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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로 소설쓰기] 창조의 그림자 (The Shadow of Cre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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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 폐허의 도시>

태양은 지평선에 낮게 걸려 있었고, 하늘은 불타는 듯한 주황색과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카이는 무너져 내린 마천루 꼭대기에 서서,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느꼈다. 그는 스카프를 얼굴에 꼭 둘러 매어, 매캐한 먼지 바람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했다.

그의 아래로, 옛 도시의 잔해가 눈에 닿는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 - 그것은 썩어가는 콘크리트, 녹슨 금속, 부서진 유리로 이루어진 미로였다. 이 황무지가 한때는 활기찬 대도시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대재앙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세상이 폐허가 되기 전까지는.

카이는 자신의 장비를 점검했다 - 갈고리 밧줄, 플라스마 절단기, 약간의 식량. 폐품 수집에 필수적인 것들이었다. 그는 마스크 속 필터가 부드럽게 숨소리를 내뱉는 것을 들으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건물 가장자리에서 뛰어내렸다.

잠시 동안, 그는 자유낙하를 했고, 바람은 그를 스쳐 지나갔으며 땅은 빠르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갈고리 밧줄을 발사했고, 갈고리는 튼튼한 철골을 물었다. 카이는 큰 호를 그리며 멋지게 활공하여, 한때 붐비던 도시의 거리 한가운데 가볍게 착지했다.

이제, 삶의 흔적이라고는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돌연변이 쥐들과 그림자 속에서 때때로 보이는 움직임 뿐이었다. 그 움직임은 더 크고 더 위험한 무언가가 있음을 암시했다. 카이는 폐허와 잔해를 밟으며 재빠르고 조용하게 움직였다.

그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찾고 있었다 - 낡은 기술, 기계 부품, 운이 좋다면 보존된 식량일 수도 있었다. 이런 물건들은 지온의 생명줄이었다.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도시의 생명줄이었다. 폐품 수집가들이 없다면, 지온은 빠르게 무너질 것이다.

카이가 옛 전자제품 가게의 잔해를 뒤지고 있을 때, 한 줄기 빛이 그의 눈에 띄었다. 그는 더 가까이 다가가, 먼지와 때를 털어내며 작고 구 모양의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대리석 크기였고, 마치 심장 박동처럼 부드럽게 맥동하는 내부의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카이는 그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그는 손을 뻗어 물건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그 표면에 닿자마자, 그는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꼈다. 그것은 그가 이전에 경험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 마치 그의 모든 세포가 갑자기 살아난 것 같은 힘과 활력의 급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는 자신의 삶이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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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 돌연변이와의 조우>

카이의 손 안에서 구슬이 웅웅거리는 것 같았고, 그 빛은 그의 심장 박동과 리듬을 같이하며 고동쳤다. 그는 구슬을 이윽고 사그라지는 햇살에 들어 올려, 완벽하고 흠 없는 표면을 감탄했다. 이것이 무엇일까? 어디에서 왔을까?

카이의 생각은 그림자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해 끊겼다 -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낮고 거친 으르렁거림이었다. 그는 휙 돌아섰고, 자유로운 한 손은 플라스마 절단기를 향해 갔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생물은 카이가 이제까지 본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 그것은 대충 사람과 비슷한 형상이었지만, 몸은 뒤틀리고 일그러져 있었고, 피부는 병든 듯 얼룩덜룩한 회색이었다. 그 눈은 사나운 굶주림의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고, 입에는 뾰족하고 칼날 같은 이빨이 가득했다.

돌연변이였다. 대재앙 때 방출된 유독 에너지에 의해 뒤틀리고 변형된 불행한 영혼 중 하나였다. 그들은 황무지를 무리 지어 배회하며, 움직이는 모든 것을 사냥했다.

그 돌연변이는 발톱을 뻗으며 카이에게 달려들었다. 카이는 본능적으로 반응했고, 옆으로 피하며 플라스마 절단기를 들어 올렸다. 그 무기는 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했고, 타오르는 듯한 푸른 광선이 돌연변이의 가슴을 꿰뚫었다.

카이의 충격으로, 광선은 그 생물을 관통하고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돌연변이는 마치 그 에너지를 흡수하는 듯했고, 그 몸은 구슬과 같은 기묘한 빛으로 잠시 빛났다.

