없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문학적 접근이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봅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아우슈비츠 이후의 시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동시에 그는 예술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소년이 온다'는 5.18이라는 극단적 폭력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우리가 그 사건의 본질적 의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해설]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회학자로, 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이는 극단적 폭력 이후 예술의 역할과 윤리에 대한 고민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그는 예술이 여전히 인간성 회복비판적 성찰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추가로 이 장의 구조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어린 새'는 파편화된 기억의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트라우마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역사의 총체성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프레드릭 제임슨이 말한 '인지적 지도 그리기'의 개념과 연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즉, 파편화된 경험들을 통해 전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려는 시도로 말입니다.

[해설]

프레드릭 제임슨'인지적 지도 그리기(Cognitive Mapping)'는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인지적 도구를 의미합니다. 문학은 이러한 복잡한 현실을 파악하고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이상호: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저는 여기에 덧붙여 이 장의 언어 사용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네 눈에 독한 최루가스가 들어찬다"*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직접적이고 강렬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롤랑 바르트가 말한 '에크리튀르'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의 독특한 문체가 역사적 경험을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죠.

[해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프랑스의 문학이론가로, '에크리튀르(écriture)'는 작가의 개성적 문체글쓰기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한 내용 전달을 넘어, 형식과 스타일을 통해 의미를 강화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최미란: 언어 사용에 대한 이상호 교수님의 지적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침묵과 소리의 대비입니다. *"귀를 찢는 총성과 함성 사이로 이상한 정적이 내려앉는다"*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소리와 침묵의 대비를 통해 상황의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존 케이지'4분 33초'를 연상시키는데,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해설]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는 미국의 작곡가로, 그의 작품 '4분 33초(4'33")'는 연주자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4분 33초 동안 침묵하는 곡입니다. 이 작품은 침묵 자체가 음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주변의 소리를 인식하게 만듭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어보니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런 문학적 장치들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할 가능성은 없는지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새들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라는 구절은 시적이지만, 동시에 실제 희생자들의 고통을 미화하거나 추상화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매우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그런 위험을 극복하고 있다고 봅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극단적 폭력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는 현대 문학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시적 언어를 통해 오히려 그 폭력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네 눈에 독한 최루가스가 들어찬다"*와 같은 구절은 추상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그 순간의 고통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단순히 미화나 추상화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매우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엄군들이 장갑차와 헬기를 몰고 들어왔다"*와 같은 구절은 5.18의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역사소설'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개인의 경험을 그려냄으로써 역사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게오르그 루카치'역사소설'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통해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변화를 묘사하는 소설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역사적 현실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작품이 가진 증언적 성격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너는 총을 든 군인들을 보았다"*와 같은 구절은 마치 목격자의 증언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는 프리모 레비엘리 위젤과 같은 작가들의 증언 문학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문학적 재현을 통해 역사적 진실에 다가가려는 시도인 것이죠.

[해설]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엘리 위젤(Elie Wiesel, 1928-2016)은 홀로코스트 생존자로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증언 문학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이 개인과 역사의 관계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너는 시위대 뒤쪽에 서 있다"*라는 구절은 개인이 거대한 역사적 사건 속에 위치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게오르그 짐멜이 말한 '개인과 사회의 변증법'을 연상시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적, 역사적 현실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독일의 사회학자로, 그는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과 변증법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개인의 미시적 경험이 사회의 구조와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의 문학적,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이런 문학적 접근이 과연 5.18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돕는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너는 총을 든 군인들을 보았다"*라는 구절은 매우 강렬하지만, 동시에 매우 주관적인 경험 아닐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지적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이런 주관적 경험의 재현이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준다고 봅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진리는 '알레테이아(Aletheia)', 즉 '비은폐성'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본질을 '비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너는 총을 든 군인들을 보았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그 순간의 공포와 충격을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오히려 더 깊은 차원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해설]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6)는 독일의 철학자로, 그는 진리를 '알레테이아(Aletheia)', 즉 숨겨진 것이 드러나는 '비은폐성'으로 정의했습니다. 이는 진리가 단순한 사실이 아니라 존재의 본질이 드러나는 과정이라는 의미입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가진 다성성(多聲性)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2인칭 시점을 사용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누군가 외친다. 도망쳐!"*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가 텍스트 속에 공존하고 있죠. 이는 미하일 바흐친이 말한 '대화주의'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단일한 관점이 아닌 다양한 목소리들의 대화를 통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 1895-1975)은 러시아의 문학이론가로, 그는 '대화주의(Dialogism)' 개념을 통해 문학 작품이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일한 진실보다 복합적인 진실에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작품이 어떻게 기억과 역사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지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너는 그 날의 기억을 떨쳐내려 애쓴다"*와 같은 구절은 개인의 기억과 공동체의 역사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모리스 알바크스'집단기억'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의 트라우마적 기억이 어떻게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으로 확장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해설]

