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상(1):미지의 문

퇴근길 골목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문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입구였다. 민준은 그 사실을 알 리 없었다. 그저 평범한 금요일 저녁,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던 그였다.

골목 구석에 자리 잡은 그 문은 언뜻 보기엔 평범했다. 녹슨 경첩, 벗겨진 페인트, 그리고 희미하게 새겨진 무늬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문 틈새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빛. 그리고 바람 소리 같기도, 속삭임 같기도 한 희미한 소리.

민준은 망설였다. 하지만 호기심이 그를 앞으로 밀어냈다.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그는 문을 열었다.

순간, 강렬한 빛이 그를 감쌌다. 눈을 뜨자 그의 앞에 펼쳐진 것은 상상도 못했던 광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부유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수정 같은 탑들. 민준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 있던 도시의 번잡함은 온데간데없고, 그의 주위를 감싸는 것은 신선한 공기와 이국적인 향기뿐이었다.

"이게 대체..." 민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어서 와, 새로운 방문자!"

뒤돌아보니 키 작은 노인이 환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름진 얼굴에 반짝이는 눈동자, 그리고 뾰족한 모자.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저, 저는..." 민준이 말을 더듬자 노인은 손을 들어 그를 멈추게 했다.

"설명할 시간은 충분해. 지금은 네가 선택할 차례야. 이 세계에 머물러 모험을 즐길 건가, 아니면 돌아갈 건가?"

민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현실 세계의 업무와 책임들이 떠올랐지만, 동시에 이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커져갔다. 그의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민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노인의 표정이 급변했다.

"선택해야 해, 지금 당장! 종이 세 번 울리면 문이 닫혀버려!"

민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두 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민준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현실의 삶, 가족, 친구들... 하지만 동시에 이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나... 나는..." 민준이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세 번째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머물겠습니다."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현명한 선택이야, 젊은이. 자, 이제 네 모험이 시작되는 거야."

그 순간, 민준이 들어온 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돌아갈 길은 없었다. 이제 그의 앞에는 오직 새로운 세계뿐이었다.

"자, 따라오렴." 노인이 말했다. "네게 이 세계에 대해 설명해 줄 게 많아."

민준은 노인을 따라 언덕을 올랐다. 정상에 도달하자 그의 눈앞에 거대한 도시가 펼쳐졌다. 수정 탑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있었고, 거리에는 다양한 종족의 생명체들이 오가고 있었다.

"여기가 아스트라리아." 노인이 설명했다.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세계지. 넌 '차원의 문'을 통해 이곳에 왔어. 우리는 너 같은 사람들을 '차원 여행자'라고 부르지."

민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거죠?"

노인은 깊은 눈으로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건 네가 정하는 거야.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모든 차원 여행자에겐 특별한 힘이 있지. 네 안에 잠든 그 힘을 깨우는 것, 그게 네 첫 번째 임무가 될 거야."

그때, 멀리서 폭발음이 들렸다. 도시의 한 구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노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오 이런, 또 시작되는군. 어둠의 세력이 도시를 공격하고 있어. 민준, 넌 선택해야 해. 도시를 지키는 수호자들과 함께 싸울 건가, 아니면..."

민준은 망설였다. 이 모든 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흥분이었을까?

"저는..." 민준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