카이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플라스마 절단기는 폐품 수집가들이 가진 가장 발전된 무기였고, 금속과 돌을 버터처럼 자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 생물들에게 쓸모없다면…

돌연변이는 다시 달려들었고, 이번에는 카이가 피하기에는 너무 느렸다. 그 생물은 카이를 들이받아 땅에 쓰러뜨렸다. 구슬이 그의 손에서 날아가, 잔해 투성이 거리를 굴러갔다.

카이는 돌연변이의 손아귀와 싸웠지만, 그 힘은 엄청났다. 그는 자신의 얼굴에 뜨겁고 악취 나는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빛나는 눈동자 속의 굶주림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입을 크게 벌려, 카이의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그 생물은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뒤로 내동댕이쳐진 것이었다. 카이는 숨을 헐떡이며 일어나 앉았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구슬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구슬은 이제 더 밝고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으며, 사나운 분노의 빛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카이는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구슬을 낚아챘다. 그는 구슬의 힘이 자신을 통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근육은 강해지고, 감각은 날카로워졌다. 돌연변이는 이미 다시 일어서고 있었지만, 카이는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는 무적이라고 느꼈다.

반항의 포효와 함께, 카이는 돌연변이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몸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속도와 우아함으로 움직였다. 주먹이 그 생물의 뒤틀린 얼굴을 강타했고, 이번에는 돌연변이가 날아가 근처 건물의 벽을 뚫고 나가떨어졌다.

카이는 쓰러진 생물 위에 서서, 숨을 몰아쉬었다. 구슬의 빛은 이제 희미해지기 시작했고, 그 힘은 어떤 신비로운 곳에서 왔든 그리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카이는 여전히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액체 불처럼 혈관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단순한 믿음 이상의 확신으로. 구슬이 그를 선택했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에게 이 놀라운 능력을 부여했다는 것을.

그리고 카이는 그 이유를 밝혀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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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 지온으로의 귀환>

지온으로 돌아가는 여정은 흐릿한 기억으로 남았다. 카이는 폐허를 가로질러 말도 안 되는 속도와 민첩함으로 움직였다. 그는 틈새를 뛰어넘고, 수직의 벽을 오르며, 눈 깜짝할 사이 광활한 거리를 가로질렀다.

그 모든 동안, 구슬은 그의 주머니 속에서 부드럽게 맥동했고, 이제 그 힘은 지속적이고 안심되는 존재감이었다.

카이가 지온의 우뚝 솟은 성벽에 다가갈 때, 그는 자신이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는 주위를 훑어보았고, 그의 향상된 감각은 폐허 속으로 뻗어나갔다. 저기, 폐허 사이에 숨어있는 몇몇 인영이 있었다. 거리가 멀어 카이는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들의 자세와 몸짓이 그들이 폐품 수집가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들은 카이를 사냥하고 있었다.

카이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저 사람들은 누구지? 그들이 구슬을 본 걸까? 구슬이 무엇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그에게는 답이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구슬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것을. 구슬을 지온으로 가져가서, 그것이 정말 무엇이고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을.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어 카이는 도시 문을 향해 달렸다. 성벽 위의 보초병들은 그가 다가오자 놀라 소리쳤고, 무기를 그에게 겨누었다. 카이는 급히 멈춰 서서, 평화의 제스처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총을 내려놓으시오!" 그가 소리쳤다. "저, 카이입니다!"

긴장된 침묵이 흘렀고, 이어서 문이 천천히 열렸다. 카이는 성 안으로 걸어 들어갔고, 보초병들의 시선이 그의 등에 꽂히는 것을 느꼈다. 그가 돌아온 소식은 빠르게 퍼질 것이다. 폐품 수집가가 이렇게 빨리, 그것도 멀쩡한 몸으로 돌아오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지온의 구불구불한 거리를 지나며, 카이는 그에게 엄습한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늘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희망과 안전의 등불 같았던 이 도시가, 이제는 답답하고 억압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창문과 골목에서 그를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고, 마치 도시 전체가 숨을 죽이고, 그가 다음에 무엇을 할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카이의 발걸음은 거의 본능적으로 그를 대도서관의 계단으로 이끌었다. 이곳은 폐품 수집가들이 가장 귀중한 발견물을 가져오는 곳이었고, 옛 세계의 지식이 땀과 노력으로 보존되고 연구되는 곳이었다.