모리스 알바크스(Maurice Halbwachs, 1877-1945)는 프랑스의 사회학자로, 그는 기억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집단기억'을 통해 형성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 사회적 맥락과 집단의 영향 아래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작품에서 사용된 감각적 묘사에 다시 한 번 주목하고 싶습니다. *"귀를 찢는 총성과 함성 사이로 이상한 정적이 내려앉는다"*와 같은 구절은 단순히 시각적 정보를 넘어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동원하여 그 순간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리스 메를로-퐁티'지각의 현상학'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신체적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재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1장 '어린 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매우 독특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인칭 시점의 사용, 감각적 묘사, 시간성의 파괴 등 다양한 문학적 기법을 통해 역사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돋보입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 개인과 역사, 기억과 트라우마, 문학과 진실의 관계 등 깊이 있는 철학적 문제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2장 '검은 숨'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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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검은 숨'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2장 '검은 숨'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전반적인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우: '검은 숨'은 매우 독특한 시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죽은 자의 목소리로 서술되는 이 장은 기존의 리얼리즘적 접근을 뛰어넘는 실험적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몸은 열십자로 겹겹이 포개져 있었어."*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장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그려내며 5.18의 비극을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이 독특한 시점은 토니 모리슨'빌러비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죽은 자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현하는 방식이 유사하죠. 하지만 '검은 숨'은 더 나아가 집단적 경험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몸"*이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의 죽음을 넘어 집단적 희생을 드러내고 있어요.

[해설]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2019)은 미국의 작가로, '빌러비드(Beloved)'에서 죽은 아이의 영혼을 등장시켜 노예제도의 잔혹함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트라우마를 다루었습니다. 이 작품은 죽은 자의 시점을 통해 역사적 고통을 재현하는 방식을 보여주며, 한강의 '검은 숨'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이상호: 흥미로운 지적입니다. 저는 이 장의 시간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죽은 자의 시점은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아우르는 초월적 시간성을 가집니다. *"난 내 몸을 놓치지 않으려고 뺨에, 목덜미에 어른어른 매달려 트럭에 올라탔어."*라는 구절은 과거의 경험을 현재형으로 서술하면서도, 이미 죽은 자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죠. 이는 질 들뢰즈'시간-이미지'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그의 '시간-이미지' 개념은 전통적 서사 구조를 벗어나 시간의 흐름을 비선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는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된 형태로 나타나며, 시간의 연속성을 파괴합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의 공간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내 배 위에 모르는 아저씨의 몸이 구십도로 가로질러 놓였고, 아저씨의 배 위에 모르는 형의 몸이 다시 구십도로 가로질러 놓였어."*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은 이들의 몸이 겹쳐진 모습은 매우 독특한 공간성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미셸 푸코'헤테로토피아'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현실 세계 안에 존재하지만, 다른 규범과 의미를 가진 '다른 공간'을 의미합니다. 묘지나 병원 같은 공간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은 사회의 이면이나 억압된 측면을 드러냅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초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접근이 5.18의 실제 역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사실적인 묘사가 더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초현실적 접근이 오히려 5.18의 본질적 의미를 더 깊이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월터 벤야민이 말했듯이, 역사는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성좌'와 같이 재구성되어야 합니다. '검은 숨'은 죽은 자의 시점을 통해 5.18을 새로운 방식으로 '성좌화'하고 있는 것이죠.

[해설]

월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892-1940)은 독일의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로, 그는 역사적 사건들이 별자리처럼 연결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는 '성좌(Konstellation)'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육체성에 대한 강조입니다. *"내 얼굴은 습자지같이 얇고 투명했어."*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육체적 감각이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이는 모리스 메를로-퐁티'육화된 주체'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는 프랑스의 현상학 철학자로, 그는 신체를 통해 세계를 경험하는 '육화된 주체(Embodied Subject)'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신체와 감각이 우리의 인식과 존재의 핵심임을 나타냅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덧붙여, 이 장에서 나타나는 집단성과 개별성의 관계도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들의 몸"*이라는 표현과 동시에 개별적인 경험들이 서술되는데, 이는 에마뉘엘 레비나스'타자성'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죽음을 통해 개인의 경계가 무너지면서도, 여전히 각자의 고유한 경험이 존재하는 모순적 상황을 그리고 있죠.

[해설]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 1906-1995)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그는 '타자성(Otherness)'을 통해 윤리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타자와의 만남이 우리 존재의 근본이며, 이를 통해 윤리적 책임이 생긴다고 보았습니다.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감각의 전이와 확장입니다. *"구름에 싸인 반달이 눈동자처럼 나를 마주 본다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그건 단지 텅 빈 은빛 돌, 생명이 살지 않는 거대하고 황량한 암석 덩어리일 뿐이었어."*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죽은 자의 감각이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는 가스통 바슐라르'상상력의 현상학'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그는 '상상력의 현상학'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이 물질적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했습니다. 이는 상상력이 현실을 넘어서 새로운 의미와 감각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이 일반 독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요? 5.18의 역사적 사실정치적 의미가 희석되지는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5.18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아우슈비츠 이후의 시는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동시에 그는 예술이 인간성을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습니다. '검은 숨'은 5.18이라는 극단적 폭력의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우리가 그 사건의 본질적 의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해설]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독일의 철학자로, 그는 "아우슈비츠 이후에 시를 쓰는 것은 야만적이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극단적 폭력 이후 예술의 역할과 윤리에 대한 깊은 고민을 나타냅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이 장이 가진 증언적 성격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비록 죽은 자의 시점이지만, *"그들이 가마니를 덮자, 이제 몸들의 탑은 수십 개의 다리를 지닌 거대한 짐승의 사체 같은 것이 되었어."*와 같은 구절은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증언의 성격을 갖습니다. 이는 프리모 레비증언 문학과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지 않나요?

