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두기
이 소설은 서기 70년 예루살렘 성전 함락부터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 가문이 이천 년에 걸쳐 세계 각지로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여정을 그린 장편 역사소설이다.
역사와 허구 이 작품에 등장하는 큰 역사적 사건—유대 전쟁과 예루살렘 함락, 바빌로니아 탈무드 편찬, 코르도바의 황금시대, 1492년 스페인 유대인 추방령, 흐멜니츠키 봉기, 1881년 러시아 포그롬, 홀로코스트, 1948년 이스라엘 독립전쟁과 그 이후의 여러 전쟁 등—은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 사건들을 겪어나가는 인물들, 즉 여호나단, 나탄, 이츠하크, 모세, 야콥, 벤야민과 아리에, 새뮤얼, 레온, 이단, 미리암을 비롯한 등장인물과 그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다. 실존 인물이 언급될 경우(엘리에제르 벤예후다, 다비드 벤구리온 등) 이는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그들과 허구의 인물들 사이의 직접적인 만남이나 대화는 창작된 것이다.
서술 구조 각 장은 하나의 굵은 소제목 아래 여러 개의 짧은 소제목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가족 연대기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인 장치이며, 때로는 같은 사건을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다시 조명하기도 한다.
이름과 문양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은 포도나무 넝쿨 문양이 새겨진 은판과 그것으로 지어진 촛대이다. 또한 "한나", "여호나단", "야콥" 등 몇몇 이름이 여러 세기에 걸쳐 후손들에게 반복해서 사용되는데, 이는 유대 문화에서 조상의 이름을 따 자손의 이름을 짓는 오랜 관습을 반영한 것이며, 동시에 이 가문의 기억이 이름을 통해 대代를 이어 전해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장치이다.
연대기 표기 서기(西紀) 연도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병기하였다. 히브리력이나 이슬람력 등 각 시대와 지역의 역법은 본문에서 별도로 다루지 않았다.
시놉시스
서기 70년, 로마 군단이 예루살렘 성전에 불을 지르던 그 밤, 젊은 제사장 여호나단은 성전 정문의 황금 포도나무에서 문양 하나를 은판에 새겨 품에 안고 도망친다. "때가 되면 이 문양으로 다시 촛대를 지으라"—그가 나무함에 남긴 이 한 문장은, 이후 이천 년에 걸쳐 그의 후손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일한 끈이 된다.
바빌로니아의 탈무드 학당에서, 이슬람 황금기 코르도바의 은세공 작업실에서, 종교재판을 피해 떠나는 톨레도의 마지막 밤에서, 폴란드-리투아니아의 하시디즘 공동체에서—이 가문은 시대마다 다른 얼굴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1881년, 러시아의 포그롬이 빌나를 휩쓸던 그해, 형제 벤야민과 아리에는 기차역에서 서로 다른 기차에 오른다. 하나는 촛대를 품고 자유의 땅 미국으로, 하나는 은판을 품고 조상들의 옛 땅 팔레스타인으로.
이후 이 가문은 세 갈래로 완전히 흩어진다. 뉴욕에서는 벤야민의 손자 새뮤얼이 대공황의 절망 속에서 조상의 신앙 대신 새로운 확신을 찾아 나서고, 그의 아들 폴은 그 신념을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한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아리에의 후손들이 척박한 땅을 일구며 독립전쟁과 그 이후의 여러 전쟁을 온몸으로 통과한다. 그리고 폴란드에 남았던 또 다른 갈래는, 홀로코스트라는 이름의 어둠 속에서 헛간 다락에 삼 년을 숨어 살아남은 한 소년, 레온에게로 이어진다.
세 갈래는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 채 20세기를 통과한다. 그리고 21세기, 다큐멘터리 감독 미리암 벤아미가 크라쿠프의 한 요양원에서 레온을 인터뷰하다가, 그의 촛대에 새겨진 낯익은 문양을 마주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기록해온 것이 실은 처음부터 자신의 가족사였다는 것을 깨닫고, 이천 년 전 예루살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 흩어짐의 전모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흩어진 문양들』은 한 가문의 이야기이자, 흩어짐과 상실, 그리고 그 속에서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묻는다—우리를 진짜로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피인가, 신앙인가, 땅인가, 아니면 그저 잊지 않겠다는 의지 그 자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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