구슬에 대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도서관의 학자들일 것이다.

카이는 주머니 속의 구슬이 무거운 것을 느끼며 계단을 올랐다. 도서관의 문은 그의 앞에 우뚝 서 있었다. 웅장하고 화려한, 과거 시대의 유물 같았다. 그는 손을 뻗어 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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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4 - 서재에서의 만남>

고즈넉한 도서관 서재에 들어선 카이는 창가에 앉아 먼지 낀 창문 너머로 힐끗 세상을 내다보았다. 석양이 지평선에 깔리고 있었고, 저 멀리 보이는 폐허의 잔해들은 마치 거인족이 버린 장난감 더미 같았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간직한 채 폐허를 떠돌던 사람들. 그들에게 지온은 안식처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지온 역시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성벽 안에서조차 힘과 지식을 독점하려는 욕망,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불신과 질시가 있었다.

카이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을 때였다. 고서들 사이를 비집고 나온 누군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자네가 바로 '창조의 구'를 가져온 청년이군."

카이는 화들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수십 년은 족히 묵은 듯한 두꺼운 책을 한아름 안고 서 있는 이는 백발의 노학자였다. 그의 눈빛은 시간의 켜를 깊이 간직한 호수처럼 차분하고 맑았다.

"에이든이라고 하네. 기나긴 세월 동안 잊힌 역사와 전설을 파헤치고 있지."

노학자는 천천히 책상에 고서들을 내려놓고는 신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자네가 찾은 것은 고대 아틀란티스 문명의 기적이자 오만이 빚어낸 재앙의 씨앗이었어. 한때 신에 가까웠던 문명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욕심을 부리다 멸망했다는 게 정설이지."

에이든의 손가락이 카이의 주머니를 가리켰다. 그 속에서 창조의 구가 은은히 맥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때로 평범한 이들을 비범한 운명으로 부르기도 하지. 구슬이 자네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닐 거야."

에이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두려울지도 모르네. 이 힘은 자네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르지. 이겨내야 하네"

"당신도 이 힘을 탐내시나요?"

카이의 물음에 에이든은 쓴웃음을 지었다.

"구슬을 손에 넣는다고 모두가 구원받는 건 아니겠지. 힘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강인한 영혼이 필요해. 자네라면 그 짐을 짊어질 수 있을 거라 믿네."

에이든의 말은 진실 된 조언이었지만, 한편으로 그 말속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의 그림자도 어렴풋이 보였다.

"힘없는 자는 힘을 갈망하게 마련이지. 힘있는 자 또한 그 힘에 취해 자신을 속일 때가 있어. 구슬을 노리는 자들은 많겠지만, 진정 구슬의 주인이 되려는 자는 없을 걸세."

노학자는 카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의 선택이 가져올 운명을, 나는 두 눈으로 지켜보고 싶군."

에이든의 얼굴에 스친 복잡한 감정을 카이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젊은 청년에 대한 연민인 동시에 세상의 불가항력 앞에서 무력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회한처럼 보였다.

창밖으로 밤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운명의 시간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이제 그 수레바퀴를 멈출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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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5 - 어둠의 그림자>

카이는 도서관을 나와 지온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이든과의 만남이 남긴 여운이 가슴 한구석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힘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 힘이 가져올 파장에 대한 두려움. 밤공기를 가르며 걷는 카이의 마음은 착잡했다.

거리는 어둠에 잠겨가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길어져 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다. 문득 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카이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림자 너머, 어둠 속에서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구지?"

대답 대신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본능적으로 몸을 날린 카이의 곁을 매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칼을 든 자의 모습이 어둠에서 스며 나왔다. 가죽 갑옷을 걸친 날렵한 복면한 남자. 그의 눈빛은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빛처럼 날카로웠다.