[해설]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는 이탈리아의 작가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경험을 기록한 '이것이 인간인가'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증언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나타나는 '검은 숨'이라는 이미지의 상징성에 대해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이는 단순히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역사의 어두운 면, 억압된 기억, 그리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칼 구스타프 융'집단무의식'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은 스위스의 심리학자로, 그는 개인의 무의식을 넘어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공통된 상징과 원형이 집단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언어의 시적 특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혀도 목소리도 없이 신음하려고 하자, 눈물 대신 피와 진물이 새어나오는 통증이 느껴졌어."*와 같은 구절은 매우 강렬한 시적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폴 첼란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극한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폴 첼란(Paul Celan, 1920-1970)은 유대계 루마니아 출신 독일어 시인으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난해하고 복잡한 시어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표현 불가능한 고통을 언어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의 문학적, 철학적 깊이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이런 접근이 5.18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오히려 너무 난해해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매우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의 강점이 바로 그 점에 있다고 봅니다. '소년이 온다'는 복잡한 이론적 배경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매우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갑니다. *"네 눈에 독한 최루가스가 들어찬다"*와 같은 구절은 어떤 역사적 설명보다도 강렬하게 그 순간의 경험을 전달합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의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즉, 독자들이 작품을 통해 정서적 정화를 경험하면서 동시에 역사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해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BC 384-322)는 그의 저서 '시학'에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관객이 비극을 통해 두려움과 연민을 느끼고, 이를 통해 정화되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2장 '검은 숨'죽은 자의 시점이라는 매우 독특한 서술 기법을 통해 5.18을 새로운 차원에서 조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 폭력의 의미, 기억과 트라우마의 문제 등 깊이 있는 철학적 주제들을 탐구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3장 '일곱 개의 뺨'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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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일곱 개의 뺨'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3장 '일곱 개의 뺨'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작품의 유기적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시작해주시겠습니까?

김현우: 네, '일곱 개의 뺨'은 앞선 두 장과는 또 다른 시점구조를 보여줍니다.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그녀는 일곱 대의 뺨을 맞았다"*로 시작해 각 뺨을 하루에 하나씩 잊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죠. 이는 1장의 2인칭 시점, 2장의 1인칭 시점과 대비되면서도, 전체적으로 5.18의 트라우마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효과를 냅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특히 이 장의 구조가 앞선 장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장이 사건 당시를, 2장이 죽음 이후를 다뤘다면, 3장은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어요. *"그녀는 자취방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와 같은 일상적 묘사 속에서 과거의 폭력이 어떻게 현재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일곱'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2장의 *"우리들의 몸은 열십자로 겹겹이 포개져 있었어"*라는 구절과 연결되어, 희생자들의 집단성개별성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는 모리스 알박스'집단기억'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모리스 알박스(Maurice Halbwachs, 1877-1945)는 프랑스의 사회학자로, '집단기억'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기억이 사회적 맥락과 집단의 영향 아래 형성된다는 이론으로, 개인의 기억은 집단의 틀 안에서 유지되고 전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신체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뺨'이라는 신체 부위는 1장의 "네 눈에 독한 최루가스가 들어찬다", 2장의 *"내 얼굴은 습자지같이 얇고 투명했어"*와 연결되어, 폭력의 흔적이 신체에 각인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엘리자베스 그로스'신체의 정치학' 개념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설]

엘리자베스 그로스(Elizabeth Grosz, 1952- )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철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로, '신체의 정치학'을 통해 신체가 어떻게 사회적, 문화적 권력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재현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신체는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사회적 의미와 권력이 투영되는 장이라는 것입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흥미롭지만, 이렇게 복잡한 구조와 상징이 5.18의 실제 역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사실적인 묘사가 더 강력한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5.18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그녀는 담배를 꺼내 문다"*와 같은 일상적 행위의 묘사 속에서 트라우마의 지속성을 보여주고 있죠. 이는 프로이트'반복 강박' 개념과 연결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가 어떻게 개인의 일상에 스며드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해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로, '반복 강박'(Repetition Compulsion)은 트라우마적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이는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 갈등이 반복되는 행동이나 생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나타나는 시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19:00", "19:30" 등의 시간 표시는 1장의 현재 시제 서술, 2장의 초월적 시간성과 대비되면서, 트라우마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앙리 베르그송'지속'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 1859-1941)은 프랑스의 철학자로, '지속(Durée)' 개념을 통해 시간은 양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내면적 흐름이며, 의식의 연속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시간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하는 개념입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덧붙여, 이 장에서 나타나는 공간성도 주목할 만합니다. *"그녀는 잠시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와 같은 구절은 1장의 광장, 2장의 초월적 공간과 대비되면서, 트라우마가 일상 공간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가스통 바슐라르'공간의 시학'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공간의 시학'에서 일상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탐구했습니다. 이는 공간이 단순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심리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침묵의 모티프입니다. *"사내가 첫 뺨을 때렸을 때 그녀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라는 구절은 1장의 "귀를 찢는 총성과 함성", 2장의 *"혀도 목소리도 없이 신음하려고 하자"*와 연결되어, 폭력 앞에서의 침묵과 저항의 의미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야트리 스피박'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 1942- )은 인도의 문학이론가이자 철학자로, 그녀의 논문 '서발턴은 말할 수 있는가?'(Can the Subaltern Speak?)에서 식민지 여성 등 억압받는 자들이 구조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매우 깊이 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와 상징이 일반 독자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요? 5.18의 역사적 사실정치적 의미가 희석되지는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5.18의 의미를 더 깊이 있게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곱 대의 뺨을 그녀는 이제부터 잊을 것이다. 하루에 한 대씩, 일주일 만에 잊을 것이다"*라는 구절은 트라우마의 치유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그 과정의 어려움을 암시합니다. 이는 도미니크 라카프라'역사적 트라우마' 개념과 연결되면서, 5.18의 의미를 개인적, 집단적 차원에서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죠.

