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처럼 설레는 만남
첫눈처럼 설레는..
봄바람이 살랑거리던 3월의 어느 날, 서울 홍대 거리에서 지민과 서연은 우연히 마주쳤다. 카페에서 일하던 지민은 매일 아침 커피를 사러 오는 서연을 몰래 동경하고 있었다. 서연은 근처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서연이 늘 그랬듯이 주문했다.
"네, 곧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지민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오늘따라 서연의 미소가 더욱 눈부셨다.
커피를 건네며 용기를 내어 한마디 건넸다. "매일 아침 오시는데, 혹시 근처에서 일하시나요?"
서연은 살짝 놀란 듯했지만, 곧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건너편 디자인 회사에서 일해요. 매일 이렇게 맛있는 커피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아침마다 짧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날씨 얘기부터 시작해 서로의 취미와 관심사를 조금씩 알아갔다. 지민은 음악을 좋아했고, 퇴근 후에는 기타를 치며 자작곡을 만들었다. 서연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주말이면 전시회를 둘러보곤 했다.
어느 날, 지민은 용기를 내어 서연에게 말했다. "이번 주말에 홍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는데, 혹시 시간 되시면 와보시겠어요?"
서연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요? 꼭 가볼게요! 몇 시에 하시나요?"
토요일 오후, 홍대 거리는 늘 그랬듯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민은 긴장된 마음으로 기타를 튜닝하고 있었다. 그때 멀리서 서연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따라 더욱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지민은 직접 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매일 아침 마주치는 그녀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었다. 서연은 지민의 음악에 푹 빠져 듣다가, 문득 노래 가사가 자신을 향한 것임을 깨달았다.
공연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근처 공원을 거닐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이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노래 정말 좋았어요. 특히 가사가..." 서연이 말꼬리를 흐렸다.
지민은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서연 씨를 보면서 쓴 노래예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서연의 볼이 붉어졌다.
"저... 제가 그동안 그린 그림들이 있는데, 보여드려도 될까요?" 서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페 한편에 자리잡고 서연의 스케치북을 펼쳤다. 놀랍게도 그 안에는 카페에서 일하는 지민의 모습이 여러 장 그려져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모습, 손님과 이야기하는 모습, 미소 짓는 모습...
"저도 매일 지민 씨를 그리면서 이런 감정이 자라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날 이후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었다. 주말이면 서연은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고, 지민은 그녀를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 때로는 함께 전시회에 가고, 때로는 한강변에서 지민의 기타 연주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계절이 바뀌고, 여름이 찾아왔다. 어느 날 저녁, 한강 공원에서 불꽃놀이를 보며 지민이 물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나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 같아요."
서연은 지민의 어깨에 기대며 답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매일 아침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게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순간이었거든요."
"앞으로도 매일 아침 서연 씨에게 커피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평생..."
서연은 지민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밤하늘에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매일 아침 카페에서 시작되는 작은 행복, 서로를 향한 마음을 예술로 표현하는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져 갔다. 때로는 소소한 다툼도 있었지만, 그것조차도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도 홍대 거리 어딘가에서 커피 향 가득한 카페와 그림이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연히 시작되었지만,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마음이 만들어낸 필연이 되었다.
첫눈처럼 설레는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