카이는 천천히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쥔 구슬이 섬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푸른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자 어둠이 물러났다. 카이의 홍채가 푸른색으로 물들었고, 그의 피부 위로는 광휘의 문신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괴한은 놀라움과 탐욕이 뒤섞인 눈빛으로 구슬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이어 그의 입술이 일그러지며 칼을 움켜쥐었다. 그는 칼을 휘둘러 카이에게 달려들었다. 강철이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그러나 카이는 몸을 날려 칼날을 피하는 것은 물론, 번개 같은 속도로 그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푸른 기운이 카이의 팔을 타고 흘러 괴한의 몸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는 경악과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마치 그의 피부 아래 무수한 바늘이 돋아나는 듯했다. 구슬의 힘에 압도된 그는 바들바들 떨며 칼을 놓쳤다.

카이는 천천히 괴한을 놓아주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푸른 빛이 서서히 가셨다. 그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선 그는 비틀거리며 골목 어귀로 달아났다. 먹먹한 고요가 골목을 감쌌다. 아드레날린이 가시며 카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구슬의 놀라운 힘에 전율하는 한편,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느꼈다.

카이는 구슬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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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6 - 위험한 동료>

새벽녘, 지온의 거리는 적막 그 자체였다. 어둠이 그림자의 제국을 건설한 시간, 카이는 구슬의 힘으로 밤의 장막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무의식중에 그의 손은 주머니 속 구슬을 향해 갔다. 어젯밤의 습격 이후, 누군가의 시선이 그를 뒤쫓고 있다는 느낌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골목을 돌자 불현듯 익숙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 까만 로브에 싸인 날씬한 여성의 체구. 벽에 기대어 숨을 죽이고 서 있는 그녀의 자태는 사냥감을 노리는 표범 같았다.

'설마 어제의 그 습격자가?'

섬광같이 스친 직감에 카이의 심장이 내달렸다. 그는 천천히 검에 손을 가져갔다. 바로 그때, 여인이 고개를 홱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푸른 눈동자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창조의 구'를 가진 자로군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한기를 머금고 있었다.

"난 셀린. 당신과 같은 목적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에요."

그녀가 로브 깃을 젖히자, 가슴께에 은색 문장이 드러났다. 용과 그리핀이 뒤얽힌 모양새였다.

"저는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수호자 기사단의 일원이에요. 우리 기사단은 '창조의 구'가 세상에 가져올 큰 영향을 알고 있죠. 그래서 그 힘이 악용되지 않도록, 구슬을 찾아 헤매고 있었어요."

셀린의 푸른 눈동자가 진지하게 빛났다.

"구슬의 파수꾼이 될 자는 강인한 정신력과 순수한 영혼을 지녀야만 해요. 욕심과 악의에 물들지 않을 만큼 강해야 하죠. 우리는 수 세기 동안 구슬의 행방을 쫓아왔고, 드디어 당신이 그 자격을 갖췄다는 걸 알아냈어요."

그녀가 로브 소매를 걷어붙이는 순간, 카이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창백한 피부 위로 선명하게 드러난 상처. 꽤 최근에 생긴 듯 붉게 부풀어 있었다.

카이는 문득 지난밤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칼을 휘두르던 괴한. 그 괴한의 손목을 틀어쥐었을 때, 손 안에 감겼던 느낌. 셀린의 가느다란 손목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의문이 피어오르려는 찰나, 셀린이 재빨리 소매를 내렸다.

"구슬의 행방을 쫓느라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어요. 이 상처도 그 과정에서 생긴 거예요."

붉은 입술이 옅은 미소를 그렸다. 카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 않았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그녀가 내민 흰 손을 맞잡는 순간, 상처가 도사리고 있을 팔목이 느껴졌다. 차가운 느낌. 카이는 지난밤 괴한의 손목을 쥐었을 때의 감각을 되살려보려 애썼지만, 어렴풋한 기억은 좀처럼 선명해지지 않았다.

"가죠, 파트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어요."

셀린이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카이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상처가 만들어낸 의구심이 뒤통수를 계속 때리고 있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함께 여정을 가는 동료를 의심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의심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새벽 하늘이 비춰들기 시작했다. 카이는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둠 속에 숨겨진 진실이 무엇일지, 그 끝에서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동이 트는 하늘만이 그 답을 알고 있는 듯 신비롭게 빛나고 있었다. 셀린에 대한 의문을 안고, 카이는 새로운 장을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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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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