[해설]

도미니크 라카프라(Dominick LaCapra, 1939- )는 미국의 역사학자로, '역사적 트라우마'를 연구하며, 트라우마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의 치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는 트라우마의 반복극복을 통해 역사적 이해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이 장이 전체 작품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장이 사건 당시를, 2장이 죽음 이후를 다뤘다면, 3장은 생존자의 관점에서 5.18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쿠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처럼, 다양한 시점을 통해 하나의 사건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효과를 냅니다.

[해설]

쿠로사와 아키라(黒澤 明, 1910-1998)는 일본의 영화감독으로, 그의 영화 '라쇼몽'(羅生門, 1950)은 한 사건을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다루며 진실의 상대성주관성을 탐구합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나타나는 '잊기'의 모티프는 전체 작품의 주제와 깊이 연관됩니다. *"일곱 대의 뺨을 그녀는 이제부터 잊을 것이다"*라는 구절은 역설적으로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폴 리쾨르'기억과 망각의 변증법' 개념과 연결되면서, 5.18을 어떻게 기억하고 잊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해설]

폴 리쾨르(Paul Ricoeur, 1913-2005)는 프랑스의 철학자로, 그의 저서 '기억, 역사, 망각'에서 기억과 망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서술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는 기억의 윤리적 책임과 망각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지적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일상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자취방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와 같은 일상적 묘사는 1장의 극단적 상황, 2장의 초월적 상황과 대비되면서, 트라우마가 어떻게 일상에 스며드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미셸 드 세르토'일상의 실천' 개념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미셸 드 세르토(Michel de Certeau, 1925-1986)는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로, '일상의 실천'(The Practice of Everyday Life)에서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 구조에 저항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의 문학적, 철학적 깊이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이런 접근이 5.18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오히려 너무 난해해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매우 중요한 지점을 짚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5.18의 의미를 더 보편적이고 인류학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고 있다고 봅니다. '일곱 개의 뺨'이라는 상징을 통해 개인의 고통집단의 경험으로, 나아가 인류 보편의 문제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죠. 이는 한나 아렌트'인간의 조건'에서 말한 '복수성(plurality)'의 개념과 연결되면서, 5.18을 한국의 특수한 경험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해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독일 출신의 정치철학자로, '인간의 조건'(The Human Condition)에서 '복수성(plurality)'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며, 이는 다양한 개인들이 함께 세계를 형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3장 '일곱 개의 뺨'은 앞선 두 장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5.18을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일상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4장 '쇠와 피'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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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쇠와 피'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4장 '쇠와 피'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이번에는 5.18이라는 한국 사회의 역사적 특수성에 더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시작해주시겠습니까?

김현우: 네, '쇠와 피'5.18 당시 고문을 받은 생존자의 증언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범한 볼펜이었습니다, 모나미 검정 볼펜. 그걸 손가락 사이에 교차시켜 끼우게 했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통해 국가폭력의 실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반복된 국가폭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죠.

박지선: 동의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 주목할 점은 고문의 도구로 '모나미 볼펜'이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매우 한국적인 맥락을 지니고 있죠. 모나미 볼펜은 한국의 근대화경제발전을 상징하는 물건인데, 이것이 고문 도구로 전용되는 모습은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한 모순과 폭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이 장에서 나타나는 고문 피해자의 심리 묘사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맥락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나는 9년형을, 김진수는 7년형을 언도받았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불법적인 고문과 재판 과정이 마치 정상적인 법 집행인 것처럼 묘사되는 모습은 당시 한국 사회의 왜곡된 정의 관념을 보여줍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침묵'의 모티프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그야 왼손이죠. 오른손으론 조서를 써야 하니까."*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고문 피해자는 자신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박힌 '한(恨)'의 정서, 즉 억눌린 감정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한(恨)'은 한국 문화에서 깊은 슬픔, 억울함, 분노 등을 포함한 복합적인 감정을 의미합니다. 이는 역사적 고난과 억압 속에서 형성된 정서로, 문학과 예술에서 자주 다루어집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흥미롭지만, 이런 접근이 5.18의 정치적 의미를 희석시키지 않을까요?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이런 문학적 접근이 얼마나 효과적일 수 있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5.18의 정치적 의미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개인의 고뇌를 넘어, 국가폭력의 본질인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는 한나 아렌트'악의 평범성' 개념과 연결되면서, 5.18을 한국의 특수한 경험을 넘어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죠.

[해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독일 태생의 미국 정치철학자로, 그녀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거대한 악행이 특별히 사악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따를 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나타나는 '기억'의 문제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엔 견딜 만했습니다. 하지만 날마다 같은 곳에 그렇게 하니까 상처가 깊어졌어요."*라는 구절은 트라우마의 반복심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5.18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죠.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덧붙여, 이 장에서 나타나는 '연대'의 모티프도 중요합니다. *"나는 9년형을, 김진수는 7년형을 언도받았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고문 피해자들 간의 연대가 드러납니다. 이는 5.18 당시 광주 시민들의 연대와 맞닿아 있으며, 한국 민주화 운동의 핵심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언어의 사용입니다. *"펄펄 끓는 아스팔트를 수레에다 실어와서 들이붓고, 평평하게 고르고 다지고."*와 같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언어 사용은 고문의 비인간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반복된 국가폭력의 일상화, 평범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이 5.18의 의미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이런 문학적 접근이 5.18에 대한 객관적 역사 인식 형성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입니다. 오히려 사실에 기반한 역사서술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지적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5.18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이상하게도 나는 혼자였어. 그러니까 혼들은 만날 수 없는 거였어."*라는 구절은 5.18 희생자들의 고립된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실 나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5.18의 정서적, 심리적 차원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죠. 이를 통해 우리는 5.18을 더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이 5.18을 다루는 방식은 한국 사회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직접적인 고발이나 고통의 나열이 아닌, 섬세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 5.18의 의미를 사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죠. 이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과거사를 대면하고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하나의 제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상호: 박 평론가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나타나는 '고문의 일상성'미셸 푸코'규율사회'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 권력이 개인의 신체를 통제하고 규율하는 방식이 고문이라는 극단적 형태로 드러난 것이죠.

[해설]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1926-1984)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규율사회'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근대 사회에서 권력이 개인의 신체와 행동을 미세하게 통제하고 규율하는 방식을 설명합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비인간화'의 과정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고문을 당하는 피해자가 단순한 고통의 객체로 전락하는 모습은 프란츠 파농이 말한 식민지의 비인간화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해설]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1925-1961)은 마르티니크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로, 그의 저서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 식민지 지배가 피지배인의 비인간화를 가져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인간성을 박탈하는 폭력의 구조를 비판합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이 단순한 역사적 재현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 폭력의 본질, 기억과 치유 등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국제적으로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보시나요?

김현우: 그렇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다루지만, 이를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홀로코스트 문학이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문학 등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습니다.

[해설]

홀로코스트 문학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말하며, 엘리 위젤, 프리모 레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인류의 비극과 윤리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작품은 트라우마의 서사화를 통해 독자들이 공감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캐시 카루'트라우마 서사' 이론과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해설]

캐시 카루(Cathy Caruth)는 미국의 문학 이론가로, 그녀의 '트라우마 서사' 이론은 트라우마가 직접적으로 말해질 수 없지만, 반복지연을 통해 서사화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트라우마는 새로운 의미를 얻고 치유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국가폭력의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주제입니다. 이는 조르조 아감벤'예외상태' 개념과 연결되어,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상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해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 1942- )은 이탈리아의 철학자로, 그의 저서 '호모 사케르'에서 '예외상태(State of Exception)'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국가가 위기 상황에서 법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상태를 말하며, 이는 법과 폭력의 모순적 관계를 드러냅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작품이 기억의 전달세대 간의 소통에 대해서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알레이다 아스만'문화적 기억' 이론과도 연결됩니다.

[해설]

알레이다 아스만(Aleida Assmann, 1947- )은 독일의 문화학자로, '문화적 기억'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집단과 사회가 공유하고 전승하는 기억을 의미합니다. 이는 역사적 사건이 세대를 거쳐 어떻게 기억되고 재해석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4장 '쇠와 피'5.18이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재현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보편적인 인권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확장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5.18의 의미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현재의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5장 '밤의 눈동자'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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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밤의 눈동자'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5장 '밤의 눈동자'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특히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과 관련하여, 이 작품이 어떻게 세계사적 보편성을 획득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시작해주시겠습니까?

김현우: 네, '밤의 눈동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고 봅니다. 이 장에서 사용된 2인칭 시점, *"당신은 담배를 꺼내 문다"*와 같은 구절은 독자를 직접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는 클로드 시몽이나 미셸 뷔토르 같은 프랑스 누보로망 작가들의 실험적 기법을 연상시키면서도, 한국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해설]

클로드 시몽(Claude Simon, 1913-2005)미셸 뷔토르(Michel Butor, 1926-2016)는 프랑스의 누보로망(Nouveau Roman) 작가들로, 전통적 서사 구조를 탈피한 실험적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들은 시점의 변주, 시간의 파괴, 내면 의식의 흐름 등을 통해 새로운 소설 양식을 개척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 주목할 점은 개인의 트라우마집단의 역사가 교차되는 방식입니다. *"그 여름 이전으로 돌아갈 길은 끊어졌다"*라는 구절은 개인의 상처가 곧 민족의 상처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백년의 고독'에서 볼 수 있는 개인과 역사의 얽힘과 유사하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경험을 세계적 맥락으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해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 1927-2014)는 콜롬비아의 작가로, 그의 대표작 '백년의 고독(One Hundred Years of Solitude)'은 개인과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역사를 다루며, 마술적 리얼리즘을 사용해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결합했습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이 장에서 나타나는 시간성의 파괴는 매우 독특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섞이는 서술은 윌리엄 포크너의 기법을 연상시키면서도,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선형적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는 한강이 어떻게 한국의 특수성을 세계문학의 보편성으로 승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해설]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1897-1962)는 미국의 작가로, 그의 작품은 복잡한 시간 구조와 다중 시점을 통해 남부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깊이 있게 묘사했습니다. 특히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는 시간의 흐름이 파편화된 서술로 유명합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사용된 언어의 시적 특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눈앞에서 일렁이는 파르스름한 어둠을 향해 당신은 묻는다"*와 같은 구절은 매우 시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파블로 네루다옥타비오 파스의 시를 연상시키면서도, 한국어의 특수성을 살려내고 있습니다. 한강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노벨상 수상의 의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 1904-1973)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 1914-1998)는 각각 칠레와 멕시코의 시인으로, 그들의 시는 풍부한 상징과 이미지, 그리고 시적 언어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자연을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둘 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흥미롭습니다만, 과연 5.18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어떻게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듭니다. 노벨상 선정 과정에서 이 점이 어떻게 평가되었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질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한강이 5.18을 다루는 방식이 바로 그 해답이 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은 5.18을 넘어 인류 보편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이는 프리모 레비임레 케르테스 같은 작가들이 홀로코스트라는 특수한 경험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것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해설]

프리모 레비(Primo Levi, 1919-1987)는 이탈리아의 작가로,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로서 '이것이 인간인가'를 통해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기록했습니다. 임레 케르테스(Imre Kertész, 1929-2016)는 헝가리의 작가로, 역시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00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더불어 한강의 작품이 가진 윤리적 측면도 주목할 만합니다.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이라는 테마는 5.18 생존자들의 경험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윤리적 딜레마를 보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장 폴 사르트르알베르 카뮈실존주의적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죠.

[해설]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로,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인간의 부조리자유, 책임 등의 문제를 깊이 탐구했습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한강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폭력에 대한 성찰은 매우 독특합니다. *"당신은 총을 든 군인들을 보았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사실 묘사를 넘어, 국가폭력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한나 아렌트'악의 평범성' 개념과 연결되면서도, 한국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해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독일 태생의 미국 정치철학자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제시했습니다. 이는 거대한 악행이 특별히 사악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따를 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몸'의 이미지도 주목할 만합니다. '밤의 눈동자'에서도 신체적 감각을 통해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부분이 많이 나옵니다. 이는 모리스 메를로-퐁티'살의 현상학'과 연결되면서도, 한국의 샤머니즘적 전통과 결합하여 독특한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이 한강의 작품에 세계적 보편성과 동시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해설]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1)는 프랑스의 현상학 철학자로, 그는 신체를 통한 지각이 세계를 이해하는 기본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살의 현상학'은 신체와 세계의 상호 관계를 강조합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한강의 작품이 어떻게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한강 작가 개인의 특성이 이런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시나요?

김현우: 좋은 질문입니다. 한강 작가의 개인적 배경, 특히 그녀가 5.18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세대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그녀가 5.18을 직접적인 체험이 아닌, 집단 기억과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거리두기'가 오히려 5.18을 더 보편적인 차원에서 조명할 수 있게 해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또한 한강 작가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흰'에서도 볼 수 있는 신체성에 대한 관심이 '소년이 온다'에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는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 개인의 일관된 문제의식이 어떻게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호: 그리고 한강은 미니멀리즘적 문체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이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레이먼드 카버 같은 작가들의 영향도 엿보이지만, 한국어의 리듬과 정서를 살려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해설]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 1938-1988)는 미국의 작가로, 간결한 문체와 미니멀리즘적 서술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작품은 함축적인 언어로 깊은 감정을 전달합니다.

최미란: 그렇습니다. 한강의 작품은 또한 여성의 시각에서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문학의 흐름과도 연결됩니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토니 모리슨 등의 작가들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해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영국의 작가로, 여성의 내면과 사회적 지위를 탐구했습니다.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1931-2019)은 미국의 작가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경험을 깊이 있게 다루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한강의 작품이 단순히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사회적 문제를 보편적으로 탐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네요. 그렇다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시나요?

김현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작가의 성취를 넘어, 한국 문학의 다양성깊이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젊은 작가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이 보여준 문학적 실험사회적 문제에 대한 성찰은 앞으로의 한국 문학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 문학이 세계 문학과 소통하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상호: 또한 한국 문학 작품이 더 많이 번역되고 소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는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고,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최미란: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수상이 동아시아 문학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아시아의 문학 작품들이 세계 문학에서 더 큰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 특히 5장 '밤의 눈동자'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이 세계문학의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작가 개인의 특성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단순히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 문학과 세계 문학의 새로운 만남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음 시간에는 6장 '꽃 핀 쪽으로'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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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꽃 핀 쪽으로'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6장 '꽃 핀 쪽으로'에 대해 토론하겠습니다. 특히 이 장의 문학적 감수성, 시적 언어, 반복되는 심상과 주제, 상징, 그리고 문학적 장치에 초점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시작해주시겠습니까?

김현우: 네, '꽃 핀 쪽으로'는 한강의 문학적 감수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머시매를 따라갔다이."*로 시작하는 이 장은 광주 사투리를 사용하여 독특한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방언 사용을 넘어, 한국의 특수한 언어적 리듬세계문학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특히 이 장에서 반복되는 "...다이" 어미의 사용은 마치 구술 증언을 듣는 듯한 효과를 줍니다. 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증언'의 모티프를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시적인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언어적 실험은 제임스 조이스'피네건의 경야'를 연상시키면서도, 한국적 맥락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고 있죠.

[해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1882-1941)는 아일랜드의 작가로, 그의 작품 '피네건의 경야(Finnegans Wake)'는 언어의 파괴와 재창조를 통해 복잡한 인간 의식을 표현했습니다. 조이스는 언어적 실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이 장에서 반복되는 '꽃'의 이미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꽃 핀 쪽으로"*라는 제목에서부터 시작해서, *"봄볕에 꽃이 핀다이"*라는 구절까지, '꽃'희망재생, 그리고 기억상징으로 작용합니다. 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생명''죽음'의 대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시간의 중첩에 대해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때로 되돌아간다이"*라는 구절이 반복되면서, 과거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평면 위에 공존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이는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의 중첩과 유사하면서도, 5.18이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해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 1871-1922)는 프랑스의 작가로, 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는 기억과 시간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며,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흥미롭습니다만, 이렇게 시적이고 추상적인 언어 사용이 5.18이라는 구체적이고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는 데 적합한지 의문이 듭니다. 오히려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묘사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시적 언어상징의 사용이 오히려 5.18의 본질적 의미를 더 깊이 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느이 아부지 생전에 나헌테 하던 말이, 그때 내가 울지도 않고 뗏장 옆에 풀을 한 움큼 끊어서 삼켰다든디."*라는 구절은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깊은 상실감억눌린 슬픔을 매우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폴 첼란의 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극한의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설]

폴 첼란(Paul Celan, 1920-1970)은 유대계 루마니아 출신 독일어 시인으로,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난해하고 복잡한 시어로 표현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표현 불가능한 고통을 언어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장에서 사용된 문학적 장치 중 하나인 '반복'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께, 그러니께" 같은 구절의 반복은 단순한 사투리 사용을 넘어, 화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의 반복적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사뮈엘 베케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반복의 기법과 유사하면서도, 한국의 구술 문화와 결합하여 독특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해설]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1989)는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그의 작품은 부조리한 인간 존재를 반복과 침묵 등의 기법으로 표현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고도를 기다리며'가 있습니다.

이상호: 박 평론가의 지적에 덧붙여, 이 장에서 나타나는 '침묵'의 모티프도 주목할 만합니다. *"암것도 모르겄어야"*라는 구절이 반복되면서, 말할 수 없는 고통, 표현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리스 블랑쇼가 말한 '불가능한 증언'의 개념과 연결되면서, 5.18의 불가능한 재현을 오히려 가능하게 만드는 역설적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해설]

모리스 블랑쇼(Maurice Blanchot, 1907-2003)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로, 그는 증언의 불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며, 극한의 경험은 언어로 온전히 표현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일상과 비일상의 교차입니다. *"느이 큰형이 서울 살러 갈 적에사 형편이 나아져서 이 집으로 옮겨왔제"*와 같은 일상적 서술과 5.18의 비극적 기억이 교차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가 일상에 스며드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댈러웨이 부인'에서 볼 수 있는 일상과 비일상의 교차와 유사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해설]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1882-1941)는 영국의 작가로,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에서 일상적인 하루 동안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트라우마를 심도 있게 탐구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장의 문학적 성취는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학적 장치들이 한강의 다른 작품들과는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우: 좋은 질문입니다. 한강의 다른 작품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흰'에서도 볼 수 있는 신체성에 대한 관심이 이 장에서도 나타납니다. *"뜨거운 불덩이 같은 탄환을 박아 넣기 전에"*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신체적 고통을 통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표현하는 방식은 한강 문학의 일관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개인적 문제의식이 어떻게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데까지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자연 이미지, 예를 들어 '꽃', '나무', '불' 등의 사용은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로렌스의 자연주의와도 연결될 수 있으며, 한강의 작품이 가진 보편성을 강화합니다.

[해설]

D.H. 로렌스(D.H. Lawrence, 1885-1930)는 영국의 작가로, 그의 작품은 인간의 내면과 자연, 그리고 본능적인 욕망을 탐구했습니다.

이상호: 또한 이 장에서 나타나는 공동체 의식연대감한국 문학의 전통과도 연결됩니다. 이는 신경숙이나 황석영 등의 작가들이 다루어온 주제이기도 합니다. 한강은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세계 문학의 맥락에서 보편적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미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사용된 광주 사투리는 단순한 언어적 선택을 넘어, 지역성역사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윌리엄 포크너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지역적 특성을 작품에 녹여낸 것과 유사합니다.

[해설]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 1897-1962)는 미국의 작가로, 그의 작품은 미국 남부의 사회와 문화를 깊이 있게 묘사하며, 지역성을 바탕으로 보편적인 인간의 문제를 탐구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한강의 작품이 가진 문학적 깊이다양성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김현우: 저는 이 작품이 기억의 중요성역사의 반복을 막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봅니다. *"꽃 핀 쪽으로"*라는 제목은 비록 비극적인 과거가 있었지만, 희망재생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개인과 집단의 상처를 함께 다루면서, 공감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상호: 또한 이 작품은 언어의 힘을 보여줍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언어적 실험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예술의 치유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미란: 그렇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과거의 상처를 직시하고, 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네, 정말 깊이 있는 토론이었습니다. '소년이 온다'의 6장 '꽃 핀 쪽으로'를 통해 우리는 한강의 문학적 감수성시적 언어 사용, 그리고 다양한 문학적 장치들이 어떻게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가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게 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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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 대한 토론]

사회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 대해 토론하며,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논의를 진행하겠습니다. 김현우 교수님부터 시작해주시겠습니까?

김현우: 네, '눈 덮인 램프'는 이 작품의 핵심 주제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열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이 장은 세대를 넘어 전해지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는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기억''망각'의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5.18이 현재진행형의 사건임을 강조합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특히 이 에필로그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로 추정되는 화자의 목소리입니다. 이는 1장부터 6장까지 다양한 시점으로 펼쳐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합니다. *"너무 늦게 시작했다고 나는 생각했다"*라는 구절은 역사적 진실 규명의 어려움과 동시에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죠. 이는 전체 작품의 창작 동기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이 장에서 반복되는 '눈'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눈 덮인 무덤들 속에서 마침내 그의 것을 찾아냈다"*라는 구절에서 '눈'망각과 동시에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이는 1장의 *"어린 새"*부터 시작해서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순수''폭력'의 대비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미란: 이상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저는 이 장에서 나타나는 시간성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현재과거, 그리고 상상 속 미래가 교차되는 구조는 전체 작품의 비선형적 시간 구조를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2장 '검은 숨'초월적 시간성, 3장 '일곱 개의 뺨'반복적 시간성 등 각 장에서 나타난 다양한 시간 개념을 종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은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에필로그가 5.18이라는 구체적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데 적합한지 의문이 듭니다. 전체 작품을 통해 5.18의 실상이 제대로 전달되었다고 보시나요?

김현우: 정 칼럼니스트님의 우려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이 오히려 5.18의 본질적 의미를 더 깊이 전달하고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꽃 핀 쪽으로"*라는 구절의 반복은 4장 '쇠와 피'극단적 폭력 묘사, 5장 '밤의 눈동자'내면적 고뇌와 대비되면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5.18이 가진 보편적 의미를 탐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지선: 김 교수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더불어 이 에필로그가 전체 작품의 문학적 장치들을 어떻게 종합하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제 당신이 나를 이끌고 가기를 바랍니다"*라는 구절은 3장의 2인칭 시점, 6장의 구술적 어조를 연상시키면서도,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 책임을 독자에게 전가하는 효과를 냅니다.

이상호: 그렇습니다. 또한 이 에필로그에서 나타나는 '빛''어둠'의 대비도 중요합니다. *"눈 덮인 램프"*라는 제목부터 시작해서 *"어둠 속에서 그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구절까지, 이는 전체 작품을 관통하는 '기억''망각', '진실''은폐'의 주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5.18의 진실 규명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임을 암시하고 있죠.

최미란: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 장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언어의 시적 사용입니다. *"눈발은 갓 빻은 쌀가루처럼 가볍고 부드러워 보였다"*와 같은 구절은 1장부터 이어진 시적 언어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극단적 폭력과 고통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아름다운 언어로 승화시키는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태영: 여러분의 분석을 들으니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한국 문학사세계 문학사에서 어떤 의의를 가진다고 보시나요?

김현우: 좋은 질문입니다.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5.18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보편적 인류의 경험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문학적 기법철학적 사유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재현하는 방식은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세계 문학의 맥락에서 볼 때, 이는 홀로코스트 문학이나 포스트콜로니얼 문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동아시아적 감수성을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설]

  • 홀로코스트 문학: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의미하며, 프리모 레비, 엘리 위젤 등의 작가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인류의 비극과 윤리적 문제를 제기합니다.

  • 포스트콜로니얼 문학: 식민지 경험과 그 후유증을 다루는 문학으로, 치누아 아체베, 살만 루슈디 등의 작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식민주의의 영향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합니다.

박지선: 동의합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은 여성 작가로서의 독특한 시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습니다. 이는 버지니아 울프토니 모리슨 등의 전통을 이어받아, 젠더적 관점에서 역사와 사회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상호: 또한 이 작품은 기억의 윤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폴 리쾨르가 말한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을 통해, 어떻게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현재의 의미로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해설]

  • 폴 리쾨르(Paul Ricoeur, 1913-2005): 프랑스의 철학자로, 그의 저서 '기억, 역사, 망각'에서 기억과 망각의 상호작용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을 논의했습니다.

최미란: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독자 참여적 서술 방식을 통해 문학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고, 역사적 책임을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reasonofmoon_Solemn_Leo_Lionni-style_cityscape_at_night

[전체 종합 및 결론]

이번 토론을 통해 한강의 '소년이 온다'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다루면서도, 이를 보편적 인류의 문제로 승화시켰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각 장마다 독특한 시점서술 기법을 사용하여 역사적 트라우마를 다각도로 조명하였고, 문학적 장치들을 통해 독자들이 감정적 공감지적 성찰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1장 '어린 새'에서는 2인칭 시점감각적 묘사를 통해 독자를 사건의 현장으로 끌어들였고, '새'의 이미지를 통해 희생된 젊은이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습니다.

2장 '검은 숨'에서는 죽은 자의 시점을 통해 초월적 시간성과 공간성을 탐구하였으며, 집단적 희생개별적 경험의 모순을 드러냈습니다.

3장 '일곱 개의 뺨'에서는 생존자의 트라우마신체성일상성을 통해 표현하였고,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을 제시하였습니다.

4장 '쇠와 피'에서는 고문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국가폭력의 문제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5장 '밤의 눈동자'에서는 2인칭 시점시적 언어를 통해 개인과 집단의 트라우마를 보편적인 인류의 문제로 확장하였으며,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연관지어 작품의 세계적 의의를 논의하였습니다.

6장 '꽃 핀 쪽으로'에서는 광주 사투리반복되는 상징을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극대화하였고, 희망과 재생의 메시지를 전달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눈 덮인 램프'에서는 전체 작품의 주제들을 집약하여 기억의 중요성역사적 진실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습니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이러한 다양한 문학적 실험과 깊이 있는 철학적 탐구를 통해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세계 문학의 맥락에서 큰 의의를 갖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이는 문학이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보편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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